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53)
마존현세강림기-754화(752/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8화)
2장 내맡기다 (3)
‘대체 저놈은 뭔가?’
살을 뚫고 나올 것 같은 분노 속 에서도 홍왕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달라졌다는 것은 안다.
지금까지의 강진호가 아니라는 것 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력마저 달라지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홍왕은 물었다.
이 의문을 참을 수 있는 길이 없 어서.
“대체! 대체 네놈은 뭐냐!”
“흠?”
강진호가 홍왕을 보며 미소를 지 었다.
“멍청한 질문이군. 하지만 그에 답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강진호가 천천히 홍왕에게 다가서 며 말했다.
“내가 무엇으로 보이나?”
“대답해 봐. 내가 무엇으로 보이 나‘?”
홍왕은 대답할 수 없었다. 질문은 의도와 함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 질문에는 의도가 없었다. 그러니 답을 찾아낼 수도 없었다.
“너는 나를 무엇이라 불렀지?”
“……강진호.”
“그래, 잘 알고 있군. 내가 강진 호다.”
대답이되, 대답이 아니었다.
저자의 대답은 그 어떤 것도 설
명해 주지 않는다. 어째서 강진호의 안에 다른 강진호가 있는지, 그리고 고작 인격이 바뀐 것만으로 능력 자 체가 달라질 수 있는지, 그 어떤 의 문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진짜’ 강 진호다.”
“진짜 강진호?”
“그래. 내 몸을 차지한 놈은 나를 이렇게 부르더군. 적천마존이라고 말이야.”
홍왕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강진호의 정체가 적천마존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가지 경로로 전해
들은 이야기다. 그게 진실인가 아닌 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강진호가 적 천마존이든 아니든 달라질 건 없다. 어찌 되었든 그는 과거에서 현대로 온 대마두이고, 적천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역시 할 수 있을 테니 까.
하지만 그 사실을 본인에게 직접 듣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적천마존.
강호에 단 한 번 있던, 마도시대 를 연 최악의 마왕. 수많은 무인들 을 치욕에 떨게 만들고, 마인에 대 한 분노를 집어삼키게 한 사상 최악
의 마두.
그 이름이 지금 강진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놈은 나를 적천이라 부르고, 자 신을 강진호라 칭하더군. 그 병신 같은 놈이 말이야.”
강진호의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 졌다.
“하나…… 그런가?”
강진호는 비틀린 얼굴로 웃었다.
“네게 묻지. 대답해 봐. 나는 그 동안 누구에게도 이 질문을 하지 못 했으니, 너라도 대답해 봐.”
“나는 백 년에 가까운 시간을 강 진호로 살았다. 그런데 고작 이십여 년을 살아온 놈이 자신을 강진호라 하는군. 나는 그저 부가적인 인격일 뿐이라고 말이야. 대답해 봐라. 누가 진짜 강진호인가. 그 나약하고 무능 한 놈은 내가 이룩한 모든 것을 제 것인 양 여기고 주인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 내가!”
강진호의 쩌렁쩌렁한 고함이 세상 을 울렸다.
“내가 누구로 보이나?”
홍왕은 이를 악물었다.
몸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저놈
들의 시시한 전쟁에 어울려 줄 생각 은 없었다.
“하면 어찌……
“ 강하냐고?”
강진호가 큭큭대며 웃었다.
“당연한 일이지. 저놈이 내 몸을 차지하기 위해 버린 것이 나이니까. 나는 마의 종주. 나는 마의 지배자. 항하사(恒河沙)의 마를 지배하는 자 이자, 마의 모든 것이다. 나를 담아 내는 것만으로 이 나약한 몸뚱아리 는 순식간에 찢겨 나갔겠지.”
강진호가 검을 들어 올렸다.
“살아야겠다는 생존 본능은 나를
분리하고 심연으로 밀어 넣었다. 나 는 놈의 망상 속에 존재하는 환상으 로 살아갔다.”
강진호의 손에 들린 적루가 비틀 린 검명을 토했다. 검이 위에서 아 래로 과격한 호선을 그리며 내려쳐 진다.
홍왕과 강진호의 사이를 채우고 있던 바다가 쫘악 갈라진다.
반웅조차 할 수 없었다.
의식이 아닌 본능이 만들어낸 기 의 장막이 너무도 간단하게 갈라진 다. 더없이 강한 홍왕의 내력으로 만들어진 벽이 비누거품이라도 된
양 퍽! 하고 터지더니, 다시금 육체 에 상처가 새겨졌다.
“자, 이제 말해봐.”
강진호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 다.
“내가 누구지?”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 다.
나약하다.
세상 모든 것이 나약하다.
지금 그가 되찾은 힘은 과거 그 가 가진 힘에 비한다면 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 힘만으로 그는 홍
왕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 다.
이 세상은 너무도 나약하다.
그렇다면?
알려줘야겠지.
이 세상에.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진정한 마 (魔)가 무엇인지.
어쩌면 ‘그’ 강진호가 이 세상에 는 더 걸맞을지 모른다. 그 역시 나 약해 빠졌으니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제 한목숨 살기 위해서 수백, 수 천을 죽인 살인귀가 가족을 논하고,
친우를 논하고, 세상의 안녕을 논한 다는 사실이.
구역질이 나는 위선이다.
힘을 제거하고, 과거의 자신을 분 리하는 것만으로 예전 같은 삶을 살 아갈 수 있다?
개 같은 소리.
그가 짊어져야 했던 고통은 모두 지금의 강진호가 떠맡았다. 그 대가 로 그놈은 이 세상에서 행복을 누렸 다.
그렇다면 부숴주리라.
그가 안온을 느낀 그 모든 것을.
이 세상이 마로 뒤덮이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놈이 어떤 비명을 지르 는지 똑똑히 지켜봐 줄 것이다. 지 금까지 그가 당해온 것처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네놈부터 죽여야겠지.”
이를 드러내며 다가오는 강진호에 게 홍왕은 저항할 수 없었다.
그가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힘의 차이.
그 무엇으로도 저항할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인 차이였다.
‘나는 무엇을 깨운 것인가……
그와 강진호의 싸움 끝에 ‘저것’ 이 깨어나 버렸다. 그가 우려한 강
진호보다 몇 십 배는 더 폭력적이 고, 더 불길한 자가.
그가 들어온 적천마존에 대한 악 명이 모두 어린아이 장난처럼 느껴 질 정도로 악으로 똘똘 뭉친 마인이 이 시대에 강림했다.
세상이 악으로 물들 것이다.
저자를 막지 못한다면 살아 있는 이들은 모두 지옥을 동경하게 된다.
확신을 넘어선 확신.
단 한 번도 타인을 위한 사명감 에 불타본 적 없던 홍왕조차 목숨을 걸어서라도 저자를 막아야 한다는 의지를 품게 만드는 거악(巨惡)이
지금 그의 눈앞에 있었다.
“적천…… 아니, 강진호. 뭐라 부 르든 달라질 건 없겠지.”
강진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너를 막는다. 무슨 수를 써 서라도 반드시!”
“모르는군.”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그의 몸이 퍽! 그 자리 에서 사라졌다.
홍왕이 이를 악물고 기운을 끌어 올렸다.
눈으로, 그리고 감각으로 따라잡 을 수 없는 상대다. 그렇다면 포기
해야 한다. 잡지 않는다. 오로지 느 낀다!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홍왕의 주먹이 등 뒤를 후려쳤다.
하지만 그의 주먹이 맞이한 것은 강진호의 육체가 아닌 청루였다.
콰드드득!
호쾌한 기세로 후려친 탓인지, 홍 왕의 주먹으로 거침없이 청루가 파 고든다. 주먹이 반으로 갈라지는 고 통에 홍왕이 이를 악물었다.
“이노오오오옴!”
홍왕의 전신으로 내력이 끓어오른 다.
시간을 끌면 위험하다. 더없이 위 험하다. 이놈은 강하다. 그가 상상하 지 못할 만큼. 그렇다며 시간을 끌 수록 그가 불리해질 게 빤했다.
일격.
단 일격으로 저 마귀를 죽여야 한다.
홍왕은 단전에 남아 있는 모든 내력을 끌어 올렸다. 그에 더해 한 줌 남아 있는 선천지기마저 모조리 뽑아냈다.
죽인다.
그 한 가지 생각만이 홍왕을 지 배했다.
그의 권은 파사(破邪)의 권이고, 복마(伏魔)의 권이다.
그의 모든 무학은 마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선인들의 피와 땀이 헛되지 않았다 면, 다시 도래할 마도 시대를 막아 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그룻되지 않았다면, 그가 이자를 제압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
정(情), 기(氣), 신(神).
일치될 수 없는 세 가지가 일순 하나로 합일(合一)한다. 무학을 처 음 배울 때부터 목표로 삼은 경지. 혼과 육체가 혼연일체를 이루는 순
간, 홍왕은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지독한 충족감을 느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넘어서려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그 발자취조차 밟지 못한 경지를 지금 이 순간 넘어서고 있었다. 가지려 할 때는 결코 주어지지 않던 것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이 순간, 누구 의 발도 닿지 않은 눈 덮인 대지를 드러낸다.
그의 모든 것이 주먹에 모인다.
그런 후에 뻗어 나가는 일권.
인생에 있어 단 한 번도 내질러 보지 못한 진정한 일권(一奉).
흥왕은 마침내 그 경지에 올랐다.
발끝부터 모든 것이 밀고 올라와 주먹을 통해 몸 바깥으로 빠져나가 는 감각. 그 어떤 쾌감도, 그 어떤 고통도 지금의 감각에는 비견할 수 없으리라.
머릿속에서 폭포가 터진다.
어쩌면 이 일격이 그의 목숨마저 앗아갈지 모른다. 하지만 홍왕은 그 죽음이 결코 가치가 없으리라 생각 지 않았다. 이 일권은 악마의 심장 을 꿰뚫을 테니까.
하지만 그의 믿음은 너무도 속절 없이 무너졌다.
세상이 검게 물든다.
하늘에 붉은 피의 강이 흐르고, 암흑이 공기처럼 세상을 종횡한다.
불어오는 바람이 피 내음이 배어 나고, 발을 적시는 바닷물이 끈적이 는 핏물로 변해 버린다.
알고 있다.
이것은 환상이다.
극한의 위협을 느낀 그의 육체가 이 세상을 이렇게 뒤바꾸면서까지 그에게 경고하고 있다.
지금 그의 앞에…….
마귀가 있다고 말이다.
세상이 멈춘다.
세상을 밝히는, 여명과도 같던 홍 왕의 일권이 속절없이 갈라진다. 악 의(惡意)가 생명을 가지고 뭉친 것 만 같았다. 느려진 세상 속에서 홍 왕은 똑똑히 보았다.
검디검은 마기.
그 날카로운 검기 속에서 마기들 이 악다구니를 쓰며 소리치고, 짓누 르고, 찢어발긴다. 타오르는 불꽃 같 기도 하고, 몰아치는 물결 같기도 했다.
마를 증오하는 홍왕조차도 일순 그 광경에 영혼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 대가는 처절했다.
촤아아아악!
홍왕의 모든 것을 담은 일권을 가볍게 베어머린 마기가 전신을 덮 친다. 움켜쥔 주먹은 엿가락처럼 부 러졌고, 전신을 단단한 성벽처럼 지 키던 근육은 한 올, 한 올 찢겨진 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꿰뚫린다.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홍왕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무 너지지 않는 것뿐이었다. 자꾸만 들 썩이는 무릎에 힘을 주는 것. 전신 의 모든 힘을 무릎에 집중하여 쓰러 지지 않는 것.
그게 흥왕에게 남은 마지막 자존 심이었다.
구멍이 뚫려 속이 훤히 보이는 배도, 반 이상 갈라져 거죽으로만 겨우 붙어 있는 팔도, 길게 사선으 로 갈라져 피를 철철 흘려 대는 얼 굴의 자상도…… 그 어떤 것도 홍왕 을 무릎 꿇리지는 못했다.
“인정해 주지.”
홍왕의 앞에 태연자약하게 서 있 는 강진호조차 고개를 끄덕이고 있 었다.
“네 능력은 보잘것없을지 모르나, 네 의지는 예전 나의 적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선 채로 죽을 수 있는 자비를 네게 주 지.”
그 말을 들은 홍왕이 피식 웃고 는 강진호를 향해 침을 뱉었다.
“지옥에나 떨어져라, 마귀야.” 강진호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자 비 없이 적루를 휘둘렀다.
바닥에서 출발한 적루가 바닷물을 가르고, 공기를 가르고, 홍왕의 두터 운 목마저도 갈라 버렸다.
아니, 갈라 버려야 했다.
하지만 강진호의 검은 홍왕의 목 에 닿은 채 멈춰 있었다. 예리한 적
루의 날이 홍왕의 피부를 갈랐지만, 결코 그 동맥에는 닿지 않았다.
홍왕의 의문 어린 눈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자비?
그럴 리가.
이 마귀에게 자비란 게 있을 리 없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강진호의 얼 굴은 이제껏 본 적 없는 표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
강진호가 전신을 덜덜 떨기 시작 한다.
“이 개 같은 놈! 또! 또오오오오 오오오오!”
적루를 손에서 놓은 강진호가 자 신의 머리를 움켜잡고 격하게 뒤흔 들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러고는 몸을 뒤집으며 괴로워하 기 시작했다.
“강진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
마귀가 절규한다.
마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