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68)
마존현세강림기-769화(767/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23화)
5장 발전하다 (3)
외부의 적은 내부의 결속을 단단 하게 만든다. 수많은 권력자들은 내 부에 균열이 있을 때마다 외부의 적 을 만드는 방식으로 내부를 단속해 왔다.
하지만 외부에 적이 있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은 아니다. 외부의 적을 대비하기 위한 전력을 확보해야 하고, 감시도 게을리할 수 없다. 인력이 소비되고, 계획을 짜는 데도 지장이 생긴다.
총회가 딱 그짝이었다.
강진호가 얽힌 시점부터, 총회는 언제나 외부의 적을 대비해야 했다. 초기에는 이중걸과 방진훈의 내부 권력 전쟁을 겪는 수준이었지만, 금 세 영남회와 분쟁을 벌여야 했고, 일본과 홍왕계라는 거대한 적을 상 대해야 했다.
그 전쟁들이 총회를 성장시킨 것 도 사실이지만, 더 뻗어 나갈 수 있
는 동력을 차단해 왔다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금 총회는 처음으로 주 변이 아닌 내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났다.
수뇌부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빠른 성장을 위한 체계의 재정비 와 개혁.
강진호는 그 전권을 위긴스와 이 현수에게 맡겼다.
“어느 정도 관여를 해볼까 하는 데……
“진정하시지요.”
“다 되고 나면 그때 다시 보시면 됩니다.”
“……그럴까?”
이현수는 닭 잡는 데 굳이 소 잡 는 칼을 쓸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강진호를 만류했다.
‘소 잡을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뭔가 당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따 지지 못한 이유는 이현수가 말 그대 로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고 있 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 는 사람이 꽤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강진호도 나름의 양심이 있는 사람 이었다.
강진호가 끼어든다면 일을 덜어주 기는커녕, 저들의 일이 늘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 그 사실을 빤히 알면 서도 슬그머니 머리를 들이밀 만큼 의 뻔뻔함이 강진호에겐 없었다.
결국 강진호는 자신이 할 일을 찾아 총회를 배회하게 되었다.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이!”
사람이 하늘을 난다.
강진호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 보았다. 인간이 인간에게 내릴 수 있는 형벌은 무척이나 많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벌이 발
전해 온 역사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 까.
고대로부터 인간은 어떻게 하면 좀 더 고통스럽고 효율적으로 사람 을 괴롭힐 수 있을지 연구해 왔다. 폭군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특징적인 사형법 하나쯤은 기본 옵션이 아닌 가.
개중에는 끓는 기름에 사람을 던 져 넣는 파격적인 인간도 있고, 사 람의 살을 바르는 변태적인 인간도 있었다. 하지만 과거의 그 어떤 폭 군도, 그 어떤 형리도 이런 광경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히이이익!”
“이놈들! 내가 너희의 썩은 정신 을 확실하게 고쳐 주겠다!”
바토르의 솥뚜껑 같은 손이 도망 치는 이의 뒷덜미를 덥썩 잡았다.
그냥 표현이 아니다. 바토르의 손 은 정말 솥뚜껑처럼 크다. 바토르의 손에 잡힌 이도 그리 작은 덩치는 아닌 것 같은데, 바토르에게 잡히자 아이가 따로 없었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바토르의 손에 잡힌 이에게는 공 영길이라는, 부모님이 주신 좋은 이 름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강진호
는 공영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 다.
“흐아아압!”
바토르가 기합성과 함께 손에 잡 힌 이를 위로 던져 올렸다. 사람이 마치 아이 손을 떠난 공깃돌처럼 허 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강진호는 멍한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총회의 본관보다 더 높이 사람이 승천하고 있었다. 고래로 수많은 이 들이 있었지만, 저런 경험을 해본 이가 과연 있겠는가.
굳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스카 이다이빙을 해보는 경험은 진귀한 것이었지만, 그 진귀한 경험을 하는 이가 어떤 기분인지는 들려오는 비 명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 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악아아아악 ! ” 아무래도 끝내주는 모양이었다.
바토르는 굳은 얼굴로 하늘로 솟 아오른 공영길을 지켜보고 있다가 떨어지는 찰나에 목덜미를 한 손으 로 다시 낚아챘다.
“크릅!”
공영길의 목에서 기이한 소리가
났다. 바토르는 그런 공영길을 바짝 끌어당기고는 기차 화통을 삼킨 듯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머저리 같은 놈들이! 내가 뭐 라고 했지!”
공영길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 했다.
“내 말이 안 들리나!”
들리겠지.
저만한 목소리로 말하는데 그걸 못 들으면 귀머거리지. 멀쩡한 귀를 가진 공영길에게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다만, 그저 중국 어를 못 알아들을 뿐이다.
강진호는 저 말을 번역해 주어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바토르가 그 사실을 모르고 저럴 것 같지는 않아 서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뭐라고 했냐고 했다!”
“도, 돌아오시기 전에 말씀하신 것을 모조리 익히라고 하셨습니다.”
‘알아들었어?’
강진호의 입이 슬쩍 벌어졌다.
이게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한다인가?
아니, 그리 온화한 광경은 아닌 것 같은데?
바토르가 중국에 가 있는 동안
공영길이 죽어라고 중국어를 익혔을 가능성도 분명 존재하지만, 아무리 봐도 중국어를 이해해서 알아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인간의 생존 본능은 이토록 위대 한 것이다.
“이!”
바토르가 공영길을 바닥에 내팽개 쳤다. 공영길은 반항도 못하고 그대 로 꺼꾸러졌다. 바토르의 손에 잡힌 순간부터 반항은 무의미하다.
“노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놈 들이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이더냐! 내가 오늘 너희의 썩은 정신을 고쳐
주겠다!”
바토르가 앞으로 전진하면서 손에 잡히는 이들을 닥치는 대로 위로 집 어 던졌다.
팝콘이 터지는 것처럼 사람이 허 공으로 튀어오른다. 그 광경을 지켜 보던 강진호는 고개를 내젓고는 몸 을 돌렸다.
‘여긴 아니야.’
저긴 못 끼어든다.
스승이 제자를 가르친다는데, 자 신이 끼어들어서 할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강진호는 발을 재촉했다.
“으아아아아아악!”
“살려주십시오! 으아아아! 살려!”
등 뒤로 처절한 비명 소리가 메 아리쳤지만, 강진호는 애써 그 광경 을 외면했다.
“흐음.”
위긴스는 하나 남은 손으로 턱을 긁었다.
“미스 리‘?”
“……이현주라고
불러주십시오.
이상하게 올드한 느낌이 들어서.”
“취향은 존중하지. 그래, 이현주. 보고서는 잘 읽었네. 그럼 이 산적
하고 산적한 문제 중에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 지?”
“경리과의 신설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현주가 낮게 심호흡을 했다. 위 긴스를 상대하는 건, 이현수를 상대 하는 것과는 다른 부담이 있었다. 이현수처럼 날카롭게 쏘아대지는 않 지만, 저 부드러운 인상과 어울리지 않는 투명한 안광이 그녀를 속속들 이 파헤치는 둣한 느낌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현재 총회의 자금 운용은 너무 주먹구구식입니
다. 정확하게 얼마가 들어오고 얼마 가 나가고, 어느 부서가 얼마만큼의 돈을 사용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 다.”
“ 이유는?”
이런 식이다.
결코 그녀의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을 부드럽게 물어온다.
“전대 회장이 비자금을 만들기 위 해 의도적으로 자금의 흐름을 불투 명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진부한 방법이로군. 하지만 적절 하게 사용되었다면 진부하다는 평가 는 과할 수도 있겠지. 그래서 경리
과를 신설하고 자금 흐름을 일목요 연하게 만들겠다?”
“예. 이전까지 장로들이 사용하던 특활비가 사라졌고, 회장에게 지원 되던 비용들도 사라졌습니다. 그리 고 총회의 것이지만, 총회로 들어오 지 않던 자금처들도 모조리 회수했 습니다. 경리과를 신설하고 회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 같나?”
“누가 장을 맡느냐에 따라 나릅니 다. 전적으로 시작하는 이의 능력에 달려 있겠지요.”
“그러니 경리과장에게 묻고 있지
않나.”
이현주가 주먹을 꽉 쥐었다.
이현수의 비서쯤으로 취급받으며 제대로 된 직함도 없던 이현주다. 만약 저 자리가 주어진다면 처음으 로 제대로 된 직책을 맡게 되는 것 이다.
직책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지금 그녀가 이것저것을 가릴 처지 가 아니었다. 그녀의 속을 태우는 갈증은 흙탕물조차도 감로수처럼 받 아들이게 만들었다.
“열홀 내로 정상화시키겠습니다.”
“좋아. 일주일 주지.”
“문제 있나?”
“아뇨, 없습니다. 일주일 내로 보 고드리겠습니다.”
“좋은 보고 기다리지.”
이현주가 몸을 돌려 나가려 하자 위긴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신뢰할 수 있으면서 능력 있는 사람을 구성하는 게 좋을 거야. 꼭 총회 내부가 아니어도 좋아. 이곳에 서 실무자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을 테니, 능력만 있다면 누구라도 끌어 오도록.”
“예!”
“요즘 대학에서는 기본적으로 회 계 정도는 배우지 않던가? 그런 의 미에서 어떠십니까? 아르바이트 자 리라면 마련되어 있는데, 해보시는 것도? 로드?”
문밖에서 상황을 보던 강진호가 서둘러 몸을 돌려 달아났다.
“저런••••••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분명 경영학을 배우셨다고 들었 는데, 회계에 약해서야 큰일이로군. 이보게, 미스 리.”
“……이현주입니다.”
“그래, 이현주. 회주님이 재무제표 도 볼 줄 모른다면 문제 아닐까?”
“문제입니다.”
“예로부터 왕의 교육은 신하들이 맡는 법이었지. 깔끔한 교재 부탁하 네.”
“예!”
계단 아래로 달아나는 강진호의 등에서 식은땀이 배어났다.
“그쪽부터 그쪽까지! 그래!”
장민이 손으로 일일이 방향을 지 시했다.
“삐뚤어졌잖아, 이놈들아! 칼같이
각을 잡으란 말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느냐?”
“죄송합니다, 장로님.”
장민은 지금 천막을 치는 중이었 다.
총회에서 컨테이너 등을 동원하여 최대한 숙소를 마련했지만, 이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게 가능할 리가 없 었다. 어찌어찌 몸을 눕힐 공간이야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인간다운 생활 을 누리기에는 불가능했다.
굳이 인권의 개념을 따지지 않는 장민으로서도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숙소들이 완공될 때
까지 어떻게든 잠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결국 장민은 이현수에게 부탁하여 대량의 천막을 공수하고 훈련장 등 의 공터에 천막을 치기 시작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천막에서 몇 달 생활하는 게 고역이겠지만, 더위와 추위에 상대적으로 강한 무인들이라 면 그리 어렵지 않게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중국에서 워낙에 험한 생 활을 하다 보니 이 정도의 불편은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바 닥을 기며 살아온 삶이 도움이 될
때도 있는 것이다.
“꽉 잡아당기라고! 팽팽하게! 팽 팽하게!”
순식간에 거대한 천막이 만들어졌 다.
장민이 그 광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고 있나?”
“아, 마존이시여!”
장민이 강진호를 발견하자마자 바 닥에 부복하려 했다. 하지만 강진호 는 손을 내밀어 장민을 붙잡았다.
“밖에서 그런 예의는 생략하지.”
“하지만 마존이시여, 모든 마음은
몸이 행하는 예의에서……
“예의를 표하지 않으면 네 공경이 흐려지는가?”
가만히 강진호를 보던 장민이 빙 그레 웃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럼 된 거겠지.”
장민과 마주 웃어준 강진호가 입 을 열었다.
“고생하는군. 뭐 필요한 건 없 나?”
“아닙니다, 마존이시여. 괜찮습니 다.”
“그러지 말고,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도록. 저쪽에 직접 말하는 게 아직은 불편하다는 걸 알고 있다.”
장민이 감격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럼 염치불구하고.”
“말해봐.”
“그럼••••••
장민이 살짝 심호홉을 했다.
그 광경을 본 강진호는 벌써 살 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