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70)
마존현세강림기-771화(769/2125)
마존현세강림기 31권 (25화)
5장 발전하다 (5)
“아니, 그게 마음대로 됩니까?” 박상철 소장의 얼굴이 일그러졌 다.
“공사 기간이 내 마음대로 당겨지 는 거면, 세상에 못할 일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런 건 자금이라도 늘려 주고 나서 해야 하는 말 아닙니까!
똑같은 인력에, 똑같은 장비를 쓰는 데 공사 기간이 단축되면 내가 미쳤 다고 여기서 이 일 하고 있겠습니 까? 팀 짜서 두바이서 건물 올리고 있지.”
이래서 책상물림들은 안 된다는 거다.
‘비서실은 얼어 죽을.’
현장을 누비다 보면 이런 일들은 수도 없이 겪는다. 어찌나 자주 겪 는지 대한민국의 건설 현장을 누비 는 소장들은 윗대가리가 무슨 말을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매뉴 얼을 하나씩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건설이 뭔지, 현장이 뭔지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들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이 대한민국 건설 현장 의 실상이었다.
지금도 보라.
뭐? 공기를 단축하라고?
미친놈.
이런 말을 하는 놈들은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르는 놈들이다. 학교 다니면서 지점토로 집 한 번 만들어본 것과 철근콘크리 트로 건물을 올리는 것이 구조적으 로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니 이딴 말 을 지껄인다.
공기 단축이 보통 일인가.
윗대가리들은 현장의 노동자들이 느긋하게 마음먹고 공사를 진행해서 공사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한 다. 그런 놈들은 타워크레인에 달아 번지점프를 시켜줘야 정신을 차린 다.
‘여기가 헬조선이다, 이 인간아.’
헬조선에 느릿느릿이 어디에 있는 가. 모든 공사는 시작할 때부터 최 단 시간에 끝내는 것을 상정하고 계 획에 들어간다. 결국 인부를 놀려야 하는 일. 공사 기간이 하루라도 길 어지면 임금이 그만큼 추가로 지출
이 되고, 임금이 추가 지출되면 공 사 대금에서 남겨야 할 이익이 줄어 든다.
내 돈이 줄어드는데 느릿느릿 천 천히 일을 할 사람이 누가 있는가.
건설법과 현장의 사정, 그리고 공 사를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시간을 모두 감안하여 최단 기간으 로 깎고 또 깎아 나온 일정이다. 그 런데 여기서 더 일정을 줄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쇼. 그럴 거면 공사 대금 올리든가. 그 래야 사람이라도 더 고용할 것 아니 냐고! 똑같은 사람이 일하는데, 무
슨 수로 공사 기간을 당겨. 밤에라 도 일할까?”
[예.]간단하게 돌아온 답변에 박상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거기, 비서실이라고 했습니까?”
[예.]“내가 누군지 아쇼? 내가 지금 재경에 있다고 해서 내가 당신 아랫 사람 같아? 나 여기 때려치우고 나 가도 일할 곳 많은 사람이야. 회장 실도 아니고, 비서실에서 이래라저 래라 소리하는 걸 내가 참고 있을 것 같아?”
[딱히 참을 필요 없습니다.]“뭐?”
박상철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욕을 필사적으로 내리눌렀다.
‘썩을.’
이놈에게 욕을 한바탕 해버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엿 같아서 때려 치워도 갈 만한 회사가 널려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직이라는 것은 언제나 심한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이다. 언제나 고려할 수는 있지만, 될 수 있으면 겪고 싶지 않은 일이라는 뜻 이다.
이 어린놈에게 한바탕 욕을 쏴주 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뒷감당 의 부담이 박상철의 입을 다물게 만 들었다. 더구나 공사가 진행되는 현 장을 떠난다는 것은 꽤나 큰 리스크 다. 그의 커리어에도 큰 오점이 남 을 것이다. 그를 따라 일하고 있는 놈들의 거취 문제도 걸린다.
[그리고 그렇게 화를 내실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지금 딱히 무리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니까요.]“무리한 게 아니라니? 야간에 일 을 하라는 게 무리한 게 아니라고? 당신, 건설법이 뭔지는 알아?”
[허가 내놨으니까. 진행하시면 됩 니다.]“……허가가 났다고?”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거기가 주거 지역도 아니라 소음 문 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 국도 가 민가에 인접해 있어서 화물 차량 야간 운행이 통제되는 것도 아니죠. 안전 문제 하나 남는데, 그거야 소 장님이 잘 관리하실 수 있지 않나 요?]‘뭐지, 이 새끼?’
그게 될 리가 있나.
이런저런 사정에 맞춰서 법이 집
행된다면 대한민국에 억울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 특히나 건설법이라는 것은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 면 코걸이라 죄 없는 사람이 전과자 가 되는 상황이 흔하게 벌어진다.
그런데 허가를 냈다?
‘얼마를 찔러준 거야, 이 새끼?’
정상적으로 나올 수 있는 허가가 아니다. 허가가 날 가능성이 있었다 면 이미 공사를 시작할 때 허가를 모두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허가가 떨어졌다. 그 말인즉, 정상적이지 않 은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뭐, 그런 거야 아무래도 좋지 않
은가.
허가가 났으면 그걸로 된 거다. 혹여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해도 박 상철이야 시키는 대로 일한 것뿐이 고, 벌금을 내든 징역을 살든 그건 윗대가리들의 일이니까.
그가 걸고 넘어져야 할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래도 안 돼. 인력이 없잖아, 인력이. 임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되어 있는데, 무슨 수로 야간 공사를 진행해? 관리자도 써야 하 고, 장비 운용비도 나가잖아.”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청
구하십시오.]
“..어?”
[공사 기간 단축만 목표로 잡으십 시오. 조금 과하다 싶은 지출이라도 승인해 드리겠습니다.]“당신 비서실이라며? 당신이 뭔데 공사 대금을 조절해?”
[그 부분은 오늘 내로 윗선을 통 해서 다시 명령이 하달될 겁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박상철은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 다.
‘이게 뭐가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이 공사가 뭐 대단한 걸 짓는 거 라면 이해를 해볼 것이다. 서울 한 복판에 어마어마한 높이로 빌딩을 세운다든가, 인천 앞바다를 메워서 골프장을 만든다든가.
그런데 이건 그런 공사가 아니잖 은가.
물론 깊은 산중에 산을 깎아서 공간을 확보하고, 거기에 대규모 주 거 시설을 조성한다는 것도 정신 나 간 스케일인 건 맞지만, 그 건물들 이라는 게 딱히 대단할 게 없는 건 물들이다.
제일 싸고 간편한 원룸형 빌라를
우르르 지어버리면 되는 일이다. 딱 히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일도 아니 다. 그저 인력과 시간이 소모될 뿐.
다시 말하자면, 인력을 추가로 투 입하면 시간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니, 그래도 이게 말이 안 되는 게……
박상철의 말투가 조금 공손해졌 다.
“인력이 없어요, 인력이. 이 산골 짜기까지 들어와서 일을 할 사람 구 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여기서 야간작업할 사람을 어디서 구합니
까?”
[인력은 지금 충원 중입니다.]
“예‘?”
[곧 도착할 겁니다. 일단 1차로만 보냈습니다.]
“ 아니••••••
박상철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 공사 현장에서 대체 무슨 일 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인력은 원하는 대로 추가 지원이 가능합니다. 다만, 뒤로 갈수록 숙련 도는 떨어질 겁니다. 대신 체력은 넘쳐 나니, 마음대로 부리셔도 됩니 다. 이 조건이면 기간 단축이 가능
하시 겠죠?]
“……장비랑 시간만 마음대로 쓰 게 해준다면야.”
[마음대로 쓰십시오.]“그, 그리고 우리 관리자 애들도 그럼 주야 2교대를 돌려야 하는데, 그럼 아무래도 좀 더 챙겨줘야 합니 다. 그리고 관리 인력도 추가 지원 해 주셔야 하구요.”
[결재 올리세요.]“……진짜 올려도 되는 겁니까?”
[그쪽 담당자가 누군지는 모르겠 지만, 아마 곧 하달 사항 내려갈 겁 니다. 그러니 비용은 신경 쓰지 마시고, 전투적으로 달려주세요. 대신 부실 공사는 안 됩니다.]
“나를 뭘로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십니까. 지금이 쌍팔년대도 아니 고.”
[믿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문 제되는 사항이 있으시면 다른 데다 이야기해서 시간 끌지 마시고, 이 번호로 전화하셔서 조규민을 찾으세 요. 제가 해결해 드립니다.]“……이게 뭔 일인지 모르겠네. 여튼 알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전화가 끊기자 박상철은 멍한 얼
굴로 수화기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 았다.
“여기 뭐 북한 사람들이라도 대거 들어오나?”
공사 시작부터 뭐가 이상하기는 했다.
교통도 불편하고 사람이 살 것 같지도 않은 이런 산골짜기에 이만 한 대규모 주거 시설을 만든다?
건설업에 조금만 종사해 본 사람 이라면 누구나 다 사기라고 할 것이 다. 그 공사를 하는 주체가 재경건 설이라 사기 소리가 안 나오는 것뿐 이지.
그런데 이런 공사에 막대한 지원 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려니 하려 고 해도 자꾸만 입에서 ‘이게 뭐야’ 소리가 나온다.
“소장님!”
“응?”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안전모를 쓴 관리자가 뛰어 들어왔다.
“밖에 버스가 엄청 왔는데, 저거 소장님이 부르신 겁니까? 쟤들 뭡니 까?”
“ 버스?”
박상철이 고개를 갸웃했다.
버스라니, 여기에 버스가 왜 온단
말인가.
“어?”
그때, 박상철이 뭔가 생각나는 게 있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인력은 이미 보냈다고 했나?’
그게 도착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처리할 수 있는 일인가? 이 산골짜 기에서 일을 할 인력을 버스단위로 대절하여 보낸다? 그 사람들을 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보면 알겠지.’
박상철이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러자 그의 눈에 줄줄이 들어오 는 버스들이 보였다.
‘이게 몇 대야?’
그런데 이게 1차라고? 그럼 사람 을 얼마나 더 보내겠다는 건가.
‘이 미친놈들이 피라미드라도 짓 나?’
줄줄이 들어오는 버스와 끝도 없 이 내리는 사람을 보고 있으려니, 피라미드를 사람이 지었다는 걸 믿 게 된다.
“쟤들 중국인 같은데요?”
“야간 일 할 애들이면 조선족도 섞여 있겠지. 아니, 다 중국이라
고?”
박상철이 헐, 하고 내리는 이들을 보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천천히 그 에게 다가왔다.
“책임자 되십니까?”
“••••••예?”
박상철이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다가온 이를 바라보았다.
‘뭐야? 왜 이리 잘생겼어?’
물론 사람이 잘생긴 게 이상한 건 아니다. 그런데 저런 얼굴은 이 런 곳과는 어울리지가 않는다. 버스 에서 내리는 꾀죄죄한 이들과 대비 되어 더욱 어색하게 느껴졌다.
“사람 필요하다고 해서 데려왔습 니다.”
“아…… 아, 예. 그런데……
박상철이 머뭇대며 말했다. 이 사 람은 뭔가 함부로 대하기가 어려웠 다.
“사실 이 일이라는 게 속칭 노가 다라 불리기는 하지만, 경험 없는 사람을 무작정 밀어 넣는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현장 경 험이 있어야……
“그건 괜찮습니다. 다 경력자니까 요.”
“ 예?”
“추려왔습니다. 다들 1년 이상씩 은 현장 굴러본 애들이니까 편히 쓰 십시오. 아, 그리고……
사내가 고개를 뒤로 돌려서 누군 가를 불렀다. 몇몇 사람이 그 말을 듣고 부리나케 이쪽으로 달려왔다.
“조선족이 아니고 중국인이라 말 이 안 통할 테니, 할 말이 있으면 얘들 통해서 하십시오. 통역할 겁니 다.”
“문제가 있으면 얘들에게 말씀하 시면 제게 연락할 겁니다. 그럼.”
사내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몸
을 돌렸다.
버스에서 우르르 내려 이쪽으로 다가오는 이들과 멀어져 가는 사내 를 번갈아 보던 박상철이 저도 모르 게 신음했다.
“이게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총회의 과격한 발전이 주변을 휩 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