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64)
마존현세강림기-765화(763/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19화)
4장 조율하다 (4)
태연한 듯한 차이커창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하지만 이현수는 차 이커창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겠지.’
어쩌면 단순한 협박에 불과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강진호를 직접 본 차이커 창은 그 말을 단순한 협박으로 생각 할 수 없을 것이다. 강진호는 그러 고도 남을 사람이니까.
‘강함의 문제가 아냐.’
홍왕이 설사 강진호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 해도, 이현수는 강진호의 척을 지느니 차라리 홍왕과 척을 질 것이다. 그만큼이나 강진호는 적으 로 돌리기 싫은 사람이었다.
알면 알수록 더더욱.
[서로 감정적이 되어서 좋을 일은 없겠지.]“감정적?”
강진호의 반응에 다시 정적이 홀 렀다. 차이커창은 한참을 침묵한 끝 에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과했다는 건 인정하지.]강진호가 소파에 등을 기댔다. 다 시 이현수에게 협상을 맡기겠다는 뜻이다. 이현수는 그 뜻을 알아듣고 는 입을 열었다.
“민간인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 다.”
[너희에게는 그런 룰이 있는지 모 르겠지만, 우리에겐 아니야.]이현수가 머리를 짚었다.
이건 꽤나 골치가 아픈 문제였다.
저들이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죽일 수는 없다. 이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들을 억류하기만 해도 한국으로 넘어온 마인들이 심하게 동요할 것 이다.
‘웬만하면 무시해 버리고 싶지 만……
강진호의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가족을 매우 중요시 여기는 강진호 가 아닌가. 결코 자신의 휘하에 있 는 이들이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꼴 을 보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홍왕계라는 놈들이 하는 짓이라는 게, 민간인을 인질 삼아서
평화협정을 맺겠다는 건가?”
[그러겠다면 어쩔 텐가?]이현수가 고개를 들어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위긴스도 딱히 대응책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후……
낮게 한숨을 쉰 이현수가 전화기 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 많은 이들을 모두 확보할 수 는 없어.”
[시간 끌 것 없어, 이현수. 상황은 너나 나 모두 알고 있지. 우리는 이 미 확보를 시작했어. 그리 오래 걸 리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차이커창이 어린아이를 달래듯 이 어 말했다.
[협정을 맺겠다면 그들을 모두 한 국으로 보내주지. 원하는 이들은 모 두 무사하게 한국으로 갈 수 있을 거야. 법률적인 문제도 이쪽에서 처 리해 주지. 아주 편안한 서비스로 모실 수 있다는 소리야. 무슨 말인 지 알겠어?]이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 지 않을 경우에 벌어질 일은 너무도 빤하지 않은가.
이현수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 도 못하고 있을 때,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협정을 받아들이면 그쪽은 알아 서 해결해 준다는 건가?”
[그렇습니다.]차이커창의 어투가 바뀌어 있었 다. 악감정은 버리고, 강진호를 대우 해 주겠다는 의미였다.
[이쪽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제 안입니다.]“그렇군.”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럼 협상은 없던 걸로 하지.”
[네?]차이커창의 목소리는 살짝 멍했
다.
“못 들었나? 협상은 없던 걸로 하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강진호 씨, 허세를 부리는 건 좋 지만, 저는 그런 허세에 당할 사람 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가족의 안전 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렇게 고생해 가며 데려간 마인들이 참지 않을 텐 데요.]“참으라고 할 생각 없어.”
침묵이 돌아왔다. 그러자 강진호 는 그 침묵에 친절하게 화답해 주었 다.
“돌아가고 싶은 놈들은 돌아가라
고 하면 돼.”
강진호가 태연하게 말했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내게 있어 저놈들은 반드시 데리고 와야 할 이들이 아니야. 따르겠다니 데리 고 온 거다. 따르지 않겠다면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어. 아니, 당장 수가 줄어들면 환호할 사람이 여기 몇 보이는군.”
“……다 환호할 것 같습니다만.”
이현수가 추임새를 넣었다.
“계산 다시 하는 게 좋을 것 같 군.”
차이커창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
았다.
마인들의 가족들을 건드렸을 경 우, 그 리스크는 강진호만 지는 게 아니다. 차이커창 역시 리스크를 피 할 수 없었다. 가족을 잃고 복수귀 가 된 이들이 중국으로 다시 대량 유입될 경우에 그 혼란이 만만치 않 을 것이다.
물론 마인들의 무위를 감안하면 벌일 수 있는 일은 한정되겠지만, 그것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혹왕 과 창왕을 상대하는 와중에 둥 뒤로 자살특공대가 들어오는 것이나 마찬 가지이니까.
[우리는…….]“돌아갈 이들을 걱정하고 있나?” 강진호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돌아갈 이들이 아니라 돌아가지 않는 이들을 걱정하는 쪽이 나을 거 야. 그들이 결국 네 목에 이를 틀어 박을 날이 올 테니까 말이야.”
맞는 말이다.
가족을 잃고 복수를 하기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무서운 게 아니다. 가족을 잃고 복수를 하 기 위해 한국에 남는 이들을 더욱 두려워해야 한다. 한을 씹고 또 씹 으며 홍왕의 목을 딸 날만을 기다릴
테니까.
[그렇다 해도 이쪽에서 무조건 양 보할 생각은 없습니다. 때로 자존심 은 목숨보다 중요하니까요.]“맞는 말이지.”
강진호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들을 넘겨주는 대가를 치르지. 하지만 이쪽에서 받아야 할 것도 받 겠어. 계산해 봐, 어느 쪽이 얼마를 더 받아야 하는지. 이건 너희 몫이 겠지.”
[알겠습니다.]“조금 뒤에 다시 통화하지.”
강진호가 손을 뻗어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러자 이현수들이 강진호 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잘하시면서!”
“훌륭하십니다.”
“소 뒷발에 쥐 잡은 건 아니고?”
마지막 바토르의 말은 무시하고서 라도 협상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모 양이었다.
‘영 안 어울리는 옷을 입은 기분 이군.’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어색한 게 아니다. ‘적’과 대화를 한다는 게 어색하다. 지금까지는 적 어도 적을 상대할 때, 그의 대화란
상대를 몰아붙이기 위한 수단에 불 과했다.
게다가 협정이라니.
강진호가 가만히 소파에 등을 기 댔다.
‘협정이라……
좋게 보자면 과거의 ‘적은 죽이 고, 아군은 보호한다’는 단순한 논 리에서 벗어나 조금은 발전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냉정하게 따지자면 그저 힘이 없는 것에 불과했다.
강진호에게 충분한 힘이 있다면 이런 협정 따위는 받아들이지 않았 을 것이다. 중국으로 쳐들어가 홍왕
의 목을 따버렸겠지.
– 부서진다. 네가 벌여온 일들이 네 목을 죌 거야. 그리고 그게 너를 죽이겠지.
적천마존이 한 말이 강진호의 머 리에 울려 퍼졌다.
‘결국은 약하기 때문인가.’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 세 상이 아무리 바뀌고, 인간의 사고가 예전과는 다르다고 해도 여전히 세 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이었다.
힘을 가지지 못한 자는 언젠가는
더 강한 자의 폭거에 노출되기 마련 이다.
지금 강진호는 홍왕의 폭거에 잠 시 벗어나 있지만, 이런 상황이 언 제까지 유지가 될까.
그가 얻은 것은 자유가 아니었다. 강대한 세력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대가로 잠시의 휴식이 주어진 것 에 불과하다.
‘결국 결론은 빤하군.’
강해져야 한다.
어떻게든.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지는 맡기지.”
“고생하셨습니다.”
이현수와 모두는 강진호가 자리를 비우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 다. 강진호가 해야 할 일은 방향 설 정이다. 디테일한 부분은 그들이 챙 기면 된다.
밖으로 걸어 나가는 강진호를 보 며 이현수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 렸다.
“휴대폰은 주고 가시지.”
그나마 번호를 외워둔 게 다행이 다.
방향이 결정되면 다음 일은 어려
울 게 없었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가 문제일 뿐, 어떤 식으로 일을 해결해야 하는가가 정해지면 얻어낼 건 최대한 얻어내고, 내주어 야 할 건 최대한 아끼는 과정만이 남을 뿐이다.
전체적인 방향에 합의한 이현수와 차이커창은 세부 조율을 내일로 넘 기기로 하고, 일차적인 협상을 마무 리 지었다.
지난한 1차 협상이 끝나고서야 이현수는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 다.
“이제 좀 긴장이 풀리네요.”
“쓸데없이 힘이 드는 일이지.”
위긴스는 커피를 이현수에게 내밀 었다. 이현수가 황송한 얼굴로 위긴 스가 내민 커피를 받아 들었다.
한 모금 커피를 머금은 이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설탕을 가져와 커 피에 때려 넣었다.
“너무 달게 먹는 것 아닌가?”
“당분이 부족해서요.”
“그렇긴 하겠지만. 커피는 블랙으 로 즐기는 게 제일이지.”
“영국인에게 식성에 대한 지적을 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네에게 들은 것 중 가장
통렬한 일격이로군. 반박을 할 수가 없어.”
위긴스가 시무룩한 얼굴을 하자, 이현수는 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머 금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네요.”
“어떤 부분이?”
커피 잔을 내려놓은 이현수가 담 배를 꺼내 들었다. 위긴스와 바토르 에게 눈짓으로 양해를 구한 이현수 가 담배를 입에 물고는 불을 붙였 다.
“저쪽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은 협상밖에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
만, 이렇게 빠르고 전격적으로 협상 에 나설 줄은 몰랐습니다.”
“어째서?”
“자존심이 상할 테니까요.”
바토르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이커창은 그렇다 치고, 홍왕의 자존심은 태산 수준이다. 나도 저들 이 이리 쉽게 연락을 해올 것이라고 는 생각지 못했다.”
이현수가 위긴스를 보며 말했다.
“스승님은 예상하셨습니까?”
“너는 너무 책을 많이 봤어.”
“••••••예?”
위긴스가 피식 웃었다.
“상대의 반응을 완전히 예상해서 손바닥 안에 가지고 논다는 것은 그 냥 꿈같은 이야기야. 나폴레옹도, 한 니발도 그런 건 못했지. 옛날이야기 에 나오는 환상적인 모사들의 이야 기는 그냥 만들어진 거야. 그게 아 니면 우연과 우연이 겹친 일을 적당 히 포장하고 넘겼든가.”
* o ”
M..•
“상대의 취향과 성격, 그리고 상 황이 모두 선택에 관여하는데, 그 선택의 시기를 어찌 가늠할 수 있겠 느냐. 결과는 가늠할 수 있어도 시
기는 불가능하지.”
“그렇겠죠.”
“하지만 결과가 나온 이상 해석은 가능하지. 늦어져야 할 선택이 빨라 졌다면, 그 이유가 있겠지.”
“ 이유라면?”
위긴스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가 말하지 않았느냐, 자존심 때문이라도 늦게 연락을 했을 거라 고.”
“예.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럼 그 자존심을 꺾었다는 뜻이 겠지. 딱히 대수롭지도 않은 일 아 니냐.”
위긴스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둘 중 하나겠지. 자존심을 버려 서까지 빨리 협상을 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일이 생기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저들이 우리에게 자존심을 내세우는 게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를 높이 평가했든가.”
위긴스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어느 쪽일 것 같으냐?”
“전자겠죠?”
“내 생각도 그렇다.”
턱수염을 쓰다듬는 그의 손이 조 금 더 경쾌해졌다.
“상대가 급하다면, 우리는 급할
것이 없지. 느긋하게 약점에 소금을 뿌려보도록 하실까?”
“성격이 나쁘시네요.”
“이래 봬도 신사라고 불린단다.”
“설마요.”
이현수가 가볍게 웃으며 커피를 머금었다.
저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 리 좋은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 다.
상대가 약점을 보이면 그 약점을 쑤셔주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 니겠는가.
이현수는 강진호가 중국에 가 있 는 동안 그가 받은 스트레스를 모조 리 차이커창에게 풀기로 했다.
‘죽어봐라.’
“악당 같은 얼굴이군.”
“그야 악당이니까요.”
사특하게 마주 웃는 사제지간을 보며 바토르가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마교 놈들이 더 순수했 지.’
여기는 마교보다 더한 마굴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