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36)
마존현세강림기-737화(735/2125)
마존현세강림기 30권 (16화)
4장 강림하다 (1)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어느새부터 현실감이 날아가 버렸 다.
우즈하오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심정으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 보았다.
현실감을 가지라고?
이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이라고?
누가 그걸 모르는가.
안다, 알고 있다.
그래서 뭐가 어쨌단 말인가.
지금 눈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즈하오는 그의 멱 살을 틀어쥐고 머리를 끌어당길 것 이다. 그러고는 그의 귓가에 대고 소리치겠지.
봐라!
저게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 는 일이다.
그런데 뭐?
현실감?
엿 같은 소리 지껄이지 마라.
저게 어떻게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악이란 것은 형체가 없다.
세상 어느 곳에나 악은 구전되지 만, 형체가 묘사되지 않는다.
하지만 보라.
저곳에 있다.
악이 저곳에 형체를 만들고 있었 다.
세상 그 어느 것도 악이라는 언 어를 저토록 완벽한 형태로 표현하 지는 못할 것이다.
보라.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듯 검 다. 그리고 어둡다.
검디검은 어둠이 물결치고 있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악이 으르렁댄다. 금방이라도 어 디라도 달려들어 찢고, 물어뜯고, 울 부짖을 것처럼 더없이 격렬하게.
‘대체 뭐냐고.’
그 역시 무의 세계에 사는 사람 이다.
인간이 현실이 아니라고 여기는 영역의 절반쯤은 이미 현실에서 이 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는 없어도, 하늘로 뛰어오를 수 있고…….
물속에서 살 수는 없어도, 물속에 서 하루쯤은 버틸 수 있다.
상식과 비상식의 영역.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줄타기하는 이들이 바로 무인들이다. 어쩌면 그 들에게 상식과 현실이라는 말은 의 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건 아니다.
저건 이미 상식이나 현실이라는 잣대로 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 다.
그야말로 환상.
그야말로 절망.
눈이 아닌, 영혼이 먼저 반응하는 절망의 향연이었다.
“어•••••• 으••••••
우즈하오의 턱이 덜덜 떨려온다.
윗니와 아랫니가 그의 통제를 벗 어나 격렬하게 맞부딪치고 있었다.
강함?
그런 게 아니다.
그래, 강하겠지. 물론 강할 것이 다. 저런 말도 안 되는 현상을 만들 어내는 이가 약하다면 세상에 뭐가 강하겠는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지금 그를 떨게 만드는 것은 상 대의 ‘강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 다. 좀 더 근원적인 무언가였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호랑이를 본 적 없는 개도 호랑이 털의 냄새 를 맡는 순간, 꼬리를 말고 오줌을 지린다.
알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본능에, 영혼에 박혀 있는 두려움 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저 무엇인가를 당 연히 두려워해야 한다고, 네 모든 힘을 다해 떨어야 한다고 그의 영혼
이 외치고 있었다.
“아••••••
다른 이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 다.
심지어 차이커창마저 온전히 제자 리에 서지 못했다.
휘청이던 그의 몸이 겨우 다시 자리를 잡는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다.
‘마인.’
마인이라는 말은 너무도 흔한 말 이다.
하지만 오늘, 차이커창은 왜 그들 의 ‘마(魔)’라 불리는지를 깨닫게 되
었다.
마공을 쓰기 때문이 아니다.
정공을 쓰는 이들을 정인이라 부 르지 않고, 사공을 쓰는 이들을 사 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오로지 마공 을 쓰는 이들만이 마인이라는 이름 으로 불린다.
그 의미를 진작부터 알아야 했다.
마공을 익힌 이들은 무인이 되는 게 아니다. 그 스스로 마가 된다.
보라.
저 모습을.
저건 무인이 아니다.
그래. 그야말로 마인(魔人).
그 말이 아니고서야 그 어떤 말 로 저자를 표현할 수 있겠는가.
차이커창은 덜덜 떨리는 손을 주 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만은 떨어서는 안 된다. 다른 모든 이들이 공포에 질리더라도 그 만은 침착해야 한다. 속으로는 침착 할 수 없더라도 겉으로나마 침착함 을 보여야 한다. 위에 선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공포에 질려 소리치는 이의 명령 을 누가 들으려 하겠는가.
차이커창이 깊이 심호홉을 했다.
“당황하지 마라.”
다행히 목소리는 떨려 나오지 않 았다.
그에 귀에만 그리 들리는 것인지, 다른 이들도 그리 듣고 있는지 의문 이지만, 확인할 방도는 없었다. 그저 떨리지 않는다고 믿을 수밖에.
“모습에 현혹되지 마라. 저건 사 람이다! 인간이다!”
말을 하면서도 차이커창은 자신의 혀를 난도질하고 싶은 심정을 느끼 고 있었다.
이따위로 밖에 말을 할 수 없단 말인가.
저 기괴한 광경을 두고 같은 사
람이니 겁먹지 말라니. 이런 설득이 먹힐 리가 있나.
언제나 명쾌하게 움직이던 그의 뇌가 잔뜩 녹이 슬어버린 자전거 체 인처럼 삐걱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억지를 부려야 할 때다.
무슨 말이라도 지껄여야 한다. 모 두가 공포에 질려 대항할 의지를 놓 아버리기 전에, 말도 안 되는 소리 라도 지껄여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끌어야 한다.
“그••••••
차이커창이 다시 뭔가를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차이커창의 그리 크지 않은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밀려온다.
강진호에게서 검은 마기가 마치 검은 물결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저 검은 마기에 닿으면 어떤 일 이 벌어지는지.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은 그들의 상식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으니까.
하지만 모두가 알 수 있었다.
닿아서는 안 된다.
세 살박이 아이라도 알 수 있다. 저 마기가 얼마나 불길한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지.
“물러나! 물러나라! 당장!”
“피해! 피하라고!”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눈이 있는 자, 움직일 수 있는 자 들은 모두 강진호가 뿜어낸 마기에 서 멀어지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심지어 마인들조차 공포에 질린 눈 으로 조금이라도 마기에서 멀어지려 고 서로를 잡아끌고 매달렸다.
“놔! 이거 놓으라고!”
달라붙는 동료를 떼어놓는 과격한
손길들이 이어진다.
“아, 안 돼!”
마기가 무인들을 덮친다.
어둠.
빛 한 점 들지 않는 거대한 어둠 이 세상을 뒤덮는다.
“히 익!”
미처 달아나지 못한 이들은 타르 같은 마기에 휩싸였다. 전신이 무거 운 물에 눌리는 듯 둔중한 무게감. 벗어나기 위해 발악을 해보지만, 심 해를 헤매는 듯 휘적거리는 동작밖 에는 나오지 않았다.
“사, 살려……
압력이 가중된다.
보이지 않는다. 들리지도 않는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사라진다. 손끝 에서 느껴지던, 질척대는 감각조차 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둠.
모든 것이 검다.
발끝에 닿은 대지의 존재조차 희 미해진다.
“끄……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보지만, 스스로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다. 눈이 가려지고 귀가 틀어막힌 채 어두운 심해에 강제로 던져진 것
처럼 그저 허우적댈 뿐이었다.
두려움.
미쳐 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몰 려온다.
감각을 빼앗긴다는 것은 확신을 빼앗긴다는 것과 같다. 인간은 자신 의 발에서 느껴지는 감각으로 자신 이 대지를 밟고 서 있다는 것을 자 각하고, 보이는 것으로 자신의 위치 를 가늠한다. 귀로 들어 안심하고, 코로 냄새를 맡아 세상을 곁눈질한 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냄새 조차 맡을 수 없다면?
필사적으로 더듬고 또 더듬어도 손끝에 아무런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면?
살아 있음을 실감할 수 있겠는 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선명하던 심장 소리마저 멀어진 다. 심장이 뛰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두려움.
이건 격이 다른 두려움이었다.
소리를 지르고 바락바락 악을 쓰 며 바닥을 뒹굴어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몸이 바닥에 닿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세상이 무 (無)로 화한다.
지옥이 있다면, 이게 지옥이다.
차라리 죄인의 가죽을 벗기고 불 속에 던진다는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게 낫다.
그곳에서는 적어도 고통이라도 느 낄 수 있을 테니까.
고통조차도 살아 있음에 대한 확 신이다.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 는 감각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조차 허락되 지 않는다.
감각의 부재.
그건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고 문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미쳐 간다.
순식간에.
“물러서라! 당장!”
차이커창이 기겁을 하여 소리쳤 다.
‘움직임이 없어.’
마기의 물결에 휩쓸려 들어간 이 들이 뛰쳐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저 곳에 빨려 들어간 이들이 홍왕계의 당당한 무인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한 다면, 무척이나 심상치 않은 일이다.
저 불길한 곳에서 안락함을 느낄 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차이커창이라 해도 마기가 몸에 닿는 순간, 다리를 끊어서라도 탈출 하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 사실이 차이커창을 질리게 만 들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는 바보가 아니다. 아무리 악마 가 강림한 꼴이라고는 하지만, 강진 호가 진짜 악마일 리는 없다. 그렇 다면 저 모든 것은 무학으로 이루어 진 현상이란 뜻이다.
가능한가?
강진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저런 ‘이적’에 가까운 일이 정말 가 능하단 말인가? 저만한 범위를 기운 으로 뒤덮어 단련된 무인을 순식간 에 집어삼키는 게?
가능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상식과 비상식이 얽혀든다.
현실과 환상이 혼재하고 있다.
차이커창은 갈피를 잡을 수 있었 다.
강진호는 지금까지 그가 상대해
온 그 누구와도 다르다.
‘자괴감에 자살이라도 하라는 거 냐, 이 빌어먹을 새끼야!’
상황이 이리 급박하지 않았다면 차이커창은 지금쯤 자신의 머리카락 을 모두 쥐어뜯어 버렸을지도 모른 다.
저자가 강진호다.
그가 아무것도 아니라 여긴.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 죽일 수 있을 리가 믿은.
그리고 심지어 더 이상은 어찌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서도 마음 한구 석으로는 한반도라는 지형적 이점이
그를 살려주고 있었다 믿은!
그 강진호다.
‘잘도 그딴 생각을 해 댔구나.’
할 수만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그딴 망발을 지껄인 자신의 혀를 칼 로 난도질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 다. 대체 무엇을 보았단 말인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머리가 있어도 생각하지 못했다.
저자는 괴물이다.
상식으로 재단할 수 있는 존재는 더 이상 괴물이라 불리지 못한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 강함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괴물은
이해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진다.
그러니 저자에게는 괴물이라는 말 이 더없이 잘 어울렸다.
재단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으 니까.
“죽여어어어어어어어!”
달아날 수 없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이해할 필요도 없다. 죽어버린 것 은 더 이상의 이해를 바라지 않으니 까.
차이커창의 절규와 함께 단혈조가 검을 빛내며 강진호에게로 달려들었 다.
“차아아압!”
맹진.
검은 마기를 줄줄이 뿜어내는 마 왕에게로 십여 개의 백색 유성이 날 아든다. 그건 마치 신화와도 같은 광경이었다.
바닥을 밀어내던 마기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댄다. 그 하 나하나가 요동치는 괴물처럼 날아드 는 단혈조들을 향해 솟구쳤다.
작은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마기가 단혈조를 덮친다. 베어내고 저항하지만, 찰거머리처
럼 달려드는 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당하지는 않았다.
달려드는 마기를 피하는 데 성공 한 이들은 이를 악물고 허공을 박차 며 강진호에게 날아들었다.
푸우욱!
검이 무언가를 꿰뚫는 소리가 섬 뜩하게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