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45)
마존현세강림기-746화(744/2125)
마존현세강림기 30권 (25화)
5장 타오르다 (5)
“끄으으윽!”
차이커창은 자신을 뒤덮고 있는 육중한 무게를 느끼면서 이를 빠득 빠득 갈았다.
“으아아아! 빌어먹으으으으을!”
“지부장님! 몸을 낮추십시오!”
강진호와 홍왕의 충돌은 삽시간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릴 둣한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일반적인 무인은 그 힘 앞에 버틸 수조차 없다.
그리고 차이커창은 안타깝게도 일 반적인 무인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 했다. 그런 그를 충격파에서 보호해 준 것은 그를 호위하던 이들이 몸을 날려 만들어준 인의 장막이었다.
충격이 덮치는 순간, 그의 주변에 있던 이들이 차이커창을 내리누르고 그 위를 뒤덮어 자신들의 몸으로 충 격을 막아낸 것이다.
그럼에도 위가 뒤틀렸다.
입가로 쇠 맛이 나는 찐득한 액
체가 자꾸만 밀려 올라온다.
차이커창의 눈에 핏발이 섰다.
‘나는 대체 이곳에서 뭘 하고 있 는가.’
모멸감이 그를 헤집고 있었다.
자신만만하게 강진호를 잡아 죽이 겠다고 이곳으로 왔지만, 그는 아무 것도 해내지 못했다. 내놓은 수는 모조리 꺾였고, 예상은 하나같이 빗 나갔다.
뿐만 아니라 그가 실패할 것을 미리 알았다는 것처럼 홍왕이 이곳 으로 왔다.
피눈물이 흐른다.
제 주인의 뜻을 헤아리지도 못하 고, 옳은 길을 획책하려는 주인의 뜻을 번번이 가로막는 부하라니.
그런 놈이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단 말인가.
차이커창을 더욱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실패가 아니었 다.
이 실패가 너무도 당연하다는 사 실이었다.
거인과 거인이 서로 지축을 울리 며 싸우는 전장에서 인간은 아무런 영향을 행사할 수 없다. 그저 거인 들의 싸움을 그저 구경할 수밖에 없
다.
차이커창의 계획이 성공했다 한 들, 미리 강진호의 능력과 힘을 예 측했다 한들 그를 막을 수 있었을 까?
아니.
차이커창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 다. 이건 이미 계책의 영역이 아니 었다. 개미는 무슨 수를 써도 코끼 리를 막을 수 없다. 이미 강진호는 지략과 노력의 영역으로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게 차이커창의 패착이었 다.
“비켜라!”
충격이 잦아들자 차이커창이 팔을 뒤흔들었다. 이러다가는 충격에 죽 는 게 아니라, 그를 누르고 있는 놈 들의 무게에 내장이 터져 죽을 판이 었다.
하지만 그의 명에도 돌아오는 대 답은 단호했다.
“숙이십시오!”
“비키라고 했다! 빌어먹을, 내 눈 으로 상황이 어찌……
“이파가 옵니다! 숙이십시오!”
귀를 찌르는 비명에 차이커창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머리로 생각
할 틈이 없다. 머리 이전에 몸이 움 직인다. 그리고 몸의 판단은 정확했 다.
바닥이 들썩인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들썩이는 바닥이 납작 엎드린 차이커창의 몸 을 몇 번이고 허공으로 띄워 올렸 다. 그와 동시에 강한 압력이 그를 짓눌렀다.
밀려 올려지고 짓눌린다. 커다란 해머로 전신을 난타하는 것 같은 충 격이 차이커창의 몸을 파고들었다.
“아…… 아아아악……
속 시원할 만큼 크지도 못하고,
그저 끅끅 대는 듯한 비명이 그의 입에서 홀러나왔다. 차이커창은 머 릿속이 새하얘지는 듯한 충격에 반 쯤 정신을 잃었다.
이윽고 두 번째 충격마저 잠잠해 지자 차이커창이 손끝을 떨었다.
살아 있는가.
나는 살아 있는가.
확신이 서지 않은 어지러움이 그 를 덮쳤다.
허리 위로 뭔가 들썩이는 느낌이 난다. 하지만 그 느낌에 의존해 생 존을 확신하기에 그는 너무 지쳐 있 었다.
“……지부장님!”
누군가 그를 들춰 세웠다. 차이커 창은 혀를 질끈 깨물었다. 입안으로 섬뜩한 통증과 함께 생생한 피 맛이 돌자,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남은 한 손을 들어 얼굴을 마구 주물러 감각을 깨운 차이커창이 눈 을 부릅뜨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옥.
지옥이다.
모두가 휩쓸렸다. 처음 모두가 자 리 잡고 있던 곳은 텅 빈 공터가 되어 있었다. 살아남은 이들이고, 죽
은 이들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날 아갔으니 당연한 일이다.
저 구석에 처박힌 것들이 산 자 들인지, 아니면 시체인지 모르겠지 만, 여하튼 저들은 처음 자리한 곳 에서 백여 미터는 날아가 꿈틀대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차이커창 측의 피해 가 훨씬 더 크다.
‘바토르!’
뼈를 부수고 피를 몸 밖으로 튕 겨내 버리는 충격이다. 마인들이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면 그 자리 에서 절명했을 게 빤했다. 하지만
바토르가 충격을 일정 이상 받아냈 기에 많은 이들이 상하지 않았다.
어디 한 군데씩은 부러졌겠지만, 목숨을 부지한 것만으로도 천운이라 해야 한다. 반면, 자신들은 바토르처 럼 충격을 막아줄 이들이 없었다.
“빌어먹을……
그의 몸을 덮친 호위들도 반 이 상은 숨이 끊어졌다. 차이커창의 눈 에 피눈물이 맺혔다.
너무도 분하고 억울해서 참을 수 가 없다. 주변의 눈이 없었다면, 그 리고 지금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는 자리에 주저앉
아 통곡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만한 자 유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 차이커창의 눈에 드 넓은 바다를 등진 채 격돌하는 두 무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검은 마기가 하늘로 솟구친다.
새하얀 백색의 권강이 대지를 뒤 덮는다.
정과 마.
백과 혹.
강렬한 대비였다.
마치 천신과 악신이 세상을 집어 삼키기 위해 서로의 목을 노리는 것
과 같은 광경이다.
그 어마어마한 힘의 충돌에 차이 커창이 몸을 떨었다.
콰아아아앙!
일권.
하늘을 부술 듯한 일권이 연약한 인간의 육체를 향해 내리꽂혔다.
눈이 부시게 빛나는 저 모든 것 이 강기였다.
집채만 한 권기가 아닌, 집채만 한 권강이 홍왕의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다.
한 번이 아니다.
일권, 일권.
장난처럼 날리는 일권마다 집채만 한 강기가 솟구쳤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입이 떠억 벌어지는 광경이다. 대체 저 육체 어디에 저만한 기운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지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 경이었다.
누구도 저 앞에서는 대항할 수 없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의 육체 로 저 말도 안 되는 힘에 대항한다 는 것은 너무도 부질없는 짓이었다.
하지만 대항한다.
우우우우웅!
달빛을 받아 새파랗게 빛나는 검 을 시커먼 마기가 뒤덮는다. 마치 검은 뱀이 날을 타고 오르듯, 검에 또아리를 튼 마기가 타오르는 듯이 혀를 날름거린다.
아니, 타오르는 듯이 아니다.
정말 타오르고 있었다.
검을 뒤덮은 검은 마기 사이로 시뻘건 핏빛의 강기가 요사스레 그 모습을 드러낸다. 두 기운이 얽히며 검이 타오른다.
끝도 없이 불어넣어진 내력을 감 당하지 못한 적루가 낭창하게 뒤틀
렸다.
그러고는 휘둘러진다.
촤아아아 아아아악 !
마기를 머금은 검이 날아드는 권 강을 베어낸다.
일검, 일검.
강진호는 마치 기계처럼 정확하게 날아드는 권강을 베어냈다. 한 번의 칼질이 이어질 때마다 강진호의 얼 굴에 그어진 새하얀 선이 조금씩 더 드러났다.
웃는다.
손목이 부러질 둣 덜컥대고 있다. 검이 권강을 가르는 순간, 그 가공
할 충격이 고스란히 그의 몸으로 전 해진다. 갈라낸다고 끝이 아니다. 그 여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강진호의 몸을 착실하게 좀먹고 있었다.
“크……
강진호의 입에서 옅은 웃음이 새 어 나왔다.
괴물.
수많은 이들이 그를 괴물이라 불 렀지만, 진짜 괴물은 여기에 있었다. 홍왕은 내력은 그야말로 괴물의 것 이라 불릴 만했다. 과거, 천하제일의 내력을 자랑하던 소림의 혜인조차도 이렇게 강기를 펑펑 뿜어내지는 못
했다.
홍왕의 단전은 마르지 않는 샘 같았다. 아무리 퍼내고 퍼내도 금세 차오르는 샘처럼 그의 몸에서는 강 기가 끊이질 않고 홀러나오고 있었 다.
어이가 없을 정도의 힘.
지금까지 강진호가 알고 있던 상 식을 모조리 부정해 버리는 거대한 힘 앞에서 강진호는 웃었다.
몸이 으스러질 것 같다.
한 방의 권강을 베어낼 때마다 발목이 바닥을 파고든다. 전신의 뼈 가 비명을 지른다. 이미 속은 얼마
나 터져 나갔을지 스스로도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터져 나 왔다.
쏟아지는 권강 속에서 강진호는 악귀 같은 얼굴로 웃었다.
나쁘지 않다.
정말 나쁘지 않다.
이 고통도, 이 홀러내리는 피도, 금방이라도 전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저 지긋지긋한 강기들 도…….
나쁘지 않다.
되레 즐겁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안에서 증기 가 뿜어져 나온다. 육체가 달아올라 전신에서 새하얀 김이 뿜어져 나오 고 있었다.
이거다.
그래, 이거다!
얼마나 그리웠던가.
평온함을 갈구했다. 남들과 다르 지 않게 살고 싶었다. 그저 그것으 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평온함을 누려보아도, 아 무리 가족과 지인과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족하다고 스스로를 속여보아
도 채워지지 않는다.
이 고양감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증오와 증 오, 살기와 살기가 맞부딪치는 이 전장을 그는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큭…… 큭큭.”
참으려 해도 입술을 비집으며 자 꾸 웃음이 홀러나왔다.
이제야 만난 것이다.
전부를 걸고 싸울 수 있는 상대 를, 이 시대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 다고 생각한 적수를 이제야 만난 것 이다.
그런데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등골을 타고 전율이 흐른다.
두 눈에 핏발이 서고, 전신에서 마기가 홀러나왔다. 의도하지 않아 도 자연스레 마기가 그의 몸을 뒤덮 고, 시뻘건 안광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온다.
턱!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한다.
쏟아지는 권강을 받아내던 강진호 가 전신을 마기로 뒤덮고 앞으로 전 진하기 시작했다.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권강들도 한껏 힘을 뿜어냈다.
마치 하늘에서 새하얀 유성우가
떨어지는 것도 같고, 겨울밤 굵은 눈발이 조용히 내려앉는 것 같기도 했다.
그 흰색 가득한 공간을 검은 마 귀가 걷는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흉흉한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일렁이는 마기 사 이로 그 의도가 분명한 섬뜩한 미소 를 지으며 말이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콰아아아앙!
검에 부딪쳐 터져 나간 권강이 마기를 뒤흔든다. 육체를 뒤덮고 있 던 마기가 바람에 일렁이는 불꽃처
럼 휘날리다 다시 강진호의 육체에 안착한다.
기 이이이 이이이 이이.
거걱대던 적루와 청루가 주인의 마음을 알았는지, 기괴한 귀곡성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검의 비명.
그건 말 그대로 비명이었다.
허공에 몸을 띄운 붉은 천신이 땅바닥을 기는 악귀를 향해 심판을 내린다. 하지만 악귀는 하늘의 심판 조차 거부하고, 천천히 천신을 향해 대지를 거스르고 있었다.
어두운 곳에 또아리를 틀고 호시
탐탐 하늘로 오를 기회만을 노리는 이무기처럼.
그건 더 이상 이 세상의 광경이 아니었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신화.
말과 말로 전해져 세상을 떠도는 과거 어느 때의 전설.
홍왕과 강진호는 지금 이 순간, 현실에 신화를 재현하고 있었다.
정과 마.
신과 악.
대지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모 든 이들을 초라하게 만드는 거대한 힘과 힘이 격돌한다. 서로의 육체를
부수고, 서로의 정신을 부수고, 서로 의 모든 것을 부수며!
“강진호오오오오오오오오!”
그 순간, 홍왕의 주먹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졌다.
바라보는 자 모두의 눈이 멀어버 릴 것 같은.
어둠이 내린 세상을 대낮처럼 밝 히는 눈부신 빛이 마침내 강진호를 향해 웅장하게 내리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