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48)
마존현세강림기-749화(747/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3화)
1장 결착하다 (3)
‘상처라……
홍왕은 가만히 어깻죽지에 손을 가져다 댔다.
홍포를 즐겨 입는 덕에 그리 큰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만약 그가 지금 흰옷을 입고 있었다면 그의 상 체는 완연한 붉은색으로 물들었을
것이다.
‘상처를 입는 게 얼마 만인가.’
생각해 보면 얼마 되지 않은 일 이다. 조금 전, 강진호에게 볼을 베 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상처라고도 할 것 없는 생채기가 아닌, 정말 살이 갈 라지는 상처를 마지막으로 입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홍왕은 가만히 어깨를 더듬었다.
쩌억 갈라진 어깨에서 피가 홀러 나오고 있었다. 근육을 옥죄고 내공 으로 틀어막지 않았다면, 지금쯤 피 가 분수처럼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홍왕은 경외 가득한 시선으로 강 진호를 바라보았다.
‘이자는 항상 나의 예상을 뛰어넘 는군.’
홍왕만큼 강진호를 인정한 자가 또 있었겠는가.
모두가 변방의 마인을 무시할 때, 온전히 강진호를 경계한 이는 홍왕 밖에 없었다.
강진호가 한국을 접수하고 바토르 를 쓰러뜨렸을 때도 모두가 경악했 지만, 홍왕만은 당연하다 여겼다. 어 쩌면 홍왕은 세상에서 가장 강진호 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홍왕조차도 지금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의 계산으로 강진호는 절대 방 금 전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이 건 너무도 빤한 일이다. 굳이 철저 히 계산을 하고 변수를 고려할 필요 도 없다. 범과 토끼가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지금 토 끼가 범의 가슴을 그 날카로운 이로 갈라 버렸다.
치명상이라고 할 것까진 없다.
하지만…….
홍왕은 상처를 꾹 눌렀다.
상처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
이 그의 미간을 좁혔다.
“그래. 사람은 상처 입고 피를 흘 리는 존재지.”
홍왕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은 여유를 담고 있었다.
“오랫동안 잊었다, 나 역시 사람 이라는 것을. 베이면 피를 홀리고, 맞으면 부러지는…… 그래, 나 역시 사람이다.”
홍왕의 눈이 정확하게 강진호에게 로 향했다.
“그럼 그대는 어떤가?”
“그대는 사람인가, 마왕이여?”
흥왕이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았 다.
그의 몸에 상처를 입힌 자.
그가 가장 경멸하는 마인.
그럼에도 그저 경멸할 수만은 없 는, 그의 눈빛에 담긴 적이 없던 경 외로 바라봐야 하는 이.
그의 몰골은 그리 편치 못해 보 였다.
쯔즈즉.
강진호의 손이 적루에게서 떨어진 다. 말라붙은 피가 진득하게 떨어지 며 젖은 소리를 냈다.
피.
피가 흐른다.
이 세상에 온 이후 처음으로 강 진호는 자신의 피로 전신을 적시고 있었다.
그저 피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그의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참혹 했다.
뼈는 으스러지고, 살은 터졌다. 압력에 이기지 못한 피부가 시커멓 게 죽었고, 관절은 벌어져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었다.
뭔가 말을 하려 입을 벌린 강진 호는 이때다 싶어 목구멍으로 솟구 치는 핏물 때문에 제대로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좋지 않군.’
피육의 상처 따위야 아무래도 좋 다. 이보다 몇 배는 극심한 상처를 입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정말 문 제가 되는 것은 내부가 완전히 뒤집 혔다는 것이다.
홍왕은 강하다.
직접 상대해 보니 실감할 수 있 었다. 흥왕은 진정한 강자다. 그 가 진바 내력은 강진호가 이제껏 상대 해 본 적 없는 미증유의 것이었고, 그 내력은 운영하는 능력 또한 보통 이 아니다.
‘소림조차 능가하는군.’
패도와 무거움으로 천하에 명성을 날린 소림의 혜인이 온다고 해도 홍 왕을 상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무학 은 확실히 발전했다. 모두에게 전해 지지는 않았더라도 소수에게는 확실 히 전해졌다. 그 결과물이 지금 그 의 눈앞에 있다.
홍포를 입은 채 전신의 털을 곤 두세우고 있는 홍왕의 모습은 하늘 에서 내려온 천신, 그 자체였다.
그 말인즉…….
강하다.
그래, 홍왕은 강하다.
강진호보다 더.
‘얼마 만이지?’
강진호가 눈으로 홀러내리는 핏물 에 눈을 깜빡이며 홍왕을 바라보았 다.
자신보다 강한 자를 보는 게 얼 마 만이던가.
기이한 기분이었다.
홍왕은 강진호보다 강한가?
그렇다.
그럼 홍왕은 강진호보다 강한가?
그렇지 않다.
홍왕은 강하다. 강진호조차 경탄 에 경탄을 거듭할 만큼 강하다. 그
의 내력은 바다와 같고, 그의 정기 는 하늘에 닿았다.
하지만 지금 홍왕이 서 있는 경 지는 이미 과거의 강진호가 지난 곳 이다.
강진호가 아니라 적천마존이라면 지금쯤 홍왕의 목은 잘려 바다를 떠 다니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럴 수 없었다.
과거, 무한한 마기와 지고의 경지 로 홀로 천하를 짓밟던 강진호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그에 미치지 못하는 자에게 목숨을 위협받고 있 었다.
이 괴리가 강진호를 뒤흔들고 있 었다.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 생 각했다. 머릿속의 무학과 몸이 지닌 무학이 괴리를 일으키는 날이.
한 손가락으로 눌러 버릴 수 있 던 적을 날뛰어 베어내야 했을 때, 눈빛만으로 죽여 버릴 수 있던 적의 공격에 상처를 입고 신음했을 때, 좀 더 빨리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 다.
그럼에도 도달한 곳은 여기.
모자란 시간이 인도한 종착역은
겨우 이곳이었다.
“사람이냐고?”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아닐지도 모르지.”
사람이고자 하지만,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의 사람은 세 번 의 삶을 살지는 않으니까.
강진호는 가만히 홍왕을 바라보았 다.
홍왕을 바라보는 강진호의 눈에는 혼란이 차 있다.
그는 강진호보다 약한 자다. 하지 만 그는 강진호보다 강한 자다. 이 말도 안 되는 모순이 존재하는 이유
는 오직 하나. 강진호는 하나이되 둘이고, 둘이되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금 그가 보여야 할 마땅한 감 정은 무엇인가.
강자로서 홍왕의 성취에 감탄해야 하는가, 약자로서 홍왕의 힘에 경탄 해야 하는가.
강진호는 웃고 말았다.
‘병신 같군.’
스스로 적천마존이 아니라 생각했 다. 스스로 적천마존과 같지 않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과거는 그저 과 거일 뿐, 흐르는 물에 흘려보냈다.
남은 것은 적천이 아닌 강진호.
더 쉽게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 었음에도 적천을 버렸다. 그런 후에 강진호로서 우뚝 섰다.
비열하기 짝이 없다.
스스로 적천마존이 아니라 자부하 고 있었으면서도 그의 강함에서 오 는 위세는 버리지 못했다. 약자임에 도 강자처럼 굴었고, 승냥이에게 물 어뜯길 사슴의 신세임에도 스스로는 범이기에 승냥이 따위는 감히 그에 게 대적할 수 없으리라 믿었다.
어찌 병신 같지 않은가.
강진호가 나른한 웃음을 흘리자 홍왕의 눈썹이 꿈틀했다.
“아닐지도 모른다라……. 그럼 사 람일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 사람이 라면 대화가 통할 터.”
강진호가 손을 들어 얼굴에 흘러 내린 피를 홈쳐 냈다.
“이제 와서?”
“전장에서 마주한 장수도 서로 대 화를 나누는데, 주먹질 좀 했다고 말을 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이냐.”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말을 더 할 필요도 없다. 홍 왕과 그는 바라보고 있는 곳이 다르 니까.
“나는 두 번 권하지 않는 사람이
다. 그렇지만 내 원칙을 단 한 번만 깨겠다.”
“그럴••••••
뭐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홍왕의 강진호의 말을 자르며 들어왔다.
“내게 와라, 마존.”
홍왕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 었다.
“난……
“들어라!”
홍왕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왕이었다.
왕은 군림하는 자.
흥왕의 목소리에 담긴 힘은 천하 의 강진호조차 주춤하게 만들었다.
“너는 왜 싸우는가?”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홍 왕은 포기하지 않았다.
“무릇 모든 싸움에는 이유가 있 다. 너는 마치 악귀처럼 싸운다. 하 지만 네가 싸우는 이유는 악귀의 그 것과는 다르다. 너는 나와 싸울 필 요가 없다. 제 목숨을 구원하기 위 해서라면 저 바다에 몸을 던지면 될 터.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하지 만 내게서 달아나는 건 어렵지 않
다. 그럼에도 네가 나와 싸우는 이 유는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더냐!”
홍왕이 양 팔을 벌렸다.
대지를 감싸 안듯.
“내가 지키게 해주겠다. 네가 나 에게 온다면 나는 네 모든 것을 보 장한다. 네가 지키려는 것. 그것이 너의 힘이든, 재물이든, 가족이든, 친지든, 그게 아니라면 너의 명예 든! 무엇이든 내가 허하겠다. 너는 지킬 것이고, 나는 얻을 것이다. 그 러니 어찌 합당한 거래가 아니더 냐!”
우렁우렁 울리는 목소리가 강진호 의 귀를 파고들었다.
“내게 와라, 강진호. 그게 아니면 너는 여기에서 죽는다. 너도 알 것 이다. 나는 너보다 강하다. 너의 끝 없는 무도, 살기도 나를 범접할 수 는 없다. 이곳에서 개죽음을 당하지 마라. 단 한 번, 단 한 번만 고개를 숙이면 너는 천하를 쥘 수 있다. 이 곳에서 죽지 마라!”
왕의 자격은 무엇인가.
일신의 무력?
방대한 세력?
그게 아니면 그를 따르는 백성?
강진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왕의 자격은 모르겠지만, 왕의 자 질이 무엇인지는 이해했다. 왕의 자 격은 언변이다. 화려한 말로 적을 설득하는 게 아니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진심을 담아 상대가 쌓아 올 린 견고한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이 다.
단 한 치의 의혹도 느껴지지 않 는다.
그게 본심이든, 그렇지 않든.
지금 홍왕의 말을 거짓이라 의심
할 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누 가 보더라도 홍왕은 지금 진심을 토 로하고 있었다. 어떠한 기만과 술책 도 없이.
그래서 강진호는 웃을 수밖에 없 었다.
“모든 것을 가지라 했나?”
“그렇다.”
“고개를 한 번 숙이는 대가로?”
“그것이면 충분하다.”
“남는 장사로군.”
홍왕의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목이 얼마나 뻣뻣하더라도, 설사 그 목에 천금의 값어치가 있더
라도 남는 장사다. 너도 모르지는 않겠지?”
“물론이다.”
강진호는 웃었다.
남는 장사라…….
“한 가지 말해주지.”
홍왕의 눈썹이 꿈틀댄다.
“세상에 남는 장사라는 건 없어.”
지금 당장은 이익처럼 보이더라도 모든 일은 반드시 대가를 동반한다.
강진호가 손을 들어 얼굴을 훔쳤 다. 코를 막는 피가 빠져나가고, 눈 가를 가리는 핏물까지 홅어내자 조
금 편해진 느낌이었다.
얼굴을 훔쳐 낸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홍왕은 그 광경에서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꼈다.
“왜 웃지?”
“우스우니까.”
“내가 말이냐?”
“아니.”
강진호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정확하게는 이 상황이 우습다고 해야겠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네 가 하고 있는 말을 누군가 들었다면 얼마나 웃었을지가 생각나서 말이
야.”
홍왕은 강진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자는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 고 있는 건가.
“개죽음당하지 말라고 했나?”
강진호는 웃었다.
웃어버렸다.
이 말을 청마가 들었다면 얼마나 웃었을까.
모른다.
저놈은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아는 이는 모두 죽어버렸으니까.
그의 신화에 모든 것을 걸고, 마
도 시대를 연 적천마존의 이름을 갈 망하는 이들조차도 모른다.
그들이 아는 강진호는 모든 것을 이룬 후의 강진호다.
그 이전의 강진호는 언제나 싸웠 다.
그리고 그 지옥 같은 전투의 나 날 중, 상대가 그보다 약한 적이 있 었을 것 같은가.
강하기에 이기는 게 아니다. 이겼 기에 강한 것이다.
이제 홍왕도 그 사실을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
“미리 놀라두는 게 좋을 거야.”
강진호가 다시금 적루를 움켜잡았 다.
“이젠 그럴 여유도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