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40)
마존현세강림기-741화(739/2125)
마존현세강림기 30권 (20화)
4장 강림하다 (5)
“준비는 끝났어?”
“네. 예정된 위치로 이동했어요. 기다리고 있답니다.”
“위치 한 번 다시 확인해 봐.”
“부장님, 확인했다고 말씀을……
“알았으니까 닥치고 다시 확인해 보라고 하잖아!”
이현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의 모습은 평소 그녀가 알던 이현수가 아니었다. 예리하게 곤두 선 신경을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하 는, 마치 칼날과도 같은 남자가 되 어 버렸다.
“지금 바로 확인할게요.”
“동시에 통신으로 접근하는 이가 없는지도 확인해.”
“네.”
이현주는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 다.
‘지금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 어.’
이현주도 눈치라는 게 있는 사람 이다.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현수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현수는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빼앗긴 아이처럼 잔뜩 독이 올라 있 었다.
‘그럴 만도 하지.’
신경이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지 금 이현수와 강진호가 하고 있는 짓 은 그만큼이나 위험부담을 지는 일 이었으니까.
처음 그들의 작전이 무엇인지 들 었을 때, 이현주의 입에서 나온 말
은 아주 간단했다.
“이제 아주 미쳤군요.”
하극상이라 해도 딱히 부정할 수 없는 말이지만, 그 말이 아니고서는 이 기막힘을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이현수 역시 이 작전이 미친 짓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저 어색한 웃음으로 민망함을 때울 뿐이다.
공해에 띄워둔 배로 헤엄을 쳐서 이동한다?
‘말이야 쉽지.’
말로야 화성에서도 축구를 차고 돌아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말뿐 인 작전을 수립하는 게 아니라, 그 작전을 현실로 옮기는 데 있었다.
이현수와 강진호의 작전은 현실화 하기에 무리수가 너무 많았다.
한두 사람을 그런 식으로 옮기는 것이야 가능할 것이다. 이동해야 하 는 사람들은 평범한 일반인이 아니 라 무인들이니까.
하지만 그 수가 일만이어서는 현 실성이 없다.
‘말이 일만이지.’
웬만한 축구 경기장을 꽉 채워
버릴 수 있는 숫자다. 그만한 인원 이 한 곳으로 몰리면, 싫어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중국의 무인계라면 가능할 것이 다. 공안에게도 그들의 힘은 미치니 까. 하지만 마인들에게는 그만한 권 력도, 힘도 없다.
숫제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는 뜻 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공안과 충 돌하더라도 한국 정부에 항의가 들 어오지는 않을 거란 점이지.’
그 사실을 위안 삼아 버티기에는 지금 이현주가 서 있는 곳이 너무
백척간두였다.
“후우.”
전화가 연결되자 이현주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통화가 끝나자 이 현주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었다.
“위치 확실합니다. 이쪽에서 파악 한 GPS와 정확하게 일치해요. 그리 고 아직은 접근하는 이들이 없답니 다.”
“그래?”
이현수가 초조한 얼굴로 전화기를 바라보았다.
‘연락이 왔어야 해.’
문제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면
지금쯤 연락이 왔어야 한다. 그럼에 도 연락이 없다는 건, 당연한 방해 와 조우했다는 뜻이다.
이현수는 절대적으로 강진호를 신 뢰한다. 그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강진호가 있는 이상은 별문제가 없 으리라 믿는다.
설사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 했다 할지언정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진호만큼은 그 한 몸을 빼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불안하지?’
달궈진 철판 위에 서 있는 기분
이다.
진정하려고 하는데 진정이 되지 않는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고 있다. 몸이 절로 조여드는 이 압박감이 이 현수를 안절부절못하게 만들었다.
“ 다시••••••
“진정 좀 하세요, 부장님.”
이현수가 고개를 돌려 이현주를 바라보았다.
“진정이 안 되시면 나가서 담배라 도 한 대 피우고 오세요. 부장님이 그런다고 이국 땅에 있는 사람들이 안전해지지는 않잖아요. 그리 걱정 이 되시면 다른 대책이라도 마련하
시든가요.”
“••••••제길.”
“그게 아니면 긴장을 좀 풀고 계 세요. 그래야 연락이 오면 바로 대 처를 하실 것 아니에요.”
옳은 말이었다.
이현수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 말이 맞다.”
이현수라고 모르는 바는 아니었 다. 하지만 그 사실을 정확하게 지 적받으니 속이 좀 풀리는 기분이다.
“입항할 부두 쪽은?”
“처리해 뒀어요.”
u O 으 ’’
할 일은 모두 했다. 냉정하게 말 해서, 이 일은 이제 이현수의 손을 떠났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행동 은 모든 일이 무사히 처리되길 비는 것뿐이다.
그 외에 해야 할 일은 모두 손을 써두었다.
‘다시는 외국에 나가지 못하게 해 야겠어.’
손쓸 수 없는 곳에 왕을 보낸다 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이번 일로 크게 실감하고 있는 이현수였 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시라구요. 강
진호 씨는 강하잖아요.”
“강하지.”
“그런데 뭐가 그리 걱정이세요. 어차피 그 마인들을 걱정할 부장님 이 아니시잖아요. 그럼 강진호 씨를 걱정한다는 건데, 그분이 걱정받을 분이에요?”
“아니지. 한국에서라면.”
“••••••네?”
“중국이라면 강진호 씨조차 장담 할 수 없는 땅이야. 용이 사는 동네 니까.”
“……용이요?”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이현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문제없이 돌아오십시오.’
강진호의 빈자리를 누구보다 실감 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현수 였다.
“달려! 달려라!”
주강은 다리가 터져라 달리고 있 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그가 무인이라고는 하나 체력이 무한인 것은 아니다. 그는 보통 사
람들보다 빠른 속도로 오래 달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힘을 안배하기 때문이다.
전력으로 달린다면 보통 사람의 몇 배나 되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그 전력이 유지되는 시간은 보통 사 람과 별다를 게 없었다.
그러니 지칠 수밖에.
다리가 후들거린다.
시야가 백색으로 물드는 느낌이었 다. 하지만 주강은 불만 없이 달렸 다. 달리고 또 달린다.
그렇게 달리는 그의 가슴은 기이 한 감정으로 벅차오르고 있었다.
‘저분은 인간이 아니야.’
그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마존의 신위를.
과거에 그가 본 것이 전부가 아 니었다. 마존은 그가 상상하는 것과 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 다.
그래, 강하다.
그리고 잔혹하고, 무자비하고, 인 정사정이 없었다.
그야말로 마인.
주강 역시 다른 이들에게는 마인 이라 불리지만, 강진호가 날뛰는 모 습을 보고 나니 감히 마인이라는 말
을 쓰는 것이 주저될 정도였다.
어디 감히 자신들이 마인이라 자 부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백번이 아니라 일억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강진호처럼은 될 수 없다. 그건 어쩔 수 없이 인정해 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백분지 일이라면?
세상이 마왕으로 인정하는 수준까 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저 강진호의 앞에서 스스로를 당당히
마인이라 자부할 수 있는 수준까지 는 올라갈 수 있을까?
주강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가능하다.’
분명 가능할 것이다.
마존이 그리 말했으니까. 지옥을 보는 대가로 그를 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했으니까.
그러니 이곳만 빠져나가면 된다.
저 앞에 보이는 바다로 뛰어들어 약속된 위치까지만 헤엄쳐 가면, 그 는 한국으로 갈 수 있다. 그리고 한 국에 도착하면 마존이 그를 진정한 마인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그 사실을 생각하면 참아낼 수 있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도, 금방이 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심장도 움 켜쥐고 달릴 수 있다.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희망이라 는 것을 이제야 실감하는 주강이었 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삶에 지쳐 있던 그다. 언제 이런 활력을 느껴 보았겠는가.
마왕이 악귀처럼 날뛰는 모습에서 희망을 얻는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주강은 지금 이 순간 강 진호의 무위에서 찬란히 빛나는 희
망을 보고 있었다.
“돌아보지 마라!”
“마존께서 그대들의 뒤를 받친다! 달려라! 숨이 끊어져라 달려!”
이렇게 체력을 낭비하고도 그 먼 거리를 헤엄쳐 갈 수 있을까 의문이 지만, 장로들은 뭔가에 쫓기는 것처 럼 그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다른 이는 몰라도 주강은 그 이 유를 알고 있다.
‘상황이 언제 변할지 모른다.’
지금이야 마존이 양 떼 속에 뛰 어든 늑대처럼 양들을 몰아가고 있 지만,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 저들이 언제까지 저리 얌 전히 당하고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 었다.
마존이 아무리 강하다고는 하나, 저만한 인원들이 달려들면 자신들을 모두 보호할 수는 없었다. 저들도 만만찮은 피해를 입겠지만, 마인들 은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것이 다.
그러니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 에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탈출하려 는 것이다.
“서둘러라! 빨리!”
주강은 이를 악물고 달렸다.
장로들만큼이나 그들도 마음이 급 했다.
이곳만 빠져나가면 된다, 이곳 만…….
이곳만 빠져나갈 수 있으면…….
이윽고 주강의 눈에 부두가 들어 왔다.
“허억! 헉! 허억!”
부두가 보이자 전신에 힘이 돌아 오는 느낌이었다. 단단한 콘크리트 로 쭉 뻗어 있는 부두를 달려 바다 로 뛰어들기만 하면 된다.
그럼 새로운 인생이…….
그때, 주강의 눈에 조금 기이한
것이 들어왔다.
‘뭐지?’
부두에 끝에 무언가 있다.
‘사람‘?’
사람, 사람이다.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부두의 끝에 서 있었다. 아니,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위화감이 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일 순 주강을 휩쓸었다. 주강은 자신을 들썩이게 만드는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이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하는가.
그를 들끓게 만드는 감정이 무엇 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위화감의 이유는 알 것 같았다.
다가온다.
느릿한 걸음으로.
뭐가 이상하냐고?
일만에 가까운 이들이 목숨 건 질주를 하고 있다. 그걸 반대편에서 보면 어떤 느낌이겠는가. 폭주하는 물소 떼가 자신에게 미친 듯이 달려 든다고 생각해 보라.
보통은 달아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쪽으로 되레 다 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마치 산보를
하는 듯 느릿한 걸음으로 말이다.
‘대체 뭐지?’
의문은 길지 않았다.
사내가 그들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느릿하고 여유로운 동작. 하지만 태풍을 맨손으로 막아내려는 듯 부 질없어 보이는 동작이었다.
그와 동시에 들린다. 아주 똑똑하 게.
“쥐새끼들이……
사내의 손에서 눈부신 광채가 뿜 어져 나온다. 눈이 멀어버릴 것 같 은 찬란한 광채에 주강이 양손을 들
어 눈을 가렸다.
“아아아아악!”
비명이 절로 나온다. 아주 잠깐 빛을 마주했을 뿐인데, 눈이 타오르 는 것 같은 고통이 일었다. 눈물이 쉬지 않고 줄줄 흘러내린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
세상이 터져 나가는 듯한 굉음.
눈이 멀고 귀가 막혀 버린 마인 들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자세를 낮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느끼기에는 억겁과도 같지만, 분 명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눈■이 다시 떠졌다.
‘뭐냐고!’
흐릿하게 돌아오는 시야. 주강은 모든 힘을 눈에 집중해 사내를 바라 보았다.
붉은, 더없이 붉은 적포.
그리고 사자 갈기처럼 뻗친 검은 머리.
짧게 잘린 수염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사내는 그야말로 패도의 화신 이라 불려야 할 것 같은 모습을 하 고 있었다.
사내를 마주한 순간, 주강은 아찔 함을 느꼈다.
다르다. 분명 과거에 느낀 그 감 정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 위압감은 과거 마존을 보았을 때와 크게 다르 지 않았다.
무릎이 절로 꺾인다.
필사의 의지로 참아내려 하지만, 그의 몸은 눈앞의 상대에게 복종하 라고 발악을 하고 있었다.
누구이기에.
저자가 대체 누구이기에.
그때, 주강의 등 뒤에서 신음과도 같은 목소리가 홀러나왔다.
“홍……왕……
중국을 지배하는 삼왕.
패도의 화신.
홍왕이 마침내 이곳에 강림한 순
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