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31)
마존현세강림기-732화(730/2125)
마존현세강림기 30권 (11화)
3장 충돌하다 (1)
“준비는?”
“완벽하게 틀어막았습니다.”
“순진하게 여기로 올 것이라 생각 하는 건 아니겠지?”
“놈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막 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걱정하지 말라고 했나?”
차이커창의 눈썹이 꿈틀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도 지껄이 는군. 만약 강진호가 이곳을 빠져나 가게 된다면 홍왕의 분노의 우리에 게 향할 것이다. 너는 그걸 감당할 수 있느냐?”
“너희가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 는 홍왕의 진실한 분노를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가, 감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뭐? 걱정을 하지 마?”
“속하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저를 벌하여주십시오.”
“아서라.”
차이커창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이런 놈들에게 화를 낼 상황이 아니었다. 저들이 이 작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머리가 있다면 이 미 차이커창의 자리를 차지했을 것 이다.
수족밖에 되지 않는 놈들이 이해 를 하지 못한다고 화낼 것이 무엇인 가.
화가 나는 이유는 이들이 멍청하 기 때문이 아니었다. 차이커창의 가
슴속에 울화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강진호 놈.”
그는 머리를 쓰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그의 예상에 어긋나는 짓거리를 하는 이를 가장 싫어한다.
그보다 두뇌가 뛰어난 이를 싫어 한다는 뜻이 아니다. 강진호가 만약 그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찔러 들 어왔다면 차라리 감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냥 어긋난 일이다.
‘마인 놈들을 데리고 탈출하겠다 고? 우리가 얼마나 우습게 보이면 그런 짓을 계획할 수 있지?’
차이커창이 이를 갈았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미친 계획이?
강진호가 이곳에서 홀로 유유히 빠져나갔다면 차이커창은 자신의 무 능을 한탄하고 강진호에게 박수를 쳐줬을 것이다. 홍왕의 분노도 얼마 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능력이 부 족해서 받는 질책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니까.
설사 홍왕의 분노하여 차이커창의 목을 날려 버린다고 해도 죽는 그 순간까지 강진호를 승자라 인정하고 모든 것을 감수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 모든 것을
뒤엎어 버렸다.
이 정신 나간 계획은 그와 강진 호의 승부를 벗어나 버렸다.
“장로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느 냐?”
“ 그게••••••
“ 됐다.”
차이커창이 짜증 난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빌어먹을 늙은이들.’
상대가 창왕이나 혹왕이면 몰라도 한국을 상대하기 위해 자신들을 부 른다며 비웃던 장로들이다. 대답은 듣지 않아도 빤했다.
“그딴 머리로 뭘 하겠다고.”
앞에서 위협하는 범보다 발아래서 숨을 죽이고 있는 독사가 몇 배는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왜 모른단 말 인가.
강진호는 독사다.
그것도 등을 노리는 독사다.
이대로 강진호는 한국으로 돌려보 내게 된다면 홍왕계는 등 뒤의 독사 에게 발목을 물릴 위험을 언제나 감 수해야 한다. 그걸 신경 쓰면서 다 른 두 왕을 어찌 상대하란 말인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 다.
“놈들은?”
“이쪽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오는 중입니다.”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예.”
“몰이는 어떻게 됐나? 성공했나?”
“예! 충돌이 있었고, 강진호가 직 접 나서 차량을 박살 냈다고 합니 다.”
“그런데도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건가?”
“예.”
불쾌감이 가시지를 않는다.
날뛰는 짐승이 있어 살짝 뒤를
치받아 몰이를 했다. 그런데 이 짐 승이 방향을 틀지 않는다.
‘대체 뭘 어쩔 생각이지?’
부두는 이미 그들이 장악했다. 저 만한 인원을 태울 배라면 웬만한 곳 에는 접안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 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쪽으로 오겠다고?
당연히 다른 곳으로 방향을 돌리 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대체 뭘 어쩔 생각이지?’ 불쾌하다.
저들의 행동이 그의 생각과 조금 씩 어긋나 있다. 그 묘한 비틀림이
차이커창을 짜증 나게 만들고 있었 다.
“그쪽 바리게이트 제대로 쌓아 올 려!”
“예!”
차이커창이 깊게 심호흡을 했다.
‘흥분하지 말자. 상정 범위 안이 야. 아직은 괜찮다.’
차이커창이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어디로 달아난다 하더라도 결국 그들은 배가 접안할 시간을 벌 어야 한다. 배가 접안하는 시간보다 홍왕계가 그들을 따라잡는 시간이 더 빠르다. 결국 충돌은 피할 수 없
었다.
‘거기까지 계산하고 들이닥치는 거라면 칭찬해 주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럼 멍청한 거고.’
아무래도 좋다.
사람은 원숭이를 통제할 수 없다. 우리 속에 가둬둘 수는 있지만, 원 숭이의 모든 행동을 사람의 뜻대로 통제할 수는 없었다. 그건 과욕이다.
강진호와 그는 사람과 원숭이만큼 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그 사실 을 그대로 인정하고 대처하면 그만 이다.
“퍼뜨려 놓은 놈들 다 소환해.”
“예!”
직선으로 달려온다면, 이쪽도 정 면으로 상대해 주면 그만이다. 장로 들까지 불러올 수 있었다면 더욱 확 실했겠지만, 장로들이 없다고 해서 저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은 아 니었다.
‘어중이떠중이 같은 것들.’
그깟 마인 놈들이야 천이든 만이 든, 어디로 빠져나가든 아무 상관이 없다. 그가 노리는 것은 강진호 하 나니까. 이곳에 모인 전력이라면 강 진호가 아니라 강진호 할아버지라도
돌파가 불가능하다.
바토르가 돕는다 해도 결론은 같 다.
‘그런데……
차이커창이 깊게 심호흡을 했다.
“왜 이리 불안한 거냐고.” 신경질적으로 바닥을 걷어찬 차이 커창이 소리쳤다.
“공안 놈들은 어찌 됐나?”
“이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을 겁 니다. 접근 자체를 차단시켰습니다.”
“주변 통제하라 소리는 안 했어?”
“주변을 아예 비워 버렸습니다. 거주하는 이들도 다들 밖으로 내보
냈습니다.”
“후우.”
차이커창이 고개를 끄덕였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소리였다.
‘기나긴 악연도 여기서 끝이다, 강진호.’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는 이에 게 이만큼 휘둘리는 것도 대단한 경 험이었다.
하지만 그뿐.
이 악연은 여기까지다. 오늘 강진 호는 이곳에서 죽는다.
‘아니, 죽지야 않겠지.’
될 수 있으면 살려서 홍왕께 끌
고 간다. 그를 어찌 처리하는가는 홍왕의 몫이었다.
‘죽지 않는 게 최선이지.’
다혈질적인 성격과 마인을 증오하 는 그분의 성향을 감안한다면 거의 이뤄질 수 없는 일이겠지만, 최선은 강진호를 죽이는 게 아니라 그를 수 하로 거둬 한국의 무인계를 흡수하 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무도 총회는 홍왕계 의 뒤통수를 뜨끈하게 만들 만큼 성 장했다. 놈들을 흡수할 수만 있다면 홍왕계는 범이 날개를 단 듯 날아오 를 것이다.
게다가…….
‘마인 놈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매력적이야.’
마인들은 온갖 쓰레기 같은 일들 을 다 처리하고 있다. 저열한 놈들 이지만, 세상에는 그런 일을 해줄 이들이 필요하다. 하이에나가 초원 의 청결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굳이 그들의 필요성을 역설하지 않아도 될 것이 다.
그런 놈들을 완벽히 종으로 부릴 수 있다는 것도 큰 이득이었다.
강진호만 사로잡는다면, 그리고
강진호가 홍왕에게 굴복하기만 한다 면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강진호가 마주해야 할 사람은 홍 왕이니까.
그가 사람인 이상 홍왕을 보고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을 것 이다. 마인이 아니라 마왕이라 해도 감히 홍왕에 견줄 수는 없다. 이것 은 차이커창의 신념이자 확신이었 다.
그는 강진호를 인정한다.
지금은 적이지만, 상황이 정리된
다면 홍왕의 아래에서 함께 홍왕을 모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 될 수 있다면, 그는 강진호를 기 꺼이 자신의 상관으로 떠받들 것이 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를 모실 마음이 있었다. 홍왕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그의 수족이 되어줄 이인자니까. 저 썩어 빠진 장로들과 제자들이 아니라.
“총사님, 접근하고 있습니다!”
“홈.”
차이커창이 두 눈을 빛냈다.
“단혈조(單血組)에게 준비하라고 전해!”
“예!”
차이커창이 조금은 긴장한 눈으로 앞쪽의 대로를 바라보았다. 이 대로 는 부두로 이어진다. 거리는 불과 1 km. 이곳을 돌파한다면 저들에게 해 안을 내주는 게 된다.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차이커창의 가슴이 묘한 흥분으로 가득 찼다.
지금까지 느껴지던 진득한 불쾌감 이 가시고 소풍을 기다리는 어린아 이처럼 가슴이 두근대고 있었다.
딱히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
무래도 그 역시 강진호를 만나는 순 간을 기대한 모양이다.
‘바리게이트는?’
저들이 진입할 도로에 요철과 타이어를 펑크 내기 위한 스터드가 가득 깔려 있었다. 그 뒤로 바리게이트를 쌓아 올리고, 그 뒤쪽에 다시 흙 포대까지 쌓았다.
이곳을 차로 돌파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저들은 차에서 내려야 할 것이고, 그 뒤로는 집결한 무인들에게 휩쓸려 나가는 일만 남았다.
모두 잡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어중이떠중이 같은 놈들이라 할지라도 그 수가 수천에 이르면 빠져나가는 놈은 반드시 생긴다. 그리고 차이커창 역시 저런 버러지 같은 마인을 모두 잡을 생각은 없었 다.
강진호만 없으면 저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옵니다!”
차이커창이 주먹을 꽉 쥐었다.
온다.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고 손에서 땀이 배어 나온다.
빠르게 숨을 들이쉰 차이커창이 전방에 시선을 고정했다.
보인다.
도로 위.
잘 정비되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도로 저 멀리에서 점처럼 무언가가 나타났다.
새하얀 빛.
아죽 작고 희미한 빛이 눈에 들 어온다 싶더니, 이내 불어나기 시작한다. 작은 불빛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마치 강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 어마어마하군.’
시각적으로 압도당하는 느낌이다.
점점 불빛들이 커지고, 강물도 그 덩치를 불렸다.
그와 동시에 차이커창의 단련된 눈은 그 불빛의 강 사이에서도 목표 한 바를 정확하게 찾아냈다.
형형색색의 차량들의 뒤섞여 꿈틀대며 다가오고 있다. 그 가장 앞을 차지한 검은색 밴의 천장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의 모습은 결코 놓칠 수 가 없다.
저 거대한 덩치를 어떻게 놓치란 말인가.
“바토르.”
차이커창의 입에서 신음이 홀러나 왔다.
배신자.
홍왕의 호의를 걷어찬 저 더러운 오랑캐 놈! 이곳에서 반드시 죽여야 할 자가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저자가 바토르라면?
차이커창의 시선이 옆으로 이동했다.
평범하다. 그저 평범하다.
‘저자가 강진호인가?’
딱히 특별할 것은…….
순간, 차이커창의 사고가 정지했다.
‘평범하다고?’
그럴 리가.
저자의 옆에 있는 자는 바토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평범한 자가 바토르의 옆에 서 있다면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짓 눌려 자신의 존재조차 드러내지 못 할 것이다.
바토르의 옆에 있는 자가 평범해 보인다는 것은, 그가 바토르와 동일 한 수준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는 뜻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
그래, 그 이상이다.
한 번 강진호에게 틀어박힌 시선 은 다시는 바토르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차이커창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가 누구를 가장 경계해야 하는지.
강진호의 손이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그의 손가락이 앞을 가리킨다.
그 순간, 밴의 주변을 호위하듯 달리던 트럭들이 맹렬한 기세로 바리게이트를 향해 돌진했다.
“들이받아라.”
강진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린다.
긴 밤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