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83)
마존현세강림기-784화(782/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13화)
3장 창안하다 (3)
“어이, 주씨. 이제는 완전 일꾼 다 됐어?”
주강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죽여 버릴까?’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생각마저도 하면 안 된다. 만약 이 곳에서 그가 사고를 친다면 무슨 일
이 벌어지겠는가. 영광스럽게도 마 존께서 친히 강림하시여 그의 사지 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후우, 진정하자.’
느물거리며 말을 걸어오는 이들에 게 죄가 있는 건 아니다. 저들이야 친분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꽤 나 오랫동안 같이 일을 했으니 저 정도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이유는 지금 주강에게 불만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주강이 등에 짊어지고 있던 시멘
트 포대를 거칠게 내려놨다.
쿵!
무거운 시멘트가 바닥으로 떨어지 며 사방으로 먼지가 비산한다.
“거, 포대 터지겠어. 조심해.”
“빌어먹을, 터지면 터지는 거지!”
생각 외로 거친 반응에 왕룽이 혀를 차며 주강에게 다가왔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지금 불만 없게 생겼어? 우리가 노가다질이나 하려고 한국에 왔냐 고!”
“우리가 살 집을 만드는 거잖아.”
“집?”
주강이 코웃음을 쳤다.
“집은 중국에도 있어. 나는 좋은 집에 살려고 한국까지 온 게 아니라 고.”
“그야 그렇다만.”
주강이 구석으로 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빌어먹을, 이게 대체 며칠째야.”
공사에 동원된다는 데 불만이 있 는 건 아니었다. 그 역시 놀고먹겠 다고 한국에 온 건 아니다. 공사 일 이 아니라 더 험한 일이라도 얼마든 지 할 수 있었다.
그를 짜증 나게 하는 것은 이 노
동이 그가 강해지는 데는 눈꼽만큼 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루라도 빨리 마공을 전수받아 강 해지고 싶건만, 그 소중한 시간을 이런 막노동이나 하면서 보내고 있 으니 박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 다.
“마존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 고 계신 거지?”
“다 뜻이 있으시겠지. 애초에 마 존께서 우리를 한국으로 데리고 오 려던 생각이 아니셨잖아. 이만한 인 원이 넘어왔는데, 그걸 감당해 내고 집까지 지어주시는 게 얼마나 대단
한 일인지 몰라서 그래?”
모를 리가 있나.
마존의 무학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분은 더없이 강하시다. 이제 마교 내의 그 누구도 감히 마존의 마공을 의심하지 않는다.
눈으로 보았으니까.
천하를 삼등분한 절대의 강자, 홍 왕과 대등하게 맞서고, 때로는 몰아 붙이기까지 하던 마존의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런데 어찌 의심을 품을 수 있겠는가.
장민 장로의 말대로라면 마존은 지금도 과거의 힘을 되찾는 중이었
다.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그 홍 왕조차도 발밑에 둘지도 모른다.
마교가 그토록 원해오던 마존의 신화가 현대에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목숨을 걸고 따를 만하다. 한국에 넘어와 거적때기를 걸치고, 비닐 천막을 치고 산다고 해도 주강은 전혀 불만을 가지지 않 았을 것이다.
설사 마존께서 너희의 생활은 너 희가 알아서 하라며 숲에 그들을 풀 어놓았다 해도 주강은 기쁜 마음으 로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살 자신 이 있었다.
마공을 전수받고 강해질 수 있다 면, 마존처럼 될 수는 없어도 그 발 끝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얼마든 지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마존은 생각보다 돈이 많 았다.
무인계에서 강자는 부자와 동의어 다. 강한 만큼 돈을 벌 방법이 늘어 난다. 이름이 알려진 강자들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돈을 벌어 들인다.
하지만 강진호의 부는 그걸 뛰어 넘었다.
‘마을을 만들 줄 누가 알았겠어.’
그것도 이 산중에.
적당히 처박아놓고 굴려도 될 이 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살 곳을 만 들어준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만한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말이야 쉽지, 그게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그런 마존의 대범함과 능력에는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주강이 정말 바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
찬바람을 맞고 칡뿌리를 뜯는 한 이 있더라도, 하루라도 빨리 강해지 는 게 그가 바라는 것이었다.
“ 후우.”
주강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든 일이 결국은 마존께서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기에 불만을 표할 수도 없었 다.
‘하지만 대체 언제까지.’
이 마을이 완성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그 긴 시간 동안 그저 이런 노동 이나 하면서 보내야 한다는 게 주강 을 갑갑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존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겠 지.”
“그거야 나도 알지만……
“야, 인마. 우리가 지금 받아 처 먹는 게 얼만데, 거기에 불만을 가 져? 사람이면 양심이 있어야지.”
“안다고, 나도.”
주강이 짜증을 내며 몸을 일으켰 다.
베풀어주는 게 너무 많기에 불만 조차 가질 수 없다. 하지만 그와 같 은 생각을 하는 이가 그 혼자는 아 닐 것이다. 다들 어느 정도는 불만 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야, 주강!”
그 순간, 아래에서 누군가 주강을
불렀다. 주강이 짜증 어린 얼굴로 아래로 고개를 내밀었다.
“ 누구야?”
“위에서 찾는다. 너 빨리 내려와.”
“누가 또?”
짜증이 확 인다.
그가 처음 마존을 모신 이후로 마교 내에서 그의 인지도가 확 올라 갔다. 장로들은 숫제 그를 젊은 마 인들의 대변자쯤으로 여기는 모양이 다.
인지도가 올라가서 좋은 점도 물 론 있었다. 하지만 단점이 열 배쯤 은 더 크다. 장로들은 무슨 일이 있
을 때마다 주강을 불러 대기 시작했 다.
지금도 또 그런 일이겠…….
“마존께서 너 찾는데.”
“ 뭐?”
주강이 그대로 주저 없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3층 건물에서 바닥으로 단번에 착지한 주강이 놀란 목소리 로 다시 물었다.
“ 누가?”
“마존! 너 빨리 올라가 봐.”
“지, 지금 간다.”
주강이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 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다.
공사 지역부터 총회까지는 거리가 좀 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차를 타야 하는 거리지만, 무인들에게는 튼튼한 두 다리로 얼마든지 주파할 수 있는 거리였다.
시간이 걸린 이유는 거리가 멀어 서가 아니라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들이 막나 가는 마인들이라지만, 마존을 뵙는 데 먼지투성이의 작업복 차림일 수 는 없지 않은가.
복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한 주강
이 심호흡을 하고는 문을 바라보았 다.
이 너머에 마존이, 강진호가 있 다.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한 주강이 문에 바짝 다가가 입을 열었다.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주강입 니다.”
“들어와.”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주강이 숨 을 들이켜고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 어갔다.
문 안에는 강진호와 이현수가 앉 아 있었다.
몸이 절로 긴장한다.
‘느낌이 완전히 다르네.’
강진호는 꽤나 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뵐 때보다 한층 더 편안한고, 한층 더 여유로워 보 인다.
하지만 주강이 느끼는 압박감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홍왕과의 전투에서 보여준 모습이 주강의 마음속에서 강진호의 위상을 한층 더 높여놓았다. 그러니 이리 떨리고 긴장되는 것이다.
“앉지.”
주강은 로봇처럼 덜컥대며 강진호
가 가리킨 곳에 앉았다. 과도하게 긴장한 그 모습에 강진호가 가볍게 웃었다.
“호랑이 굴에라도 들어왔나?”
“아, 아닙니다.”
“그럼 그리 긴장할 것 없어. 별일 아니니까.”
“아•••••• 예.”
별일이야 아니겠지, 강진호의 입 장에서는.
하지만 사단장의 집무실에 들어간 이등병이 무슨 수로 여유를 가지겠 는가. 이등병은 전역이라도 하지, 주 강은 평생 마교에 매여야 하는 몸이
었다.
“커피, 아니면 녹차? 또 뭐가 있 더라?”
이현수가 대신 대답했다.
“주스와 콜라도 있습니다.”
“좋은 걸로 하지. 어떤 것?”
“괘, 괜찮습니다.”
“어떤 것?”
“주스요……
강진호가 눈짓을 하자 이현수가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컵에 따라 가져왔다.
“ 여기.”
자신의 앞에 놓인 주스를 주강은
그저 바라만 보았다.
“먹지?”
“아닙니다.”
주강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 을 덧붙였다.
“지금 이걸 마시면 백 프로 사레 가 들릴 것 같으니, 나중에 먹겠습 니다.”
강진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말로 해서 풀어지면 긴장이 아니 겠지. 차라리 빨리 본론으로 넘어가 는 쪽이 주강을 위해서는 나을 것이 다.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야. 이제 슬슬 시작해야 할 때라서.”
“……시작이라고 하셨습니까?”
주강이 떨리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음, 이제 전수를 해야지.”
“ 마공••••••
“그래. 애초에 그걸 위해 한국으 로 데리고 온 거니까.”
주강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거다.
그가 듣고 싶어한 말이 이거였다. 혹시나 하던 기대가 역시나로 바 뀌자 주강의 몸이 절로 들썩였다.
안절부절못하는 다리가 그의 몸을 소파에서 띄워 올린다.
“제, 제게 말입니까?”
말을 하면서도 주강은 이 말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를 알고 있었 다.
“그건 아니고.”
“예, 그렇죠. 아니죠, 아니어야 죠.”
“……진정 좀 해.”
“예, 진정하고 있습니다!”
주강의 턱이 덜덜 떨렸다. 그 와 중에도 자신은 완벽하게 진정하고 있다는 듯 머리를 뻣뻣이 든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 다.
“전수의 문제가 아니라, 그전에 좀 알아봐야 할 것이 있어서 불렀 다.”
“네. 어떤 것이라도 성심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대답할 건 없어.”
강진호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내가 보면 되는 문제니까.”
“••••••예?”
“이리 와서 앉아. 상태를 좀 봐야 하니까.”
“ 옙!”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강 진호가 시킨다면 그냥 따르면 된다. 지옥 불구덩이라도 서슴없이 뛰어들 각오가 된 주강에게 이정도 명령은 너무도 쉬운 것이었다.
주강이 재빠르게 강진호의 앞으로 다가가 그 자리에 앉았다.
“ 돌아.”
“예!”
반대로 몸이 빙글 회전한다. 그러 자 강진호가 주강의 머리에 손을 얹 었다.
“좀 아플 거야.”
대답을 할 틈도 없었다. 대답을 하기도 전에 머리 위에 얹어진 강진 호의 손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 끄으으으.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거대한 고통 앞에 주강은 이를 악다물고 부들부들 몸 을 떨 수밖에 없었다. 몸 안에 들어 온 기운들이 날카로운 칼처럼 예리 하게 주강의 전신을 헤집었다.
기운들이 단 한 곳도 남기지 않 고 모든 곳을 돈 후에야 다시금 강 진호의 손으로 빨려 올라갔다.
“후우우욱!”
몸을 지배하던 끔찍한 고통이 가 시자 주강이 깊은 숨을 내쉬었다.
“흠.”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겠어.”
“••••••예?”
“강해지고 싶겠지?”
주강은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 은 필요가 없다. 악다문 입과 붉게 충혈된 눈만으로도 너무도 완벽한 대답이 전해지고 있었으니까.
“좋아, 준비해. 이제 시작이니까.”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말이 드디 어 나왔다.
주강이 주먹을 움켜쥐고 고개를 숙였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따라가겠습 니다.”
그 광경을 본 이현수가 눈을 질 끈 감았다.
‘저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는 데……
주강은 아직 몰랐다.
강진호가 어떤 인간인지.
“좋군.”
강진호가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
며 이현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저 패턴대로 지옥에 떨어지는 인 간들이 너무 많아 보이는 요즘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