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84)
마존현세강림기-785화(783/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14화)
3장 창안하다 (4)
‘ 바쁘군.’
할 일이 많았다. 평소라면 할 일 이 많다는 것에 조금은 귀찮음을 느 낄 만도 했지만, 그동안 워낙 하릴 없이 총회를 배회하던 강진호인지라 이런 바쁨이 조금 반갑게까지 느껴 졌다.
강진호의 머릿속에 계획이 서기 시작했다.
지금 총회를 강화시키는 부분에서 강진호가 해야 할 것은 크게 세 가 지다.
첫 번째는 마인들에게 마공을 전 수하는 것.
두 번째는 총회의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강진호 자신의 무학을 다시금 돌아보고 나아갈 길 을 찾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는 아니 다.
하지만 그 중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일이 뭔지는 명확하다. 마인들 에게 마공을 전수하는 것.
이것 역시 쉽사리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저들에게 강한 마공을 전수하는 건 지금이라도 당장 시작할 수 있 다. 하지만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인이라 불리기는 하지 만, 저들은 과거 강진호가 알고 있 던 마교의 마인들과는 전혀 다르다.
제대로 된 기초 무학을 배우지도 못했고, 정순한 마기를 받아들이지 도 못했다. 마공이라는 이름만 붙은
찌꺼기를 익힌 이들이라 불순한 부 분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주강을 통해 이들의 육체 가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를 파 악한 것이다.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마공은 되레 독이 될 것이고, 너무 약한 마공은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
적당한 중도가 필요했다.
“고민이 많아 보이십니다?”
이현수가 강진호의 앞에 커피를 내려놓았다. 강진호는 김이 모락모 락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보며 고개 를 끄덕였다.
“쉬운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습니까?”
이현수가 웃으며 강진호의 건너편 에 앉았다.
“뭐가 그리 재미있지?”
“재미있다기보다는 조금 신기해서 말입니다.”
“신기하다?”
“예.”
이현수가 조금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한편으로는 신기하다기보다는 좀 색다르다고나 할까? 그런 기분입니 다.”
“뭐가?”
“회주님은 건너편에서 볼 때와 이 쪽에서 볼 때, 그리고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가 다 다른 사람 같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인지 와 닿지가 않는다.
“제가 영남회에서 회주님을 상대 할 때는 정말 뭐라고 해야 할까… 암담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사람 고생깨나 시켰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짜낸 결과
죠.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악감정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자는 의도겠지?”
“……살려주십쇼.”
이현수가 너스레를 떨며 말을 이 었다.
“칼이 안 박히는 사람 같았습니 다. 약점이 없었어요. 뭔가 하려고 해도 대책이 바로바로 나오는 느낌 이었죠.”
아무 대책 없었는데…….
조금 뻘쭘하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니었는데.”
“아닌 거 압니다. 그냥 느낌이 그
랬다는 거죠. 지금 회주님이 그 때 의 회주님이면 대책이 없었겠죠.”
이 새끼가?
강진호의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요즘 들어 강진호는 주변 모두가 자신에게 매우 각박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하튼 보고 있으면 그랬다는 겁 니다. 그런데 막상 회주님을 지켜보 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네요. 아, 이 사람도 고민을 하고, 이 사람도 걱 정이 있구나.”
“사람이니까.”
“그렇죠.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겠
죠. 그래도 회주님은 거기서 살짝 벗어나 있는 것 같았는데……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같은 사람이라 다행입니다. 인간 미가 있네요.”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이다.
이현수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강진호가 이 현수가 내민 담배를 받아들고 입에 물었다.
찰칵.
담배에 불이 붙으며 매캐한 연기 가 허공으로 피어오른다.
“같은 사람이니까, 상의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근 들어 제가 예전만큼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건 알고 있지만, 회주님의 말벗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강진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믿지 않은 적은 없어. 항상 신뢰 했지.”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말 뿐이라도 듣기 좋은 말이다.
“순위로 따진다면?”
강진호가 대답 없이 미간을 좁히
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의 시간 이 길어질수록 이현수도 어색해졌 다.
“……거기까지만 생각하시죠.”
6‘ o 으2”
“순위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믿 는다는 게 중요하죠.”
필사적으로 사태를 수습하는 이현 수였다.
“그래서 지금 고민하시는 바 가……?”
딱히 숨길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이현수의 머리라면 선택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어떤 마공을 전수해야 하는가가 고민이지.”
“지니고 계신 마공이 얼마나 되십 니까?”
“알고 있는 건 한 서른 가지 정 도? 좀 더되나?”
고민될 만도 하다.
“그걸 그냥 풀어버리고 자율에 맞 기면 안 됩니까?”
“지옥이 펼쳐질걸?”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마공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마공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 강진호로서 는 선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들을 믿지 못하는 게 아냐. 마 공을 믿지 못하는 거지. 잘못 풀린 마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과거에는 흔한 일이었다.
마교의 마공이 중원에 풀리면 반 드시 혈사가 벌어졌다. 마공은 섬세 하기 짝이 없는 무학이다. 마공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가 섣부르게 마공을 익히면 반드시 폭주한 살귀 가 된다.
그래, 그 외도(外道)처럼.
외도가 익힌 마공이 저급하기 짝 이 없는 마공이기도 했지만, 마공 자체가 그러한 위험을 동반하고 있 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강진호쯤 되는 이가 아니라면 누 구라도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다.
‘아니, 나 역시 예외가 아니지.’
어쩌면 지금 강진호가 겪고 있는 일들도 마공의 부작용일지 모른다. 상식적으로는 그와 적천마존의 분화 를 설명할 수 없으니까.
“그럼 결국 회주님이 정해야 한다 는 거군요.”
“그렇지.”
“마염들에게 푼 무학은 어떻습니 까?”
“확실히 그건 안정적이지. 다만.”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이었다.
“과도하게 안정적인 덕분에, 위력 도 부족하지. 처음부터 기반이 어느 정도 쌓이고 나면 새로운 마공을 줄 생각이었다.”
“마염들 역시 새로운 걸 익힌다는 거군요.”
“그들이 교관이 될 테니까.”
“ 흐음.”
이현수가 고민이 된다는 듯 입을
오물거렸다.
“결국 지금 회주님께서 하고 계신 고민은 하나군요. 위력을 낮추고 안 정성을 추구할 것인가, 그게 아니면 다소의 위험을 동반하더라도 강하게 가볼 것인가.”
“그렇지.”
이현수는 강진호의 고민을 정확하 게 짚어냈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는 문제 아 닙니까?”
“ 음?”
“지금까지 회주님이 비슷한 문제 로 고민하는 걸 수도 없이 보아 왔
지만, 결국 회주님이 안정을 택한 건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강진호는 할 말을 잃었다.
이현수는 지금 강진호보다 더 정 확하게 강진호의 속내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결국 뭐 결론은 뻔하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안정보 다는 모험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막상 그 모험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아래로 다 떠넘기시겠죠. 지금은 어 쩔 수 없다라고 하시면서.”
그랬나?
듣고 있으니 살짝 미안한 마음 도…….
“거 보통 이런 경우에는 사람이면 양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데… 네네, 포기했습니다. 회주님께 그런 걸 바란다는 게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이제는 알았거든요. 제가 그 냥 고생하고 말죠. 어휴, 어디 가서 말할 데도 없고.”
거 조금 더 나가는 거 같은데?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뭐 회주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니, 걱정하지 않
으셔도 됩니다. 그게 하루 이틀 일 도 아니고, 뭐 하나 추가된다고 새 삼 엄살 부릴 일이야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O] 이현수를 믿으시고
“ 믿고?”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회주님?”
“믿으란 말이지?”
강진호의 미소가 짙어졌다.
이현수의 말은 틀린 게 없다.
농담처럼 시작한 말이지만 이현수 의 말은 핵심을 담고 있었다. 고민 할 필요가 없다. 과거의 강진호라면
고민해야 할 일이다. 저들이 가진 능력에 비해 분에 넘치는 마공을 선 택했다가 일이 커진다면 강진호가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할 테니까.
수가 적다면 모를까 저 많은 마 인들의 일 할만 부작용에 시달려도 어마어마한 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전부 감당할 필요는 없어.’
총회는 이제 그가 보듬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 강해지고 있다. 이제는 강진호의 짐 을 나눠 질 정도는 된다. 총회가 리 스크를 분산해 준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강진호의 머릿속에 한 가지 마공 이 떠올랐다.
더없이 강하지만, 더없이 위험한.
그렇기에 그의 직속에게만 전수했 던 마공이 말이다. 과거 마염들을 진정한 마의 불꽃으로 만들었던 마 공.
‘마라혈염 기 (魔羅血炎氣).’
전해지지 않았던 마공.
강진호가 마염들에게 전수하기 위 해서 마교의 마공들을 뜯어 맞춰 만 든 마공이다. 강진호조차 그 끝을 보지 못한, 얼마나 큰 리스크를 가
지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마공이 다.
하지만 그 위력만은 보증할 수 있다.
마라혈염기를 통해 강진호는 마염 들을 키워냈고, 그들과 함께 중원을 일통했다.
‘과도할지도 모르지.’
이건 분명 위험한 선택이다.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 일천 이 넘는 마염들 중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 극성에 오른 이는 삼백에 불과 할 정도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하지만 강진호가 믿을 구석도 있 었다.
일전의 경험을 통해 리스크를 낮 출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한 번 해볼 만한 싸움이다.
“그래, 믿어야지.”
“•♦… ‘네?”
이현수의 얼굴에 불안이 어리기 시작했다.
강진호가 오랜 동안 고민에 빠진 것 같아 기분을 풀어 보려고 농담을
한 것뿐인데, 그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회주님, 노, 농담이……
“믿으라는데 믿어야지. 나 혼자서 는 감당 못하겠지만… 그래, 믿어야 지.”
강진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믿을 거면 제대로 믿어야 겠지. 어디 한 번 걸어보자고, 모 아니면 도인 도박에. 이 부장이 도 와준다면 당연히 모가 되겠지만.”
“……확률은 별개의 문젭니다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지.”
강진호는 결심을 굳혔다.
“종이와 펜.”
“••••••네?”
“종이와 펜. 구결을 적어줄 테니 번역 부탁하지.”
이현수가 머리를 움켜잡았다. 뭔 가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 같았지만, 강진호의 표정을 보니 돌 이키기에는 늦었다. 이제는 죽으나 사나 가보는 수밖에 없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이현수가 종 이와 펜을 가지러 갔다. 하지만 강 진호의 시선은 이현수를 쫓지 않았 다. 그의 시선은 테이블 위에 고정
되어 있었다.
충분한가?
마라혈염기를 전수하는 것으로?
아니.
충분할 리가 없다.
‘쫓는 게 아냐. 만드는 거야.’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과거에 창안했던 마라혈염기에 머 무르기만 한다면 그는 여전히 적천 마존의 뒤를 쫓는 것밖에는 안 된 다. 만들어야 한다. 마라혈염기지만 마라혈염기가 아닌 무공을.
과거를 뛰어넘어 미래로 향하는 새로운 무학을.
지금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