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89)
마존현세강림기-790화(788/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19화)
4장 전수하다 (4)
‘이게 뭔 도서관도 아니고…… 이명환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풀어주는 만큼 풀어지고, 조이는 만큼 조여진다. 스스로 어느 정도 브레이크를 걸 수는 있겠지만, 결국 결과는 대동소이했다.
‘인정하는 부분이구요.’
처음 강진호의 시험을 통과한 이 들은 다들 명검처럼 날이 서 있었 다. 강해지기 위해서 모든 것을 던 지겠다는 각오, 심지어 목숨도 아끼 지 않겠다는 그 각오가 선 이들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초식 하나를 배우는 것에도 신명 을 다했고, 한 번의 운기행공조차 모든 정신을 집중하여 시행했다.
그때에 비한다면?
‘개차반이 되긴 했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
처음에는 이게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훈련인가 의심이 될 정도로 과 격하던 훈련도 어느새 평온하게 소 화할 정도로 적응해 버렸다.
그러니 딱히 긴장감이 생기지 않 는다.
두 번째는 의외로 강진호가 그들 을 딱히 몰아붙이지 않았다는 것.
지옥으로 갈 각오를 하라고 한 강진호이지만, 실제로 강진호는 그 들을 크게 괴롭히지 않았다. 강진호 가 생각보다 여린 사람이어서가 아 니라…….
‘시간이 없었지.’
회주님은 바쁘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본인은 본인이 딱히 바쁘다고 생 각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옆에서 가 만히 강진호가 소화하는 일을 보고 있자면 이현수가 무색할 정도였다.
물론 강진호는 자신의 일을 남에 게 미룰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 고, 복잡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중 대한 결정을 내리는 일만 맡으니 이 현수처럼 극단적으로 시간이 부족하 지는 않겠지만…… 여하튼 바쁜 건 마찬가지다.
그들이 강진호의 시험을 통과한 이후로 총회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졌는가. 그걸 생각해 보면 강진 호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허파에 바람이 들어갔지.’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이명환도 얼 마 전까지는 허공에 둥둥 떠다니지 않았던가.
강진호의 시험을 통과하고 그의 친위대가 되었다는 것은 결과다. 원 래 그들의 목적은 강해지는 것이었 다.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게, 그
누구도 그들에게 대적할 수 없을 만 큼! 강해지고 또 강해진다.
이명환의 목적도 그것 하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목적이 뒤흔들렸다.
강진호의 위상이 끝도 없이 올라 가면서 그저 강진호의 친위대라는 칭호만으로도 그들을 무시하는 이들 이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질시와 부러움이 섞인 시선이 슬 쩍슬쩍 느껴질 때마다 느낀 우월감.
아직 제대로 강해진 것도 아니건 만, 강해진 후에 손에 넣을 수 있던
것들을 모두 가져 버렸다. 그러니 풀어질 수밖에.
이건 전적으로 그들의 잘못이다.
길을 잘못 들었다.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다시 올바른 길을 찾아가면 된다. 숲을 가로지르든, 아 니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 갈림길을 찾든, 수정할 수 있다.
수정할 수 있는데…….
‘수정이 좀 과한 거 아닌가, 이 거?’
지금 강당에는 마염들이 모두 집 결해 있다. 그런데 숨소리조차 들리
지 않는다.
누구의 눈치를 보냐고?
아니다.
지금 이곳에는 마염들밖에 없다. 조금 뒤에 강진호가 오기로 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들을 지켜보는 이도, 감시하는 눈도 없다. 그럼에도 강당 은 쥐 죽은 것 같은 정적을 유지하 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됐냐고?
이명환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눈 탱이가 밤탱이가 되고, 허리가 구부 정한 이들을 보고 있으려니 괜스레 서글퍼진다.
‘인권은 어디에 있는가.’
인권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 세 상이지만, 안타깝게도 무인계에는 그 인권이라는 개념이 아직 들어서 지 않았다. 군기를 잡겠답시고 사람 을 패대는 행위는 진짜 군대에서도 이제는 짐승 같은 짓으로 평가받지 만, 무인계에서는 당연히 행해질 수 있는 훈육이라 받아진다.
이 어찌 야만스럽지 않은가.
마염들이 바짝 군기가 든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 슴은 솥뚜껑을 보고도 놀라지만, 바 토르에게 얻어맞은 이들은 솥뚜껑을
보면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자신을 덮쳐 오던 바토르의 솥뚜 껑같이 거대한 손은, 그들의 가슴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에, 그러니까, 바토르가 준 교훈 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 깝치면 맞는다.
인류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개념.
근대를 넘어 현대에 와서야 겨우 희미해진 개념.
맞으면 정신을 차린다는 그 몰상
식하고 끔직한 개념이 실제로 행해 졌을 때 얼마만큼의 효과가 나오는 지, 지금 마염들이 보여주고 있었다.
서글프지만 말이다.
‘정신 차려야지.’
과정은 영 좋지 않고, 결과도 꼭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모든 과정의 끝에 얻은 하나의 수확이 있 다.
자만에 빠져 있던 마염들이 자신 들이 아직은 약해 빠졌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바토르와 실제로 겪 어본 바토르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그저 ‘강하겠지’라고 생각하 는 것과 그 손에 싸대기를 맞고 천 장에 꽂혀보는 경험은 분명 다르니 까.
그들 전부가 바토르에게 달려든다 고 해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이중 걸 일파를 정리하면서 얻은 자신감 은 바토르의 싸대기 한 방에 말 그 대로 하늘 높이 승천해 버렸다.
남은 것은 본인들이 얼마나 쓰레 기인지에 대한 자각과 그동안 떨어 댄 건방에 대한 반동.
그리고…….
‘회주님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
실까?’
이쯤 되니 그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바토르다. 그리고 그 바토르가 지금 붙으면 3초 만에 쓰레기통 안으로 구겨 넣어진다고 평하는 강진호다.
그런 강진호가 보기에 마염들은 어떨까?
사육장 안의 개미들이 뭣도 모르 고 제 잘났다고 빨빨거리며 돌아다 니는 걸 구경하는 기분 아닐까?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아마 이 고요한 분위기의 태반은
그런 우려가 만들어냈을 것이다.
‘차라리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
숨이 막힌다. 질식할 것 같았다. 이 무거운 공기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런 이명환의 기분을 전해 듣기 라도 했는지, 그 순간 문이 벌컥 열 렸다.
‘깜짝이야.’
너무 조용해서 그런지, 문을 여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려왔다. 열 린 문 뒤로 강진호가 당연하다는 듯 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이현수도 따라온
다.
“뭐가 이리 칙칙해?”
강진호는 별말을 하지 않았지만, 이현수가 공기가 탁하다는 듯 손사 래를 쳤다.
‘시누이가 같이 왔네, 시누이가.’
마염들이 가장 존경하는 이는 강 진호다. 그리고 마염들이 가장 두려 워하는 이는 이제는 바토르일지 도 모른다.
하지만 마염들이 가장 얄미워하는 이는 누가 뭐래도 이현수였다. 저 양반의 깐죽거림은 장난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사람이 빡 도는지를 세
상에서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 같았다.
강진호가 말없이 걸어 들어와 중 앙에 섰다. 그러고는 이현수에게 눈 짓을 했다.
“야, 가지고 들어와!”
이현수가 소리치자 문밖에 있던 이들이 커다란 박스를 하나씩 들고 들어왔다.
‘뭐지?’
“앞에 놔, 앞에.”
줄 앞에 박스가 하나씩 놓였다.
“뒤로 돌려.”
앞에 서 있던 이들이 박스 안에
서 책을 꺼내 뒤로 넘기기 시작했 다. 순식간에 모든 이들이 박스에서 나온 책을 손에 들었다.
강진호가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너희가 익혀야 할 무공 이다.”
“아••••••
모두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새로운 마공.
그들은 이미 마공을 익혔다. 새로 운 마공이라면 분명 과거보다 상급 의 마공임이 분명하다. 이현수는 손 에 들린 책의 제목을 살폈다.
‘마라혈염 기.’
이름만으로도 패도가 느껴진다.
강진호가 모두를 쭉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 질문.”
예전이었다면 질문은 쉽게 나오지 는 않았을 것이다. 강진호는 그만큼 이나 이들에게 어려운 존재였으니 까. 하지만 이제는 꽤나 강진호를 겪어보았다고 할 수 있고, 질문을 해야 할 때는 빨리빨리 물어보는 게 이득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모두였 다.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비급만으로 익힐 수 있습니까?”
“무리겠지.”
강진호가 태연하게 답했다.
“일단은 비급을 완전히 외워라. 그 뒤로는 내가 조정해 준다.”
“어떤 마공입니까?”
강진호가 가볍게 웃었다.
“이번에 새로 창안한 마공이다.”
침이 꿀꺽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 다.
강진호가 창안한 마공.
그 말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 는지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떨리는 시선이 비급으로 향
한다.
“저…… 회주님.”
이명환도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말해.”
“이걸 익히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습니까?”
“흐…”
강진호가 고민이 된다는 듯 미간 을 좁혔다. 순간, 괜한 것을 물어봤 나 후회한 이명환이지만, 다행히도 대답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얼마나라는 말은 조금 이상하군. 누가 어떻게 익히느냐에 따라 다르 겠지. 하긴 모든 무학이 다 그렇겠
지만.”
“아•…” 예.”
이명환이 기대한 대답은 아니지 만, 더 따지고 물을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라는 대답은 너무 빤하지 않 습니까?”
이현수가 딴지를 걸어주자 이명환 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인간이 웬일이지?’
항상 사람 속을 뒤집어놓던 사람 인데 지원사격을 해주다니, 해가 서 쪽에서 뜰…….
“그리 말씀하셔 버리면, 저 쓰레
기들이 제대로 노력을 안 해서 수준 이 오르지 않아도 그러려니 해버리 지 않겠습니까? 정확하게 이 정도까 지는 가야 한다고 말씀을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
‘이 개자식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럼 그렇지.
저놈이 그럴 리가 없지.
어떻게든 애들을 조금이라도 더 굴리겠다는 의도다. 그렇지. 그래야 이현수이지. 빌어먹을.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익히느냐에 따라 극마에 들 수 있는 무학이다. 마공 중에서 는 최상위라고 할 수 있지.”
“……최, 최상위.”
그 어마어마한 무공을 자신들에게 준단 말인가.
대체 뭘 믿고?
최상위 무학은 지도층 혹은 권력 을 나누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것 이 무인계의 상식이다. 자존심 강하 고 제멋대로인 무인들이 통제되는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닌가.
이게 얼마나 파격적인 일인지 모 르겠다고?
보통 한 문파에 입문한 이가 최 상위의 무학을 익힐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소림으로 따지자면, 사미승 으로 들어간 이가 장경각에 들어가 기 위해서는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자신을 증명해야 얻 을 수 있는 것이 최상위 무공이다.
그런데 그걸…….
‘헐, 씨.’
자신이 그 귀한 무공을 대충 들 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한 이명환이 다급하게 비급을 품에 안았다. 동시 에 여러 곳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
다.
나눠 준 비급에서 나눠 준 보물 로 위치가 격상된 것이다.
“이, 이런 걸 그냥 주셔도 됩니 까?”
“그만큼 난해하다. 쉽지 않은 일 이지.”
“아••••••
실망감은 들지 않았다.
최상위 무학이 난해한 건 당연하 다. 게임을 해도 고랩과 저랩은 같 지만 다른 게임을 하지 않는가. 실 망할 이유가 없다.
진짜 실망은…… 아니, 좌절은 그
다음에 왔으니까.
“하지만 그리 걱정할 게 없다. 좋 은 소식이 있으니까.”
“ 예?”
“바토르도 같은 무학을 익히기로 했다. 이제 바토르가 너희를 많이 도와줄 것이다.”
순식간에 지옥 같은 절망감이 강 당을 덮쳤다. 다리가 풀려 쓰러지려 는 이들도 있었다.
그 심상찮은 반응에 강진호가 영 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이현수를 돌아보았다.
“얘들 왜 이래?”
이현수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너무 좋아서 그러는가 봅니다. 좋은 일이지요.”
언젠가 저 새끼의 목을 꼭 따버 리겠다고 다짐하는 이명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