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72)
마존현세강림기-773화(771/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2화)
1장 안정되다 (2)
의문 어린 눈동자.
강진호는 그 눈동자를 보는 순간,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눈앞 에 있는 사람은 그를 보며 이런 눈 빛을 보내서는 안 된다.
살짝 꺾어지는 고개.
그리고 좁아지는 미간.
그 단순한 액션만으로도 강진호는 그의 귀에 들려올 말이 무엇인지 짐 작할 수 있었다.
“ 누구?”
“누구신지?”
강진호는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 다.
“연락 못해서 미안하다.”
“아니, 일단 누구신지? 저 아세 요?”
“미안하다니까.”
주영기는 강진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 덕였다.
“아, 기억났다. 그러니까 성함이 강……진구?”
“강진호다.”
“그랬지, 그런 이름이었지……. 미 안하네, 젊은이. 내가 이제 늙어서 그런지 오래전에 본 사람의 이름은 잘 기억을 하지 못하거든.”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 았다.
‘지은 죄가 있으니 말도 못하겠 고……
아무래도 세상 사람들은 강진호보
다 연락이라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 게 여기는 모양이다. 중원에 있을 당시에는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들 이라면 일 년에 한 번 편지를 보내 는 것으로도 충분했는데, 여기는 한 달만 연락을 안 해도 인연을 끊은 것처럼 구니 이거야 원…….
“그래서 무슨 일로?”
“친구를 보러 왔습니다만.”
“친구, 친구라……. 그래, 젊은이. 앉아보게. 내가 친구라는 말을 들으 니 생각나는 게 있구만.”
강진호는 주영기가 가리키는 곳에 앉았다.
그러자 주영기가 힘없이 강진호의 건너편에 앉고는 턱을 괴며 말했다.
“친구, 친구…… 그래, 좋은 말이 지. 한때는 나에게도 친구라는 게 있었다네. 정말 좋은 친구였지. 군대 에서 만난 친군데, 그 친구에게는 정말 모든 것을 다 해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지……
“그••••••
“그 친구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참 좋은 인연이었을 텐데……. 이런, 내가 너무 주책이었군. 그래서…… 자네가 찾는 친구라는 사람이 누 구?”
“미안하다고.”
주영기가 가만히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사과한다고 모든 일이 해결된다 면 세상에 전쟁 따위는 일어나지 않 아, 이 새끼야.”
주영기가 콧김을 뿜으며 말했다.
“그래, 좋다. 다 좋다, 이거야. 사 람이 바쁘면 연락을 못할 수도 있 지. 사하라 사막에 다소곳이 자라나 있는 오아시스처럼 빈약하디빈약한 너의 사회성을 감안한다면, 그런 일 은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다. 내가 감안해야지, 내가. 그런 데!”
주영기가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에 강진호가 주춤 뒤로 물러났다. 마존이 상대를 앞에 두고 물러서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 모든 것을 감안하여 친절히 톡을 보냈건만, 읽씹을 해? 그것도 무려 세 번 연속으로?”
“자, 잘 들어라, 친구야. 아니, 친 구였던 자여. 삼연읽씹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의 끝을 의미한다. 그건 지
금까지와의 관계를 모두 청산하고 앞으로 내게 연락할 일은 없을 것이 라는 선언과도 같다. 이해하겠나?”
“그렇게까지 나?”
주영기가 다짜고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연 끊자는 거죠.”
“들었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대답 에 강진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 문자 쪼가 리 온 거 몇 번 답장 안 했다고 인 간관계가 파탄 날 줄이야.
대체 지금 세상은 얼마나 디테일 한 배려가 필요하단 말인가.
“……내가 아무래도 큰 실수를 한 것 같은데.”
“ 실수?”
주영기가 손을 쫙 펴서 천천히 좌우로 흔들었다.
“잘 들어라, 친구. 아니, 친구였던 자여.”
“그것 좀 그만……
“실수라는 것은 내가 의도하지 않 았는데 일어난 일을 말한다. 네가 한 건 실수라고 부를 수 없는 일이 지. 읽씹은 실수가 아니다!”
‘사람이라도 죽였나?’
메시지 세 번 보고 답장을 안 했 다는 이유로 살인자처럼 매도당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를 고민하는 강 진호였다.
“그래, 이제 와 옛 온기를 다시 찾아온 이유가 뭐지, 여행자여?”
“……거기까지만 하자.”
어지럽다.
주영기가 그런 강진호를 보며 피 식 웃었다.
“너답다고 해야 할지.”
“두 번만 나다웠다가는 접시 물에 코 박고 죽을 판이다.”
“암, 여기저기 시달리고 있겠지.”
“ O..”
•• •
“그게 다 니 처신의 문제다. 인간 관계란 건 화분 같은 거야.”
“ 화분?”
“지속적으로 돌보며 물을 주고 햇 빛을 쬐어줘야 꽃이 피는 거지. 한 번 물이랑 영양제를 듬뿍 줬다고 ‘앞으로 한동안은 방구석에 처박아 놓고 신경 안 써도 되겠지’라고 여 기는 순간, 다 말라서 죽어버린다.”
강진호는 무척이나 새삼스럽다는 얼굴로 주영기를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주영기라 너무 어울리지가 않는다.
“어……
“무슨 말 하고 싶은 건지 아니까, 그냥 하지 마라.”
요 O ”
“O’.
강진호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 다.
‘사람이라는 건 성장하는 거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의 주영기 와 처음 만났을 때의 주영기가 얼마 나 달라졌는지. 허세와 자존심밖에 없던 주영기는 어느새 강진호에게
이런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도 많이 달라졌을까?’
자신할 수는 없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자신이 내리 는 것이 아니니까. 강진호 스스로는 많이 달라졌다고 여기고 있지만, 정 말 많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그 달 라짐의 방향이 과연 올바른 쪽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표정하고는.”
주영기가 혀를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자집에 왔으면 피자나 먹어야
지. 너 보나마나 밥도 안 먹고 왔 지?”
“어……. 음.”
“뭐 먹을래?”
“유민이 오기로 했으니까 오면 먹 을게.”
“박유민, 박유민……. 야, 인마. 유민이 닳겠다. 적당히 찾아라. 마누 라냐?”
“마누라는 무슨.”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이상한 기분이네.’
사고를 치고 온 자식에게 욕을 하면서도 밥은 처먹고 자라고 소리
치는 어머니를 보는 느낌이었다.
최근 들어 총회의 일에 집중하면 서 친구들을 볼 일이 줄어들었다. 어쩌면 함께 보내는 시간이라든가, 그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보았을 때, 조규민이나 이현수가 이들보다 훨씬 중요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 른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이 주영기나 박유민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친구 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감각은 그들 에게서 느끼는 감정과는 전혀 다르 니까.
“저기 오네, 저기. 저 새끼도 호
랑이여.”
주영기의 너스레에 강진호가 미소 를 띠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 고 박유민이 안으로 들어왔다.
“여어, 유명인.”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 요즘에 TV 나오더라?”
“새삼스럽게.”
“카메라발 더럽게 못 받던데? 나 는 무슨 고블린인 줄.”
박유민이 울컥한 얼굴로 주영기를 보자 주영기가 ‘아, 뜨거라’ 하며 뒤 로 물러났다.
“얘가 요즘 패고 죽이는 게임 하
더니, 성격이 나빠졌어. 눈 좀 봐, 저거.”
“원래는 더 죽이는 게임 했거든!”
“그럼 그런 거지. 성질은.”
“안 그래도 화면에 나오는 얼굴 볼 때마다 괴롭다.”
박유민이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앉았다. 카메라로 찍은 얼굴과 실물 이 다른 사람은 꽤나 존재하지만, 박유민은 그중에서도 이상하게 카메 라발이 안 받는 사람이었다.
“뭐 먹을래?”
강진호의 말에 박유민이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하지만 주영기는 그새
마음이 바뀐 모양이었다.
“아니지. 다 모였으면 여기서 피 자를 먹을 일이 아니지. 잠깐 기다 려 봐.”
주영기가 머리에 쓰고 있던 두건 을 벗었다.
“ 나가자.”
“영업이 아직 안 끝났는데?”
“내가 사장인데,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거지! 기다려 봐!”
주영기가 당당한 걸음으로 주방 안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강 진호와 박유민은 왠지 모를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혼날 것 같은데.”
“그렇지?”
아니나 다를까, 금세 주방 안에서 고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 나가? 지금 시간이 몇 신데 가게를 버리고 나가? 니가 그러고도 사장이야?”
“내, 내가 매번 이러는 게 아니잖 아. 휴일도 없이 일하는데, 간만에 친구들이 왔으니까 오늘만 좀 봐달 라는 거 아냐.”
“니가 휴일이 왜 필요해! 매일 하 는 것도 없이 빈둥대면서 주문도 제 대로 못 받는 게 휴일이 왜 필요하
냐고! 안 그래도 손님 넘쳐 나서 정 신없는데 어딜 가, 가긴!”
“애들 있잖아. 내가 말 잘해놓고 갈게. 절대 홀에서 문제 안 생기도 록 할 테니까, 이번만. 응? 이 번……
“나가! 가서 오지 마! 당장 나 가!”
“아니, 그……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강진호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박유민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주영기 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주방에서 나
왔다.
“가자!”
“……응.”
“내가 마음먹으면 가는 거지, 뭐 별거라고!”
“영기야.”
“왜?”
“다 들렸어.”
“••••••그래?”
주영기의 어깨가 힘없이 처졌다.
“호랑이다.”
진정성 가득한 목소리였다.
맥주잔을 내려놓은 주영기가 힘없
이 뇌까렸다.
“토낀 줄 알았지. 아니, 솔직히 은근히 여우 같은 면이 있다고는 생 각했어. 그런데 그것도 매력이잖 아?”
“……사람에 따라.”
“그런데 토끼 가면을 벗겼더니, 여우가 아니라 호랑이가 나온 거지. 바가지로 긁는 수준이 아냐. 대패로 미는 수준이다. 등가죽 다 벗겨지겠 다.”
엄살을 떤다기에는 너무 비장한 어투였다.
박유민은 겪어본적 없는 일에
어찌 공감을 해주어야 할지 난감해 하고, 강진호는…….
“……이해한다.”
무려 이 사건에 공감하고 있었다.
호랑이 같은 여자 친구에게 시달 릴 때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 강진 호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미 비슷한 수준까지는 간 것같 으..
‘여, 연락해야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않 았다고 욕을 퍼먹는 건 그나마 낫 다. 최연하가 날을 세우고 긁어 대 기 시작하면 10분도 안 돼서 녹다
운되고 말 것이다.
“그래도 좋아 보이는데?”
박유민이 웃으며 말하자 주영기가 입을 오물거렸다.
“그러니까 이게 어떤 기분이냐 면……
“응?”
“설명하기가 엄청 힘든데…… 그 러니까, 내가 생크림 케이크를 엄청 좋아한다고 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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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 •
“그런데 건포도는 엄청 싫어한다 고.”
“그런데 엄청 맛있는 케이크에 건 포도가 알알이 박혀 있는 기분이야. 케이크가 맛있어서 먹으면 좋긴 한 데, 이 건포도가 사람을……
“ 이해했다.”
박유민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 그래도 좋긴 좋아.” 주영기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저 성격이나 되니까 나 같은 놈 이랑 사귀어주지, 웬만한 여자가 나 를 감당하겠냐?”
“네가 뭐 어때서?”
“됐어, 인마. 나도 날 알아. 애새
끼가 허세만 가득 차서는 실속이 없 잖아.”
“실속이 없는 것치고는 너무 잘나 가던데? 가게에 손님도 가득하고.”
“내가 전부 한 건 아니니까.” 주영기가 어색하게 웃었다.
‘확실히 달라지긴 했어.’
일전의 주영기였다면 이 모든 것 이 자신의 능력이라며 코를 천장까 지 세웠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오 O ”
“5“.
“결혼할까 생각 중이야.”
강진호와 박유민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