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66)
마존현세강림기-767화(765/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21화)
5장 발전하다 (1)
신뢰란 어디에서 오는가.
신뢰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쌓 아 올리는 것이다. 그 누구도 처음 부터 신뢰를 가지지는 못한다.
스스로 살아온 삶의 궤적, 그리고 다른 이들을 대하는 방식, 타인에게 보여준 태도와 능력.
그 모든 것이 신뢰에 영향을 미 친다.
타인을 지켜본 이들은 그가 보여 준 것들을 통해 그 사람을 신뢰할 지, 않을지를 결정한다.
다른 이에게 신뢰받을 모습을 자 연스레 갖춘 이들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신뢰를 쌓을 수 있지만, 그 렇지 않은 이들은 누군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 요하다.
강진호는 굳이 따지자면 전자였 다.
굳이 타인의 신뢰를 얻으려고 노
력한 적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해 야 할 일을 하다 보니 신뢰가 절로 쌓인 경우였다.
그렇기에 강진호는 알지 못했다.
신뢰를 잃어버린 인간이 어떤 취 급을 받는지 말이다.
“또 어딜 나가는데?”
사람이 옷을 입는 것만으로 욕을 들어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 닫는 강진호였다.
“이번에 나가면 언제 들어오는데? 이달 내로는 돌아오는 것 맞니?”
강진호가 무척 억울하다는 얼굴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돌아 오는 반응은 여전히 곱지 못했다.
“표정이 영 그러네? 우리 아들, 무슨 불만이라도 있는가 봐?”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사람이면 그러면 안 되지. 세상에, 군대에 있는 애들 도 이틀에 한 번씩은 꼬박꼬박 엄마 한테 전화하고 한다는데, 우리 아들 은 해외에 가더니 열흘을 연락을 안 하네. 누가 보면 전파도 안 통하는 오지 탐험이라도 간 줄 알겠다. 그 렇지?”
“모든 것이 소자의 불찰입니다.”
“안다는 건 참 좋은 거란다. 그런 데 알고도 바뀌는 게 없으면 무슨 소용이 겠니?”
“……그렇습니다.”
강진호는 대충 셔츠를 쑤셔 넣고 재빨리 몸을 돌렸다. 이대로 조금만 머뭇대면 다시 ‘앉아보렴’이 나올지 도 모른다. 어떻게든 도망가야 한다.
“뭐야? 오빠 또 나가?”
집 안에 마귀가 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 이가 더 밉다더니, 딱 그짝이었다.
눈을 살짝 치켜뜨고 다가오는 강
은영을 본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일 그러 졌다.
“넌 출근 안 해?”
“오빠.”
“응‘?”
“사람이 항상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거야. 우리는 시즌이란 게 있 다고. 시즌과 비시즌을 나눠야 시즌 이 돌아오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 는거지.”
“그 비시즌이 좀 오래가는 것 같 다?”
“네, 오라버니. 동생은 최대한 열 심히 일을 나가서 돈을 벌어오겠습
니다. 그동안 오라버니는 가족과 인 연을 끊으시고 해외여행을 즐기시지 요.”
어설프게 물어뜯었다가 본전도 되 찾지 못한 강진호가 슬그머니 꼬리 를 내렸다.
‘ 전화할걸.’
왜 전화를 하지 않았는가,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전화 몇 통만 했다면 이런 지옥을 겪을 일이 없었 을 텐데…….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 라지만, 이번 후회는 너무도 뼈아팠
다.
강진호는 깊은 한숨을 쉬고 반격 을 시도했다.
“어머니.”
“응‘?”
“제가 무심했습니다. 다음에는 이 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인간의 말은 공허한 법이다.
“퍽도 그러겠다.”
“한두 번 속나.”
비틀거리며 강진호가 현관으로 향 했다.
“들어오긴 하니?”
“……저녁까지 들어오겠습니다.”
“그래, 내일 보자.”
탁.
강진호가 밖으로 나가자 백현정이 슬쩍 강은영을 돌아보았다.
“이제 그만 봐줄까?”
“안 돼! 엄마!”
강은영은 단호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니 어쩌니 그 거 다 거짓부렁이야. 세상에 연락 안 하고 사는 가족이 얼마나 많은 데. 가족이 남보다 못한 경우도 흔
해. 엄마도 알잖아!”
백현정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번에도 순순히 넘어가 주면 저 무심한 인간이 또 어떨 거 같아? 나중에는 먼저 연락 안 하면 자식이 어디서 죽었는지도 모르게 될걸?”
“그건 안 되지!”
“이 기회에 버릇을 고쳐야 돼!”
“그래!”
단호히 주먹을 움켜쥐는 백현정을 보며 강은영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 다.
부우우우우우웅.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붕붕이가 총회의 정문을 통과했다. 적당한 곳 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지나가던 이 들이 다들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어……
강진호가 힘없이 인사를 받고 안 으로 터덜터덜 걸어 들어가자 지켜 보던 이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힘이 엄청 없으신 것 같은데?”
“이번에 부상을 크게 당하셨다잖 아.”
“나도 그 소리를 듣기는 했는 데…… 나는 아직도 안 믿긴다. 저 사람이 누구한테 당해서 부상을 입 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
“세상은 넓은 거지.”
“그럼 부상이 아직 다 낫지 않으 신 건가?”
“그렇겠지. 중환자실에 계셨다잖 아.”
강진호는 귓가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비정상적 으로 높은 청력은 이런 작은 소리도 남기지 않고 잡아냈다.
‘그랬으면 차라리 나을 텐데.’
저들의 말대로였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강진호의 몸은 이미 거 의 회복되었다. 그의 회복력은 바토 르조차 상회한다. 마공은 철저하게 그의 몸을 지키고 회복시켰다. 이제 외상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손상된 내부가 아직 문제이긴 하지만, 그것 역시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집이었다.
어머니와 강은영은 집요했다. 언 제나 그의 편이 되어주던 아버지도 ‘자식놈 키워봐야 해외여행만도 못 한 것을. 내가 죽어야지’를 중얼거 리며 멀리서 대포를 쏴댔다.
‘말라 죽는다.’
지은 죄가 있으니 변명도 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강진호가 무심했 던 것도 사실 아닌가. 강진호의 입 장에서는 더없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는 변명이 가능하지만, 강진호가 무슨 일을 하 는지 모르는 가족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말이다.
결국 그냥 생짜로 살려 달라고 빌 수밖에 없다는 건데…….
‘뭘 하긴 해야겠는데……
강은영이야 알 바 아니지만, 노하 신 부모님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강진 호는 그 방법을 고민하며 건물 안으 로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강진호는 뜻밖에 방문자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웬일로 여기에 모여 있나?”
방 안에는 이현수를 위시로 한 바토르와 위긴스, 그리고 장민이 앉 아 있었다. 이 시간에 그가 올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어느새 아침에 여기 출근하는 게 당연한 일과가 되었구나.’
새삼스레 직장인 같은 마음을 느
끼며 강진호가 상석에 앉았다.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부담되는데.”
흔치 않은 일이다. 중요한 일이 터진 게 틀림이 없었다.
“나쁜 일은 아닙니다. 좋은 일이 기는 좋은 일인데…… 시기가 좀 미 묘하게 됐습니다.”
“음?”
미묘하기는 이현수의 말이 더 미 묘했다. 좋은 일인데 시기가 나쁘다 는 게 무슨 말인가.
“이야기해 봐.”
“말씀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현수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영상 통화?’
화면에 이현수의 얼굴이 비치는 것을 봐서는 영상 통화를 거는 것 같았다. 눈으로 보여주겠다는 것 같 은데, 굳이 강진호가 눈으로 확인해 야 할 사람이…….
“ 엇‘?”
강진호의 입에서 호성이 터져 나 왔다. 웬만해서는 놀란 티를 내지 않는 강진호이지만, 이 상황에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화 건너
편에 보이는 얼굴을 확인한 강진호 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놀랄 수밖에.
강진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그 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잘 아는 사람이어서 놀란 게 아니다.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거 라 생각한 사람이 화면에 보이니 놀 란 것이다.
“이명환?”
강진호의 말에 이현수가 어색하게 웃고는 전화를 강진호에게 넘겨주었 다.
“이명환 맞나?”
[그렇게 됐습니다, 회주님.]이명환이 어색한 얼굴로 웃으며 강진호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명환 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표정 이 떠올라 있었다.
안도감과 죄송스러움, 그리고 부 끄러움과 희망.
뭐라 정의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부끄럽게도 잡혀 버렸습니다.]“잡혀?”
[네. 보시다시피.]이명환이 휴대폰을 돌려 뒤를 비 춰주었다. 호텔방으로 보이는 곳에 이명환과 함께한 결사대들이 다들
매우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숙여 보 였다.
[무척이나 대접을 잘 받고 있어서 좀 얼떨떨하기는 합니다. 당장 모가 지가 잘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미친놈들이 왜 이러는지는 저도 잘…….]강진호는 웃어버렸다.
“아니. 그걸로 됐다.”
체증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정신이 든 이후, 강진호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만든 것은 이명환의 생 사였다.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진 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애써 태연함을 가장했지만, 무거 워지는 가슴을 어찌할 길이 없었다.
강진호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말 이다.
과거의 적천마존이었다면 수하들 이 죽어 나가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라면 수백 명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는 것도 주저 않는 사람이 적천마 존이었으니까.
불과 십여 명.
이들의 죽음에 가슴이 무거워진다
는 것은 강진호가 적천마존이 아니 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반면에 강진호의 힘으로는 주변의 모두를 지킬 수 없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강진호가 아니라 적천마존이 홍왕 을 상대했다면, 굳이 그들이 강진호 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릴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강진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들 은 강진호가 적천마존이 아니라 강 진호이기 위해서 희생된 목숨이었 다.
갚을 수 없는 빚.
어쩌면 강진호의 고집 때문에 생
겨난 희생,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희생이었다.
그런데 희생되었다고 생각한 이가 떡하니 살아서 연락을 받고 있으니, 아무리 강진호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진호는 웃어버렸다.
‘만만치 않네.’
차이커창이 왜 이들을 살려두고
잘 대접하는지는 너무도 빤했다.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물어야만 하는 함정이다.
“고생 많았다. 금방 한국으로 돌 아올 수 있도록 해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라.”
[아닙니다, 회주님. 딱히 고생이랄 게 없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 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혀를 깨물 어서라도 회에 피해를 끼치면 안 되 는 건데, 목숨이 아까워서…….]“당연히 아까워야지.”
강진호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나도 아깝다.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조금만 버티고 있 어.”
[예.]강진호는 전화를 끊고는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이현수가 매우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 회주님, 이게 그러니까, 지금은 조금 냉정하게 생각을 하시 는 게……
“이 현수.”
“네!”
강진호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입 을 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멀쩡히 데려
와. 어떤 조건이든 수용한다.”
나가리가 되었다는 얼굴로 이현수 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째 뭐가 잘 풀린다 싶었다.’
귓가로 차이커창의 웃음소리가 들 리는 것 같다.
제대로 한 방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