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54)
마존현세강림기-755화(753/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9화)
2장 내맡기다 (4)
숨이 가빠온다.
이제껏 느껴지지 않던 고통도 일 거에 몰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홍왕 은 의식을 놓을 수 없었다.
저 마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 그의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마귀는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
가 한 번 몸을 뒤집을 때마다 바닷 물들이 마치 폭격이라도 받은 듯 하 늘로, 또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절규하는 마귀를 보는 홍왕의 심 정은 복잡미묘했다.
마귀.
스스로를 강진호라 칭한 존재는 말 그대로 마귀였다. 그의 행동과 가진바 심성을 모두 떠나,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절대악이라 는 측면에서 마귀라는 호칭이 완벽 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그런 악이 지금 절규하고 있다.
“지금!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아 니라고! 이 멍청한 놈아! 왜 굳이 지금이어야 하냐고!”
마귀는 경련하면서도 끊임없이 외 쳤다.
“내가 모든 것을 차지하겠다는 게 아니잖아! 내가 지금 해결을 하겠다 잖아! 네 앞을 막는 모든 걸 내가 정리해 주겠다고, 이 병신 같은 새 끼야! 그럼 너는 과실을 따먹기만 하면 되잖아! 그런데 왜! 왜 지금이 냐고! 너는 못해! 너는 지키지 못 해! 나약해 빠진 너는 지키지 못한 다고! 이 개 같은 새끼야아아아아아
아!”
그 울부짖음은 너무도 처절했다.
외부의 자극으로 더 이상 반응을 보이기 힘들 만큼 망가진 홍왕조차 도 그 감정의 울림에 몸을 떨 정도 였다.
“내가! 내가 강진호다! 네가 아니 라고! 내가 강진호다! 네 멋대로 나 를 규정하고 짓누른다고! 네게는 그 럴 권리가 없어! 이 빌어먹을 놈 아!”
강진호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 고 있었다.
나중에는 거의 짐승의 울음소리처
럼 들렸다.
하늘도, 바다도 그의 울음에 동조 하여 울리고 있었다.
“끄윽…… 끄으윽……
강진호가 경련을 일으킨다.
혼신의 힘을 다한 홍왕의 일격조 차도 비웃음으로 맞상대하던 강진호 가 지금 더없이 추한 모습으로 뒹굴 고 있었다.
‘ 지금••••••
홍왕의 눈에 핏발이 섰다.
하늘이 주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지금 죽여야 한다, 지금!
지금이 아니라면 강진호를 죽일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지 몰랐다. 홍왕은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천운이 따라서 이 전의 강진호가 저 육체를 완전히 장 악한다면 모를까, 저 마귀가 육체의 소유권을 얻게 된다면 홍왕계 전체 가 달려들어도 강진호를 죽일 수 없 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지금 움직여야 한다! 지금!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모두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홍왕
은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 지 못했다.
구멍이 뚫려 버린 배 때문에?
그게 아니면 뼈가 드러나도록 갈 라져 버린 가슴 때문에?
아니다.
물론 홍왕의 육체는 최악이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열 번은 더 죽었 을 것이다. 홍왕이기에 이만한 상처 를 입고도 아직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홍왕이 움직이지 못 하는 이유는 육체의 상처가 깊기 때 문이 아니다.
절규하며 괴로워하는 강진호가 간
간이 보여주는 눈빛이 그를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건 일격을 날렸다. 그러나 그 일격은 너무도 간단히 강진호의 손에 분쇄되었다. 사람은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다. 하지만 그 목숨을 걸 수 있는 순간이 매번 오지는 않는다.
‘내가 지금 목숨을 아까워하고 있 다는 건가?’
홍왕이 이를 악물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몇 번이고 소 리쳐 보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여전히 그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는 것이다. 강진호가 저리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자신 하 나 죽이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을. 이미 그의 몸으로 충분히 경험 하지 않았는가.
세상을 위해 목숨을 버리라고?
말이야 쉽지!
스스로 희생을 시도했다는 것만으 로도 홍왕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한 번 한 일을 두 번 하지 못한다 고 욕할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홍왕의 자신의 내면과 싸우고 있 는 와중에도 강진호는 경련하고 있 었다. 하지만 그 격렬한 떨림은 천
천히 잦아들었다. 이내 미세한 진동 만이 남아버린 강진호의 육체가 바 다 위에 떠올랐다.
텅 비어버린 듯한 눈으로 강진호 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빌어먹을 하늘……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을 보며 강진호가 나직하게 웃었다.
“그래…… 주겠다. 지금은 네놈이 이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 지. 하지만…… 하지만 길지 않을 거다. 너로서는 결코 감당할 수 없 는 현실이 네게 닥칠 테니까. 네 의 지로 내게 육체를 넘기는 순간……
너는 내가 경험한 지옥을 겪게 될 것이다. 그때를 기다리지. 그때 를…… 네 안에서 말이야.”
강진호의 육체가 천천히 바닷속으 로 가라앉았다.
부글거리며 올라오는 기포, 새하 얗게 부서지는 포말.
조금은 이질적이고, 어찌 보면 환 상 같은 광경 속에서 강진호의 몸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일순.
촤아아악!
자신을 덮은 바닷물을 밀어내며 강진호가 몸을 일으켰다.
“크……
휘청이며 한 번 쓰러진 강진호가 바닥을 짚고 겨우겨우 몸을 다시 일 으킨다. 몸을 일으키는 그 동작하나 를 얼마나 힘겹게 해내고 있는지, 옆에서 지켜보는 이라면 누구라도 먼저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에게 유일하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단 한 사람만은 강진호에게 손을 뻗지 않 았다.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 든 분노를 담은 얼굴로 강진호를 노 려보고 있을 뿐이다.
“왜……
일그러진 홍왕의 얼굴이 비틀리며 천천히 말이 새어나왔다.
“왜 돌아왔지?”
분노와 자괴로 머리가 새하얗게 새어버린 것만 같다. 홍왕은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강진호다.
그래, ‘이전’의 강진호다.
조금 전까지 그를 걸레짝처럼 만 들어 버리던 마귀는 강진호의 안으 로 자취를 감췄다. 지금 그의 앞에 서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있는 자는 마귀가 아닌 강진호였다.
그 사실이 홍왕을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
“왜? 왜 돌아왔나! 왜! 강진호!” 보라.
저 모습을 보라.
강진호는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굳이 홍왕이 나설 것도 없다. 이곳에 있 는 이라면 누구라도 강진호를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바람 빠진 풍선 꼴이 되어버린 강진호라면, 저자에 굴러다니는 평 범한 무인이라도 손쉽게 목을 잘라 버릴 수 있다.
숨긴 것?
비장의 무기?
그따위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바 로 앞에서 강진호를 바라보고 있는 홍왕은 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강진호는 왜 자신의 몸을 되찾은 것인가.
마귀에게 조금만 더 몸을 맡겨두 었다면 홍왕은 목이 떨어졌을 것이 다. 그런 후에 자신의 몸을 되찾는 다 해도 늦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하 필 이런 타이밍인가.
적에게 구원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구원자가 형편없이 나 약한 몰골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 현실이 홍왕을 분노하게 했다.
이보다 더한 치욕이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대답해에에에에에에에!”
귀를 찢어버릴 것 같은 홍왕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 격렬한 요 동에 갈라진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 럼 튀었지만, 흥왕은 조금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내가 너를 죽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살려주었으니 고맙다고
놓아주기라도 할 것 같은가?”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창백한 안색.
핏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얼굴.
굳이 홍왕이 손을 쓸 것도 없이 이대로 내버려 두기만 해도 금세라 도 피를 토하며 죽어버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흥왕이 그 얼굴에서 느낀 것은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
‘이 와중에……
강진호는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홍왕이 자신을 죽이리라
는 것을.
머리가 조금이라도 있는 이라면 생각할 수 있다. 미치지 않았다면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강진호의 안에 숨어 있는 적천마존 의 존재를 알아버린 홍왕이 강진호 를 놓아준다?
그건 하늘이 무너져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을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홍 왕은 강진호를 죽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강진호는 굳이 밖으로 기 어 나와 죽음을 자처하는가.
그 말도 안 되는 선택의 결과로
뒤바뀌어 버린 운명에 홍왕은 무너 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홍왕이다.
왕은 그 누구에게도 동정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 그는 강진호 에게 목숨을 구걸받고 있었다. 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생전 처음으로 운명의 주도권을 놓치고, 그저 타인의 선택에 휘둘릴 수밖에 없게 된 홍왕은 무너졌다. 좌절했다.
“이…… 이런 개 같은……
홍왕은 느끼고 있었다.
이제 그는 이전의 ‘그’일 수 없다.
이 자리에서 강진호를 일권에 때 려 죽인다고 해도 그는 결코 과거의 홍왕으로 돌아갈 수 없다. 두 주먹 만으로 세상을 지배하고, 오만하게 하늘을 비웃던 그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강진호의 입가에 담긴 비웃음을 보며 홍왕의 눈에 핏발이 섰다.
어째서…….
어째서 웃는가.
이자는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단 말인가.
“너는 모르겠지만……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홍왕은 알 수 없다.
그는 죽음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까. 하지만 강진호는 이미 두 번의 죽음을 겪었다.
죽음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모든 것과의 단절. 그건 몇 번 겪 었다 해서 두렵지 않은 일일 수 없 었다. 그럼에도…….
“때로는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게 있기 마련이지.”
“……죽음보다 두려운 것?”
“나로 살지 못하는 것.”
강진호가 몸을 일으켰다. 후들거
리는 다리가 잦아들고, 쫙 편 어깨 에 힘이 실린다.
이건 허세다.
강진호는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 할 힘이 없다. 그저 허세에 불과하 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저 말도 안 되는 허세가 눈이 부 신 건.
홍왕은 알 수 없는 감정에 몸을 떨었다.
“나는 강진호다.”
“그걸로 된 거야.”
이해할 수 없는 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
홍왕은 도무지 이 사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불가해한 존재.
그 말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 사 내를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강진호.”
홍왕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하 지 않으면 된다.
콰아아아앙!
홍왕의 주먹이 강진호의 가슴을 강타했다.
뒤바뀐 입장, 뒤바뀐 능력.
지금의 강진호는 홍왕을 감당할 힘이 없었다. 지나가는 개 한 마리 도 이기지 못한다. 상대가 치명상을 입은 홍왕이라 해도 절대 이길 수 없다.
강진호도, 홍왕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강진호의 몸이 그 자리에서 바닥 으로 튕겼다. 홍왕은 강진호를 멀리 날려 보내지도 않았다. 혹시 모를 변수마저 차단한다. 반드시 강진호 를 죽이기 위해.
“긴 밤이었다. 너를 기억하지. 네
가 내 몸에 새긴 상처도, 영혼에 새 긴 상처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 이다. 그 증오와 경의를 담아 끝을 내주마.”
그 말을 강진호가 들었는지는 중 요하지 않다. 홍왕이 마지막 남은 힘을 우수에 모은다.
빛.
과거와는 다른…….
조금은 흐려진 듯한.
하지만 강진호의 숨을 끊어내기에 는 충분하고도 남을 힘이 홍왕의 우 수에 모였다.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