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90)
마존현세강림기-791화(789/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20화)
4장 전수하다 (5)
“똑바로 서. 회주님 계시는데, 이 새끼들이.”
이현수가 정색하자 다들 다리에 힘을 주었다.
‘돌겠네, 진짜.’
솔직히, 정말 솔직히 말하자 면…… 이현수는 한주먹거리다.
이곳에 있는 이들 중에 이현수를 때려잡는 데 두 번의 주먹질이 필요 한 사람은 없다. 그들이 강한 게 아 니라 이현수가 약한 것이다.
예전에도 이현수는 총회의 최약체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총회의 수준 이 전체적으로 급상승하면서 상대적 으로 더 약해졌다.
정말 한주먹, 딱 한 대면 되는 데…….
‘그런데 또 무섭단 말이지.’
솔직하게 좀 쫄린다.
강진호라는 뒷배가 두려운 게 아 니었다. 다들 그렇게 말을 하고 있
지만, 솔직한 속내가 따로 있다는 걸 이명환은 알고 있었다. 설사 강 진호가 이현수에게 눈꼽만큼의 관심 도 가지지 않는다 해도 이현수를 건 드릴 담량을 가진 이들은 아무도 없 을 것이다.
무공이 전부가 아니다.
이현수는 약하지만, 그 무위와는 상관없이 사람을 쫄아들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 증거로 지금 모두가 어깨를 움츠리고 있지 않은가.
분위기가 정리되자 강진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쉽지는 않다. 난해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반드시 어려움을 동반하니까. 어쩌면 이들 에게는 너무 이른 무학일 수도 있 다.
강진호가 무학의 수준을 높이고 방향을 바꿀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 로 익히게 쉽게 만드는 법 같은 건 몰랐다. 제대로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도 없고,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던져 주고 익히는 이들만 끌고 간다. 그게 강진호의 방식이었
다.
이제 와 새삼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결 국 사람이 만든 무학, 사람이 익히 지 못할 리는 없지. 내가 그리 만들 어주겠다. 반드시!”
감동을 받아야 할 말이었다.
그런데 뭐랄까…….
뭔가 좀 찝찝함이.
“회주님, 그거 협박처럼 들립니 다.”
“아, 그래?”
아, 협박이었구나.
강진호 해석기가 옆에 있는 게 다행이었다. 이현수는 난해한 강진 호의 언어를 그들이 알아듣기 쉽게 해석해 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 말은 익히기가 어렵 고 난해하지만 반드시 해내라. 그렇 지 않으면 패 죽이겠다는 말이로군.
……번역기가 없는 게 나은 것도 같고.
“딱히 협박은 아니고.”
맞는 것 같은데요?
완전히 맞는 것 같은데?
이명환의 손이 홀린 듯이 올라갔 다.
“ 음?”
묻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 를 잔뜩 지배하고 있지만, 그의 육 체는 머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혹시 따라가지 못하면 어떻게 됩 니까?”
강진호가 고민하는 얼굴을 했다.
“따라오지 못한다고?”
“아니야. 따라오게 만들 생각이 다.”
협박 맞네!
백 프로 맞구만!
이명환이 마음속으로 절규했지만,
그게 강진호의 귀에 들릴 리는 없었 다.
“여하튼 이걸 익히게 될 거다. 그 리고 이번에는 느긋하게 익히고 있 을 시간이 없다.”
“ 예?”
“여기 있는 사람들이 차후에 마교 의 교관이 된다. 너희가 익힌 마라 혈염기를 마인들에게 전수해야 한 다.”
“ 헐?”
이명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희가요?”
“그래.”
“아, 아니, 회주님. 저희는 아직 그럴 수준이……
“괜찮다.”
강진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쪽 수준이 더 막장이니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말은 ‘더’다.
그러니까 이쪽도 막장인 건 맞는 데 저쪽은 더 막장이니까, 이 막장 인 놈들이 더 막장인 놈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말이겠지.
답도 없는 취급을 받고 있지만, 반발심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기야 강진호의 눈으로 본다면 그들이 팔
다리만 달렸지, 어디 사람이겠는가.
강진호가 할 말을 찾는다 싶어 보이자, 이현수가 나서서 상황을 정 리 했다.
“마라혈염기는 이제 총회의 주력 마공이 될 거다. 너희뿐 아니라 마 공을 익히는 이들은 기본공을 익히 고 마라혈염기를 익히게 된다. 그 마공을 누구보다 먼저 익히게 된다 는 것은 굉장히 뜻깊은 일이다. 회 주님께 감사하도록.”
뭔가 가슴이 찡해지는 말 같지 만…….
‘이거, 좀 이상한데?’
이명환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손을 번쩍 들었다.
“저!”
“저 새끼, 뭔 질문이 저리 많아?”
이현수가 딴지를 걸었지만, 이명 환은 꿋꿋했다.
“저희가 이 마공을 익히는 게 처 음입니까?”
“그렇다.”
“창안하셨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베이스가 되는 마공도 누가 익힌 적 이 없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너무 많이 달라 져서 딱히 의미가 없을 거다. 최초
라고 할 수 있지.”
“그, 그럼 별문제는 없는 거겠 죠?”
이현수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아니, 이 새끼가 어디서……
“잠깐.”
그런 이현수를 강진호가 만류했 다. 그러고는 어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몰라.”
“••••••예?”
“안 해봤는데 어떻게 알아?”
이명환의 눈에 불안이 어리기 시
작했다.
“딱히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처음 전수하는 무학이다 보 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도 잘 모 른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치명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이명환은 어릴 적부터 사람은 언 제나 솔직해야 한다고 교육받고 자 라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명 환은 사람이 솔직하다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 다.
아니, 그냥 별문제 없다고 해주면 되잖아! 어차피 익힐 것!
“……그거, 꼭 익혀야 합니까?”
결국 누군가 열지 말아야 할 판 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강진호의 미간이 좁아지 는 게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히이이이익!’
‘어떤 새끼야! 어느 새끼냐!’
‘죽인다! 꼭 죽인다!’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익히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익히지 않아도 좋다. 생각해 보니 위험성이 있는데 다 익히라는 것도 좀 문제로 군.”
“아니, 회주님. 그게 무슨?”
“사실이잖아.”
이현수가 악독한 눈으로 모두를 돌아보았다. 그 눈에 어린 독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기세만으로 총회의 무인들을 쫄게 만드는 마염 들이 다들 꽁지 만 개처럼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이런 쓰레기 놈들이.”
시어머니가 눈앞에서 무시받는 꼴 을 본 시누의 기세가 이럴 것인가.
할 일도 없는 시집살이를 미리 체험하는 마염들이었다.
“익히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익히지
않아도 좋다. 아, 대신 비급은 반납 하도록.”
“……나갈 때 박스에 넣고 가라, 꼭 ”
그 순간, 반납하는 새끼의 얼굴을 확인하고 죽을 때까지 괴롭혀 주겠 다는 이현수의 의도가 명백하게 전 해졌다.
“이현수.”
“예, 회주님.”
“적당히 해.”
“……죄송합니다.”
이현수가 살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강진호가 다시 입을 열었
다.
“농담이 아니라, 익히고 싶지 않 으면 익히지 않아도 좋다.”
“회주님.”
이명환이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었다. 지금까지는 호기심에 서 나온 질문들을 했지만, 이제는 해야 할 질문을 해야 한다.
“말해.”
“위험성이라는 건 어느 정도입니 까?”
“폐인이 될 수도 있겠지.”
“죽을 수도 있고, 제일 확률 높은
부작용은 미쳐서 날뛰게 되겠지. 이 성을 잃고 말이야.”
이명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질문이 끝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명환이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 었다.
“그럼에도 이 마공을 저희에게 주 신다는 말씀은, 이 마공이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도 익힐 가치가 있 다는 거겠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십 년이 걸릴 일을 오 년으로 줄
여줄 수 있다. 하기에 따라 다르겠 지만, 그 이상 줄일 수도 있지.”
이명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습니다. 회주님, 저는 익히겠습니다.”
강진호가 이명환을 빤히 바라보았 다.
“처음 회주님에게 마공을 배울 때, 다짐했습니다. 목숨을 걸고서라 도 강해지겠다고. 마공을 익혀서라 도 강해지겠다고. 그런데 지금 와서 조금 위험하니 익히지 않겠다는 건 너무 병신 같은 소리죠.”
이명환이 슬쩍 주위를 돌아보았 다.
다들 같은 눈을 하고 있다.
“죽으면 죽었지, 죽을까 무서워서 안 익히겠다는 말은 못하겠습니다. 뭐, 저야 그렇다는 거구요. 다른 놈 들이야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습 니다만.”
“야, 씨발. 그렇게 말하면 포기하 는 놈이 뭐가 되냐.”
“저 새끼, 저거…… 사람 속 긁는 덴 뭐가 있다니까. 저 새끼가 제일 얄미워.”
어?
내가?
이현수가 아니라?
이명환은 본인이 느끼는 제일 얄 미운 사람과 다른 이들이 생각하는 제일 얄미운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런 억울할 데가 있나.
“여, 여하튼 저는 익히겠습니다.”
“강요할 생각은 없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
“그럼 하나만 더 물어도 됩니까?”
“음?”
“그거 익히고 안 익히고 차이가
얼마나 납니까? 한 일 년 뒤쯤이면 요.”
“……열 명이 한 명을 감당하는 수준까지 벌어지지 않을까?”
“에이, 이건 너무했다. 이걸 어떻 게 포기합니까.”
분위기가 나뉘었다.
체념하는 이들도 있고, 그만한 마 공을 익힐 수 있다는 것에 흥분하는 이들도 있었다.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이현수가 상황을 정리했 다.
“조용히 좀 해라, 이 새끼들아.”
“강해진다고 마냥 좋아할 일 아 냐. 그동안 너희들은 그냥 회주님이 주시는 무공을 익히고 시키는 일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더 큰 힘 이 주어지는 만큼 너희가 해야 할 일도 늘어날 거야.”
“그건 당연히 생각하고 있습니 다.”
“……생각해?”
이현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 진짜?”
“……아니요, 부장님. 저희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시면 최선을 다해 따르
겠습니다.”
이현수가 혀를 차며 물러났다.
이제 그만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할 때다.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 아니, 많이 위험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위험은 내가 최소화하겠다.”
모두가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대신 그 고난을 버텨낸다면, 내 가 약속한 힘을 손에 넣게 될 것이 다. 세상 어디에서도 당당할 수 있 는 힘을.”
그 말로 충분했다.
애초에 이곳에 모인 이들은 도덕 이고, 가치관이고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힘만을 좇은 이들이다. 강진 호의 강함을 동경해서 그들도 강진 호처럼 되고 싶은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강해질 방법을 주 었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비급 익히는 데 이틀이면 되나?”
“회주님, 이 새끼들 대가리 상태 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삼 일?”
“적어도 그 정도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삼 일 뒤로 하지. 다 외우
고 나면 전수할 테니, 준비하도록.”
“예!”
이명환이 살짝 상기된 얼굴로 외 쳤다.
“그럼 회주님께서 예전처럼 직접 전수해 주시는 겁니까?”
“응?”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 말하지 않았나. 바토르가 있는데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있나?”
“아, 이것도 말해둬야겠군. 아마 이제 너희의 전체적인 수련과 관리 는 바토르가 맡아서 할 거다. 내가
하려고 했는데, 바토르가 나는 안 된다고 빠지라는군. 왜 그러는 건지 는 모르겠지만. 쯧.”
강진호만 몰랐다.
남은 이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 다.
너무 잘…….
이명환이 눈가에 차오르는 습기를
닦아냈다.
좋은 시절은 끝났다.
이제 진짜 지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