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62)
마존현세강림기-763화(761/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17화)
4장 조율하다 (2)
[몰라?]“어.”
강진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모 르는 걸 모른다고 대답하는 데 거리 낌이 있을 수 없다.
[나를 모른다고?]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대답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반응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자신을 알고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실생활에 적용하기 에는 좀 과한 면이 있었다.
“알아야 하나?”
[하……. 그렇지. 네가 나를 알아 야 할 이유는 없지, 이유는. 그래, 그럼 소개부터 해야 하나? 나는 차 이커창이라고 한다.]“그래서?”
[…….]한동안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아
무래도 이런 대화가 이어질 거라고 는 상상하지 못해서 말문이 막힌 모 양이었다.
[그러니까…….]“기다려.”
강진호가 전화기를 밑으로 내리고 는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이현수도 뭔가 이상하다는 듯 바로 물어왔다.
“누굽니까?”
“모르겠어. 차…… 차 뭐라더라? 차?”
강진호가 다시 전화를 들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사람을 열 받게 만들 생각으로 이러는 거라면 완벽하게 성공했 다고 해두지. 차이커창이다.]
“차이커창이라는데?”
“아, 네. 차이…… 누구요?”
이현수가 눈을 부릅떴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 데?
확인을 위해 이현수의 고개가 바 토르에게로 바로 돌아간다.
“주인, 차이커창이다. 그곳에서 보 지 않았나?”
“웅?”
“뒤쪽에서 지시를 내리던 놈 말이 다. 홍왕계의 책사라고 할 수 있는
놈이지.”
“아!”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두 에서 본 기억이 있다. 잠시 설명도 들은 것 같다. 하지만 그 이름을 기 억하지 못했다.
다시금 전화를 든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누군지 알겠군. 그래, 무슨 일이 지?”
[마존께서 제 이름을 알아주시니 기쁘기 그지없군. 이번 일로 제안하 고 싶은 것이 있다.]“해봐.”
[지금은 아니다. 그쪽도 정리가 필요할 테니, 십 분 뒤에 다시 걸 지.]“그러든지.”
강진호는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 를 끊어버렸다.
“뭐랍니까?”
“십 분 뒤에 다시 건다는데?”
이현수는 눈을 감고 애도를 표했 다. 다시 건다고 말이야 했겠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만 보면 강진호가 전화를 끊어버린 것 아닌가.
아마 지금쯤 전화를 잡고 길길이
날뛸 차이커창을 생각하니, 괜스레 이현수가 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참 한결같으시단 말이야.’
최근 강진호 덕택에 스트레스가 나날이 증가하는 이현수이지만, 이 런 강진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가 얼마나 특별대우를 받고 있는지 실 감하곤 했다.
강진호는 자신의 사람이라 생각되 지 않는 이들에게는 정말 지나치리 만큼 관심이 없었다. 굳이 엮이려 하지 않고, 대화 자체도 하지 않는 다.
이제는 강진호의 주변에 어느 정
도 사람들이 들어차고 있어서 정상 적인 생활이 가능한 거지, 저 사람 이 결국 총회에 합류하지 않고, 나 이가 들어 친구들과도 매일 볼 수 없게 되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차이커창이라……
바토르가 턱을 문질렀다.
“잘도 연락을 했군.”
“당연한 겁니다.”
“응‘?”
그 순간, 위긴스가 문을 열고 들 어오며 강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 다.
“상황이 급해 보여 예를 표하지 못했습니다.”
“ 앉아.”
강진호가 앞쪽을 가리켰다. 위긴 스도 더 이상은 쓸데없는 예를 표하 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았다.
“전쟁을 했으니 연락을 해야죠.”
바토르가 눈을 찌푸린다.
“적에게?”
“적이니 더욱 연락을 해야 하는 겁니다. 전후 처리와 협상은 전쟁을 마무리 짓는 과정이니까요. 모든 전 쟁의 직후에는 이런 과정이 필연적 으로 동반됩니다. 흐지부지 끝나 버
린 전쟁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니까요.”
“흠……
뭔가 할 말은 많지만, 딴지를 걸 기는 힘들었다. 위긴스는 이런 일들 을 전문적으로 해오던 사람이니까.
원탁은 세계의 수많은 분쟁들을 조율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대 규모의 충돌을 어떻게 마무리 지어 야 하는지 위긴스보다 잘 알고 있는 이는 이곳에 없다.
위긴스가 살짝 고민하는 둣하다 입을 열었다.
“로드께 직접 접촉을 해온 방식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저들로서도 최선이었을 겁니다. 어떻게든 상황 은 정리해야 할 테니까요.”
“정리?”
“저들은 현재 다른 삼왕들과 전쟁 중입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우리와 의 관계도 최악 중의 최악이 되어버 렸죠. 생각이 있는 자라면 앞뒤로 적을 두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화 친을 원하겠죠.”
“화친이라……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강진호에 게는 더더욱.
살면서 단 한 번도 다른 세력과
화친을 해본 적이 없다. 그가 원하 는 것은 굴복, 아니면 죽음이었으니 까. 하지만 지금 이곳의 상황을 중 원과 동일시할 수는 없었다.
강진호의 시선이 이현수에게로 향 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현수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 다.
바로 앞에 위긴스가 있음에도 강 진호가 자신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것은 꽤나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받아들이셔야겠죠.”
“그들과 지금 싸워서 얻을 수 있 는 게 없으니까요.”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싸울 수는 있고?”
“쉽지 않겠지만……
이현수가 살짝 입맛을 다셨다.
강진호는 지금 화친하지 않을 시 에, 저들이 한국으로 쳐들어올 수는 있는지 묻는 것이다.
예전이었다면 대답은 무조건 ‘그 렇다’이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저들이 내밀 수 있는 가 장 강력한 카드인 홍왕이 한 번 봉
쇄된 이상 저들도 무조건 확전을 외 치지는 못할 것이다.
“주인.”
그때, 바토르가 입을 열었다.
“홍왕계의 전력은 그게 전부가 아 니다.”
바토르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홍왕의 힘이 우리가 예상한 이상 이었듯이, 주인의 힘 역시 그들의 예상 이상이었다. 그러니 이런 일이 발생했지. 처음부터 홍왕계가 주인 을 완벽하게 경계하고 가용한 힘을 모조리 끌어다 박았으면 주인은 절
대 거기서 살아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빤한 이야기지.”
“아니, 빤한 이야기가 아니다.”
바토르가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어중이떠중이가 수천 명 더 붙는 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홍왕계의 핵 심 전력들이 주인을 노렸을 거다. 지금은 다른 삼왕계를 견제하느라 전선에 나가 있는 이들, 그리고 홍 왕의 명령조차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는 호법들까지 나선다면…… 이곳 은 삼 일 내로 무너진다.”
“그들도 삼 일 내로 무너지고?”
“그렇게 되겠지.”
이현수가 바토르의 말을 보충했 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만큼 무서운 말은 없습니다. 저들도 공멸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란 말도 안일합니다. 역사적 으로 그런 일들은 얼마든지 일어났 습니다. 결국 우리도, 저들도 인간입 니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감정적이 될 수 있는 생물 입니다.”
« Q.”
M..•
강진호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럴 가능성이야 적겠지만, 이번 에 제대로 당한 홍왕이 다른 삼왕들 에게 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국에 전력을 모조리 때려 박을 수도 있 다. 그렇게 된다면 미처 성장할 시 간을 벌지 못한 총회는 박살이 날 것이다.
“아무래도 그런 멍청한 짓을 할 것 같지는 않은데?”
“저라면……
위긴스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모든 전력을 빼서 한국을
치겠습니다. 그 와중에 일본까지 접 수를 하겠죠. 명심하십시오, 로드. 결국 세상 모든 세력은 돈에 좌우됩 니다.”
a o
»
M..•
“한국과 일본의 뒷세계를 접수한 다면, 중국의 삼분지 일 정도는 충 분히 대체할 수 있는 돈이 됩니다. 귀찮은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지역 기반을 잃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 틀리면 충분히 고려할만한 방법입니 다.”
“그래서 결론은?”
“상의를 조금 더 해봐야겠지
만…… 아무래도 휴전을 하는 게 좋 을 것 같습니다. 시간을 얻는다면 우리 쪽이 더 이득입니다.”
“그럼 그 부분은 알아서 해.” 강진호는 이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반응은 강진호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달랐다.
“알아서 할 일이 아닙니다. 로드 께서 결정하셔야지요.”
“회주님이 생각을 해주셔야 합니 다.”
“주인, 이건 우리가 알아서 할 일 이 아니다.”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오는 불만에 강진호가 입을 슬쩍 벌렸다.
“어……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잡다한 일은 우리가 얼마든지 알 아서 합니다. 몸을 쓰든 머리를 쓰 든 모두 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런 중요한 일은 회주께서 집적 생각 하고 결정하셔야 합니다. 스스로의 권위를 축소시키지 마십시오. 머리 가 생각을 그만두면 몸은 나태해집 니다.”
“동감한다, 주인. 아랫사람에게 권 한을 주는 것은 자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는 권 한은 반드시 썩는다.”
“동감입니다.”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이런 일들은 그의 전공이 아니다. 머리를 써서 세력을 비교하고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생각하는 건 청마 의 일이었다. 이들은 청마와는 다르 게 강진호 역시 생각하기를 요구하 고 있었다.
“보통은 알아서 할 테니 편히 쉬 라고 하지 않나?”
“그런 이들이 간신인 법이지요.”
위긴스가 가볍게 웃었다.
“다행히 여기는 충성스러운 이들 만 있으니 마음은 편히 먹으셔도 됩 니다.”
조금도 편해지지 않습니다만?
강진호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는 거지?”
“얻어내야 합니다.”
“음‘?”
이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
“화친을 한다는 결과야 같을 겁니 다. 하지만 그 과정이 다릅니다. 우 리는 저들과 휴전을 해주는 대가로 저들에게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
내야 합니다.”
“ 뭘?”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무슨 나라 간의 싸움도 아 니고, 뭘 얻어야 한단 말인가. 쌀이 나 철을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 다고 무공 비급을 받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럼 대체 뭘 달라고…….
“돈?”
“크으!”
이현수가 박수를 쳤다.
“회주님이 드디어 여기까지 오셨 군요.”
좌우에서 쏟아지는 박수갈채에 강
진호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이런 취급을 받고 있었을 줄이야. 거의 뇌까지 근육으로 이루어진 생 물체로 여겨지고 있지 않은가. 강진 호를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드는 건, 바토르조차 기특하다는 얼굴로 박수 를 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훌륭하다, 주인. 이 바토르는 감 탄했다.”
“••••••닥쳐.”
막 강진호가 뭔가를 말하려는 순 간, 전화가 다시 울렸다. 액정에 뜬 번호가 차이커창의 것임을 확인한 강진호가 짜증 어린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준비는 이제 됐겠지, 강진호? 나 역시 이렇게 전화를…….]“아직 덜 끝났으니까 기다려. 내 가 전화한다.”
뚝
전화가 끊겼다.
이현수가 살짝 얼이 빠진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가 휴 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는 이현 수를 마주 보았다.
“그래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한 다는 거지?”
“……잘하시고 계신데요?”
“응?”
바토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속을 뒤집어놓는 건 협상의 기본이지.”
위긴스도 추임새를 넣었다.
“휴대폰이 멀쩡해야 할 텐데.”
“••••••응?”
강진호만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 굴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내가 뭘 했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