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47)
마존현세강림기-748화(746/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2화)
1장 결착하다 (2)
단전에서 격류가 홀러나온다.
모이고 모인 기운들이 육신을 가 득 채우며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감 각은 언제나 그를 충족시켰다. 이렇 게 마음대로 권을 휘두를 수 있을 때, 그는 하늘마저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함께했다.
천하제일권.
세상이 아무리 넓다 한들 천하제 일권을 자처할 수 있는 이, 오직 홍 왕뿐이다.
천하제일권의 권력이 하늘을 뒤흔 들고 대지를 꿰뚫는다. 그 위엄 앞 에 만물이 경배하고 천하가 숨을 죽 인다.
하지만…….
세상 모두를 떨게 하는 권력(奉 方)을 발하고 있음에도 홍왕의 얼굴 은 결코 편치 못했다. 힘에 겨워서 가 아니다.
‘뭐지?’
하늘을 열어젖힐[開天] 만한 권력 을 뿜으면서도 홍왕은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인가?’
그의 권은 막힘없이 내질러지고 있다. 그리고 그의 적은 감히 그에 게 대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설 사 상대가 저 마존이 아니라 창왕이 나 흑왕일지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그는 승기를 쥐었다고 단언할 것이 다.
그의 권은 패도의 권.
천하에 그의 무(武)만이 오롯하다 할 수는 없지만, 한 번 기세를 잡았
을 때 몰아치는 힘으로는 천하에 그 를 당할 이가 없었다.
‘강진호.’
찬란한 빛무리는 홍왕의 시야마저 가리고 있었다. 보통 사람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눈이 멀어버릴 태 양과 같은 빛 사이로 희끄무레한 형 체를 파악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무너진다.
쓰러진다.
마의 화신이라 불릴 자가 그의 권 앞에 신음하고 있었다. 그 광경 을 보며 홍왕은 안색을 굳혔다.
손에 넣고 싶었다.
지금 당장의 강진호가 아니라, 더 성장한 강진호가 보고 싶었다. 그가 온전히 자신의 힘을 되찾고 스스로 완전해졌을 때, 그가 얼마나 강해질 지를 기대했다.
그런 강진호를 손에 넣을 수 있 었다면?
천하는 홍왕과 마왕의 이름 앞에 숨을 죽였으리라.
강진호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창왕과 혹왕을 견제하느라 칩거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연합할 수 없 는 존재들. 누군가 먼저 이를 드러 내면 수풀 속에 몸을 숨기다가 일거
에 양쪽의 숨을 끊으러 달려들 이들 이다.
그렇기에 셋은 누구도 먼저 움직 일 수 없었다. 그저 누군가 먼저 움 직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 만 홍왕이 강진호를 손에 넣는다면 이 지루한 대치를 끝낼 수 있다. 강 진호를 부릴 수 있게 되는 것만으로 홍왕계의 전력은 삼 할 이상 강해진 다. 그건 천하를 평정하기에 충분한 힘이었다.
그런 뒤, 강진호가 한국을 먹든, 일본을 먹든 그런 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중원. 오로
지 이 중화의 땅뿐이다. 그 외의 세 상 따위 강진호가 처먹든 개가 처먹 든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기에 손을 내밀었다.
천하에서 마인을 가장 증오하는 이를 꼽으라면 그중 홍왕이 빠질 일 은 없을 것이다. 마인에 대한 그의 증오는 뿌리 깊은 것이었다.
하나 강진호라는 패는 홍왕이 마 인에 대한 증오를 잊을 만큼 달콤했 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보장했다.
강진호가 원하는 것을 모두 주더 라도 그를 통해 중원을 일통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중 원을 일통한 다음 강진호를 제거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홍왕은 그런 치졸한 짓을 벌이는 이가 아니다.
그가 원한다면 한국을 내준다. 그 렇다면 강진호는 스스로의 세를 불 리다가 홍왕이 죽는 순간, 중원을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의 내민 손을 잡지 않았다.
어리석게도.
미련하게도.
그러니 죽일 수밖에.
홍왕의 두 눈에 노기가 차올랐다.
강진호의 힘은 홍왕마저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마존이라는 이름에 더없이 걸맞은 자다.
하지만 미숙하다.
전신을 사슬로 친친 조인 것처럼 그는 괴로워하고 있다. 시간이 홀러 그가 자신의 무를 온전히 되찾는다 면 모를까, 지금은 결코 그의 상대 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공.
내공을 모으는 데 왕도는 없다. 그저 묵묵히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천하제일의 내공을 자랑하는 홍왕의 앞에서 강진호의 내공은 너무나도
미약했다.
이 거대한 차이는 재능과 경험으 로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짧게 호홈을 끌어들인 홍왕이 이 를 악물었다.
단전에서 내력이 봇물처럼 흘러나 온다. 끌어 올린 내력을 우수에 모 두 집결시킨 홍왕이 부릅뜬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 아래 보이는 희끄무레한 형체.
강진호를 향해 홍왕이 마지막 일 권을 준비했다.
“흐으읍!”
그는 이 일격에 전력을 담았다.
아무리 마인이라 하나, 그리고 그 의 자존심을 굽힌 제안을 무시한 무 도한 자라고는 하나, 강진호는 그가 인정한 무인이다. 마인을 발가락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그가 진정으 로 탄복하게 만든 무인이다.
그런 무인을 죽이는 일이다. 최선 을 다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 다.
우우웅!
벌 떼가 웅웅대는 것 같은 소리 와 함께 우수에 모인 기운들이 발버 둥을 쳤다. 극에 오른 그의 능력으 로도 더 이상은 잡아두기 힘들 만큼
말이다.
홍왕의 눈■이 빛났다.
“차아아아앗!”
고함이 터지며 우수가 쭉 뻗어진 다.
그 순간, 지금까지 쏟아지던 빛이 순식간에 덩치를 불리며 아래로, 아 래로 내리꽂혔다. 세상 모든 것을 부숴 버릴 것 같은 패도적인 힘.
패왕이라 불리기 부족함이 없는 홍왕의 위세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 !
마치 쏟아지는 폭포처럼 빛이 쏟 아져 내렸다. 이것이 강기가 아니라
그저 물이라고 해도 피육으로 이루 어진 인간이 감히 맞상대할 수는 없 을 것이다.
홍왕의 내력은 확실히 인간의 그 것을 뛰어넘어 있었다.
그 누구라도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다. 강진호가 아무리 마존이 라 불리고, 그 잠재력이 어쩌면 홍 왕마저 뛰어넘을지 모른다 해도…… 지금 이 시점에 이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할 방법은 없다.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다.
뼈는 으스러지고, 살은 찢겨진다. 조각조각 난 몸은 압력을 이기지 못
하고 가루가 되어 흩날릴 것이다. 결국은 이 땅에 강진호라는 자가 존 재했다는 흔적마저 남지 않게 된다.
홍왕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한 번 더 내려치려는 순간이었다.
‘뭐지?’
이상을 발견한 것은 감각이었다. 불길함.
불현듯 찾아온 불길함이 홍왕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불길함을 느낀다?
어째서?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 다. 하지만 홍왕은 곧 그 불길함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너무도 선명 하게 말이다.
‘저건?’
꿈틀댄다.
눈이 부신 빛무리 사이에서 시커 먼 무언가가 꿈틀대고 있었다.
그건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어둠은 존재하는가?
아니, 어둠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둠은 스스로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왜냐면 어둠은 그저 빛의 부 재(不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상을 짙게 뒤덮은 어둠 이라 해도 새벽이 밝아와 태양이 수
평선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면 어둠 은 자취를 감춘다. 저항할 수 없는 섭리다.
결국 어둠이 존재할 수 있는 곳 은 빛이 없는 곳뿐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 눈에 보이 는 것을 뭐라 해야 하는가.
홍왕이 두 눈을 부릅떴다.
그가 뿜어내는 거대한 빛무리의 한중간에서 시커먼 어둠이 피어오른 다.
빛을 보고 황급히 달아나야 할 어둠이 그 요사스런 혀를 날름거리 며 오히려 빛을 향해 대거리질을 시
작했다. 타오르는 듯한 어둠이 빛을 타고 밀려 올라온다.
‘ 저항한다고?’
이 내게?
“이 건방진 놈‘!”
홍왕의 머리칼이 거꾸로 곤두섰 다. 장비의 그것과 같은 꼿꼿한 수 염이 사방으로 뻗친다.
그가 막 내력을 더 끌어 올리려 는 순간, 혀를 날름대던 검은 마기 의 뱀이 먹잇감을 보고 동굴에서 뛰 쳐나가듯 홍왕을 향해 가공할 속도 로 달려들었다.
콰아아아 아아아아앙 !
“으아아아! 빌어먹을!”
주강은 쌍욕을 퍼부으며 바닥을 굴렀다.
또 한 번 덮쳐 온 충격파에 몸이 바람개비라도 된 듯이 빙글빙글 돌 고 있다. 아무리 균형을 잡으려고 해도 잡을 도리가 없다.
저 둘의 싸움을 지켜본다는 것은 무인으로서 더없는 영광이었다. 그 와 동시에 행운이었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껴도 절대 저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는 없겠 지만, 그저 저 광경을 담아두고, 지
향점으로 삼는 것만으로도 주강은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멀리서 지켜봤다면 말이다.
위험할 것이다. 위험하겠지. 저만 한 경기가 부딪치는 전장은 폭격이 쏟아지는 전장보다 백배는 더 위험 할 테니까. 하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위험한 이들은 주강을 비롯한 마졸 들이었다.
저 둘의 격돌로 인한 충격은 마 졸들을 마치 공깃돌처럼 띄워 올렸 다 처박기를 반복했다.
“후우우욱!”
그나마 두 번의 충격파 이후로 살길을 찾아 이만큼이나 더 물러났 기에 주강이 살아 있는 것이다. 만 약 거기에 퍼질러져 앉아 있었다면 지금의 충격으로 잘 다져진 고깃덩 어리가 되었을 게 빤했다.
‘마존은?’
정신이 돌아오자 그의 시선이 한 곳으로 꽂혔다.
이 거리에서도 이만한 충격을 받 는다. 그렇다면 저 폭발의 중심에 있는 이들은?
피육으로 이루어진 육체로 과연
이 충격을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주강이 저 곳에 있었다면 순식간 에 다진 고•기가 되어버렸을 게 빤했 다. 아무리 마존이라 한들…….
그때, 주강의 눈에 한 사람의 모 습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부두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 다.
보이는 것은 드넓은 바다뿐. 그 바다 위에 한 사내가 양팔을 내린 채 서 있다.
‘홍왕.’
홍왕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으 로 팔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주
강은 놓치지 않았다. 늘어뜨려진 홍 왕의 손에 피가 흐르고 있음을.
기이하다.
피가 흐른다. 홍왕의 몸에서 피가 흐른다.
그 순간, 주강은 홍왕 역시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 달았다. 너무도 당연한 일을 다시 확인하고 납득해야 할 만큼 홍왕은 인간 같지 않은 존재였다.
그렇다면 마존은?
주강의 고개가 반대쪽으로 돌아갔 다.
반대쪽 역시 한 사람이 서 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홍왕과는 조금 달랐다.
양손에 쥔 검을 늘어뜨린 마존의 다리는 무릎까지 바다에 잠겨 있었 다. 전신은 피로 물들어 있다.
그래, 피로…….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달라졌다.
저만한 경기를 몸으로 받았다. 지 금까지 마존의 전신을 적시던 적의 피가 그 충돌을 버텼을 리가 없다. 모두 날아가고 증발했을 터. 그렇다 면 지금 마존의 전신을 적시고 있는 저 피는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그건 너무도 빤한 일이었다.
주강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홍왕만 보았을 때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마존을 보고 나니 알 수 있 다. 지금 홍왕은 바다 위에 서 있 다. 물 위를 걷고 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고, 새삼스러울 것 도 없다. 홍왕이 하늘을 난다고 해 서 누가 놀라기나 하겠는가.
주강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무 릎까지 물에 잠긴 마존과 물 위에 떠 있는 홍왕의 모습이 대비가 된다 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마존 이 홍왕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것 같다.
주먹이 꽉 쥐어지고 눈가가 흐릿 해 온다.
누군가의 발을 핥는 것을 주저하 지 않던 주강이다. 자존심 따위는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 는다고 믿어온 주강이다.
하지만 지금 주강의 피가 거꾸로 솟고 있었다. 그가 받은 굴욕이 아 님에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주강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길 이 없었다.
그 순간,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