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32)
마존현세강림기-733화(731/2125)
마존현세강림기 30권 (12화)
3장 충돌하다 (2)
커다란 트레일러가 제 속도를 이기지 못해 들썩거린다. 집채만한 트레일러가 통제를 잃고 미친듯이 돌진하는 모습을 정면에서 지켜보 ?
“피, 피해!”
무인이고 뭐고를 따질 계재가 아니었다.
저 운동에너지에 부딪힌다면 인간은 절대 버틸 수가 없다. 무인이라고 해서 몸이 강철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설사 강철이라도 저 힘에는 무사할 수 없다.
무인들이 분분히 홑어지고, 트레일러가 맹렬한 기세로 바리게이트로 돌진했다.
퍼어어어엉!
바닥에 설치된 스파이크에 거대한 타이어가 터지는 소리가 마치 천둥 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앞 타이어가 터진 트럭은 조향을 잃는다. 하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애초에 목적은 도주가 아니니까.
트럭이 휘청휘청하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래도 바리게이트를 들이 받는다.
쿠우우응!
귀를 찢어버릴 듯한 폭음과 함께 트레일러가 바리게이트를 들이 민다.
쿠우웅! 쿠우우우웅!
뒤쪽으로 따라붙은 트레일러들이 연신 들이받고 또 들이받는다. 트 이 갸우뚱 쓰러지고, 돌진하는 기세를 이기지 못해 허공으로 붕 떴다가 추락한다.
‘미친놈들!’
차이커창이 이를 꽉 깨물었다.
차량으로 들이받는 것은 그도 꽤나 즐겨 쓰는 방법이다. 아무리 무인이라고 한들 1톤이 넘는 무게의 차가 전력으로 들이받았을 경우에는 무사하기 힘들다.
초절정고수라면 달려드는 차를 장난감처럼 다룰 수 있겠지만, 모든 무인이 고수일 수는 없다. 일반적인 무인에게 교통사고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큰 충격이다.
더구나 저런 트레일러가 전력으로 들이받는다면, 인간인 이상 무사할 수가 없다. 웬만한 무인을 사람 구실할 정도로 키워내는 비용보다 트레일러 한 대를 소모품으로 처리하 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 그러니 매 우 상식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저건 아니다.
저건 공격이라기보다는 특공이었다. 차이커창이라면 적도 아닌 바리게이트에 저 많은 차를 때려 박지는 않는다.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니, 얻을 게 없지는 않군.’
차이커창이 굳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콰앙! 콰아아앙!
차들이 연신 바리게이트를 들이받는 모습을 본 그의 수하들이 질려가고 있었다.
이미 바리게이트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났다.
웃기는 건, 들이받은 트럭들이 쌓이고 쌓여서 바리게이트보다 더 높은 방어막을 구축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전술.
그 전술을 시행하기 위한 소모값이 너무 크다. 머리가 조금이라도 있는 이라면 이게 얼마나 쓸데없는 짓거리인 줄 알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질려 버리는 거겠지.’
차이커창의 얼굴 역시 딱딱하게 굳었다.
그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저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저 명령을 수행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짓이 얼마나 무모한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게 빤했다.
머리란 게 있 으니까.
그럼에도 들이받는다.
아무리 무인이라고 한들 저 속도로 들이받는 트레일러 안에서 무사 할 수는 없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터지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었다.
맹목.
그래, 저건 맹목이다.
‘빌어먹을, 이게 무슨……
차이커창이 이를 갈았다.
차이커창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저 무모한 특공을 시행하고 있는 놈들이 마인이라는 점이었다.
그래, 마인.
그 오합지졸들 말이다.
차이커창은 단 한 번도 마인들을 경계해 본 적이 없다. 그들이 아무리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을 자랑하고, 이곳저곳 퍼지지 않은 곳이 없는 암세포와 같은 존재라지만, 마음 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소탕할 수 있 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내버려 둔 것은 쓸모가 있어서일 뿐, 처리하기가 힘들어서가 결코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마인은 쓰레기들이 었다.
그 많은 수가 있음에도 조직적인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쓰레기들.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수는 그 자체로 힘이 된다. 마인들이 아무리 약하다고 한들 하나로 똘똘 뭉쳐 그들에게 대항했다면 꽤나 부담이 되는 상대로 발전했을 것이 다.
하지만 마인들은 그것조차 이뤄내지 못했다.
마공을 익혔다는 정체성으로 인해 하나로 엮이기는 하지만, 서로에 대한 소속감도 없고, 스스로의 삶을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도 없는 모래알 같은 것들이 마인이다.
홍왕께서 그런 마인들을 경계하는 걸 이해할 수 없던 적도 많지 않은가.
그런데 저들이 마인인가?
지금까지 차이커창이 알고 있던 그 마인이란 말인가?
트럭을 탄 채로 바리게이트에 들 이받으라는, 저 말도 안 될 병신 같 은 명령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행하는 저 미친놈들이 마인이라 고?
차이커창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 감정을 뭐라 불러야 할까?
입술을 질끈 깨문다.
아랫입술이 갈라지며 핏물이 슬쩍 배어 나왔다.
‘빌어먹을.’
저 공격 자체가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아무런 피해도 없는, 그저 과시뿐인 공격에 겁을 집어먹을 만큼 그들은 나약하지 않 다.
그들을 짓누르는 건 공격이 아니 라 저 말도 안 되는 특공에 담겨 있는 의지, 그리고 맹목적인 충성이 었다.
‘어떻게 단 며칠 만에 저놈들을 저리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차이커창은 알고 있다.
강진호가 베이징으로 이동한 것은 얼마 전이다. 그렇다는 건 강진호에 게 주어진 시간은 며칠에 불과했다 는 뜻이 된다. 그런데 그 며칠 만에 그 오합지졸이었던 마인 놈들을 저 리 만들 수 있다고?
불가능하다.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다.
하지만 그 상식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내가 너를 어디까지 인정해 주어 야 한단 말인가.’
차이커창은 이미 강진호를 인정했 다.
홍왕을 논외로 친다면, 차이커창 이 가장 인정하는 사람이 강진호일 것이다. 홍왕이 아닌 누구라도 강진 호와 같은 처지에서 지금과 같은 업 적을 이뤄낼 사람은 생각나지 않았 다.
과감할 때는 과감하고, 참아야 할 때는 참을 줄 안다.
그러면서도 상대의 허를 찌를 줄 아는 이가 강진호였다. 단순히 그의 무력을 인정하는 게 아니다. 차이커 창은 인간으로서 강진호를 인정했
다.
그런데 그 이상의 평가를 해야 한다고?
잣대가 없다.
그 이상의 평가를 내리기에는 강 진호에 견줄 잣대가 존재하지 않았 다. 이 이상이라면…….
‘개 같은 소리.’
차이커창이 이를 꽉 깨물었다.
아니다. 그럴 수는 없다.
강진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 도 감히 홍왕에, 삼왕에 견줄 수는 없다. 삼왕은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 에 태어난 신들이었다. 감히 강진호
따위가 비교될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하나 그럼 대체 강진호를 누구와 비교해야 한단 말인가.
차이커창이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어느새 멈춰 선 검은 밴의 위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강진호를 보 고 있자니, 전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다.
오만하다.
딱히 거들먹거리고 있는 것도 아 니건만…… 보고 있으면 느껴진다, 그의 오만함이.
자신의 명을 받든 수하들이 목숨 을 걸고 특공을 감행하고 있다. 하
지만 강진호는 그 광경을 마치 영화 보듯 감상하고 있었다.
그 이질감.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듯 미묘한 이질감이 차이커창의 전신을 휩쓸고 있었다.
‘내가 틀렸어.’
차이커창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 다.
저 사람은 회유할 수 있는 사람 이 아니다.
강진호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 고 있다고 자신했지만, 실제로 그는 강진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것
이다. 저놈은 다른 이의 밑에서 명 령을 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 다.
태생적 지배자.
태평성대에 태어났다면 역적이 되 었을 이, 난세에 태어났다면 패웅이 되었을 자다.
‘마치 그분들처럼.’
차이커창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 다.
그 홍왕조차도 저만한 인원들을 며칠 만에 명령에 목숨을 걸 만큼 맹목적인 부하로 만들 수는 없다. 장악력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명백하게 강진호가 홍왕을 앞서고 있다.
그리고 그 장악력이라는 것은 조 직을 이끌어가는 이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특성이었다.
‘죽여야 한다.’
강진호를 인정하지 않은 적이 없 고, 그의 위험성을 경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 차이 커창은 강진호에 대한 자신의 평가 를 모두 버렸다.
이제 평가는 무의미하다.
강진호가 어떤 놈이든, 그들에게 우호적이든 아니든…… 아무 짝에도
의미가 없다. 그가 어떤 존재이든 간에 죽여야 한다. 무슨 수를 쓰더 라도.
부릅뜬 차이커창의 눈에 핏발이 돋아났다.
콰아아아아아앙!
또 한 대의 트럭이 작은 산처럼 쌓여 버린 트럭 더미를 들이받는다. 동시에 엔진에 불이 붙으며 불꽃이 순식간에 트럭을 뒤덮는다.
불꽃과 함께 검은 연기가 꾸역꾸 역 뿜어져 나온다.
인세의 지옥.
이 광경을 굳이 언어로 표현하자
면 그리 말해야 할 것이다.
타오르는 불꽃 아래로 부상을 입 은 마인들이 기어 나왔다. 그러고는 강진호의 검은 밴 주변으로 도열하 기 시작했다.
‘붉군.’
그들이 홀리는 피가 붉다.
그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레 느껴 지는 차이커창이었다.
모든 것이 끝난 결과를 보고 나 자, 저들의 행동이 그저 무모한 특 공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 었다.
바리게이트가 무력화된 것은 아니
지만, 중앙에서 타오르는 불꽃 덕분 에 그들의 진형 역시 깨어졌다. 중 앙으로 돌파를 시도할 수는 없겠지 만, 확실히 방어선이 옅어진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자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소모가 없어.’
강진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저 트럭들을 어차피 가지고 갈 수도 없 는 소모품에 불과하다. 그런 트럭들 몇 십 대를 희생해서 상대의 방어선 을 조금이라도 밀어낼 수 있다면?
이득이다.
차이커창이라도 당연히 그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차 이커창에게는 저런 말도 안 되는 무 모한 명령에 목숨을 걸고 수행해 줄 맹목적인 부하가 없다는 것뿐.
죽여야 한다.
이처럼 누군가의 죽음을 간절히 바란 적이 있었던가.
단순한 악감정이 아니었다. 이건 위기감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 는 위기감. 그 위기감의 소용돌이 속에서 차이커창이 입술을 핥았다.
묘한 분위기가 장내를 내리누른 다.
연신 폭발음과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지만, 고요했 다.
역설적이지만 사실이다.
장내의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노려볼 뿐, 누구도 감히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소란 속의 고요.
그 기묘한 감각이 이 자리에 있 는 모두의 신경을 팽팽하게 조여왔 다.
그 기묘한 고요를 깬 것은 차이 커창이었다.
“정식으로 인사하는 건 처음이
군.”
차이커창은 손을 들어 자신의 목 을 살짝 잡았다.
목소리가 가라앉아 나온다. 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목을 살짝 조여 긴장을 푼 차이커창이 강진호를 똑 바로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갑다, 강진호. 홍왕을 대신하여 인사하지.”
강진호의 시선이 차이커창에게로 향했다.
홍왕이라는 말이 그를 거슬리게 만들었다.
“하는 김에 미리 작별 인사도 하
지. 너는 절대로 여길 빠져나가지 못한다. 내 모든 걸 걸고 반드시 너 를 죽인다.”
살기 어린 음성이 불꽃과 함께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