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34)
마존현세강림기-735화(733/2125)
마존현세강림기 30권 (14화)
3장 충돌하다 (4)
‘ 강진호는?’
모두의 시선이 바토르와 달아나는 마인들을 쫓을 때, 차이커창의 시선 은 강진호를 쫓았다.
순간 시선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지금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자가 누구인지 차이커창만은 잊지 않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강진호는 여전히 밴 위에서 담배 를 피우고 있었다. 지금 앞에서 벌 어지고 있는 광경이 자신과는 아무 런 관계가 없다는 듯 말이다.
‘이……
차이커창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뭔가 짜증이 밀려온다.
순간적으로 바토르에게 시선을 빼 앗겼다. 바로 옆에서 태산이 무너지 더라도 그는 결코 강진호에게서 시 선을 떼서는 안 된다. 그 사실을 알 고 있으면서도 시선을 빼앗겼다.
그런데 아차해서 돌아보니 강진호 는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 다.
농락당한 느낌.
알고 있다. 이 느낌조차 차이커창 이 혼자 발악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하지만 강진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 빌어먹을 놈이!”
“다, 달아납니다! 차이커창 님! 놈들이 달아납니다!”
“알고 있어!”
차이커창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바토르가 뚫어놓은 앞쪽으로 마인 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 는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는 질주다.
차이커창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팽 팽 회전했다.
“내버려 둬.”
“하, 하지만!”
차이커창은 대답하지 않고 숨을 죽였다.
‘못 막는다.’
수는 곧 힘이다. 차이커창은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바토 르가 중앙을 뚫어놓은 덕분에 이미
수많은 마인들이 그들의 방어선을 지나 부두로 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들을 뒤쫓아가 막는다?
‘무리야.’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모두를 붙잡는 건 불가능했다. 말 그대로 수는 곧 힘이니까.
하지만 굳이 잡을 필요도 없다.
‘저기로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거 냐.’
부두로 접안하는 배는 모두 막았 다. 아무리 달려가 봐야 저들이 볼 수 있는 것은 망망대해뿐이다. 뭘
노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결코 이뤄질 수 없다.
게다가…….
차이커창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고정되었다.
“방향을 돌려라.”
“예?”
“모두 무시한다. 마인이든 바토르
든, 다들 무시해!”
“……차이커창 님‘?”
차이커창의 눈에 핏발이 섰다.
‘이놈.’
당했다.
애초에 이 전투가 그들이 탈출하
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었다면, 이 미 차이커창은 실패했다. 무모한 특 공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들이받기가 철저하게 계산된 일일 거라 누가 상 상이나 했겠는가.
불타오르는 트럭 더미의 뒤를 틀 어막을 생각을 누가 하겠는가.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그는 이미 졌다.
차이커창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밀려오는 굴욕감, 몸이 절로 벌벌 떨릴 정도의 분노가 그를 집어삼키 고 있었다.
하지만 졌다 해도 진 게 아니다.
덕분에 알게 되었으니까.
마인들이 탈출하느냐 아니냐는 이 제 무의미하다. 저들을 모두 보낸다 해도 아무 상관 없다. 중요한 건 그 런 게 아니다.
차이커창이 이를 갈 듯 말했다.
“단혈조에게 전해라. 다 놓쳐도 좋다. 저런 조무래기 새끼들 따위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다. 강진호만 죽인다! 강진호만 죽이면 우리의 승 리다!”
강진호.
강진호를 여기서 죽이면 된다.
마인들도, 총회도 강진호가 있기 에 위협적이다. 강진호만 없다면 그 따위 것들은 언제든 쓸어버릴 수 있 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너는 실수했다.’
강진호가 펼친 모든 전략은 훌륭 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차이커창은 그 덕분에 강 진호가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다 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저 병신 같은 것들에게도 전해! 바토르 따위는 내버려 두고, 강진호 를 죽이라고! 강진호를!”
“차, 차이커창 님!”
우즈하오[字自豪]는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성을 잃으셨다.’
평소의 냉정하기 짝이 없던 차이 커창이 아니다. 이곳에 모인 홍왕계 의 무사만 해도 천 가까이 된다. 그 런데 그 많은 이를 단 한명을 치는 데 투입하란 말인가.
이건 미친 명령이었다.
“진정하십시오, 차이커창 님!”
“진정?”
차이커창이 우즈하오를 돌아보았 다. 그의 차가운 눈을 본 우즈하오 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빤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성을 잃은 게 아니었나?’
흥분으로 제대로 된 명령을 내리 지 못한다고 보기에는 차이커창의 눈이 너무도 차갑다.
“나는 지금 완벽하게 제정신이 다.”
“저놈을 죽이지 못하면 미래가 없 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라도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 외에 다른 것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아, 알겠습니다!”
“당장 움직여! 이 멍청한 놈아!”
“예!”
우즈하오가 헐레벌떡 달려 나가 자, 차이커창이 잡아먹을 듯한 눈으 로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절대 살려 보내지 않는다.’
차이커창의 모든 것을 건 다짐이 었다.
“마존이시여!”
유 o ”
강진호가 정면을 뚫고 들어가는 마인들의 행렬을 보며 고개를 끄덕 였다.
‘우선은 계획대로군.’
방어선을 꿰뚫는 것까지는 성공했 다. 문제는 이 많은 인원을 저곳으 로 통과시키는 일이다. 아무리 무인 들이라고는 하나 사람이 이만큼 있 으면 이동만으로도 보통 일이 아니 다.
“장로들 배치시켜.”
“예!”
장민의 손짓에 따라 대기하고 있 던 장로들이 앞으로 쏘아졌다. 인의 물결의 좌우로 날아든 장로들이 바 토르를 호위하듯 사방을 둘러쌌다.
“달려라, 이놈들아! 돌아보지 말 고 달려!”
“나를 뚫지 않고는 못 간다!”
살기를 뿜어내며 달려드는 홍왕계 의 무인들을 맞아 장로들이 마기를 줄줄이 뿜어냈다.
“흠……
“마존이시여! 그럼 저도!”
“아니.”
강진호의 말에 들썩이던 장민의 몸이 다시 내려앉았다.
“너는 저쪽.”
강진호가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 켰다.
아직 달려들지 못한 홍왕계가 집 결해 있는 곳.
“휘저어라.”
“마존의 명을 받듭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민의 몸 이 시커먼 마기를 뿜어낸다.
파아앗!
그의 몸이 마치 한 줄기의 검은 유성처럼 날아들었다.
“오, 온다!”
눈이 있다면 알 수 있다, 뭔가 위 험한 것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유성처럼 쏘아지는 장민의 기세.
그 장민을 맞이해야 하는 이들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갔다.
퍼버버벅!
날아든 장민이 주변의 수십을 일 수에 날려 버린다.
“크하하하하하핫!”
흉성에 완전히 몸을 맡긴 듯 광 소를 터뜨리며 손에 잡히는 모든 것 을 날려 버리고 뭉개 버린다. 마치 양 떼 사이에 굶주린 이리가 달려든 것처럼 순식간에 전열이 부서진다.
장민은 강진호의 휘저으라는 명령 을 더없이 완벽하게 수행했다. 일순 무인들의 움직임이 멈춘다.
혼란, 그저 혼란이었다.
쥐 떼를 사냥하러 갈 줄 알았던 고양이들이 쥐 떼 사이에서 튀어나
온 범에 혼비백산하는 꼴이다.
“죽어라!”
두 눈에서 줄기줄기 혈광을 뿜어 내는 장민의 모습은 꿈에 나올까 두 려웠다. 그런 이가 사방으로 마기를 날려대는데, 누가 겁을 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
“뭐, 뭐야, 이놈은!”
“마인들 중에 이런 놈이!”
당혹, 그리고 공포였다.
이 시대의 일반적인 무인들은 마 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만 난 마인들은 하나같이 더럽고 저급 했다. 윗세대가 마인들에 대해 가지
는 경계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 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당황할 수밖에.
지금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달려 드는 괴인은 마인이라 하기에는 너 무도 강하고 잔혹했다.
그 모습만으로 압도된다.
검은 마기를 잔뜩 머금어 숫제 검게 변해 버린 손이 새하얀 목을 움켜쥔다.
우드드득.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귀를 파고들었다.
죽음.
죽음이라는 단어의 무거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깔끔하고 손쉬 운 죽음이었다.
“이 버러지 같은 것들!”
장민의 눈이 흉광을 뿜어냈다.
강진호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 그리고 마인들을 대할 대의 자애로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 야말로 흉포한 모습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마인들이 제아무리 서글픔을 논한 다고 한들, 그 누구도 장민보다 깊 은 분노를 가지지는 못한다. 그는 마교가 망하는 꼴을 오랜 시간 지켜
봐 왔다. 그 와중에 정파인들이 마 교를 얼마나 잔혹하게 박해했는지를 전신으로 겪은 사람이다.
이들에 대한 분노를 논한다면 그 누구도 장민의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
그 쌓이고 쌓인 분노가 터지고 있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 버리겠 다!”
마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질적인.
그들이 알고 있는 기운과는 전혀 다른.
찐득하고 껄끄러운, 절로 거부감 이 드는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홀러 나오고 있었다.
“흥!”
바토르가 장민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저러니 박해를 받지.’
애초에 사람은 보여지는 것도 중 요하다.
내면?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내 면이라는 건 심층 면접 같은 것이 다. 외면이라는 서류 전형을 통과하 지 않고서는 내면을 보여줄 기회조
차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애초에 다른 이의 내면을 본다는 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 가. 인간은 자신의 속도 모른다. 그 런데 무슨 수로 다른 이의 내면을 평가하는가.
그런 의미로 지금 장민은 마교가 그동안 박해받은 이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무슨 악마가 강림한 것 같은 비 주얼이로군.’
시커먼 마기를 줄기줄기 뿜어내 고, 사방으로 혈광을 날리는 괴물.
저 꼴을 보고 누가 마교를 좋아
할 수 있겠는가.
인세에 강림한 사교 집단이라는 평가도 과하다. 현대인들이 저 광경 을 봤다면 군대를 동원해서 저 마귀 를 쓸어버려야 한다고 주장할 게 빤 하지 않은가.
바토르의 얼굴에 쓴웃음이 어렸 다.
‘그리고 나는 그 마교의 친구지.’ 바라지는 않았지만.
정말 바라지는 않았지만, 바토르 는 그 포지션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 다. 강진호가 그것을 원하니까.
“그럼 적어도……
한껏 뒤틀린 바토르의 주먹이 앞 으로 뻗어진다.
공기가 바토르의 주먹을 맞아 한 껏 응축되었다가 폭발하듯 튕겨 나 간다.
콰아아아앙!
그저 일격.
주먹을 휘두른 것만으로 공기의 대포를 만들어 버린 바토르가 실 끊 어진 연처럼 날아가는 무인들을 보 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활약으로는 지지 말아야겠지.”
우우우우우웅!
한껏 기운을 끌어 올린 바토르가
쏜살같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피, 피해라!”
반응은 빨랐다. 하지만 빠른 반웅 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달리던 바토르가 그 거대 한 몸뚱아리를 들이받는다.
어깨에 스친 것만으로 피떡이 되 어버린 무인들이 장난감처럼 튕겨 나간다. 바닥에 미처 닿기도 전에 숨이 끊어진다.
차라리 조금 전 달려들던 트럭에 치이는 게 결과적으로는 나았을 것 이다. 바토르의 육체는 트럭보다 작
을지 모르나 감히 트럭 따위가 범접 할 수 없는 강도를 지니고 있으니 까.
“이 배신자 놈이!”
“흥!”
콰드득!
바토르가 함부로 지껄인 이의 머 리를 그대로 움켜잡고 자신 쪽으로 바짝 당겼다.
“끄아아아아악!”
“말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초원의 전사다. 단 한 번도 너희의 종인 적 없었어. 배신? 가당치도 않 은 소리지.”
콰아아아앙!
사람의 몸을 빨랫감처럼 바닥에 내려쳐 버린 바토르가 몸을 빙글 돌 렸다.
“아니, 배신자도 좋겠지. 그 배신 자에게 목이 뽑히는 심정은 아주 독 특하겠지. 자, 다음 사람?”
감히 달려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