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6)
마존현세강림기-76화(76/2125)
마존현세강림기 4권 (1화)
1장 – 입대하다 (1)
“다녀왔습니다.”
“늦었구나.”
“죄송합니다.”
백현정은 조금은 불편한 얼굴로 강진호를 나무랬다.
“아들!”
“ 예?”
“엄마가 뭔 말만 하면 죄송합니다, 하지 말아줄래?”
“죄송……”
강진호가 다시금 ‘죄송합니다’를 입에 올리려다가 아차 하고는 입을 닫았다.
백현정이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강진호가 싱긋 웃고는 말했다.
“곧 군대가는데, 그럴 수도 있죠.”
“그래.”
백현정이 다가와서 강진호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그런데 아들.”
“ 예?”
“군대를가는 것 같은 큰일은 엄마랑 상의를 해줬으면 좋겠어.”
강진호는 아무 대답 없이 묵묵히 백현정의 말을 들었다.
“원체 혼자서 잘 알아서 하는 아들이라서 믿고 있기는 하지만, 한번씩 보면 내가 소외된 듯한 느낌이 들어서 섭섭할 때가 있단다.”
“그런게 아닙니다.”
“알지. 우리 아들이 그럴 애가 아니라는 것은 내가 잘 알지. 그냥 내 기분이 그렇다는 거야.”
강진호는 딱히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아직 강진호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그가 살아온 세상이라고 해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고, 인간과 인간의 교류가 없던것도 아닐진대, 그럼에도 강진호는 여전히 다른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마교였기 때문인가?’
정신만은 이미 어른인 채로 마교에 들어갔기에 인간성이 거세된 다른 마인들과는 다르다고 스스로 생각했건만, 그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현세에서 살때도 정상적인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는 강진호가 아니던가.
“엄마한테는 먼저 말을 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해. 엄마 생각이 틀렸 어?”
강진호는 잠시 골똘히 생각해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적어도가족이라는 것이 한집에 같이 사는 사람이상의 것을의미 한다면, 인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함께 생각하 고 함께 결정하는 것이 맞으리라.
그러한 부분에서 배려가 부족했 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우리 아들. 이리 와보렴.” 강진호는가만히 백현정에게 다가갔다.
백현정은 아무 말 없이 강진호를 끌어안고 그의 등을 쓸어주었다.
“그 쪼그맣던 녀석이 벌써 군대를 간다니, 엄마는 왠지 섭섭하구 나. 남들 다가는 건데……
백현정의 마지막 말은 물기에 젖 어 흐려져 있었다.
“당장 내일가는 것도 아닌데요, 뭐.”
“그래, 그렇지.”
백현정이 강진호를 끌어안은 손을 풀고는 눈가를 홈쳤다.
“밥은 먹고 왔어?”
“네, 먹고 왔습니다.”
“그래. 얼른 들어가서 쉬어. 아버 지 주무시니까 문소리 조심하고.”
“ 예.”
강진호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와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놓은 강진호는 옷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침대 위에 누웠다.
우선은 씻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
었지만, 복잡한 머리가 강진호에게 다른 것을 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과거를 뛰어넘어 이곳으로 돌아 온 이가 너뿐이라고 생각했나?”
괴인이 남긴 말이 강진호의 머리를 뒤죽박죽 섞어놓고 있었다.
‘나만 겪은 일이 아니라고?’ 혼란스럽다.
그건 다른 이가 할 수 없는, 그야말로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단 한번도 누군가에
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술주정이나 망상, 혹은 정신병자가 되어버리겠지.
그리고 혹여나 그 말을 믿어주는 이가 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 었다. 인간은 자신과 다른 이를 철 저하게 배척한다는 것은 이미 그의 삶을 통해서 증명된 이야기니까.
그렇기에 그 누구에게도 공감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또 다른 귀환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어디까지 믿어야 하지?’
그들의 말을 모두 믿을 수는 없다.
강진호는 양손을 끌어 올려 얼굴을 문질렀다. 이럴 줄 알았다면 순 순히 보내줄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 했다는 후회가 남는다.
당시에는 워낙에 충격적인 말이 라 그 이상을 생각할 수 없었다.
‘아니, 아니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언젠가 다시 강진호의 앞에 나 타날 것이다. 회유를 위해서든, 제 거를 위해서든 다시금 강진호의 앞
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럼 그때 대응해도 늦지 않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강진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별 하나 떠 있지 않은 어두운 밤 하늘을 보며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야.’
그 역시 흔들리고 있으니까.
누구도 이해해 주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그 끔찍했던 경험을 공유 하고 이해해 줄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이만큼이나 사람을 흔 들어놓을 수 있다면, 그들이 서로
를 찾아 세력을 구축하는 것도 납 득이가는 일이었다.
어쩌면 그들은가족과 친우를 뛰 어넘어 강진호의 진정한 이해자가 되어줄지도 몰랐다.
강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 폰을 잡았다.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노래를 틀 어 머리맡에 올려놓은 강진호는 흘 러나오는 선율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흔들리지 마라.’
그들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는 언제나 강진호 라는 것이고, 강진호의 삶은 그 스 스로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 었다. 그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면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강진호는 눈을 감고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하지만 결국 창밖으로 먼동이 터 올 때까지 강진호는 단 한숨도 잘 수 없었다.
“ 입대?”
아침부터 찾아온 조규민을 맞이 한 황정후 회장은 강진호의 입대 소식을 듣고 기겁을 했다.
“입대를 한다고? 입대?”
“예, 그렇습니다.”
“그걸 이제 보고하면 어쩌자는 건가!”
황정후 회장이 분노하여 일갈하 자 조규민은 움찔하여 고개를 숙였다.
당사자가 말도 하지 않고 신청해 버린 것을 자신에게 따지면 어쩌자는 건가 하는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실제 조규민의 일이기에 변명의 여 지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입대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황정후 회장은 더없이 심각한 얼 굴로 고민에 빠졌다. 군대는 대한 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황정후 역시 군 대를 다녀왔다.
그의 아들들 역시 단 한 명도 빠 짐없이 모두 군대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 황정후 회장은 그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에 심각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다른 방법은 없겠는가?”
“어떤 다른 방법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군대를가지 않을 방법 말일 세.”
조규민은 혼란을 느꼈다.
황정후는 원칙을가장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일반적인 재벌들이 각 종 특혜를 받고 불법과 탈법의 경 계를 교묘히 이용하며 이득을 취하는 것과는 달리, 황정후는 그러한 특혜를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그 역시가난한 집안의 아들로서 바닥에서부터 기어오른 사람이었다.
그 와중에 특혜로 보호 받는 이 들과 무수히 경쟁하면서 온갖 불합 리를 겪어야 했던 이였던 만큼 특 혜라든가 탈법을 싫어할 수밖에 없 었다.
그런 점 때문에 다른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황정후의 입에서 다른 방법이라는 말이 나오다니.
황정후 역시 조규민의 마음을 이 해했는지 멋쩍게 말을 이었다.
“내 자식이라든가 내 손자, 혹여 내가가야 하는 것이라면 두말없이 입대했을 걸세.”
“그러실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러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특이한 케이스지.” 조규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내 개인적인 일도 문제이기는 하네. 나는 그가 반드시 필요하니 까. 생각 같아서는 그를 옆에다 두 고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24시 간 감시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 일세.”
황정후와 강진호의 관계를 알지 못하는 조규민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게 욕심이라는 것은 알고 있네. 내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그 사람이 군대라는 곳에 서 적응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 제야.”
“아!”
조규민은 그제야 황정후가 걱정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강진호는 어떻게 보자면 매우 자
유로운 사람이었고, 어떻게 보자면 트러블메이커에가까웠다.
그는 불합리한 것을 싫어했고, 힘이나 압력을가해오는 것을 참아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가 불합리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군대라는 조직에서 적 응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결론은 빤히 나온다.
“큰 문제군요.”
“그렇지.”
황정후는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쉽지 않은 일이지, 쉽지 않은
문제야.”
강진호라는 존재가 대한민국의 군대를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 질지를 생각한다면, 이 일은 반드 시 막아야 하는 문제일지도 몰랐다.
“하지만의외로 사회생활은 괜찮게 하는 편입니다만?”
“힘으로 누르려는 사람이 없으니 까 그렇겠지.”
“으음….”
“나도 강진호라는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파악한 것은 아닐세.”
“하지만 자네도 겪어보았으니 짐 작하고 있겠지. 그런 사람은 누르 려고 하면 더 튀어 올라 버리는 사람일세.”
“그렇습니다.”
“하지만 군대라는 곳은 누르는 것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이가 너무 많단 말이지.”
조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군대를 겪어보았으니 이 해할 수 있었다.
“사고라는 것은 벌어지고 나서 해결하려고 하면 늦는 법이지. 애 초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야.”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러니 자네가 수고를 좀 해줘야겠네.”
“ 예?”
조규민이 어리둥절해하며 되묻자 황정후는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 고는 말을 이었다.
“방법을 찾게. 대안을 마련해봐. 최소한 그가 군생활을 별다른 트 러블 없이 끝낼 만한 안전장치라도 마련해 둬야겠어.”
“알아보겠습니다.”
“필요한 역량은 모두 끌어다 쓰
게. 내가 허락하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조규민이 고개를 꾸벅 숙이자 황 정후는 손을 내저어 그만 나가보라는의사를 표했다.
조규민이 회장실 밖으로 나가자 황정후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 차라리 좀 기회주의적이 면 좋을텐데……
자신에게 연락을 하여 군대를 안가고 싶다는 말만 했다면 황정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면제시켰을 것이다. 불법이 아닌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면제는 시켜줄 수 있
다.
미국의 시민권을 얻어주는 방법도 있고, 대안 복무를 시켜줄 수도 있다.
하지만 강진호의 성격을 고려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황정후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당장 한 달에 한번은 강진호에게 시술을 받아야 하는 황정후다. 그 일이야 한 달에 한번 면회를가면 그만이겠지만, 그 외에도 걸 리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흐음, 내부에 조력자가 있으면
좋을……
황정후의 노안이 순간 빛을 뿜었다.
“그 방법이 있었군. 후후후.”
황정후가 기분 좋은 얼굴로의자 에 등을 기댔다.
그 순간, 비서실로 향하던 조규 민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