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78)
마존현세강림기-779화(777/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8화)
2장 잡아가다 (3)
바토르의 결정은 꽤나 의미가 깊 은 일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총회에 가장 시급한 일이기도 했다.
총회는 마교와 연대하면서 모자란 병력을 보충했고, 탄탄한 세력을 쌓 아 올릴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
와 동시에 커다란 문제에 봉착했다.
과거의 총회는 소수의 강자가 다 수를 이끌어가는 체제였지만, 마교 가 합류하면서 되레 가진바 몸집에 비해서 일정 수준을 넘긴 강자의 수 가 극도로 적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양적으로도 그렇고, 질적으로도 그렇다.
“무엇보다도……
위긴스가 강하게 화이트보드를 두 드렸다.
“홍왕계와 비교하자면 빅 네임이 부족합니다.”
“빅 네임?”
“유명인! 아, 물론 그냥 유명하다 는 뜻은 아닙니다. 다른 세력에도 그 명성을 떨칠 만한 강자가 없다는 뜻이지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우리에게는 회주님이 계시 잖습니까?”
“홍왕계에도 홍왕이 있다.”
말문이 막힌 이현수가 입을 다물 었다.
“장수의 힘이 대등하다면, 결국 병력의 질로 승부가 나기 마련이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병력의 수만 채웠을 뿐, 그 질이 형편없다.”
“그래서 이제부터……
“아니.”
이현수가 뭐라 반론을 하려 했지 만, 위긴스는 깔끔하게 이현수의 반 론을 끊어버렸다.
“병력은 훈련시킬 수 있겠지. 하 지만 중간 지휘관이라는 것은 쉽게 육성할 수 없는 존재다. 쉽게 말하 자면, 홍왕계와 밸런스를 맞추기 위 해서는 최소한 바토르 님 같은 수준 의 무인이 열은 더 필요하다.”
“……열이요?”
이현수가 눈을 끔뻑거렸다.
“ 열이라구요?”
“당연한 것 아닌가?”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어설프게 한 번의 승리를 가져왔 다고 해서 홍왕계와 대등하다고 말 할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그건 아닙니다만, 차이가 그렇게 크단 말입니까?”
위긴스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 다. 아무리 이현수가 꽤나 빠릿하게 돌아가는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한국이라는 작은 우물 에 갇혀 있는 개구리에 불과했다.
“굳이 홍왕계를 논할 것도 없네. 원탁만으로도 충분하지. 원탁과 홍 왕계를 일대일로 비교한다면, 원탁 은 감히 홍왕계의 상대가 되지 못하 지. 하지만 원탁에는 열 명의 나이 트와 하나의 마스터가 존재하네. 각 각의 나이트들은 나와 대등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
“……진짭니까?”
“내가 굳이 내 실력을 폄하할 필 요가 있겠나?”
그럴 필요야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나이트들이라 해 도 스승님과 대등하다는 것은……
위긴스가 고개를 저었다.
“대등한 게 아니라 그 이상인 게 다.”
“ 예?”
“나는 테크트리를 잘못 탔다니까. 검에도, 마법에도 집중하지 못한 나 는 그들에게 미치지 못한다.”
“둘 다 잘하면 되는 것 아닙니 까?”
“물론 세상에는 둘 다 잘할 수 있 는 천재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아 니야. 나는 그만한 인재가 되지 못 했다. 그래서 이쪽도 저쪽도 어정쩡 할 뿐이지. 그들은 확실히 나보다
강하다. 승부에서 요령과 경험으로 일정 이상의 우위를 점할 수는 있겠 지만, 싸우면 싸울수록 내 승률은 극한까지 떨어질 거다.”
위긴스가 헛기침을 했다.
“굳이 이걸 내 입으로 말하게 만 드는군. 고맙다.”
“별말씀을요.”
위긴스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으면 서 이현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 여하튼.”
위긴스가 상황을 정리했다.
“지금 총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허리입니다, 로드. 어떻게든 이 부분
을 보강해야 합니다.”
강진호가 영 뚱한 표정으로 말했 다.
“알고는 있다만, 알고 있다고 해 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은 가.”
“그게 문제이긴 하지요.”
“대비책이 있나?”
“인재를 끌어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 각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총회는 너 무 많은 것이 섞였습니다. 결국은 문제가 생기겠지요.”
“ O..”
…•
“결국은 자생할 수밖에 없습니 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지요.”
위긴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강해지지 못하면 죽는 겁니다.”
“ 명확하군.”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米 米 米
이걸 자부심이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명환은 나름 들뜬 감 정을 가지고 있었다.
“어이, 이명환이! 제대로 한 건 했던데?”
“고생했다, 새끼들아!”
“내가 갔어야 하는 건데.”
이명환들이 목숨을 걸고 강진호를 구해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총회 전체로 퍼져 나갔다. 어찌 보면 회 주의 위엄에 손상이 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강진호나 이현수 모두 굳 이 정보를 통제하는 타입은 아니었 다. 체면이 걱정이라면 체면에 손상 이 갈 일을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한 다는 게 둘의 입장이었다.
덕분에 중국으로 건너간 마염들의
활약은 허풍과 드라마를 조금 추가 하여 극적으로 변해갔다.
그러니 환영이 쏟아질 수밖에.
“잘 돌아왔다! 잘 돌아왔어!”
“중국 놈들, 아마 잠도 제대로 못 잘거다. 제대로 한 방 먹였네.”
“크, 네 얼굴이 잘생겨 보 줄이 야.”
평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담담하려 해도 옆에 서 자꾸 바람을 넣으면 하늘 위로 떠오르는 게 사람이다.
이명환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의 연한 척했지만, 내부는 완전히 바람 이 들어가 있었다.
“이걸로 회주님 신뢰는 제대로 얻 었겠네. 요직은 맡아놓은 거 아냐?”
“야, 명환이 부럽다. 나중에 잘되 도 나 잊지 마라.”
손사래를 치긴 했지만, 이미 이명 환의 마음은 30년 후의 미래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안 될 것도 없지.’
예전이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 이겠지만, 이중걸과 방진훈이 물러 나면서 총회는 오로지 실력으로 승
부하는 곳이 되었다. 예전이라면 마 공을 익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명환의 고속 승진은 불가능한 일 이었겠지만, 지금은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끝까지 오르고 또 오르 면?
‘안 될 이유가 없다니까.’
총회도 영원히 강진호 체제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강진호가 마음만 먹는다면 죽는 그날까지 총 회의 회주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명환이 본 강진호 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천성적으로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 는 사람이다. 결국 어느 순간이 오 면 강진호는 총회에서 손을 털어버 리고 은퇴할 것이다.
그럼 그다음 회주는?
물론 후보는 많다. 시기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후보 중에 자신이 끼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명환이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렸 다.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이 없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이명 환은 이미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는 회주의 친위대고, 그 친위대 중에서도 친위대장 직을 역임하고 있다.
물론 그 친위대장이라는 게 공식 적으로 정해진 자리는 아니지만, 대 부분의 사람이 인정한다면 그게 공 식적인 것과 다를 게 무엇인가.
‘ 진정하자.’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 다.
강진호가 별것 아닌 일에 설레발 치는 인간을 좋아할 리가 없다. 이 럴 때일수록 담담함을 유지해야 한 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이명환 의 눈에 확실한 목표가 보이기 시작 했다는 것이다.
차기 회주.
무척이나 지난하고 힘든 길을 걸 어야 도달할 수 있는 목표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이명환이 차기 회주 레이스에 참가했다는 것 만은 분명해 보였다.
‘게다가 내 강점이 없는 것도 아 냐.’
지금 총회를 이끌어가는 이들은 하나같이 유능하다. 그 유능함은 이 명환은 감히 따라갈 엄두도 내지 못
할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치 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다.
외부인이라는 것.
이현수도, 위긴스도, 바토르도…… 모두가 강진호가 외부에서 끌어온 인물들이다. 물론 그들이 유능하기 짝이 없고, 총회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들이기에 딱히 반발하는 사람들 은 없지만, 총회의 수뇌부가 총회의 순혈이 아니라는 것에 아쉬움을 느 끼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음 회 주를 뽑을 시점이 되면, 총회의 순 혈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마교가 들어와 위기감이 커진 지금 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때가 되면 또 모르는 거지.’ 이명환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지금은 너무 먼 이야기다. 강진호 가 기력이 쇠해 회주 자리에서 물러 난다는 것은 애초에 바랄 수도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강진호가 질려서 회주 자리에서 물러날 때가 되어야 한다.
그때까지 이명환이 해야 할 일?
그건 무척이나 간단하다. 묵묵히 맡은 임무를 해내면 되는 것이다.
이명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수련실
로 들어섰다.
그가 딱히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지금 그는 확실하게 궤도에 올라섰다. 이대로 묵묵히 자 신의 일을 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다.
우연히 강진호의 눈에 띈 이후, 이명환의 삶은 극적으로 변하고 있 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그 의 삶이 확 바뀔 것이다.
이명환이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 를 담고 문을 열었다.
“좋은 아침이••••••
콰아아아앙!
문을 연 이명환의 옆으로 무언가 커다란 것이 날아와 벽에 그대로 틀 어박혔다.
“••••••인데.”
이명환의 고개가 슬쩍 옆으로 돌 아갔다.
‘사람?’
만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문 바로 옆의 벽에 사람이 꽂혀 있었다. 그래, 꽂혀 있다. 그 말 말 고 다른 표현은 찾을 수가 없다. 허
리 위가 벽에 틀어박혀 뻣뻣하게 다 리를 세우고 있는 사람을 뭐라 표현 해야 하는가.
‘뭐지? 꿈인가?’
이명환의 눈이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는 장밋빛으로 가득하 던 그의 삶에 갑자기 비린내가 풍겨 오기 시작했다.
꺾인 이명환의 고개가 천천히 앞 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어마무시한 광경을 만들어낸 사람은?
이명환의 눈이 조금 더 커졌다.
아니,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수련장 안에는 수많은 이들이 있 지만, 이 광경을 만들어냈을 것이라 짐작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천장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머리를 보면.
까마귀들 사이에 백로가 끼어든 것처럼 독특하게 도드라지는 그 덩 치를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바토르 님?’
이명환의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가. 그리 고 얘는 왜 벽에 처박혔…….
“살 만하지?”
바토르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수 련장 안을 메아리쳤다. 딱히 감정이 실린 목소리도 아니건만, 수련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호러 무비 촬영 장이 되어버렸다.
“주인…… 아니, 회주님이 지도를 하러 오신다고 했을 텐데, 처 떠들 며 놀고 있어?”
바토르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이명환은 그제야 상황이 어찌 된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제부터 그들의 운명이 어찌 될는지 도.
“ 후우••••••
바토르가 깊게 심호흡을 하고는 눈을 빛냈다.
“그래. 회주님은 자율적인 것을 존중하시지.”
이명환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난 아니야.”
바토르의 상체 근육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옷에 가려져 있음에도 분 명하게 보인다.
“내가 오늘부터 너희의 썩어 빠진
정신을 고쳐 주겠다! 진정한 무인으 로 거듭나게 해주지! 알겠냐, 이 쓰 레기들아!”
이명환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차기 회주?
열심히만 하면?
‘지랄하고 자빠졌네.’
꿈은 짧았고, 현실은 무지막지하 게 이명환을 덮쳐 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