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46)
마존현세강림기-747화(745/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1화)
1장 결착하다 (1)
“대체 뭘 하는 거냐고!”
이현주는 답이 없다는 눈으로 이 현수를 바라보았다.
‘대체 왜 저 사람에게 할아버지가 진 거지?’
이해할 수가 없다.
본인의 조부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최대 한 사심을 걷어낸 담백한 시선으로 볼 때, 이중걸은 영웅은 못 되어도 걸물로는 차고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저런 인간에게 무너 졌다는 사실이 이제는 슬슬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강 진호의 힘이라고 믿을 수도 없는 게, 생전의 조부가 그녀에게 남긴 이현수에 대한 평가가 그녀의 뇌리 에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석일, 그 머저리는 애초에 내 상대가 아니다. 영남회를 내가 내버
려 둔 것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잘한 세력과 문파들을 통합해서 하나의 집단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짜증 나고 귀찮은 일인지 알기 때문 이지. 계획대로 흘러갔다면 적당히 살이 오른 영남회를 한입에 꿀꺽 삼 켰을 텐데, 그 적당한 시기에 이현 수, 그놈이 모든 걸 엎어버렸다. 혹 여 나중에 내가 없을 때 네가 영남 회를 상대해야 한다면, 김석일 따위 는 신경 쓰지 마라. 이현수, 그 족 제비 새끼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할아버지, 아무래도 사람 잘못
보셨어요.’
족제비가 포효하고 있었다. 아니, 이건 포효도 아니다. 족제비가 아주 지랄발광을 하고 있다.
다리는 실시간으로 달달 떨리고 있었다. 저걸 떤다는 말로 표현해야 할지도 의문이다. 격하게 떨리는 다 리 덕분에 의자 전체가 삐걱삐걱대 고 있으니까.
책상 위에 대어진 팔꿈치도 쿵쿵 대고 있다. 그 와중에 엄지는 입안 으로 들어가 무자비한 이에 손톱을 물어뜯기고 있는 중이었다.
눈에는 핏발이 섰고, 얼마나 머리
를 쥐어뜯었는지 포마드로 깔끔하게 넘긴 머리가 아주 산발이 되어 있었 다.
저 꼴을 보고 있자니, 새삼 하늘 이 원망스러운 이현주였다.
‘할아버지, 왜 저런 놈에게 지셨 어요.’
차라리 강진호에게만 깔끔하게 패 했다면 이리 속이 터지지는 않을 것 이다. 하지만 이현주는 강진호의 움 직임이 모두 이현수의 계획 아래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짜증이 난다.
이현수의 엄지손톱이 다시 으득,
소리를 내며 뜯겨 나오자, 이현주가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 다.
“피 나요.”
“피 난다고, 이 화상아!”
“어?”
이현수가 무슨 소리를 했냐는 듯 이현주를 돌아보았다. 그 멍청한 눈 을 보고 이현주가 자신도 모르게 땅 이 꺼져라 탄식했다.
“정신 좀 차리세요, 정신 좀! 이 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할 거 아니에요! 그게 부장님이 해야 할
일 아니에요!”
“왜?”
당연히 그렇다 고개를 끄덕여도 모자라건만, 이현수는 되레 이현주 에게 따져 물었다.
“내가 왜 진정해야 하는데?”
“몰라서 물어요? 그래야 무슨 일 이 터져도 대비를 할 수 있을 것 아니에요. 거사를 치르는 사람은 언 제나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 몰라요?”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지.”
“그런데도 그러고 있어요?”
“그게 안 되니까 내가 부장이잖 아!”
“••••••네?”
이현수는 속에 쌓인 울분을 모조 리 토해놓겠다는 듯이 버럭 소리를 질러 댔다.
“내가 그게 되는 사람이면 내가 대장을 하지, 미쳤다고 남의 밑에서 부장질이나 하고 있겠냐?”
“헐……
말도 안 되는 개소리이지만, 미칠 듯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었다. 말은 바른말이다. 스스로 완벽한 정도를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길
을 가지, 남의 밑에 있을 필요가 없 다.
말은 맞는 말인데…….
“조언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침 착해야죠.”
“이게 뭐 대단한 자리 같아?”
이현수가 코웃음을 쳤다.
“장기나 바둑 둬봐. 9급도 아마 10단한테 훈수 둘 수 있는 거야. 내 일이 아니면 사람은 뭐든 잘 보이고 쉽게 파악할 수 있거든.”
“남한테 이래라저래라 잘한다고 내 일도 잘할 것 같아? 천만에!”
이현수가 격렬히 감정을 토해냈 다.
“나는 위에서 끌어줄 사람이 없으 면 그냥 동네 양아치야. 아니면 사 기꾼이었겠지. 강진호 씨가 있으니 까 내가 총회 부장이라도 해 먹고 있지, 그 사람 없었으면 지금 내가 무슨 꼴일 것 같은데? 그런데 나더 러 진정하라고? 뭘 어떻게 진정해!”
“세상에……
이현주는 너무 놀라 자신의 입을 가렸다.
저토록 격렬하게 자신의 무쓸모를 외칠 수 있는 있는 자가 있다니. 이
건 이거 나름대로 대단한 일이었다.
그의 논리에 빨려 들어가던 이현 주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런 개 소리에 잠시나마 혹하다니.
“그렇다고 해서 달달대고 있을 필 요는 없잖아요.”
“승선이 안 되고 있잖아!”
“조금 시간이 걸리겠죠.”
이현수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시간이 걸려?’
멍청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그가 예정한 시간은 이미 한참 지났다.
중간에 작은 일이 있어 시간이 더 걸렸다고 한들, 이렇게 오랜 시
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이건 분명 무슨 변고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변고를 강진호가 해결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게 얼마나 끔찍한 상황인지 모 른단 말인가?
‘바라지도 않았지.’
이현주에게 그런 걸 요구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그런 걸 바라고 뽑은 사람도 아니다. 이건 이현수가 흘로 감당해야 할 문제였다.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던 이현수 가 고개를 내젓고는 자리에서 일어 났다.
“어디 가시려구요?”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이런 때에?”
이현수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 다.
“이런 때니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리는 이현수를 보며 이현주가 미 간을 좁혔다.
그 광경은 마치 천신이 세상을 벌하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눈부신 빛이 내리꽂힌 다. 하늘을 머리에 인 거인이 대지 를 향해 빛나는 창을 쑤셔 박은 것 만 같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은 모두 가 압도당했다.
무력이 약해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압 도되었고,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이들은 홍왕의 무 시무시한 힘 앞에 주먹을 움켜쥐었 다.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볼 수가
없고, 귀로 듣고 있음에도 들을 수 없다.
이곳에서 가장 많은 것을 보아왔 다고 자부할 수 있는 장민조차도 그 저 입을 벌린 채 바라볼 수밖에 없 었다.
멀리서 태풍을 본 이는 달아나려 한다.
하지만 눈앞에서 태풍이 차와 집 을 집어삼키며 다가오는 모습을 본 인간은?
그저 경탄할 수밖에 없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무너 진 세상에서 다시 사람이 일어서는
것마저 지켜본 장민이다. 천하에 그 를 놀라게 할 일이 또 무엇이 있겠 느냐 자부하던 장민이지만,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앞에서는 그저 경 악했다.
‘어찌 인간이……
무학의 궁극의 경지는 인간이 자 연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 없다. 밀려오는 파도를 밀어낼 수 없다. 태산을 옮길 수 없고, 내리는 폭우를 피할 수 없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이란 언제나 항거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 힘을
동경한 이들은 스스로가 자연이 되 기를 원했다. 무학을 익히는 이들이 목표로 삼는 것은 결국 자연지경(自 然之境),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연 의 힘을 부리는 경지다.
마공은 다르다. 마공은 그들과 가 는 길이 달랐다. 하지만 그 길이 다 르다고 해서 그들을 부정하지는 않 는다. 그들이 증오하는 것은 정파인 이지, 정파의 무공이 아니다. 다른 길은 존중한다. 그리고 그들의 길 역시 옳다고 믿는다.
하나 그렇다면, 저걸 무엇이라 해 야 하는가.
흥왕이 뿜어내는 힘은 인간의 것 이 아니었다. 그의 힘은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을 바꾸고, 밀려오는 파 도를 밀어내고, 태산을 먼지로 만들 고, 폭우를 비껴가게 만드는 힘이다.
전율, 그리고 경외.
그의 처지를 모르지는 않았다.
그는 마존을 모시는 자, 마교에 뼈를 묻어야 하는 자, 실리와 합리 를 떠나 마교에 혼을 바친 자다.
그런 이가 지금 홍왕에 대한 경 외로 몸을 떨고 있었다.
그 힘에 압도된 것이 아니다. 두 려워서 떠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걷고 걸어도, 가시밭길에 전신을 던 져 가며 기어올라도 결코 오를 수 없는 지극한 경지를 그 두 눈으로 확인한 것에서 오는 경외였다.
“끄으으윽!”
그 강렬한 힘의 파동을 느꼈는지, 바토르가 몸을 뒤틀며 눈을 떴다.
그렇게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안 위도 돌보지 않은 채 고개를 획 돌 렸다. 그 거대한 머리가 순식간에 옆으로 돌아간다. 그러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주, 주인!”
바토르는 알 수 있었다.
전후 과정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만한 힘이 누구를 향하겠는 가. 강대한 힘이 발휘된다는 것은, 그 강대한 힘에 맞설 자가 있다는 뜻이다.
그 누구도 벌레를 잡기 위해서 명검을 휘두르지는 않으니까.
저 말도 안 되는 힘을 지금 강진 호가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것이 다.
우스운 일이었다.
마존의 강림만을 바라던 노마두는 홍왕이 내뿜는 강렬한 빛에 홀렸다. 오로지 마교의 부흥만을 바라며 정
파인들을 씹어 먹고자 한 노마두가 홍왕의 강함 앞에 자신의 처지조차 잊고 경외에 젖었다.
하지만 평생 오로지 강함만을 갈 구해 온 초원의 전사는 지금 이 순 간 홍왕이 아니라 오로지 강진호만 을 찾고 있었다. 평생을 꿈꾸고 갈 구해 온 강함이 바로 눈앞에 있음에 도 그의 눈은 홍왕의 강함을 좇지 않았다.
스스로도 당황할 만한 일이었다.
장민은 바토르가 주인이라 외치 자, 순간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무얼 보고 있단 말인가.’
으드득.
그의 앞니가 입술을 파고든다. 핏 물이 순식간에 그의 턱을 타고 홀렀 다.
‘저 힘이 향하는 곳은 마존이란 말이다, 이 병신 같은 새끼야!’
순식간에 혐오감이 장민을 뒤덮었 다. 대체 무엇을 보고 감탄한단 말 인가. 아군의 진지에 폭탄이 떨어지 는 모습을 보며 장관이라 박수를 친 격이다.
당장에라도 자신의 눈을 파내고 싶은 충동이 찾아왔지만, 장민은 감 정을 꾹 억눌렀다. 이 죄는 나중에
도 갚을 수 있다. 스스로의 감정에 휘말려 마존을 지키지 못하는 게 진 짜 죄다.
“바토르.”
바토르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그의 말을 듣고 있을 것이다.
“바토르, 홍왕을 막으려면 어찌해 야 하는가.”
“ 막아?”
바토르의 입가에서 헛웃음이 홀러 나왔다.
저 모습을 보고도 홍왕을 막는다 는 소리를 하는가.
정신이 나가 버리지 않고서는 할 말이 아니었다.
“홍왕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는 않는다. 하지만 나와 장로들이 모두 달려들면 발을 잠시나마 묶을 수는 있겠는가?”
“……그 시간으로 뭘 하겠다는 건 가?”
“마존을 살린다.”
장민이 씹어뱉듯 말했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지금에야 깨달았다. 내 스스로 마존은 마교의 모든 것을 지배할 온당한 주인이라 말하고 다녔음에도 그것이 무슨 뜻
인지 알지 못했다. 장로? 교도? 그 런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마 존이 교이고, 교가 마존이다. 마존만 옥체를 보존하신다면 교는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 이 쓸모없는 늙은 이들이 아니라!”
장민의 마지막 말은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말해라, 바토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바토르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우리가 그토록 나약한가?”
“그게 아니다.”
바토르가 손을 뻗어 바닥을 짚었 다. 그러고는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 어났다.
“그토록이나 보았음에도 아직도 모르는군. 너의 주인이라는 사람은 말이다……
바토르가 기괴한 얼굴로 웃었다.
“적을 앞에 두고 물러나는 사람이 아니다. 육신이 모조리 찢겨 나갈지 언정.”
그 순간!
세상을 꿰뚫어 버릴 듯 내리꽂히 는 빛무리 사이로 시커먼 무언가가 용솟음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