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50)
마존현세강림기-751화(749/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5화)
1장 결착하다 (5)
‘이 미친놈이!’
권강이 무엇인가.
무인계에서 무학이란 내기로 병기 나 육체를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출 발한다.
그 기운이 차고 넘칠 지경이 되 면 기운을 외부로 발출한다. 검으로
뿜어낸 기운은 검기가 되고, 권으로 뿜어낸 기운은 권기가 된다.
그리고 그 뿜어낸 기운을 응축하 고 또 응축하여 폭발력을 갖추게 되 면 비로소 강(鋼)이라 불린다.
내력을 응축하여 만들어낸 강기는 인간의 육체 따위는 순식간에 가루 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아무리 지 고한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 한들 강 기를 맨몸으로 받아낼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렇게 얻어낼 이익보다 받게 되 는 피해가 많으니까.
이건 상식이었다.
하지만 이 미친놈은 지금 그 상 식에 반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권강이 강진호의 어깨에서 터진 다. 살이 날아가고, 뼈가 드러났다.
말 그대로 강진호는 홍왕에게 살 을 내주었다.
그럼 뼈를 가져가야 한다.
촤아아악!
강진호의 청루가 홍왕의 오른쪽 옆구리부터 왼쪽 가슴까지를 길게 갈랐다.
정확한 참격.
의도대로 베였다면 죽음이 너무도
당연한 일격이다.
하지만 마기를 잔뜩 머금은 강진 호의 검조차도 홍왕의 육체를 완전 히 베어내지는 못했다.
바토르처럼 육체 자체가 강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력을 잔뜩 머금 은 홍왕의 근육은 바토르의 육체보 다 더한 강도로 강진호의 검을 밀어 냈다.
피육의 상처.
적루는 복벽을 뚫지 못했다. 하지 만 그렇다 해서 상처가 미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
살을 주고 살을 취한다. 내어준
것에 비하면 얻은 것은 너무도 적 다. 하지만 그걸로 좋았다.
강진호가 홍왕의 무릎을 밟고 도 약해 자신의 무릎으로 홍왕의 턱을 올려 찼다.
“큭!”
뒤로 격하게 몸을 젖힌다.
하지만 맹렬한 기세로 날아든 무 릎이 턱을 스치며 홍왕의 살가죽을 길게 갈랐다.
“이, 이놈!”
홍왕이 물러난다.
적을 만나 물러남이 없던 홍왕이 처음으로 물러났다. 스스로도 깨닫
지 못한 채 말이다.
홍왕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대체 이놈은 뭐냐?’
강진호는 허공을 박차며 홍왕에게 달려들었다.
홍왕은 강하다.
그의 약점은 그것뿐이다.
그는 너무도 강하다. 이런 무위는 노력으로 쌓아 올릴 수 있는 게 아 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강했을 것이고, 본인의 노력을 통해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강해지는 와중에도 그와 생사결을 겨룰 수 있는 무인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과 사가 오가는 격전 속에서 치열함을 배우기에 그는 너무도 강했다.
그가 만일 과거의 중원에 태어났 다면, 지옥 같은 강호에서 경륜을 쌓으며 강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 았다.
강진호는 홍왕에게 달려들었다.
거리를 준다면 천하의 누구도 홍 왕을 이기지 못한다. 홍왕과 싸우는 것은 소총을 들고 전차에 달려드는 것과 같았다. 그의 강대하기 짝이 없는 일격은 그만큼의 거리를 필요
로 한다.
다른 이들과 싸울 때는 신경 쓰 지 않아도 되는 문제였을 것이다. 그에게 달라붙기 전에 모두가 곤죽 이 되어 죽어버렸을 테니까.
그러니 스스로의 단점을 알 수 없다. 설사 안다고 해도 상관이 없 다. 찌를 수 없는 약점은 약점이 아 니고, 장점으로 상쇄할 수 있는 단 점은 단점이 아니다. 완벽이란 존재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지금 홍왕은 처음으로 자 신의 약점을 찔러 들어오는 예리한 비수를 만났다.
얼마나 싸웠던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죽고 죽이며 살아왔는가.
백전의 노장이라 한들 강진호의 앞에서 전투를 논하지는 못한다. 살 아 있는 모든 시간이 생존을 위한 투쟁의 나날이었던 자가 강진호다.
자신보다 강한 자?
수도 없이 죽였다.
그어떤 강자도 처음부터 강할 수는 없으니까. 피가 마를 일이 없 어 적마라 불렸다. 더 이상 죽일 강 자가 없을 때, 그는 비로소 적천의 이름으로 불렸다.
허공으로 솟구친 강진호가 적루와 청루를 홍왕의 양어깨로 내리꽂는 다.
제아무리 강한 자라고 해도 반드 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단전에 모인 기운을 끌어 올려 양손으로 내뿜는 시간. 인간이 숨을 들이켜고 내뱉어야 비로소 숨을 쉬 듯, 무인은 기운을 끌어 올려 모아 발출한다.
그 틈을 주지 않는다.
단전에 아무리 어마어마한 내공이 쌓여 있다고 한들, 사용할 수 없는 내공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강진호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쿠웅!
강철을 꿰뚫을 만한 강기가 옆구 리를 스친다.
홍왕은 홍왕.
창졸지간에 발출한, 모이지 못한 강기조차 바다를 가르고 폭발을 일 으킨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기운이라도 닿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왕은 상식을 벗 어난 괴물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닿지도 않았다. 그저 스쳐 갔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압력에 옆구리의 살이 터지고 갈비뼈에 금이 간다. 단련된 강진호의 육체가 기운이 스 쳐 지나가는 압력조차 버텨내지 못 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웃었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하지만 그 건 공격이 제대로 먹혔을 때의 이야 기다. 양손을 끌어당긴 자세와 한 손을 앞으로 뻗어낸 자세 중 어느 쪽이 방어에 용이한가는 굳이 설명 할 필요도 없다.
강진호는 뻗어낸 홍왕의 우수가 회수되기 전에 그의 가슴을 향해 파 고들었다. 그러고는 청루와 적루를 끌어당겨 몸을 회전시킨다.
“크으읏!”
강진호의 몸이 팽이처럼 회전했 다. 강진호의 몸을 감싼 적루와 청 루가 팽이에서 돋아난 날처럼 홍왕 의 육체를 난자했다.
카카카캉
몇 번이고 검에 베인 홍왕이 뒤 로 물러났다. 하지만 강진호는 홍왕 이 물러날 틈을 주지 않았다. 홍왕 이 물러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강
진호가 회전하며 돌진한다.
“이 빌어먹을!”
홍왕의 입에서 처음으로 욕지기가 터져 나왔다.
이게 뭔가.
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
이건 무학이 아니다. 그야말로 개 싸움이었다. 고고한 선비처럼 시담 (詩談)을 나누던 이가 갑자기 그의 멱살을 잡더니 진흙탕으로 끌고 들 어가는 격이다.
홍왕은 이런 진흙탕 싸움은 단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고, 이런 싸 움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천하 의 누구도 그에게 이런 싸움을 걸어 오려 하지 않는다. 그는 권사니까. 권을 쓰는 자는 근접전에 강하다. 병기를 쓰는 이들은 권사와 거리를 두려고 한다.
홍왕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굳이 근접에 대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강진호는 아니었다.
그의 근접전과 홍왕이 생각하는 근접전은 전혀 달랐다. 무인들에게 이 거리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머리
가 터져 나가는 거리다. 누구도 자 신의 머리를 상대의 권역 안으로 들 이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무인에게 이 거리는 일반인들의 거리와 다르다.
복싱을 하는데 클린치를 하고는 10c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보디블 로우를 연속으로 먹이는 격이다. 떨 쳐 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고, 여기 에는 클린치를 말려줄 심판도 존재 하지 않는다.
그러니 속이 끓어오를 수밖에.
홍왕이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뻗 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것을 허락
하지 않았다.
좌측에서 솟구치는 홍왕의 주먹.
하지만 강진호의 다리는 홍왕이 팔을 채 뻗기도 전에 강렬한 발차기 로 홍왕의 팔꿈치 안쪽을 걷어찼다.
아무리 실린 힘에 차이가 있다고 한들, 팔꿈치를 걷어차인 주먹이 제 방향으로 갈 수는 없는 법.
홍왕의 주먹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른다.
강진호는 흥왕의 팔을 걷어찬 반 동으로 몸을 띄워 올려 홍왕의 머리 를 걷어찼다.
강진호의 각영(脚影)이 무수히 불
어나며 홍왕의 머리를 뒤덮었다.
“큭!”
홍왕은 물러난다. 정신없이 물러 났다.
그가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머 리를 발로 차여본 경험이 있겠는가.
모든 것이 전대미문.
강진호는 마치 거대한 기계에 끼 어든 이물질처럼 홍왕이라는 정교한 병기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당해보지 못한 공격, 단 한 번도 싸워보지 못한 거리, 그 리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지 독한 적.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홍왕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 마인 놈이!”
홍왕은 분노하고 있었다.
물러난다. 저 말도 안 되는 공격 에 휩쓸려 그는 물러나고 있었다. 한 발이 뒤로 갈 때마다 분노가 두 배는 증가하고 있었다. 머리로 피가 몰려 정상적인 판단이 되지 않고 있 었다.
눈앞이 새하얘지고, 전신이 뻣뻣 하게 굳었다.
흥분과 증오는 다른 감정이다.
증오는 열의를 고취시키지만, 분 노는 사람의 몸을 굳게 만든다. 홍 분한 홍왕은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그리고 강진호는 차갑게 식은 눈으 로 그런 홍왕의 변화를 관찰하며 사 냥꾼이 사냥감을 몰아가듯 천천히 홍왕을 몰아갔다.
살얼음판?
칼날 위?
그런 적당한 비유가 될 만한 상 황이 아니다.
한 치만 삐끗하면 머리가 날아간 다. 조금만 삐끗하면 육체에 대포알 이 뚫고 지나간 듯한 구멍이 생길
것이다.
일격에 생사가 갈린다.
그 아슬아슬한 생과 사의 갈림길 에서 강진호는 지독한 쾌감을 맛보 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마약처 럼 뿜어져 나온다. 전신을 흐물흐물 하게 만들어 버릴 것 같은 즐거움이 다.
‘이거지.’
물렁하다.
다들 물렁하다.
수수깡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살아 가는 강진호에게 홍왕은 처음으로
만난 완벽한 존재였다. 주먹을 내질 러도 죽지 않고, 검으로 베어도 쓰 러지지 않는다.
그가 지금 가진 모든 것을 있는 대로 쑤셔 박아도 버텨내 주는, 더 없이 훌륭한 존재.
그를 뭐라 불러야 하는가.
아무래도 좋다.
무엇이든 좋다.
강진호는 싸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갔다. 죽음의 경계에 발을 들이 고 있다는 사실도 잊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잊었다.
날아오는 것을 피하고, 비어 있는
곳을 찌른다. 찢겨지는 육체를 내주 고, 상대의 육체를 찢는다.
피투성이.
그래, 피투성이다.
강진호의 검은 홍왕의 살을 갈랐 지만, 흥왕의 권은 강진호의 육체를 부수고 있었다. 전술적으로 완벽하 게 승기를 잡은 강진호다. 하지만 전략적으로는 이길 수 없다.
같은 일격을 가해도 받는 대미지 가 다르다. 일천의 군사를 가진 자 가 아무리 기기묘묘한 방법으로 공 격하고 신산귀계를 동원한다고 해도 백만의 군사를 이길 수는 없다.
죽여도, 죽여도 줄지 않는다.
홍왕의 육체가 그랬다. 아무리 베 고, 가르고, 찌르고, 물어뜯어도 피 육의 상처가 전부다. 하지만 홍왕은 착실하게 강진호에게 대미지를 입히 고 있다.
하지만 강진호는 더없이 잔인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서 뭐 어쨌단 말인가.
그 순간이었다.
홍왕이 우수를 들어 날아드는 적 루를 움켜잡았다.
콰드드득!
마기가 잔뜩 실린 적루가 홍왕의
손을 파고든다. 살을 억지로 찢어내 고, 뼈를 뚫는다. 마침내 적루는 완 벽하게 홍왕의 손을 꿰뚫었다. 하지 만 그 대가로 처음으로 적루가 멈춰 섰다.
“강진호오오오오오오오!”
홍왕의 좌수가 강진호의 가슴을 후려쳤다.
눈부신 강기.
마치 새벽의 여명 같은 권강이 강진호의 가슴에서 폭발했다. 강진 호의 몸이 실 끊어진 연처럼 훨훨 날아 바다로 처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