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38)
마존현세강림기-739화(737/2125)
마존현세강림기 30권 (18화)
4장 강림하다 (3)
아무래도 맞지 않다.
다가오는 적을 수동적으로 맞이하 는 건 말이다.
웃음이 새어 나온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거들먹거리는 것에는 도무지 익숙해 질 수가 없다. 그가 있어야 하는 곳
은 언제나 뼈와 살이 맞부딪치는 전 장.
거친 숨소리와 비명 소리가 오케 스트라처럼 울려 퍼지는 전장의 한 가운데 였다.
바닥으로 내려선 강진호가 적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단전을 녹여 버릴 듯 끓어오르던 마기가 그의 전신을 순식간에 치달 아 적루로 옮겨간다.
그그그극.
밀려 들어오는 내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적루가 비명을 지른다. 일반 적인 장검이었다면 이미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적루는 신검 중의 신검.
적천마존의 신화를 함께한 검이 다. 이 정도를 버티지 못할 리가 없 다.
우우우웅!
강진호의 생각에 호응하듯 부러질 듯 거걱대던 적루가 일순 검명을 토 한다.
강진호가 땅을 기듯 앞으로 돌진 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앞으로 숙여진 몸이 광속으로 전진한다. 그 모습을 본 무인들이 기겁을 해 물러 나려고 했지만, 다가서는 강진호보
다 빠를 수는 없었다.
되레 등 뒤의 무인들과 얽혀들며 간격을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 동시 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무인들을 본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일검.
붉고 검은 기운의 거친 소용돌이 를 버텨낸 적루가 거대한 검강을 사 방으로 뿜어낸다.
가른다.
보이는 모든 것을 가른다.
타오르는 듯한 검강을 뽑아 올린 적루는 스치는 모든 것을 가르고 잘 라냈다. 공기도, 육체도, 그리고 저
항의 의지마저도 일검에 갈라 버렸 다.
스스슷.
검이 휘둘러지는 소리는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거칠고 과감하게 휘둘러진 일검에 서 저런 소리가 난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미약하지 않았다.
검강으로 길게 늘어난 검이 드넓 은 공간을 일자로 베어낸다.
‘어?’
생겨나는 당혹.
검이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 검은
어느새 회수되었다.
그런데 왜 아무런 변화가 없는가.
그 순간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본 이들은 확인할 수 있었다. 멀쩡하던 옷이 불어오는 바람에 갈라진다. 그리고 옷 안으로 보이는 허리에 붉은 선이 생겨난다.
그 붉은 선이 의미하는 것은 너 무도 명확했다.
자신의 육체가 천천히 갈라지는 것을 목격하는 무인들이 서서히 공 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에게는 공포를 만끽할 시간조차 주
어지지 않았다.
촤아아아아악!
갈라진 혈관들이 피를 뿜어낸다. 허리에서 뿜어지는 피를 보며 그들 의 의식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털썩, 털썩.
지지대를 잃어버린 상반신들이 바 닥으로 떨어진다.
그건 너무도 기이한 광경이었다.
강진호의 검에 허리가 잘린 이들 의 상반신이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하반신들은 아직 자신들의 죽음을 알아채지 못했는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잘려진 허리에서 피가 허공으로 울컥울컥 솟구친다.
마치 피로 만들어진 분수처럼 말 이다.
차이커창은 그 광경을 보며 심장 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저자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상대가 겁을 집어먹 는지, 어떻게 해야 소수가 다수로 싸울 때 가장 효율적인지.
최소한의 힘으로 안배를 해가며 싸운다?
개소리.
힘을 아끼는 방식으로 소수는 절
대 다수를 이길 수 없다. 소수가 다 수를 이기는 방법은 압도적인 힘으 로 겁을 집어먹게 만드는 것이다.
그 옛날 초패왕 항우가 3만의 병 력으로 50만을 이긴 것처럼, 연인 장비가 장판파에서 조조의 대군을 막아낸 것처럼…… 언제나 소수가 다수를 상대로 압도적인 활약을 할 때는 패도적 장수의 악귀 같은 활약 이 있기 마련이다.
다수라 한들 결국 인간.
사람을 짚단처럼 쓸어버리는 적의 존재 앞에서는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다.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
도 없으니까. 모두가 달려들면 당연 히 이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 코 달려들지 못한다.
죽을 테니까.
다른 이의 희생으로 승리를 얻고 싶어 하는 이는 많아도, 자신의 죽 음으로 승리를 이루고 싶은 사람은 없다. 설사 있다 한들 그야말로 소 수. 그런 소수조차도 저런 악마의 앞에 서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강진호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 고 있었다.
그의 모든 공격과 무공은 상대를 공포에 떨게 만든다.
기운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으면서도 마 치 데몬스트레이션을 하듯 언제나 과장된 동작으로 과격하게 상대를 박살 낸다.
그 효과는 아주 극명했다.
“히이이이이익!”
“살려줘어어어어어!”
무너진다.
단단하게 쌓아둔 진형이 일거에 무너진다. 눈앞에서 마귀가 달려드 는 것을 본 이들은 지금까지 스스로 쌓아 올린 무학에 대한 확신도, 무 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모두 잃고 도
망치기 급급했다.
“정신 차려! 빌어먹을, 정신 차리 라고!”
차이커창이 목이 터져라 소리쳤지 만,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당연하다.
차이커창 역시 자신이 얼마나 무 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라고? 이 상황에서?
그게 가능하면 저들이 저런 지위 에 머물러 있을 리가 없다. 진즉에 위로 올라섰겠지.
강진호의 모습은 악귀, 그 자체였
다.
일반적으로 강진호와 같은 강자는 도망치는 자의 뒤를 쫓지 않는다. 최소한의 체면이라도 가지고 있는 자라면 자신의 앞에서 등을 보이는 자에게는 칼을 꽂지 않는 게 미덕이 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진호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자들을 끝 끝내 쫓아가 베어버린다.
사방으로 잘린 팔다리와 피가 튀 어 올랐다.
어느새 붉은 피로 흠뻑 젖어버린
강진호가 기괴한 미소를 입에 담으 며 적루와 청루를 찌르고 또 찔렀 다.
붉지 않은 부분이라고는 간간이 드러나는 새하얀 이밖에 없다. 그리 고 그 이가 드러날 때마다 차이커창 은 심장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섬뜩함을 느껴야 했다.
웃고 있으니까.
달아나는 이의 등을 가르고, 그 목을 뽑아버리며 웃고 있다.
저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저리 잔인할 수는 없다.
왜 마인들이 악마라 불렸는지, 마
교가 악의 화신이라 불렸는지 두 눈 으로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광경이었 다.
‘이성을 잃었나?’
피에 취했다.
강진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저 눈앞의 모든 것 을 베어넘긴다. 달아나는 이의 머리 채를 움켜잡아 목을 꿰뚫는다. 검을 비틀어 머리를 날려 버리고는 손에 남겨진 머리를 집어 던진다.
손을 들어 얼굴에 튀다 못해 방 울져 홀러내리는 피를 훔쳐내고는 다시금 앞으로 돌진, 다시 돌진한다.
다른 이가 저런 모습을 보였다면 차이커창은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희생은 안타깝지만 적장이 이성을 잃어간다는 것은 분명 호재였으니 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건 절 대 호재가 아니었다. 미쳐 버린 적 장을 함정에 빠뜨리거나, 그 사실을 이용할 수 있을 때나 호재라고 하는 것이다.
손도 대지 못하는 놈이 미쳐 날 뛰고 있는데, 그걸 어찌 호재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재앙.
저건 재앙이었다.
“미쳤어……
바토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 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자부하는 바토르이지만, 이런 광경은 본 적이 없다.
마귀.
말 그대로 마귀가 날뛰고 있었다.
지옥의 수라를 현세에 풀어놓으면 저런 꼴이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 였다. 이미 바토르는 강진호와 손속 을 겨룬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전 투에서 바토르는 지옥을 맛봤다.
심장을 조여오는 악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바토 르를 짓밟아 죽여 버리겠다는 의지.
그 넘쳐흐르는 살기를 정면에서 맞받는 것만으로 정신력이 움푹움푹 깎여 나간다. 이미 바토르는 그 경 험을 해보았다.
하지만 그때의 강진호조차 저 정 도는 아니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았나?’
강진호는 강해졌다. 그와 싸울 때 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보고 있자면 명백하다. 강진호는
바토르와 싸울 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당시의 강진호가 지금처럼 격렬하게 달려들었다면, 바토르도 얼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강진호의 모습에 질 린 바토르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 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단언할 수 있는 건, 지금의 강진 호 앞에서는 바토르는 5분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싸우는 내내 고양이에 게 희롱당하는 쥐처럼 난도질을 당 한 채 죽어가겠지.
이게 마인이다.
바토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대체 무엇이 주인의 본모습인가.’ 때때로는 바토르가 웃음을 터뜨릴 정도로 어리숙하다. 그리고 지켜보 고 있으면 답답할 정도로 정이 많 다. 이득이 없는 자에게 헌신하고, 스스로의 힘이 무색할 정도로 자신 을 낮춘다.
평소의 강진호는 정인군자라는 말 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이익에 민감하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대상이 지인에 한정된다는 점만 뺀다면, 그는 완벽한 정인군자 다.
그리고 그 정인군자와 저 악귀가 동일인이 다.
허리가 갈려 바닥에 쓰러진 채 절규하는 이의 머리를 짓밟고, 얼굴 로 튄 적의 살점을 거칠게 뱉어내 는.
달아나는 자의 등에 끝끝내 검을 박아 넣고, 목을 갈라 버리고, 울부 짖으며 비는 이를 걷어차 머리를 터 뜨려 버리는 이가 말이다.
소름이 돋는다.
아무리 인간이 양면적인 존재라지 만, 저런 양극단을 한 몸에 가지고 있는 자는 세계를 다 뒤져 봐도 강
진호가 유일할 것이다.
모두가 굳어버렸다.
등 뒤에서 쓰나미라도 밀려오는 듯 새파랗게 질려 기어서라도 달아 나려 애쓰는 무인들, 그리고 그 광 경을 얼이 빠져 지켜보는 마인들조 차도 모두.
그들이 머릿속으로 그린 그림은 모두 어그러졌다.
강진호가 검을 뽑고 자신의 본모 습을 드러낸 것만으로 이 공간은 그 의 지배하에 들어왔다. 꼼꼼히 세운 계책이 다 무슨 소용이었나 싶을 정 도로.
바토르조차, 그리고 장민조차 질 린 눈으로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 있다.
그 순간이었다.
“……뭘 하고 있는 거지?”
강진호의 고개가 바토르와 장민에 게로 향했다.
쿵!
강진호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바 토르는 자신도 모르게 한쪽 무릎을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왕을 알현하는 신하처럼.
“주, 주인이여.”
강진호가 손을 들어 얼굴에 홀러
내리는 피를 천천히 닦아냈다.
“뭐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바토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뭘 하고 있느냐고?
그렇다.
강진호는 그들에게 부두로 탈출하 라는 명을 내렸다. 그런데 뭘 지켜 보고 있단 말인가.
바토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움직여라! 부두로! 지금 당장 달 려라!”
“예!”
마인들이 다시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나사가 부러져 버린 시계 태엽처럼 망가졌던 흐름이 순식간에 복원된다.
강진호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 보다가 몸을 돌렸다.
“죄는 나중에 묻지.”
“충!”
고개를 숙인 바토르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났다.
‘얼이 빠졌어.’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느껴진 다. 스스로의 임무조차 잊어버리지 않았는가.
“달려라! 다리가 부러지도록 달
려!”
바토르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마인들이 지진을 만난 쥐 떼처럼 부두를 향해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