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8)
마존현세강림기-78화(78/2125)
마존현세강림기 4권 (3화)
1장 一 입대하다 (3)
“사람이 엄청 많네?”
“입대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강유환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러게 1년 하고 갈 것이지, 너는 겨울 병장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 냐? 지금 입대하면 겨울 동안 병장
이 아니잖아.”
“아버지.”
“ 왜?”
“이제 군복무 기간이 짧아져서 저 겨울 지나면 바로 제대예요.”
“그래?”
“ 예.”
강유환은 볼 것도 없는 먼 산을 바라보았다.
“강원도라 그런지, 산이 좋구나.”
“그러게 뭣 모르면 말을 하지 말 지.”
“으흐흐흐홈!”
백현정이 무안을 주자 강유환이
크게 헛기침을 했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게가족이라는 거겠지.
문제는 그가족 중 하나가 아까부 터 심통이 단단하게 나 있다는 점이 었다.
강은영이 강진호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왜 그래?”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 뭘?”
“아무리 그래도 입대를 하면 말을 해야지! 내가 뭐 남이야? 어떻게 하
나뿐인 동생한테 말도 안 하고 입대를 할 수가 있어? 다른 집을 보면 군대가기 반년 전부터 군대를 간다 고 온갖 유세를 부리며 동네방네 광 고를 하고 다닌다고 하던데, 오빠는 무슨 특수부대 입대하기로 정해졌 어? 북파공작원이야? 아니면 국정 원 입대해? 말도 없이 신청하고 하 루 전에 엄마가 연락해서 오빠 군대가는 걸 안다는게 말이나 돼? 오 빠가 평소에 나를 얼마나 신경을 안 썼으면……
“그, 그만.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강진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 났다.
강은영에게는 백현정의 잔소리 유 전자가 이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는 삼박 사일 동안 잔소리를 해 댈 기세였다.
“내가 오빠 때문에 스케줄 뺀다고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소속사에 서 이제데뷔 얼마 안 남았다고 어 찌나 사람을 타이트하게 돌려 하루를 통째로 빼는게 얼마나 힘든데. 응? 내가 얼마나 힘들었겠어! 하도
말을 안 들어줘서 내가 조 실장님한 테까지 전화해서 겨우 스케줄 뺀 거 란 말이야. 이렇게 스케줄 마음대로 빼고 돌아가면 선생님들이 애 군기 빠졌다고 얼마나 화내시는 줄 알아? 오빠 때문에 나 불성실한 연습생 됐 잖아! 이렇게 되면 내가 앞으로
“미, 미안하다고.”
강진호는 차라리 구파일방 장문인 들의 협공을 상대하는 것이 좀 더 마음이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강은영은 귀신과도 같은 얼굴로 강진호를 압박해 나갔다.
‘근데 언제부터 우리가 그렇게 살가운 사이였지?’
이전 생을 포함하여도 강은영과 그렇게 좋은 관계였던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여하튼 오래비는 좀 섬세해질 필 요가 있어. 사람이 무심한 것도 정도가 있지.”
“그래! 맞다!”
강은영과 백현정의 합공 앞에 강진호는 그저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뭔가 변명을 하려는 순간, 누군가
강진호의 어깨를 꾹 잡았다.
“아버지?”
“ 진호야.”
강유환이 진지한 눈으로 강진호를 보며 낮게 속삭였다.
“때로는 천 마디의 말보다 한순간의 침묵이 더 나을 때가 있단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을 들 으며 강진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 였다. 그가 생각해도 지금 함부로 변명을 했다가는 매를 버는 꼴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가 잘못한 거니까.
얼떨결에 춘천까지 끌려온 박유민은 그 광경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게가족이라는 거구나.’
그는 느껴보지 못했던 관계다. 원장 수녀님과 동생들이 있기는 하지 만 진짜가족과는 다를 것이라고 막 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진호의가족을 보고 있으니 뭐가 다른지 알 것도 같은 기분이었다.
말투는 조금 날카롭지만, 그 안에 걱정과 배려가 묻어 있었다.
더구나…….
‘저 성질 더러운 녀석이 반항도
못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다니.’
다른 사람들은 강진호를 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제 강진호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박유민은 강진호가 얼마나 성 격이 더러운지 잘 알고 있었다.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 예의를 차 리는 것은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 서이지, 결코 그들을 존중해서가 아니었다. 강진호가 스스로와 동등하 다고 생각하는 상대는 세상을 통틀 어 열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런 강진호가 꼼짝도 못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가족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머리는 또 왜 그렇게 깎았어!”
“그나마 봐줄 거라고는 얼굴밖에 없는데!”
“어머? 이 지지배, 말하는 것 좀 봐? 우리 아들이 어때서? 몸도 좋 잖아.”
“그렇긴 하지.”
두 모녀가 품평하는 동안 강유환 이 강진호를 슬쩍 끌어와 말했다.
“참아야 할 일은 참아야 하는 거 알고 있지?”
“걱정 마세요.”
“불합리하고 부조리하다고 느껴질 일이 많을 거다. 그렇지만 다들 2년 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저 참아 넘기는 거야. 네 성격에 그런 것을 눈감고 넘어가기 힘들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저 눈을 감아버리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거라.”
“예.”
강유환은 한숨을 쉬었다.
불의를 보고 참지 말라고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불합 리한 일을 본다면 틀을 바꾸고, 괴 롭힘을 당하는 이가 있다면 나서서
구해주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 결과로 아들이 혹시라도 피해 입을 것을 생각하면 차마 그렇게는 말할 수 없었다.
“ 진호야.”
“ 예.”
“ 믿는다.”
수많은 감정을 함축한 말이었다. 안타까움과 애정이 묻어난 그 말에 강진호는 알 수 없는 간지러움을 느 끼며 고개를 슬쩍 돌리고 말았다.
“누가 보면 파병가는 줄 알겠어 요. 남들 다가는 건데요, 뭐.”
“인마, 그래도 부모 마음이 안 그래.”
강진호는 입맛을 다셨다.
[입대 장병 여러분께서는 각자 소 속된 표지판 뒤로 서주시기 바랍니다.]마침 방송이 나오자가족들과 함 께 어울리던 청년들이 하나둘 연병 장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럼 다녀올게요.”
“오냐, 잘 다녀오거라!”
“진호야, 조심해야 한다.”
“오빠! 다치면 안 돼!”
백현정이 자꾸 눈가를 훔치고, 강은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상한 기분이군.’
아까부터 자꾸 어디 한구석이 간 질간질한 것 같다. 강진호는 그 나 쁘지 않은 기분을 느끼며 몸을 돌렸다.
“진호야!”
박유민이 절뚝이며 뛰어와 강진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 진호야!”
“걱정하지 마.”
“아니, 그게 아니고……
“응?”
“죽일 일 있으면 반만 죽여야해!”
강진호가 당황한 얼굴로 바라보자 박유민은 정말 심각한 얼굴로 재차 당부했다.
“그 안에서 사고 치면 나와서 부 모님도 못 뵙는 거야. 진짜 사고 치 고 싶어도 한번 더 참고! 정 안 되면 차라리 탈영을 해!”
“사람을 뭘로 보고 하는 말이냐?”
“니가 꼭지 돌면 무슨 일을 벌일 지 몰라서 하는 말이야!”
“……알았다.”
강진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무슨 움직이는 폭탄 취급이다. 강진호가 그동안 사고를 치면 얼마나 쳤다고 이런 반응이란 말인가. 문제는 그의가족들도 동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참아야 돼!”
“오빠, 사고 치지 마!”
“아들! 알지?”
강진호는 피식 웃고 말았다.
‘신뢰가 없군, 신뢰가.’
현세로 돌아오고 나서 나름 모범 적인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게 아닌 모
양이었다. 어쩌면 그와가장가까운 사람들이기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럼 갈게요.”
“응. 조심해서가!”
“아들, 맛없어도 밥 꼭 챙겨 먹 고!”
“ 믿는다!”
강진호는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장병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여러분의 자제들은 이제 나라에 서 맡아 보호하겠습니다. 부모님 여 러분께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늠름해 져 돌아올 아들들의 모습을 기대해
주십시오.]
“염병.”
담담한 모습을 보이던 강유환은 강진호가 멀어지자 들려오는 방송을 향해 욕을 뱉었다.
“매년 사고사로 죽는 애들이 몇인데 저딴 소리를 해!”
“여보, 부정 타게 그게 무슨 소리 예요!”
“쯧.”
강유환이 안타까움이 담긴 눈으로 멀리 보이는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아는 사람이 더 답답하게 느끼는 곳이 군대였다.
여자인 강은영과 백현정은 그저 슬퍼할 뿐이지만, 이제부터 강진호가 겪어야 할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강유환으로서는 속이 썩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몸은 또 우라지게 건강해서.”
적당이 아파서 공익으로라도 빠지 면 좀 좋은가.
강유환은 괜스레 바닥을 툭툭, 차 고는 몸을 빙글 돌렸다. 정렬해 있는 아들놈을 보고 있자니,가슴이 자꾸 아파왔다.
“잘할 거예요.”
백현정이 강유환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러겠지. 누구 자식인데.”
“근데 엄마.”
강은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니?”
“지금 들어가면 휴가는 언제 나오는 거야?”
“언제 나와요?”
백현정이 묻자 강유환이 잠시 고 민하는 듯하다가 대답했다.
“원래는 백일휴가 때 나오는데, 요즘도 백일휴가가 있나?”
“ 있어요.”
박유민의 대답에 강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백일 후에 나오겠군. 대충 세 달에서 네 달쯤 걸릴 거야.”
“그래요?”
“그래. 그런데 왜?”
“아니에요.”
강은영이 입으로 혼자 백 일을 중 얼거리더니, 무언가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백 일 안에!”
“……넌 자꾸 왜 혼잣말이냐?”
“아직 효도할 나이는 아니지만, 우리 오빠 군생활에 힘은 좀 실어 줘야죠.”
“그게 뭔 소리냐?”
“그런게 있어요.”
“싱겁기는.”
강유환은 장병들이 전체 경례를 하고 연병장 뒤로 사라지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휴……
언젠가는 닥칠 일이라 생각해서 담담하게 생각하려 했건만, 자식이 입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영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만가자.”
“우리 진호 어떻게 해요?”
“남들 다 하는 거야.”
“그래도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하 냐구요?”
박유민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 으응?”
“진호한테 사고가 날 일은 없을 거예요. 워낙에 센스가 좋잖아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박유민은 속에 담긴 말을 모두 하지는 않았다.
‘진호를 받아들이는 부대가 사고를 만나는 거지.’
박유민은 깊은 한숨과 함께 더 이 상 모습이 보이지 않는 강진호의 빈
자리를 쫓았다.
‘쓸쓸해지겠네.’
그때, 강유환이 박유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밥이나 먹고가자꾸나.”
“예, 아버님.”
“이제 진호가 없어서 쓸쓸할 테니, 너도 자주 놀러오너라.”
“예.”
강은영이 배시시 웃었다.
“아빠, 유민이 오빠는 바빠.”
“ 바쁘다고?”
“유민이 오빠 프로게이머잖아. 시즌 시작되면 얼마나 바쁜데. 여기
까지 와서 오빠 입대하는 거 보는 것도 엄청 힘들었을걸?”
“그렇구나.”
강유환이 빙긋 웃더니, 박유민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이 녀석, 고맙게도. 그래도 쉬는 날은 있겠지. 카페로 오거라. 아저씨가 제대로 내린 커피가 뭔지 보여주 지.”
“그놈의 커피!”
백현정이 소리를 빽! 지르자 강유 환이 찔끔하여 박유민의 뒤로 숨었다.
박유민은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
끼며 강진호가 있을 곳을 바라보았다.
‘잘 다녀와라,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