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7)
마존현세강림기-77화(77/2125)
마존현세강림기 4권 (2화)
1장 — 입대하다 (2)
위이이이잉!
박유민은 전동 바리캉 소리를 들 으며 몸을 떨었다. 저 흉악한 기계가 강진호의 머리로 다가가고 있었다.
“으으..”
박유민은 자신의 머리가 잘려 나
가는 기분으로 그 끔찍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학생은 안가는 모양이네?”
“네.”
그리고 절대가고 싶지 않습니다!
위이이잉!
박유민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 에 강진호의 뒷덜미로 바리캉이 시 원하게 밀려 올라갔다.
“풋.”
머리 한 중간에 길게 고속도로가 난 강진호를 보며 박유민이 자신도 모르게 입가로 헛바람을 내뿜고 말 았다.
“웃어?”
“아, 아냐, 진호야. 기침한 거야.”
“……”
강진호가 전면 거울에 비친 박유 민을 보며 나직하게 이를 갈았다.
그 얼굴로 기침을 했다고 말하면 설득력이 없지.
“와, 그런데 진짜 참혹하다.”
박유민은 거침없이 갈려 나가는 강진호의 머리카락들을 보며 공포에 떨었다.
애초에 강진호가 그리 긴 머리를 하고 살아온 것은 아니어서 크게 위 화감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새하얀
속살을 보이는 머리는 그 나이 대의 남자들에게는 미묘한 공포심을 주기 마련이었다.
위이이이잉!
“너무 짧은 것 아닌가요?”
해병대도 그거보단 긴 머리를 유 지할 것 같은데…….
“이 학생이 밀어달라고 하던데?”
“왜 그러니, 진호야!”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가도 그런 머리를 하지는 않겠다. 그건 그냥 삭발이잖니.
“귀찮다.”
“끄응.”
평소에도 머리를 세팅한다거나 관 리하는 일이 없는 강진호였다.
‘관리만 조금 하면 훨씬 더 잘생 겨 보일텐데.’
저런 머리를 하고도 예쁜 두상 때문에 잘생겨 보이는 것을 보면 평소 에 조금만 관리에 신경 쓰면 연예인 이 따로 없을텐데, 그런 쪽으로는 너무 무관심한 강진호였다.
‘하기야 이제 입대할텐데 관리하 면 뭣하나.’
군대에서 관리한다고 예쁘게 봐줄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해 보면 강진호의 선택이 옳
을 수도 있었다. 대부분은 미련 때문에 그러지 못하지만.
“세연이는?”
“집에 있겠지.”
“연락 안 해봤어?”
“ 어.”
박유민은 혀를 찼다.
무심한 놈.
어떻게 저리 무심한 놈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너, 그러다 차이는 거 아냐?”
“차여?”
“고무신 거꾸로 신는 애가 얼마나
많은데.”
“그럼 그러겠지.”
“와, 얘 말하는 것 좀 봐?”
어찌 보면 조금 못된 말이기는 하지만, 어제 발생한 일 덕분에 한세 연과 관련된 일은 이제 사소한 일이 되어버렸다.
살짝 들떴던 감정이가라앉자 어 제 느낀 감정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애매하기만 하다.
‘다녀오면 결론이 나겠지.’
스스로도 이성에 대한 면역이 너 무 없던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여자에 대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 지만, 중원에서 그가 만난 여자들은
애초에 대등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오로지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일 념으로만가득한 여자들에게 둘러싸 여 있다 보니, 일반적인 남녀 관계 에 대한 개념이 많이 부족했다.
조금 더 이 세계에 익숙해지고, 조금 더 살아가다 보면 나아질 것이다.
“다 됐다.”
강진호는 미용사 아주머니의 말에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자, 잘생겼는데?”
“흐음……”
박유민의 반응 그대로 머리를 밀
었는데도 이전보다 더 잘생겨 보이는 건 왜일까?
“너 평소에 관리를 얼마나 안 했 으면 머리가 없으니 더 나아 보이는 거냐?”
“넌 언제부터 관리했다고?”
박유민이 씨익 웃었다.
“카메라 마사지라고 못 들어봤 냐?”
“카메라 마사지?”
“방송 나가려면 화장도 해야 하 고, 헤어스타일도 다듬어야 되거든.”
“연예인도 아니고, 프로게이머인
데도 그런 걸 해야 하나?”
“다 하더라고. 경기 전에 보통 연 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경기 전에는 경기장가서 메이크업하고 헤어 스타일 다듬어야 돼.”
“이상한 세계군.”
프로게이머가게임만 잘하면 그 만이지 스타일까지 다듬어야 하다니, 역시나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좀 세 련되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학 교를 졸업해서가 아니라 스타일링을 받았기 때문이 모양이었다.
“미묘하게 괜찮아진 것도 같고.”
“……니 옆에 있으니 티가 안 나.”
“미안하다.”
“사과하지 마! 비참하니까.”
박유민과 강진호가 낄낄대며 웃었다.
‘확실히.’
강진호는 한세연보다 박유민과 함 께 있을 때 좀 더 즐겁고 재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내일인가?”
박유민이 지나가듯 묻자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오, 진호가 진정한 사나이가 되러가는구나.”
“지금도 사나이다.”
“너, 좀 유들해진 것 같다?”
“내가?”
“응.”
강진호는 피식 웃으며 계산을 했다.
계산을 마친 둘은 밖으로 나와가 까운 카페로 향했다.
“뭐 먹을래?”
“음, 아메리카노.”
“전에는 쓰기만 하다고 달달한 것
만 먹더니?”
“요즘은 입에 맞더라고.”
“군대가면 아메리카노도 없을텐데, 큰일이네?”
박유민이 낄낄대더니 강진호의 아 메리카노와 자신의 음료를 받아들 고는 자리로가 앉았다.
후룩.
강진호는 연기가 풀풀 나는 뜨거 운 아메리카노를 한입 입에 머금었다.
‘아버지가 내린 것이 낫네.’
강진호의 아버지, 강유환은 요즘 커피 만드는 것에 재미를 들이고 있
는 중이었다. 얼마 전에는 직접 로 스팅을 하겠다고 몇 천만원이나 하는 로스팅 기계를 말도 없이 구입하 여 어머니가 입에서 불을 뿜게 만들 었다.
강진호는 아버지가 취미를가지는 것이 좋다 생각하여 찬성했지만, 어 머니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저 취미 생활이라도 있어서 삶을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찬 성한 일이지만, 몇 번 강제로 시음 하다 보니 아버지가 내리는 커피가 꽤 맛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다른 카페에가서 커피를 마실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준비할 건 다 했냐?”
“입대하는데 준비할게 있냐?”
“그리 말하면 할 말 없지만.”
박유민은 강진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보통 군대를가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조금씩 불안감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신경까 지 쇠심줄로 만들어진 것인지,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수학여행가는 고등학생이 더 걱
정이 많을 것 같았다.
“겁 안 나?”
“겁?”
“군대가는데 불안하거나 하지는 않고?”
“왜?”
“……내가 쓸데없는 말을 했구 나.”
그래야 강진호지 싶으면서도 뭔가 황당하다.
아무리 그래도 조금은 불안함이 있어야 할텐데.
강진호는 그런 박유민의 반응을 보며 나직하게 미소를 지었다.
‘좋은 세상이군.’
중원에 있던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군대에 입대할 기회를 준다고 하면 경쟁률이 천 대를 넘어설 것이다.
적당히 운동을 하기만 하면 돈 주 고, 밥 주고, 재워주는 곳이다.
굳이 마교를 들먹일 것도 없이 당 시의 명문 정파들만 해도 지금의 대 한민국의 군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혹독한 수련과 엄정한 분위기가 팽배한 곳이었다.
그런 명문 정파들이 제자를 받을 때는 입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산문이가득가득 들어찬다.
고수가 되고 싶어서?
아니다.
그저 하루 한 끼 굶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식량이라는 것이 먹고 남을 만큼 남아돌기 시작한 것은 채 백 년도 되지 않았다. 그전의 사람들은 인권 이고 뭐고를 따지기 전에 일단 배를 채우고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강진호가 중원에 있을 당시의 사 정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러한 삶을 겪은 강진호가 군대
를 간다고 걱정될 것이 뭐가 있겠는가.
마교에 투신했을 당시에 그에게 쏟아지던 견제와 질시를 생각한다면 대한민국의 군대 정도는 유치원가는 기분으로 입대해 줄 수 있는 강진호였다.
“부모님은 뭐라 말 안 하시고?”
“아버지는 잘 다녀오라 하시고, 어머니는 섭섭하다고 하시더라.”
“섭섭하다고?”
“말도 없이 입대 신청 했다고.”
“……말씀 안 드렸어?”
“잊었어.”
“등짝에 불이 나도 할 말 없는 상황 아닌가, 그거?”
“맞지는 않았어.”
“끄응……
박유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가끔은 이 무심한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동생은?”
“은영이?”
“응.”
“은영이는 집에 잘 안 들어와서 이야기 안 했는데?”
“내일 입대하는데 동생한테 말도
안 했다고?”
“내가 군대가는 건데, 굳이 걔한 테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가?”
박유민은 빙그레 웃었다.
“답도 없다.”
그 태도가 너무도 확고해서 강진호는 말없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아, 그리고……
“응?”
“내가 군대가 있는 동안 차를 어 떻게 할지가 애매해서 그러는데
“응.”
“아버지더러 타라고 하니까, 아버 지는 요란해서 싫다고 하시고, 어머니는 면허가 없고,은영이는 소속사 에서 차 태워 다니니 따로 차가 필 요 없거든.”
박유민의 등에 식은땀이 배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갔다 올 동안니가 타는……
“싫다!”
“……왜?”
“그거 문짝 한번 열릴 때마다 온 동네 사람이 다 보더만. 안 돼. 난 그거 못 타.”
“안면몰수하면 버틸 만하다.”
“아, 싫다고! 나 이제 얼굴도 좀 알려졌는데…… 내 연봉 빤한데 그런 거 타고 다니다가 사진이라도 찍 히면 헛바람 들었다는 소리 나올 거야. 그리고 소문만 나면 다행인데, 잘못하면 승부 조작으로 돈 벌었다는 말 나온다고. 나는 안 돼.”
“그래?”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별수 없이 조규민한테 말해서 반 납을 해야겠다.
“금동이는?”
“아버지가 관리해 주시겠지.”
“그건 내가 중간중간에 찾아가서 잘 있는지 살펴보마.”
“너는 차보다 금동이를 더 신경 쓰는 것 같다?”
“니 차야 뭐, 내가 관계가 없지 만, 금동이는 학교 다니는 내내 나를 태워 다닌 고마운 자전건데, 내가 그 정도는 해야지.”
“실없기는.”
강진호는가볍게 웃고 말았다.
이래서 박유민이 죻았다.
처음에는 그저 눈에 밟혀서 함께 다니게 된 친구지만, 이제는 같이 있는 것이 즐거웠다.
“아, 그리고……
“응?”
“원장 수녀님한테 너 군대 간다고 하니까, 입대 전에 왜 한번 안 들 르냐고 화내시더라.”
“……원장수녀님이 화를 내셨다 고‘?”
“그렇더라니까. 나도 처음 봤어.” 강진호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 사람 좋으신 분이 화를 내다니, 그게 어떤 광경일지 상상이 안 간다.
“가,가자.”
“응?”
“휴가 나와서 지옥 보기 싫으면, 지금 찾아가 뵙는게 맞을 것 같다.”
“현명한데?”
박유민이 씨익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어디로 입대하는 거야? 논 산?”
“102보충대.”
“거기 없어진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내 기수까지는 괜찮더라.”
“논산도 있는데 뭐하러 102보충 대로 신청했냐?”
“가깝잖아.”
박유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답다.
강진호다워.
박유민이 낄낄대며 밖으로 나가자 강진호는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그 뒤를 따랐다.
‘마지막 날인가?’
어쩌면 이게 당분간 사회에서 먹는 마지막 아메리카노가 될지도 모 른다.
강진호는 잔에 남은 아메리카노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입에 털어 넣었다.
씁쓸한 아메리카노의 여운이 입가를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