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26)
마존현세강림기-727화(725/2125)
마존현세강림기 30권 (6화)
2장 도주하다 ⑴
“텐진은 무리입니다.”
장로들의 목소리에는 열의가 가득했다.
“텐진이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부두이기는 하지만, 그곳에서 출발하려면 옌타이와 다롄 사이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건 위험성이 너무 높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안은?”
“저희는 칭다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육로는 멀지만,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지도를 바라보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동해보다는 남해 쪽을 통해 빠져나가는 게 좋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소모되고, 이동 중에 변수가 너무 많다.
가장 가까 우면서도 안정적인 출항 장소를 찾아야 한다.
“칭다오라……
강진호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반론이 날아왔다.
“칭다오는 반대입니다. 차라리 옌청이 낫습니다.”
“ 이유는?”
“칭다오에는 작은 섬들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이 섬을 집결지나 중간 경유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섬이 너무 작거나 큰 섬에는 해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영해도 멀어집니다. 차라리 섬이 없 어 공해까지의 거리가 짧은 옌청을
이용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흐음.”
강진호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이현수 역시 그들이 이용할 해역은 그들의 자율에 맡겼다. 이현수가 준비한 배는 이미 서해로 향하고 있었다.
출항지가 정해지면 적당히 위치를 옮기면 그만이다.
결국 출항지는 이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장민.”
“예.”
“어찌 생각하나?”
“섬이 있는 곳은 피하고 싶습니다. 더구나 칭다오시 해안에서 섬까지의 거리가 50km를 넘습니다.
현실적으로 헤엄을쳐 그 거리를 주파하 고, 추가로 20km를 더 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배가 좀 더 들어와야 하는데……
“해군이 주둔하고 있다?”
“예.”
“그럼 어렵겠지.”
이 일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이들이 공안과 군이다.
정규군은 무서운 상대다. 능력 있는 소수에게 군이란 허수아비나 별 다를 게 없지만, 다수의 입장에서는 먼 거리에서 화망을 구성하는 군보다 두려운 상대가 없다.
웬만한 무인은 저항조차 불가능하니까.
더구나 이들의 수준이라면 반격도 못해보고 쓸려나갈 것이다.
무인들이 도시의 밤거리로 스며드는 이유가 있다. 개활지에서 무인과 군이 거리를 두고 마주한다면 ‘어찌 싸울지’가 아니라 ‘어찌 도망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군이 있는 곳은 피하고 싶었다.
“옌청으로 간다면 문제는?”
“육로가 너무 길어지게 됩니다.” 장민이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
“일만까지는 안 된다지만, 그래도 막대한 수입니다. 이만한 인원을 육로로 이동시킨다면,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대절 버스를 동원한다고 해도 최소 백 대가 필요합니다.”
‘백 대라……
강진호가 얼굴을 주물렀다.
그 백 대라는 것도 인권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계산일 것이다. 저 계산대로라면 버스 한 대에 최소 육 십명 이상은 타야 한다.
정원이 44명인 버스에 60명이라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쑤셔 박겠다는 뜻 이다.
그럼에도 백 대라…….
“문제가 될까?”
“어떤 문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백 대 정도를 동원하게 된다면 문제가 생기겠냐고 묻는 거다.”
대답이 곤란한지 장민이 다른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그보다 잘 아는 이들이 많으니, 굳이 그가 모든 대답을 할 필요는 없었다.
“크게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 흠?”
대답을 한 사람은 리샤오위였다.
“사실…… 그, 어딘가, 한국의 그 섬……
“ 제주도?”
“예. 크루즈를 통해 제주도로 삼 천 명 정도가 한 번에 관광을 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적당히 여행사로 위장해서 단체 관광버스들이라고 하면 별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 정도로 괜찮은가?”
“문제가 조금 생길 수도 있겠지만, 적당히 돈을 찔러주면 잘 넘길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문제가 있나?”
장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은밀히 움직인다고 노력하긴 했지만, 저들이 우리의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마인들을 무시하고 괄시하지만, 마인들이 뭉치는 것에는 병적인 히스테리를 부리는 놈들이니까요.”
180세 할아버지의 단어 선택이 무척이나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장민이야 원래 얼리 어댑터니까 그럴 만도 하다.
“ 결론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들 강진호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입을 열어 결론을 낸 사람은 바토르였다.
“주인, 어차피 여기서 죽치고 있는다 해서 저놈들이 가만히 기다려 줄 리는 없다. 홍왕은 성격이 급한 편이니까.”
“홈••••••
“차라리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시라도 빨리 이동하는 게 좋다. 정 안 되면 공안이고 뭐고 밀어버린 후 바다로 뛰어드는 게 현명하다.”
“그걸 보통 현명이라고 하나?” 바토르가 단호하게 말했다.
“때로는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대 응하려 하는게 오히려 일을 악화시 키기도한다. 주인도 알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준비를 한다고 해도 준비는 결코 완벽해질 수 없다.”
“그건 맞는 말이지.”
“그럼 준비고 뭐고 그냥 들이받아 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적어도 그럼 한 가지는 얻겠지.”
“한 가지?”
“시간.”
바토르가 손가락을 튕겼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된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다. 그 시간을 조금도 낭비할 수 없다. 이런 회의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그냥 버스나 죽어라고 모아서,
저놈들을 포클레인으로 집어 싣고는 서해 바다에 처박아 버리는 게 훨씬 이득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전혀 정제되지 않은 말이지만, 뭐랄까…….
“일리가 있군.”
강진호는 바토르의 의견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만한 인원을 움직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조심을 기하려 했다. 과거의 강진호였다면 이런 준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원을 움직이는 건 그의 역할이 아니 었으니까.
중원에서는 청마가 이 역할을 맡아주었고, 한국에서는 방진훈과 이현수가 이 역할을 한다. 강진호는 그저 지시만 내리면 됐다.
‘그럴 수 없다는 게 문제겠지.’
지금 강진호가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강진호 스스로가 지금 장민과 장로들의 일처리를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들이 무능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과 일을 진행할 때는 그들을 관찰할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에게는 이들을 관찰할 시간이 없다.
그러니 믿고 맡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토르.”
“듣고 있다, 주인.”
“전권을 주지.”
강진호가 태연하게 말했다.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와 봐.”
“시간은?”
“네 말대로라면 빠를수록 좋겠지.”
“흐음, 주인.”
바토르가 입가를 말아 올렸다.
“믿어주는 것은 좋지만, 나는 그저 결과를 낼 뿐이다. 과정은 중시 하지 않는다.”
“그것 역시 맡긴다.”
“좋아.”
바토르가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돌아보았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고, 마교 여러분. 마교 역사상 가장 급박하고 재미있을 이송 작전을.”
바토르의 표정을 본 장로들의 얼굴에 불안함이 어리기 시작했다.
“……탑니까?”
“그래.”
주강은 자신의 앞에 보이는 ‘것’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 탄다구요?”
“그래.”
이건 소통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언어능력의 문제였다.
주강이 생각하기에, 아니, 그저 주강의 생각이 아니라 보편타당한 이 세계의 상식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눈앞에 보이는 이 기계에 육체를 올리는 행위는 ‘탄다’라고 지칭되지 않는다.
아, 물론 앞부분에 올랐을 경우에 는 ‘탄다’가 되겠지. 하지만 저 넓고 웅장한 뒷부분에 올랐을 경우에는 ‘탄다’가 아니라 ‘실린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니, 내가 내 발로 오르는 거니 까 대체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싣다?’
딱히 언어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라고 자부하지만, 이 기이한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적당한 말을 고를 수 없었다.
하지만 주강은 인간이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점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만나거나 자신의 지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만났을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저……
“왜?”
“제가 보기에는 이건 트럭으로 보입니다만?”
“ 맞다.”
“저 위에 실려 있는 것은 커다란 컨테이너 같구요.”
“정확하게 봤네.”
“그런데 여기에 탄다구요?”
“그래.”
“사람이?”
장로가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는 사람이 아니지. 너는 마인이다.”
“일반적인 인간을 여기에 실어 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한두 시간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빛도 들지 않는 어두운 컨테이너 안에 콩나물시루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신병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겠지.”
“아주 잘 알고 계시는군요.”
“하지만 너희는 자랑스런 마존의 휘하들이자, 천 년을 이어온 마교의 마인들이다. 그 정도로 정신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마인은 사람도 아닌가?
살면서 단 한 번도 인권 협회의 존재가 자신에게 도움을 줄 거란 생 각을 해본 적이 없는 주강이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인권이 그리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주강은 인권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게 인권이다.
사람이 컨테이너 적재물 취급을
받는 순간, 인간은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게 된다.
아무리 먹고살기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인간이 존엄성을 잃어서야 되겠는가.
내면에서 불타오르는 천부인권의 외침을 당장에라도 그 목소리로 환언하여 소리치고 싶은 주강이지만, 그런 그의 욕구는 아주 간단히 진압 되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없습니다.”
없다. 절대로 없다.
있어도 없다.
존재하던 문제가 사라진 이유는, 장로의 권위에 복종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시선에 누군가의 명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도 작은 키가 아니다. 그런데 고개를 돌렸더니 사람의 명치가 보인다는 것은 꿈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가 의자라도 가져다 놓고 올라서지 않고서야.
하지만 그 비현실적인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가 그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런데 뭘 하고 있나?”
“지, 지금 탈 겁니다.”
주강은 두말없이 컨테이너 안으로 뛰어들었다.
인권?
인권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권이다. 바토르의 앞에서 불만을 늘어놓는 것보다야 빛도 들어오지 않는 좁은 컨테이너 안에서 출근길 지하철에 신음하는 직장인 체험을 하는 게 안전하다는 건 세 살짜리 아이도 이 해할 수 있는 일이다.
“잘 타고 있나?”
“예.”
장로의 대답에 바토르가 미소를 지었다.
“버스는 뭔 놈의 버스.”
시간도 없어 죽겠는데 뭔 놈의 버스란 말인가. 사람이든 짐이든 실을 수 있는 건 모조리 끌어다가 1 초라도 빠르게 적재…… 아니, 탑승을 마치는 게 진리였다.
“삼십 분 내로 모두 끝내.”
“예.”
사방에서 진행되고 있는 빠른 적재를 보며 바토르가 고개를 끄덕였 다.
“주인께서 시키신 일이다. 완벽하 게 해내야지.”
강진호의 별생각 없는 명령 하나가 사태를 키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