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92)
마존현세강림기-793화(791/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22화)
5장 개혁하다 (2)
‘굉장히 잘 어울리는군.’
누가 봐도 근사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새하얀 백발 이 올드함이 아니라 댄디함으로 느 껴지는 미중년…… 아니, 꽃중년이 스트라이프 슈트를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패션에는 영 관심도, 소질도 없는 강진호이지만, 저 슈트가 아무나 소 화할 수 없는 옷이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 저 슈 트를 입는다면 세련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세로 줄이 간 오징어가 될 것이다.
그 스트라이프 슈트를 멋지게 소 화한 사내의 앞에 놓여진 커피 잔. 그 커피 잔에서 흘러나오는 커피 향. 카메라 한 대만 가져다놓으면 영화 촬영장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 을 정도다.
강진호의 시선이 그 멋진 사내의
비어 있는 소매로 향했다가 반대 손 으로 옮겨간다. 그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다.
“그건 뭐지?”
“선물입니다.”
위긴스가 부드럽게 웃으며 강진호 의 앞에 작은 선물 상자를 내려놓았 다.
“선물이라니? 오늘이 무슨 날인 가?”
“음, 어감이 잘못 전달된 모양이 군요. 이건 그러니까, 선물이라기보 다는 뇌물입니다, 뇌물.”
“ 뇌물?”
강진호가 무슨 의미냐는 듯 바라 보자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소문에 로드께서 뇌물을 받고 직 위를 주신다고 하기에 한 번 준비해 봤습니다. 저도 부회주 자리 정도는 노리고 있으니까요. 제 정성이라 생 각하시고 좋은 자리 부탁드립니다.”
갈 곳을 찾던 강진호의 손이 이 마에 내려앉았다. 앞머리가 띵하다.
“그 말도 안 되는 소문은 대체 어 디서 퍼진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문이라기에는 이 미 결과가 있잖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로드. 물론 이게 다른 곳에 내세울 만큼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 고 권력자가 돈을 받고 자리를 내주 는 것은 흔히 있던 일이니, 로드의 명성에 누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되레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 니다. 로드가 너무 다가가기 힘들어 서 어떻게 비위를 맞춰야 하는지 고 민하던 이들이 많았으니까요.”
“아니……
“하나 제안드리겠는데, 문 앞에 카운터를 하나 만드시고 거기에 뇌 물 접수대를 설치한다면 앞으로 뒷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실 것 같 은데.”
“적당히 놀리자고. 안 그래도 머 리가 아프니까.”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나쁜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 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눈 치가 비상한 사람이라면 그 목소리 속에 엄정함이 묻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부모 가 실수를 저지른 아이를 부드럽게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다.
“하지만 너무 급박했지요. 어떤
이유가 있어서든, 위에 선 사람이 짧은 시간 만에 결정을 되돌리는 건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따르는 이들 은 명령이 떨어져도 이 명령이 바뀌 지는 않을지 의심하게 되고, 결국 조금 기다리는 습관이 들게 됩니 다.”
“또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거야.”
“그러리라 믿습니다.”
위긴스가 빙그레 웃자 강진호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야단치러 온 모양이군.”
“아니요.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로드께서 옳은 결정을 하셨다고 생 각하니까요.”
“옳은 결정?”
“예.”
위긴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사람들은 종종 돈의 중요성을 간 과하고는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 면서 돈을 다루는 사람은 대단치 않 게 여기지요. 하지만 그건 무척이나 잘못된 생각입니다.”
“ O.”
T그
•
“경리부는 적당한 위상을 가져야 합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던 자금의 일원화와 체계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오히려 로드께서 경리부에 조금 더 힘을 실 어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
“예.”
위긴스가 손을 뻗어 천천히 커피 를 마셨다. 강진호는 그 모습에서 지금의 자신에게 없는 여유를 느꼈 다.
위긴스가 맡고 있는 일은 이현수 나 강진호가 하는 일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그럼에도 위긴스는 급해 보이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별것 아니라는 듯이 일을 처리하고 여유 롭게 움직인다.
저 여유를 배워야 한다.
커피 잔을 내려놓은 위긴스가 여 전한 미소로 말을 이었다.
“손에 든 사탕을 빼앗긴 아이는 사탕을 되찾고 싶어 합니다. 그게 비록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해 도 말입니다. 사탕을 되찾지 못하면 사탕을 뺐어간 이에게 적의를 가지 게 됩니다.”
“내게?”
“그럴 담량은 없겠지요. 목숨은 모두에게 소중한 거니까요.”
사탕은 돈이고, 사탕을 뺐긴 아이 는 원래 가지고 있던 이권과 자금줄 을 빼앗긴 기존의 권력자들, 혹은 부서를 의미한다. 주먹구구로 돈이 돌던 시절의 관념에 젖어 있는 이들 이 지금의 체계에 반발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녀의 존재는 꽤나 특별합니다. 그리고 유용하지요. 그녀가 회계를 맡아주는 건 총회에 커다란 이득이 될 겁니다. 구체제를 옹호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구체제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이중걸의 손녀가 일선에서 서 개혁을 주도해 나간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면,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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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M…•
“하지만 그들의 충성은 이중걸을 향한 것이지, 이현주를 향한 것이 아닙니다. 곧 그들은 이현주를 적대 하기 시작하겠죠. 그때, 든든한 뒷배 가 없다면 버티기 힘들 겁니다.”
“그 뒷배가 나라는 건가?”
“직위이기도 하지요. 직위와 권력, 그 두 가지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그녀를 좀 더 가까이 하십시
오.”
“ O.”
•• •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리고 그녀를 가까이 하게 되면 로드께서 원하신 것도 이뤄질 겁니 다.”
“……내가 원하는 것?”
“이현수 말입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위긴스를 바라보 았다.
“녀석도 고삐가 풀리기는 했습니 다. 로드께서는 녀석에게 너무 과도 한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녀석을 견 제하기로 한 것은 옳은 선택입니 다.”
강진호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 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튕겨 담배에 불을 붙였다.
“너무 나갔군.”
“아니십니까?”
“ 아냐.”
강진호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물론 로드가 아니라고 하신다면 아닌 거지요.”
“오해하는군. 정말 아니야. 견제 같은 게 아니야.”
“ 예?”
“견제가 아니라 격려다. 더 정확 하게 말하자면, 자극이라고 해야겠 지.”
“ 자극••••••
위긴스가 이제 알았다는 듯이 고 개를 끄덕였다.
“아래에 붙여놓으면 자극이 된다 는 말씀이시군요. 나름 시너지도 날 거고?”
“사람은 눈치를 볼 때 일처리가 깔끔해지지. 특히나 아래에 유능한 이가 하나쯤 있다면 윗사람은 속이 타는 법이니까.”
“이거 뭐랄까…… 의도는 조금 선 해졌는데, 속내는 조금 더 검어진 것 같습니다? 차라리 견제를 받는 쪽이 녀석에겐 좋겠군요.”
“그런가?”
강진호가 가볍게 웃었다.
위긴스 역시 그런 강진호를 보며 마주 웃었다.
“하지만 덕분에 의문이 하나 생기 는군요.”
“ 의문?”
“왜 이현수를 견제하지 않으십니 까?”
위긴스의 목소리가 조금 차가워졌 다.
“로드의 의도가 그러했다면 꽤나 훈훈하게 끝날 일입니다. 하지만 근 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습 니다. 이현수는 지금 로드께서 허락 하신 권한을 넘어 행동하고 있습니 다. 조직에 해가 됩니다. 그런데 그 런 이현수를 내버려 두는 저의가 무 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 호가 조금 나른한 얼굴을 했다.
“그럼 안 되나?”
“••••••예?”
“내가 권한을 여기까지 준다면, 그 사람은 거기까지만 움직여야 한 다는 말인가?”
“그게 조직에서는……
“그럼 그 사람의 능력이 늘어날 때마다 내가 일일이 그 사람의 권한 을 다시 조율해 줘야 하나? 하나하 나 전부 다?”
“ o w
T그 –
위긴스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 건 꽤나 생각해 볼 만한 문제였다.
“이현수가 맡고 있는 분야에서는 그가 나보다 나아. 그럼 그 녀석이 전권을 가지는 게 맞겠지. 그래서
그냥 준 것뿐이야. 다른 걸 생각해 야 할 이유가 있나?”
“권력은 부모자식 간에도 나누는 게 아닙니다.”
“ 어째서?”
“ 그건••••••
위긴스가 또 한 번 입을 다물었 다.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대답을 하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 기 때문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 까. 이건 너무 원론적인 문제였다.
“나는 이전의 삶에서 한 번 실패
했다.”
“실패의 이유가 뭔지 알아?”
“모르겠습니다.”
“혼자 하려 했기 때문이야.”
오 O ”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로드, 인간은 믿어준다고 해서 그 믿음에 보답하는 존재가 아 닙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어쩌면 방 치의 다른 형태일지도 모릅니다. 그 렇기에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감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해 왔습니 다. 법과 규범, 권한과 책임, 그 모 든 것이 인간을 감시하죠.”
“뒤통수를 맞는다면 거기까진 거 지.”
강진호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럼 내 눈이 틀린 거야. 내가 잘못한 거니, 당연히 내가 책임을 져야겠지.”
“이현수를 믿으십니까?”
“믿는다는 건 좀 이상하군. 신뢰 라고 하기에는 미묘한 감정이야. 정 확하게 말하자면, 음……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좋다겠지.”
“••••••예?”
“그냥 마음에 드는 놈이라서 조금 까불어도 웃어주고 싶은 거야. 뭐 대단한 계산이 있는 건 아냐, 사실.”
위긴스가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그게 대답입니까?”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어. 안 그 럴 놈으로 보이고, 괜찮은 놈으로 보이니까 그냥 내버려 두는 거지.”
“그러다 선을 넘으면?”
“엉덩이를 걷어차면 되는 것 아닌 가? 이건 너무 왔다고.”
위긴스는 웃어버렸다.
황당한 대답이다. 지금까지 심각 하게 말을 하고 있던 자신이 바보같 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뭐랄까.
“진짜 최악의 대답이군요.”
“미안하군.”
“하지만 제일 듣고 싶던 대답이기 도 합니다. 녀석이 들었으면 좋아했 을 텐데.”
강진호니까 할 수 있는 대답이다. 그리고 강진호가 말했기에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이다. 이런 사람이기에 그가 따를 수 있는 것이다.
“로드의 심중은 잘 알았습니다. 다만, 저 역시 총회의 발전을 위해 서 투신한 몸. 녀석이 과하게 나간 다 싶으면 제가 제재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알아서 해. 나는 너도 마음에 드 니까.”
“……이거, 영광이군요.”
“그보다……
강진호가 위긴스를 보며 말했다.
“내가 전에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만, 로드에 게 이게 큰 도움이 될까가 의문이군
요. 어쨌든 시간이 될 때.”
“하나 물을 게 있는데.”
“ 예?”
“그 마법이라는 것 말이야.”
“예.”
“그게 환상 같은 거지?”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아 니라고도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근 본을 따진다면 비슷하다고 답할 수 밖에 없겠군요. 결국 마법은 치팅에 서 출발했으니까요.”
“그렇군.”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 겁니까?”
“혹시 말인데……
“예.”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환술이라고 들어봤나?”
“••••••환술?”
위긴스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