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9)
마존현세강림기-79화(79/2125)
마존현세강림기 4권 (4화)
1장 — 입대하다 (4)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이 새끼들 아!”
“이 새끼들이 아직도 여기가 사회 인 줄 알아?”
“빠져가지고!”
“앉아 번호!”
건물의 모퉁이를 돌아 부모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들어서자마 자 조교들의 말투 자체가 달라졌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조교들을 따라 걷던 장병들은 깜짝 놀라 주변을 둘 러 보았다.
“어리바리 타지 말라고, 이 새끼 들아!”
강진호는 감흥 없는 눈으로 그 광 경을 지켜보았다.
열 몇 명이 천 명에가까운 장병 들을 통제하려면 죻은 말과 부드러 운 자세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 역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계기도 없이 날아
드는 욕설에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게 군대라는 거군.’
대규모의 병력을 통제하기 위해 효율적인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강압과 본보기.
상대에게 위협을가하고, 그 위협 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두엇 정도를 본보기로 삼으면 된다.
이곳에서는 얼차려라는 것으로 본 보기를 주는 모양이었다.
마교에서는 신입이 들어오면 트집을 잡아 적당히 전력이 안 될 만하 다고 판단된 이들을 두엇 잡아내 목
을 베어버린다.
교관에 따라 바로 목을 베어버리는 타입과 잔혹하게 살해하는 타입 이 있기는 하지만, 효과는 비슷하다.
얼이 빠져 있던 이들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면 다들 눈에 독기를 품고 교관의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된다.
정도는 다르지만, 이곳 역시 비슷 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당대의 인간에 비해 현대의 인간 이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본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한 심정 이었다.
“너 이 새끼야! 안 앉아?”
멀뚱히 서 있는 강진호를 본 조교가 대뜸 욕부터 날렸다.
강진호는 표정 변화 없이 자리에 앉았다.
이들과 드잡이질을 한다고 달라질게 있을 리 없었다. 깔끔한 퇴소와 재입대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방 금 그 난리를 치고 겨우 입대했는데, 강제 퇴소는 사양이었다.
“이 새끼들이, 정신 안 차리지! 너희가 아직도 사회인인 줄 알아? 너희는 이제부터 군인이야!”
“빨리빨리 줄 맞춥니다! 이빨 보
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빨간 모자를 쓴 조교들이 언성을 높일 때마다 눈에 띄게 움찔대는 이 들이 보인다.
그렇게 신고식을 마치고 강당으로 이동하자 훈련병들의 분류가 시작되 었다.
한참을 욕과 쓸데없이 지르는 소 리를 듣고 있다 보니 겨우 분류가 끝나서 생활관으로 갈 수 있었다.
‘심심한데.’
동반 입대라도 할 걸 그랬다.
한방에 대충 30명에가까운 인원 들이 자리를 배치 받았다. 겨우 숨을 돌리려는 찰나, 다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식사 시간입니다. 준비합니다!”
“밥이다!”
“맛 더럽게 없다던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관이 생활관 안으로 들어와 훈련병들을 인솔해 나가 연 병장에 세웠다.
훈련병들의 고충과 조교들의 고충 이 동시에 느껴졌다.
밥 하나 먹는데 일일이 기다렸다
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또다시 서서 기다리기를 반복하는 훈련병들도 죽을 맛이겠지만, 그 많은 인원을데리고 들어가서 다시데리고 나 오기를 반복하는 조교들 역시 편해 보이지는 않았다.
‘매우 비효율적이군.’
군대라는 곳이 다 그렇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비효율의 극치를 보는 기분이었다.
겨우겨우 차례가 되어 식당으로 들어가 배식을 받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
식판을 받아 온 이들의 얼굴은 하
나같이 불만이가득했다.
맛은 기대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뭔가 음식 같다는 느낌이 들면 좋으 련만, 밥은 거의 떡이나 다름없고, 반찬들 역시 숨이 푹 죽어서 죽처럼 느껴졌다.
기대조차 하지 않고 한입 떠서 맛을 보니, 상상 이상의 맛이 입 안에 펼쳐졌다.
“와, 이걸 먹으라고?”
“해도 너무하네?”
자기도 모르게 투정이 나온다.
“식사도중에 입 벌리지 않습니다!”
그럼 어디로 먹으라는 말인가.
저 조교는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을까?
식당 전체의 분위기가 좋지 않지 만, 강진호는 유독 밥을 잘 먹고 있 었다.
강진호가 밥을 먹는 광경을 지켜 보던 옆 사람이 말을 걸었다.
“맛있어요?”
“괜찮은데요?”
“이게?”
그는 황당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 지만, 강진호는 딱히 대꾸를 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중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는 이처럼 조리된 밥은 꿈도 꾸지 못했다. 산에 올라가 나무껍질을 뜯어 먹고, 풀을 뜯어 먹다가 복통으로 죽을 뻔한 적도 부지기수였다.
그런 생활에 비해 이 정도 밥이면 중원에서는 진수성찬이라 불러도 충 분한 것이다.
‘배가 불렀군.’
물론 인간의가치는 각자의 생활 수준에 맞춰지는 것이니, 굳이 이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반찬 투정을 하는 이에게 지금 아 프리카에서는 굶어 죽는 이들이 산
더미처럼 많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와 닿기나 하겠는가. 각자의 기 준으로 각자가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다행히 강진호에게 이곳의 식사는 먹을 만한 음식이었고, 덕분에 꽤나 맛있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나자 다시 생활관으로 돌아가야 했다.
군대라는 곳이 강진호에게 준 첫 느낌은 아무래도 지루함이었다.
딱히 할 일도 없는데 멍하니 시간을 때워야 하는 일이 늘어나다 보니 강진호 역시 지루함을 참기가 힘들
었다. 같은 생활관에 있는 훈련병들은 다들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 고 있지만 강진호에게는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좀 더 느리게가는 느낌이었다.
“소등하겠습니다.”
겨우 밤이 되어 불이 꺼졌다.
자리를 잡고 누운 강진호는 어두 운 천장을 바라보며 입대를 했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2년이라……
정확하게 말하면 21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을까?
강진호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건 전역하는 날 알게 될 일이었다.
보충대에서는 딱히 별다른 일이 없었다.
신체검사를 한 후에 옷을 나눠 받 고, 특기병 분류를 한다음 신병교 육대로 넘어가는 것. 그게 보충대에 서 하는 모든 과정이었다. 그랬기에 이틀이라는 시간이 더 지나갈 동안 지루함을 버텨내는 것 외에는 딱히 할일이 없었다.
마침내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강진호는 자신의 부대로 향하는 버스 에 오를 수 있었다.
“세면백 잘 챙깁니다!”
“어리바리 타지 않습니다!”
이제야 저 조교들의 말투에 적응 하기 시작했는데 다른 곳으로가야 한다니, 뭔가 아쉬운 기분이었다.
작은 버스에 오르자마자 강진호는 머리를 좌석에 붙이고 눈을 감았다.
할 짓도 없으니 잠이나 잘 생각이 었다.
“야, 우리 어디로가는지 아냐?” 옆에 앉은 이가 밑도 끝도 없이
말을 붙여온다.
“몰라.”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 모자를 꾹 눌러썼다.
버스가 한참을 달리더니 멈춰 서는 느낌이 났다. 강진호는 눈을 뜨 고 옆을 바라보았다.
낡은 막사가 보였다.
‘ 이곳인가?’
앞으로 이곳에서 5주간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훈련소에 입소하니 오히려 보충대 에 있을 때보다 편해졌다. 쓸데없이
시간을 때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강진호는 체감 난이도가 반 쯤은 떨어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몸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훈련이 시작되자 그야 말로 강진호를 위한 판이 깔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갓!”
저벅! 저벅! 저벅!
육체를 통제하는 것만 수십 년을 해온 강진호다. 그저 겉만이 아닌, 내기를 다루어 육체를 밀리미터 단 위로 움직이는 것에 익숙한 강진호 에게 제식훈련은 그냥 걸으면 되고
가라는데로가기만 하면 되는 어린 아이 장난이나 마찬가지였다.
‘뭐야, 이 새끼?’
지도하던 교관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물론 첫 훈련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훈련병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몸을 쓰는 일이니만큼 센스가 있는 훈련병은 다른 훈련병에 비해 서 몇 배나 빨리 배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신병은 보통 동작이야 비 슷하게 따라 한다 해도 그 미묘한 각이 살지 못해 폼은 나지 않기 마
련이었다.
특히 훈련소에서 마련한 CS복을 입고 보급 모자를 쓴 훈련병은 뭘 해도 태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뭐야, 이 새끼? 북한군인가?’
조교가 강진호가 걷는 모습을 보 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까부터 발끝이 정확하게 제자리에 서고 있 었다. 이건 신병 교육과정이 아니라 무슨 북한군의 사열을 보고 있는 느 낌이다.
‘의장대에서 보면 난리나겠는데?’ 그야말로 에이스 하나 주워가는
일 아닌가.
“뒤로…… 돌앗!”
강진호의 몸이 흔들림 없이 뒤로 돌아갔다.
결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정 확한 속도로 조금의 비틀림도 없이 뒤로도는 강진호를 보며 조교는 감 탄을 터뜨렸다.
“100번 훈련병.”
“100번 훈련병, 강진호!”
“잘했습니다. 옆으로 나와 휴식합니다.”
“감사합니다.”
강진호를 옆으로 빼낸 조교가 남
은 이들에게 다시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 갓!”
그러고 나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칼과 같은 강진호의 제식을 보다가 신병들의 발도 제대로 안 맞는 걸음을 보게 되니, 조교는 짜증이 울컥 솟아나기 시작했다.
“발맞춥니다! 발! 왼발! 왼발! 그 것밖에 못합니까!”
조교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제식 하나 똑바로 못해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앉아! 일어서! 앉아! 똑바로 합니다! 똑바로!”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그제야 파 악을 한 동기들이 강진호를 노려보 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런 이들의 시 선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편히 앉아 쉬고 있었다.
‘ 쉬운데?’
군대라고 해서 뭔가 다를게 있나 생각했지만, 역시 이곳도 별다를 것은 없었다.
작은 소도 한 자루 주고 산에 풀 어놓은 다음 들짐승들과 싸워가며 한 달 동안 생존해야 하는 마교의 입문식에 비하면, 이건 그냥 놀이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제때에 밥을 주고 제때에 재워주지 않는가.
팔다리가 제대로 달려 있는 사람이라면도저히 낙오할 수가 없는 훈 련이었다.
‘다른 나라도 이런가?’
아무래도 징병제인 대한민국이니 만큼 일반적인 신체 능력을가진 훈 련병도 낙오하지 않도록 만들어놓은 교육과정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를 하고 있는 나라라면 이보다 높은 강도로 훈 련을 시키겠지. 병력의 질보다는 양
을 늘리겠다는 고육책으로 보이지 만, 실전이 벌어졌을 때 이러한 훈 련을 받은 이들이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불필요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뭐, 중원의 군대에 비하 면야……
농사짓던 사람을 당장 소집해 대 충 기초 군사훈련이나 시킨 뒤에 창 한 자루 쥐어주고 전장으로 내밀던 중원에 비하면 이곳의 훈련 역시 체 계적이고 현대화된 훈련 과정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더구나 그는 이제 막 입소했을 뿐
이고, 이곳은 훈련소일 뿐이었다.
대한민국의 군대가 어떤 곳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자대를가봐야 그 결 론이 날 것이다.
“왼발! 왼발! 발맞춥니다! 발맞추 라고! 똑바로 못합니까! 발맞추라고 했지!”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조교의 목 소리를 들으며 강진호는 딴생각에 여념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강진호의 귀에는 동기들의 이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