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73)
마존현세강림기-774화(772/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3화)
1장 안정되다 (3)
“ 결혼?”
박유민이 입을 뻐끔거렸다.
너무 의외의 말이 갑자기 튀어나 오니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 을 잡을 수 없었다.
“겨, 결혼이라고?”
흐 •
하지만 박유민의 반응과 다르게 주영기는 너무도 태연했다. 당연히 나올 말이 나왔는데 뭐가 문제냐는 듯 말이다.
“네, 네 나이가 몇인데, 벌써 결 혼 이야기가 나와?”
“내 나이가 왜?”
“아직 결혼 이야기가 나올 나이는 아닌 것 같아서.”
“결혼에 적당한 시기가 따로 있 냐?”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지만
박유민이 우물우물하자 주영기가
빙그레 웃었다.
“이르긴 하지?”
“조금 그런 것 같아, 내 생각에 1_ ”
TZ7.
“니 생각이 그러면 이른 게 맞겠 지. 내가 또 강진호 말은 신뢰를 안 하지만, 우리 박유민 말이라면 팥으 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는 사람 아니냐?”
강진호의 얼굴이 불편해졌다.
“박유민을 칭찬하든, 나를 까든 둘 중 하나만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럼 너 깔 건데, 괜찮겠냐?”
“……다시 생각해 보자.”
주영기가 코웃음을 치고는 말을 이었다. 박유민에게 고개를 돌리는 주영기의 표정이 온화하게 변하는 것을 보며 강진호는 지금까지 자신 이 쌓아온 인간관계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좀 이른 것 같은 느낌도 있는데, 진지하게 고민 중이기는 해.”
“ 왜?”
“나는 혼자서는 사람이 안 되거 든.”
강진호와 박유민이 다시 입을 쩌 억 벌렸다.
주영기의 입에서 저런 대단한 말
이 나올 줄이야. 자신을 저리 잘 파 악하기도 힘들 텐데. 다른 평범한 사람도 못하는 일을 지금 주영기가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도 내가 잘하는 게 있다 고 생각해. 그런데 나는 내가 잘하 는 것을 빼면 젬병이거든. 내 손으 로 양말 하나 제대로 못 빠는 사람 이라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해.”
박유민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결혼을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를 해줄 사람이 필요해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봐.”
“ o 으9”
“내가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워야 하는 거야. 내가 부족한 부분을 다 른 사람에게 바라면, 결국에는 채워 지지 않는 부분 때문에 문제가 생기 잖아.”
“오••••••
주영기가 감탄한 듯 말했다.
“역시 박유민.”
“진호야, 너 뭘 잘못했길래 얘가 이러냐?”
“죽을죄를 졌지.”
정말 죽을죄를.
주영기가 강진호를 보며 피식 웃 었다.
“알긴 아네.”
“……살려줘.”
“좋다, 이 정도 했으니 용서해 주 지. 하지만 다음에는 국물도 없을 줄 알아라.”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푹 숙이자 주영 기가 가볍게 웃고는 말을 이었다.
“조금 달라. 그런 거지. 나는 조 금 험하게 살았잖아.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뱃속에 버리지 못한 허세 가 가득 남아 있거든.”
“……평생 안고 갈 것 같은데?”
“허세 빼면 주영기에게 뭐가 남는
가.”
“닥쳐, 이것들아. 여하튼 그 허세 가 걔 앞에서는 나오지 않아. 그러 다 보니 같이 뭔가를 하면 좀 더 잘 생각하게 되고, 나를 좀 더 사람 다운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 그래서 생각하는 거야. 세상에 수많 은 여자가 있다지만, 이 이상 내가 좋아하고 내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거든. 그럼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뭐가 있나 싶은 거지.”
강진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틀린 말은 아니야.’
확실히 정수연을 만난 이후로 주 영기는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사업 도 번창하고 있다. 2호점을 낸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3호 점을 계획하고 있다. 너무 급격한 확장 같아서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손님으로 가득 찬 2호점을 보니 3 호점을 내겠다는 이유도 납득이 갔 다.
주영기에게는 원래 사업적 수완이 있었다. 하지만 욱하는 성격과 마초 적인 스타일이 발목을 잡았다. 그 부분을 정수연이 억제해 준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가 주영기의 말을
긍정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확고하네.’
주영기는 지금 자신의 상황을 정 확하게 진단하고, 스스로 가장 옳은 길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결국 인생이란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이다 보니 때로는 잘못된 결정도 할 수 있고, 때로는 후회도 한다. 하지만 깊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언제나 옳은 선택 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
지금 주영기가 결혼을 입에 담는
것은 그저 결혼만을 염두에 둔 말이 아닐 것이다. 그가 그린 인생의 궤 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혼이라는 것을 지금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 이겠지.
“뭐, 이거야 그리 중요한 것도 아 니잖아.”
“왜 안 중요해? 인생에 있어서 결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나는 미 룰 수 있는 일이잖아. 우리 박유민 이가 TV에 나오고 있는 것보다 중 요한 게 뭐가 있겠어. 크, 내가 그 거 보면서 얼마나 뿌듯하던지.”
“원래 나왔었어.”
이전까지 주영기는 E스포츠에 관 심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박유민이 유명한 프로게이머라는 사실도 모르 고 있었다.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갑다 하는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번에 박유민이 다시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며 본인이 더 흥분하고 있 었다.
“TV 나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 데.”
“그, 그리 대단할 거 없는 일이라 니까.”
“아니야. 대단한 거지. TV는 원래
출세한 사람만 나오는 거잖아.”
“너는 대체 몇 년도에 살고 있는 거냐‘?”
박유민이 계속 딴지를 걸었지만, 주영기는 그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식이 알아 주는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을 들 은 것처럼, 한없이 뿌듯해하는 아버 지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내가 TV에만 나오는 거면 이런 말 안 해. 기사도 엄청 나오더만! 잘한다고, 잘한다고! 내가 뭐 알겠 냐? 걔들이 잘한다 그러면 잘하는 거지.”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서울에 있는 술집이 맞다.
‘시골에 내려온 줄 알았네.’
명절날 친척들을 만났을 때나 나 올 만한 대화가 친구들 사이에서 나 온다는 게 어색하기는 하지만, 주영 기가 너무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어 서 차마 딴지를 걸 수가 없다.
“인터뷰도 얼마나 잘하는지.”
“하지 말라고! 그만 좀 하라고!” 박유민은 거의 절규하고 있었다.
강진호는 가볍게 웃고는 박유민을 도와주었다.
“성적이 잘 나오고 있는 모양이던 데?”
“……어. 음, 괜찮게 나오기는 해. 그런데 여전히 어렵지.”
박유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여전히 긴장되고, 여전히 떨리고, 게임하는 와중에는 내가 뭘 하고 있 는지도 잘 모르겠어. 그냥 정신없이 하다 보면 이기거나 지는 거라…… 아직 갈 길이 멀어.”
“원래 그랬지 않아?”
“음?”
“……그래. 원래 그랬다, 원래.”
박유민이 어울리지 않는, 심통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된 거잖아.”
“옛날보다는 잘해야지, 내 나이가 몇인데. 이 동네에서 내 나이면 엄 청 노장이야. 예전처럼 하면 절대로 예전처럼 못해.”
박유민이 확고하게 말했다.
“옛날보다 더 열심히 해야지. 더 잘해야 하고, 그래야 겨우 따라갈까 말깐데.”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사는 것은
박유민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지금 박유민에게도 자신만의 확실한 계획 이 있을 것이다. 그 계획을 따라가 기 위해 지금 노력하고 또 노력한 다.
‘확고한 계획이라……
강진호에게는 없는 것이다.
목표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목표를 어떤 식으로 이루어 나갈지에 대한 명확한 과정 은 강진호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 았다.
“그 와중에 너는 표정이 왜 그러 냐?”
“ 음?”
“세상의 모든 불만은 네가 다 가 지고 있다는 얼굴인데?”
“ 얼굴?”
강진호가 손을 들어 얼굴을 주물 렀다.
굉장히 이상한 말이었다. 강진호 는 표정으로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 는 사람이다. 누군가 자신의 표정만 을 보고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인생에 걸쳐 흔히 듣지 못한 말이었 다.
그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보고 상태를 짐작하는 건 겨우 청마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얼굴이라고 했다고 얼굴 주무르 는 것 봐라. 인마, 그게 표정 하나 만 보고 하는 말이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그런 거지.”
강진호가 어색하게 얼굴을 주무르 던 손을 뗐다.
오쯔 ”
才、•
주영기가 영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강진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말해봐라. 해외여행도 다니시고, 잠수도 타시는 우리 친구분께서 무
슨 고민이 있는지 이 형님이 한 번 들어주지.”
“아니, 뭐, 딱히……
주영기의 고개가 박유민에게로 돌 아갔다.
“유민아.”
“응?”
“우리 친구분께서는 본인의 고민 을 우리에게 털어놓기는 싫으시단 다. 영 못 미더운 모양이시지.”
“음, 하긴 그럴 만도 해.”
박유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진호는 알아서 잘하잖아. 굳이 우리가 뭐 돕지 않아도 잘할 수 있
는데, 고민 이야기 같은 거 해서 무 슨 도움이 되겠어.”
“그렇지? 내가 괘애애앤~한 걱정 을 했네. 알아서 잘하시는 분에게 내가 무슨 상담을 하겠다고. 아이코, 내가 오버를 했네. 오버를 했어.”
“그래. 이건 네가 좀 너무 나갔 다.”
강진호는 멍한 눈으로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주영기야 그렇다 치고, 박유민까 지 저리 쿵짝을 맞추며 사람을 압박 할 줄이야. 과거의 그 순수하고 착 하던 박유민은 어디로 가버리고, 이
런 능구렁이가 앉아 있단 말인가.
“아니, 이게……
“괜찮아, 괜찮아.”
“에헤이~ 됐어, 됐어 ! 뭘 부담스 럽게 또 말하려고 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괜찮다니까. 우리가 또 그런 걸 로 마음 상해하는 좀생이들은 아니 잖아. 넣어둬, 넣어둬.”
“응, 진호야. 정말 괜찮다.”
“아니, 그게 아니라!”
강진호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주영 기와 박유민이 흠칫 놀라 뒤로 몸을 빼는 시늉을 했다.
“두 번 물어봤다가는 사람 죽이겠 네.”
“영기야, 진호가 화가 많이 난 모 양이다. 그러게 왜 그런 걸 물어봤 어.”
“나는 걱정돼서 그랬지.”
강진호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그가 제대로 연락하지 못한 사이 에 이 둘은 끝도 없이 호흡을 맞춰 온 모양이었다. 아주 쿵짝이 제대로 맞는다.
“그런 게 아니라…… 이게 말로 설명하기는 조금 어려운 일이라 그 래.”
그 말을 들은 박유민이 자세를 고쳤다.
장난처럼 시작한 일이건만, 강진 호에게 뭔가 고민이 있기는 일다는 결론이 나와 버리자 조금 진지해질 모양이었다.
“심각한 거야?”
“모르겠다.”
강진호도 한숨을 내쉬었다.
“방향성의 문제기는 한데, 이걸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무슨 소린데?”
“말로 하기는 어렵다니까.”
분위기가 살짝 무거워졌다.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 는데, 조금 풀어보면 그런 거야.”
강진호는 바로 말을 잇지 않았다. 머릿속의 고민을 정리하는 데 시간 이 필요했다. 둘은 강진호를 재촉하 지 않고 가만히 그를 기다려 주었 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강진 호가 입을 열었다.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있어. 그럼 내가 달라져야 하는 걸까?”
조금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말 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