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61)
마존현세강림기-762화(760/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16화)
4장 조율하다 (1)
강진호는 빠르게 제 생활을 되찾 고 있었다.
중국에서 겪은 일들은 그의 일상 을 거의 무너뜨렸지만, 다행히 중국 과 한국은 국경으로 분리되어 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중국 의 영향을 대부분 차단할 수 있었
다.
물론 밀려오는 미세먼지를 볼 때 마다 중국에서 겪은 일들이 되살아 나는 부작용이 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강진호는 항상 그를 괴롭 히던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할 일이 없네.’
딜레마였다.
강진호는 총회의 회주라는 자리를 맡고 있는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 실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이중걸이나 방진훈은 실무와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총회가 어떻게 굴러가는 지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적절한 지 시를 내리며 아랫사람을 굴릴 줄 알 았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냥 생짜 무력 하나로 총회의 회주 자리를 탈취한 사람이었다.
말이 좋아 회주이지, 그의 실무 능력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사원 에 비해 전혀 나을 것이 없다. 아 니,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더 나을 것이다. 그래도 졸업생은 스펙이라 도 갖추고, 대학이라도 나왔으니까.
강진호의 경력이라 봐야 대학 생
활 반년, 아버지 카페에서 서빙 경 력, 그리고 군필이 전부였다. 대학 간판이 나름 빵빵하다고는 하지만, 이곳에는 그 대학 간판에 코웃음을 칠 인재들이 넘쳐 났다.
그러니 뭘 할 수 있겠는가.
“……잘되고 있어?”
“바쁩니다.”
“아니, 그냥 잘되고 있는지 묻는 건데……
“바쁘다구요!”
강진호는 시무룩해졌다.
그가 아직 회주가 아니던 시절, 방진훈이나 이중걸은 권위가 있었
다. 그들이 가진 능력이 무엇이든, 그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든, 일단 회주의 자리에 올라 있다는 사실만 으로 그들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뭐랄까…… 그래!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데.’ 천하의 총회 회주이자, 마교의 교 주인 강진호에게 꿔다 놓은 보릿자 루라는 불경스러운 표현을 쓸 수는 없겠지만, 지금 강진호의 상황이 딱 그랬다.
그렇다고 불만을 표할 수도 없었
다.
이현수는 비타민과 영양제를 철근 같이 씹어 먹으며 이리 뛰고 저리 뛰기를 반복했다.
어차피 사무직인데 왜 그리 들락 날락거려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마 그걸 묻는 순간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까지 이해도가 없을까? 이런 사람이 회주 라니……’라는 눈빛을 받을 게 빤했 다.
그래서 이현수는 건드릴 수 없었 다.
장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강진호의 심정을 안다면 그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강진호를 위로 하려 들 장민이지만, 장민 역시 강 진호 따위(?)에게 신경을 쓸 틈은 없었다.
애초에 마인들은 중국에서만 살아 왔다. 그런 이들이 중국 땅을 떠나 서 적웅한다는 게 쉬울 리가 없었 다. 더구나 이건 단체 관광이 아니 다. 이들을 위해 준비된 편의 시설 이라든가 가이드가 있을 리 없다.
강진호의 권위가 그들의 불만을 틀어막고는 있지만, 자잘한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났다.
장민은 그런 사고가 일어날 때마 다 눈에 불을 켜며 상황을 해결했 다. 때로는 어르고 달래고, 때로는 패고 걷어차고, 심심할 때마다 윽박 지르기를 반복했다.
“으으으으… 이 빌어먹을 놈
들!”
장민은 고통에 겨워했다. 해본 사 람은 알겠지만, 사람을 다독이고, 윽 박지르고, 후드려 패는 일은 심력을 극도로 소모시킨다. 말 안 듣는 아 이를 둔 부모는 주말을 두려워하기 마련 아닌가.
장민은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산에 틀어박혀 마존을 기다려 온 것 이 고행이 아니라 축복일지도 모른 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저, 저는 절대 혼인 같은 건 하 지 않을 겁니다.”
그 나이에 혼인이라는 말이 입에 서 나오느냐는 소리를 질러주고 싶 었지만, 넋이 나간 장민의 얼굴을 보니 그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내가 혹시 도울 것이 없냐는 강 진호의 질문에 장민은 감히 마존께 그런 하찮은 일을 시킬 수 없다며 극구 사절했다.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해봤지만, 마존의 권위는 하늘에
닿으니 어쩌니 하는 말로 죽어도 받 아들이지 않는 장민이었다.
그런 장민의 눈빛에서 ‘니가 끼어 들면 일이 더 복잡해지니까, 제발 그냥 가만히만 좀 있어다오’라는 의 미를 읽어버린 강진호는 애꿎은 바 닥만 툭툭, 때렸다.
‘무쓸모이구나.’
과거, 그가 마교의 교주이던 때의 강진호는 굳이 자신의 일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군림했다.
말이 좋아 군림이지, 풀어서 이야 기하자면 대부분의 일은 청마가 해
결하고 그는 그저 옥좌에 앉아서 거 들먹거리거나, 방에 누워 뒹굴대고, 남는 시간에는 수련을 하거나 술을 마셨다.
그걸 지금의 말로 치환하면 놈팽 이가 되고, 당시의 말로는 한량이라 한다.
그때는 그게 잘못된 것이라 생각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가 교주가 되기 전에 교주였던 놈들이 모조리 다 놈팽이였기 때문이다.
당시의 마교는 이탈리아 상마초가 귀여운 취급을 받을 정도로 사나이 들의 집단이었다. 그런 사나이들 중
리얼 사나이로 취급받는 교주가 어 찌 하찮은 일들에 손을 담그겠는가. 그건 마뇌라 불리던 군사들의 몫이 었다.
교주는 그저 스스로의 강함을 추 구하며 세월아 네월아 하다가 큰일 이 생기면 나서서 위협이 되는 놈들 을 모조리 때려잡는 걸로 밥값을 했 다.
그런데 현대로 오니 그게 아니다.
그가 본 리더들…… 황정후나 이 중걸, 방진훈이나 김석일 같은 이들 은 모두가 실무형 리더였다. 스스로 조직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을
이룩하기 위해 스스로 뛰기를 주저 하지 않았다.
그러니 강진호도 변해야 한다. 변 해야 하는데…….
‘뭘 할 줄을 알아야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상사가 있다.
아랫사람들에게 해야 할 일을 지 시하는 건 어느 상사나 마찬가지이 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명 확한 계획과 청사진을 가지고 지시 하는 상사는 존경을 받는 반면, 자 기도 잘 못하는 일을 대충 해보라고 던져 주며 옆에서 참견만 하는 상사 는 들어먹은 욕으로 수명이 끊어지
지 않는 불사신이 된다.
설사 그의 물리적인 생명이 끊어 져 관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의 행적을 아는 사람들을 통해 영원히 술안주가 되어 살아가는 형벌을 받 게 된다.
강진호는 불사신이 되고 싶은 마 음이 추호도 없었다. 이미 살아온 삶도 충분하다 못해 넘칠 만큼 길 다. 이번 생조차 끝없이 살아갈 수 는 없잖은가.
그러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 서 대충 몇 마디 던지는 걸로 생색
을 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실무를 좀 배워야겠는데……
주변이 모두 열정 가득한 사람들 로 차 있으면, 놀고먹는 것도 눈치 가 보인다는 사실을 강진호는 새삼 스레 깨닫고 있었다.
“ 어휴!”
그때, 문이 열리면서 바토르가 안 으로 들어왔다.
강진호는 반색했다. 그러자 바토 르가 눈에 이채를 띠고는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주인? 주인이 왜 여기 있는가? 회주실은 어쩌고?”
할 짓 없고 심심하다는 이유로 이현수의 집무실 소파를 꿰차고 있 던 강진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 다. 나름 이유야 있지만, 그 이유는 제정신 박힌 사람이 입 밖으로 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홈, 한가하군.”
바토르의 툭, 내뱉은 말이 강진호 의 심장을 쿡, 찔렀다.
한가하다라…….
총회의 모두가 바쁜 와중에 강진 호만이 한가하다.
“너도 딱히 바쁠 건 없지 않나?”
“ 하?”
털썩 주저앉으며 그의 체중에도 부러지지 않는 소파가 명품이라는 걸 증명하던 바토르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주인.”
“응?”
“다음에는 일을 시킬 때 좀 더 생 각이라는 걸 하…… 아니, 조금만 더 고려해서 일을 시켜주면 좋겠 다.”
원래 하고 싶은 말은 ‘생각이라는 걸 좀 처 하고 일을 시켜라’였을 것
이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이지만, 강진호는 바토르를 탓하고 싶지 않 았다. 강진호 같은 밥버러지와 말을 섞어주는 것만으로도 조금 감동하고 있었으니.
“……무슨 일 있나?”
“장민! 장민! 그 영감한테 책임을 맡기지 말란 말이다!”
“왜?”
“그 영감도 마인이다! 정신 나간 마인이라고!”
“……무슨 일이 있었는데?”
“사람이 상식이란 게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화장실이 어딨는지 찾는 놈들을 냅 다 후드려 패서 방에서 기어 나오지 말라고 쑤셔 박는 놈에게 대체 뭘 맡긴 건가?”
“내가 늦지 않게 발견했기에 망정 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숙소가 온 통……
“거기까지.”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나름 마인들 중에서는 상식인이라 고 생각해 온 장민의 실체를 파악하 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하기야 마 인 중에 상식인이라는 사실이 정상
인이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으니까.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마 교는 마교겠지.
“그, 그래서?”
“일단은 문제를 하나하나 풀고 있 다. 마교 장로들이 너무 설치고 다 녀서 총회 쪽에서도 문제가 폭주하 고 있다. 위긴스가 죽어라고 뛰어다 니며 중재를 하는 중이다.”
“수고했다……
불만 가득한 바토르의 얼굴을 보 며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애초에 이만한 인원을 한 번에 받아들이면서 대책도 강구하지 않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 주인?”
“너도 찬성한 일이다.”
“나는 최소한의 대비는 있을 줄 알았다!”
강진호는 입맛을 다셨다.
최소한의 대비?
그건 당연히 했다. 문제는 그 최 소한의 대비가 강진호가 생각한 것 만큼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최소한의 대비를 했어야 할 사람 은 지금 편의점 소시지로 끼니를 때 우고 동시에 휴대폰 다섯 개를 돌려 가며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저 꼴을 보고 왜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냐고 따진다면 그건 사람 도 아니다.
강진호는 마인이지만, 아직은 사 람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싶었다.
“그런데 주인은 왜 집에서 안 쉬 고 여기 와서 죽치고 있는 건가?”
죽치고 있다는 말이 살짝 거슬렸 지만…… 사실이다. 아니, 사실이라 더 거슬렸다. 명치에 들어올 때 가 장 아픈 것은 칼이 아니라 팩트가 아닌가.
“집에 있기가 좀……
“왜?”
“전화도 안 하고 한 일주일 집 비
웠더니……
바토르가 아무 말 없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 눈이 너무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뭔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살짝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강진호가 담 배를 꺼내 물었다.
‘일을 배워야겠어.’
그럼 적어도 이런 눈치는 안 받 겠지.
일을 가르쳐 달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이현수의 일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닌가, 그럼 지금쯤 일이 좀
한산해져서 놀고 있을 조규민을 소 환할까를 고민할 때, 주머니에 넣어 둔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응?”
모르는 번호다.
스팸이면 끊어버리려고 했지만, 번호는 휴대폰 번호였다. 강진호는 일단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진호?]강진호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중국어?’
건너편에서 들려온 말은 중국어 다. 중국인의 어감이다.
그럼 누구?
“누구십니까?”
그런 후에 들려온 목소리는 강진 호를 조금 굳게 만들었다.
[내 이름을 알까 모르겠군. 차이 커창이라고 한다.]굳은 얼굴을 한 강진호가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대답했다.
“모르는데?”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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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조금 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