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41)
마존현세강림기-742화(740/2125)
마존현세강림기 30권 (21화)
5장 타오르다 (1)
지형이 변했다.
그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어이없고 웃기는 말이지만, 말 그 대로 지형이 변해 있었다. 홍왕이 내뿜은 거대한 광채는 부두로 가는 길을 완전히 부숴놓았다.
커다란 장정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움푹 파여 버린 바닥을 보며 주강이 마른침을 삼켰다.
‘인간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 인가!’
웬만한 폭탄을 터뜨려도 이런 흔 적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믿지 않 을 도리가 없었다.
눈으로 보이는 걸 어찌 부정하란 말인가.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이 증명하 고 있었다.
홍왕.
홍왕이다.
눈앞에 보이는 저 패도적인 남자 는 홍왕이 분명했다. 그가 아니라면 누가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겠는 가.
“••••••홍왕.”
바토르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굳어버렸다.
홍왕이다.
지금 그들의 앞을 막고 있는 자 는 분명 흥왕이었다.
눈을 몇 번이고 껌뻑이고, 혀를 깨물어봐도 눈앞의 사내는 분명 홍 왕이다.
‘어째서 홍왕이 여기에.’
왕은 결코 함부로 움직이는 존재 가 아니다.
특히나 홍왕은 자리를 함부로 뜨 지 않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 홍왕 이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바로 이 곳에.
“이••••••
턱이 덜덜 떨린다.
전신이 순식간에 축축한 땀으로 젖어들었다. 마치 물이라도 뒤집어 쓴 듯이 그의 몸에 걸치고 있던 옷 가지들이 땀에 젖어든다. 이마에 모 인 땀이 파고들어 눈을 따끔하게 만 들었다.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버린 것 같 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모든 계획은 이곳에 홍왕이 없다 는 것을 전제로 짜여졌다.
홍왕이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아니다.
홍왕이 이곳에 있다면 어떤 계획 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홍왕의 존 재는 계략이나 전략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살아 있는 재앙이라 불러야 할
자다.
이곳에 있는 마인들 중 그 사실 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가 바 토르였다.
홍왕이 적으로 그의 앞에 섰다는 것만으로 바토르는 이성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공포심에 휩싸였다.
‘어째서.’
이 정도는 아니었다.
과거 그는 홍왕과 직접 권을 겨 루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일방적이라는 말도 무색할 만큼 처참하게 깨지기는 했 지만, 결코 투지를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바토르는 홍왕을 보 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주체할 수 가 없었다.
‘홍왕과 적이 된다는 건 이런 의 미인가?’
홍왕의 타오르는 듯한 시선이 모 두를 홅었다.
“쥐새끼 같은 놈들.”
홍왕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노기가 담긴 음성.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마인 들의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화가 난 부모를 직면한 어린아이처럼 말 이다.
찬찬히 마인들을 홅던 홍왕이 바 토르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바토르.”
“내 너를 믿었거늘……. 홈?”
뭔가 말을 하던 홍왕이 미간을 좁혔다.
“섭혼인가? 과연.”
한눈에 바토르의 상태를 파악한 홍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에게 패했다 한들…… 바토 르, 너는 초원의 전사. 자존심을 굽 히고 상대에게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았겠지. 하나 섭혼이라…… 잘도
이런 비열한 짓을 저지르는군. 과연 마왕인가.”
바토르는 입을 열지 못했다.
홍왕의 무게감이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 흐음.”
천천히 모두를 둘러본 홍왕이 고 개를 들어 한곳을 바라보았다.
“어, 어떻게 저분이 여기에?”
차이커창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 떠졌다.
홍왕.
분명 홍왕이시다.
차이커창이 그 자리에 납작 엎드 렸다.
“호, 홍왕이시여! 죄인이 홍왕을 뵙나이다!”
들리지 않을 거리다.
아무리 목청껏 소리친다고 해도 이 거리에서 그의 말이 들릴 리가 없다. 하지만 차이커창은 조금도 의 심하지 않았다.
홍왕은 만물의 소리를 듣고, 만인 의 숭배를 받는 존재. 그의 말이 들 리지 않았을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홍왕의 시선이 차이커창에게로 향
한다.
너무도 멀어 점처럼 보이지만, 분 명 홍왕의 시선은 그에게 닿아 있었 다.
그리고 바로 그의 귓가에서 속삭 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차이 커창.”
“예! 홍왕이시여!”
“너는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죄송합니다! 홍왕이시여! 소신의 미욱함이 화를 불렀나이다!”
쿵 쿵!
차이커창이 연신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어리석은 놈. 내 그토록 경계하 라 일렀거늘.”
차이커창의 손에 식은땀이 배어났 다.
‘저분은 대체 어디까지를 보고 계 시는가.’
홍왕은 차이커창에게 처음 일을 맡길 때부터 상황이 이리되리라 짐 작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친히 이곳까지 왕림할 필요가 없으니까.
설명한다 해도 차이커창이 이해하 지 못할 것까지 내다보았다. 그러고 는 모두에게 자신의 움직임을 숨긴 채 불현듯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차이커창마저 알지 못한 홍왕의 움직임을 다른 삼왕계가 짐작할 수 있을 리 없다. 적의 움직임을 최대 한 억제하고 자신은 원하는 바를 이 룬다.
홍왕이기에 가능한 전략이고, 홍 왕이기에 가능한 움직임이다.
“물려라.”
“호, 홍왕이시여.”
“물리라 했다.”
“예!”
충심 가득한 차이커창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이커창은 대답을 끝 마치기 무섭게 몸을 벌떡 일으켰다.
시선을 돌리자 전장의 상황이 한 눈에 들어온다.
움직임이 멈춰 있다.
전장은 마치 필름을 정지시킨 영 화처럼 생동감을 잃고 있었다. 홍왕 의 등장이 모든 것을 압도해 버렸 다. 주인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된 무 인들은 지금까지의 공포심을 내던지 며 주인을 경배하고 있고, 날뛰던 마인들은 숨을 죽였다.
“물러나라!”
차이커창이 크게 외치자 마인들과 반쯤 뒤엉켜 있던 무인들이 슬금슬 금 거리를 거리를 벌리며 도열하기
시작했다.
혼란에 가득하던 대지가 침착을 되찾는다.
그러고 나서 찾아온 것은 고요함 이었다.
“……저자가 홍왕인가?”
“……그렇다.”
장민 역시 어찌할 바를 몰라 하 며 홍왕을 바라보았다.
‘어찌 저런 자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느껴진다.
인간.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저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 인간의 안에는 사람의 것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만 큼 거대한 힘이 담겨 있었다.
우그러진다.
장민의 눈에는 보였다. 세상을 흐 르는 기운들이 홍왕의 주변에 닿는 순간, 거짓말처럼 일그러진다. 그의 몸에 담긴 거대한 내공을 감당하지 못한다.
홍왕은 마치 그 몸 하나로 세상 과 맞서는 것만 같았다.
패도 (푸道).
한마디로 정의해야 한다면 그 말
밖에는 없었다.
‘저런 자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는 건가?’
장민은 홍왕을 처음 보았다. 긴 세월 동안 한 번쯤은 마주쳤을 만도 하건만, 우연인지 필연인지 장민은 단 한 번도 삼왕을 직접 대면한 적 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장민은 그 사실을 다행이라 느끼고 있었다.
꺾여 버렸을 테니까.
이전에 홍왕을 보았다면 장민은 마교의 부홍을 포기했을지도 모른 다. 저런 괴물을 꺾어내고 마교를
다시 천하의 지배자로 만든다는 것 은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야망이었 다.
지금이야 마존이 있으니 그런 꿈 을 버리지 않을 수 있지만, 마존이 강림하기 전의 장민이었다면 감히 꿈을 이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인가?
마존이 있기에 그런 꿈을 계속 꿀 수 있다고?
그럼 마존이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인가?
세상에 강림한 천신 같은 저자
를?
거대하다.
너무도 거대해서 눈이 부시다. 장 민은 홍왕에게 압도되는 자신을 느 끼며 주먹을 움켜잡았다.
이 무슨 추태인가.
마교의 장로인 그가 정파인에게 압도되어 경외를 느끼다니!
“조무래기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홍왕의 웅혼한 목소리가 퍼져 나 왔다.
“마왕은 어디에 있는가!”
그가 찾는 이가 누구인지는 너무 도 명백했다.
“강진호!”
홍왕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쩌 렁쩌렁 울렸다.
“강진호는 어디에 있는가!”
모두가 숨을 죽였다.
저 절대의 거인 앞에 목을 들이 밀고 싶은 자가 있을 리 없다. 제정 신이면 몸을 움츠리고 홍왕의 분노 가 자신에게 향하지 않기를 빌 것이 다.
하지만 이곳에 단 하나!
제정신이 아닌 자가 있었다. 움직인다.
거대한 뱀처럼 빽빽하게 뭉쳐 있
던 마인들의 한곳이 들썩인다.
파문. 그것은 마치 파문 같았다.
마인들이 뒤를 돌아본다.
그러고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좌우로 길을 텄다. 일만에 달하는 마인들의 중앙이 반으로 갈라진다. 그리 만들어진 길을 따라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마인들의 시선을 받으며.
존경과 신뢰, 그리고 간절하기 짝 이 없는 시선을 받으며 한 사내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 나왔다.
사내의 몰골은 보기만 해도 모골 이 송연할 지경이다.
걸음걸음마다 피의 발자국이 남는 다.
얼마나 많이 피를 뒤집어썼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몸을 타고 피가 홀러내리고 있었다.
끔찍하기 짝이 없는 꼴.
하지만 더없이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그그극.
늘어뜨린 검이 바닥을 긁는다.
양손에 잡은 검을 바닥에 늘어뜨 린 자.
이제는 마왕이라 불리는 자.
강진호가 열린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가라앉은 머리카락 사이로 번뜩이는 눈은 홍왕을 정확하게 주 시하고 있었다.
“강진호……
홍왕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 다.
그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신 음이었다.
‘홉사 악귀로구나.’
이질적이다. 너무도 이질적이다.
이곳은 혼돈이 가득 찬 땅이다. 정과 사와 마가 모두 제 갈 길을 잃고 뒤섞여 흔들리는 혼돈의 땅이 었다. 그러한 땅 위에서도 강진호는
너무도 이질적인 존재였다.
그 섬뜩한 모습은 홍왕조차도 움 찔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얼마나 많은 피를 보면 저렇게 될까.
그 가슴 안에 얼마나 사악한 흉 성이 들어차 있어야 저런 몰골이 될 때까지 사람을 죽여 댈 수 있단 말 인가!
홍왕 역시 수많은 세월을 겪었다.
전쟁의 참화도 몸으로 겪고, 지독 한 학살조차 그 눈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저 강진호의 모습은 그런 홍 왕조차 이를 갈게 만들 정도로 끔찍
했다.
악 (惡).
그래. 저건 움직이는 악이었다.
마침내 열린 길을 지나 홍왕의 앞에 선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홍왕 을 바라보았다.
정을 대표하는 패도의 화신.
마를 대표하는 적천의 마존.
시대를 넘어 마침내 조우한 둘은 서로를 시선에서 놓지 않았다.
이곳에 일만이 넘는 이들이 있지 만, 마치 둘만 존재한다는 듯 두 사 람은 오로지 서로만을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홍왕이었다.
“……네가 강진호인가?”
굳이 물을 것 없는 말. 이미 홍왕도 알고 있었다.
이자가 강진호다. 이자가 아니고 서야 누구도 감히 이곳에서 마존이 라 불릴 자격이 없었다.
“홍왕.”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거칠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네가 홍왕인가?”
빤한 물음에 화답하는 빤한 물음. 홍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어리석은 질문을 했구나.” “알면 됐어.”
홍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강진호. 그래, 강진호. 마침내 만 나게 되었구나, 강진호. 나는 정말이 지, 너를 만나고 싶었다.”
홍왕의 주변을 감싸고 있던 기운 들이 요동친다.
“오늘 이 자리에서 너를 죽여 마 의 싹을 뽑아버리겠다! 마왕이여!”
개천 (開天).
홍왕의 몸에서 흘러나온 기운들이 패도롭게 하늘로 솟구친다.
하늘을 열어버릴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