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93)
마존현세강림기-794화(792/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23화)
5장 개혁하다 (3)
“안 돼요.”
이현수는 이 부조리한 상황에 무 척이나 당황하고 있었다.
당황…… 아니, 이 감정을 당황이 라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 이 건은 억압에 대한 항거였고, 부조리
에 대한 분노였다.
“ 왜?”
“예산 분배 끝났어요.”
이현수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 다.
“예산 배분이 끝나?”
“예.”
“아직 체계가 다 잡히지도 않았는 데 예산 배분이 끝나? 아직 부서 신설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네. 지금부터 신설되는 부서에 대한 예산 책정은 다음 달에 다시 할 거예요.”
이현수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내가 지금 정부 부처 공무원이랑 대화하고 있는 건가? 어느 나라 회 사가 예산안을 책정해서 그걸로 매 달 받아서 굴리지?”
“한동안은 이렇게 할 거예요.”
“누구 마음대로?”
“죄송합니다만, 실장님.”
이현주가 이 이상 상큼할 수 없 을 만큼 환희 웃으며 말했다.
“회주님이랑 이야기 끝났으니까, 돈 받고 싶으면 회주님한테 가서 따 지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럼.”
그대로 자리를 떠버리는 이현주를 보는 이현수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
그러 졌다.
“망할!”
이현수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복도를 뛰듯 걷는 그의 흉흉한 기세를 본 이들은 마치 모세가 갈라 버린 바닷물처럼 벽으로 바짝 붙었 다.
‘저 양반, 또 왜 저래?’
‘일단 피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이현수 의 앞을 가로막을 만큼의 담량이 있 는 사람이 총회에 있을 리가 없다. 이현수는 트여진 길을 거침없이 걸
었다.
‘불합리하다.’
이건 정말 불합리한 일이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지껄여야지.’
운영관리실은 이제 시작이다. 제 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많 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자금줄을 하필이면 이현주에게 잡히다니. 이 래서야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 가.
‘회주님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 는 거지?’
이현주가 경리부를 맡아줘야 한다 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아니, 정확
하게 말하자면, 회에는 그녀 외에 그 자리를 맡아줄 만한 사람이 없었 다.
인재 부족.
아이러니하게도 총회는 만성적인 인재 부족에 시달렸다. 나라로 치자 면 국방부는 더없이 강성한데, 행정 부에 사람이 없어서 그 국방부가 제 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다.
만약 이현주가 경리부를 맡아주지 않았다면, 그 일은 온전히 이현수에 게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이현수 에게는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었 다.
단 한 가지 문제를 빼면 말이다.
‘왜 부장이냐고!’
이현수에게 필요한 것은 그의 지 시를 받아서 실무를 처리해 줄 사람 이다. 자체적으로 계획을 짜고 움직 이는 사람은 필요 없다. 청소를 하 라고 로봇 청소기를 사놨더니, 주인 이 없는 틈을 타서 가구 배치를 다 시 하고 있는 꼴이 아닌가.
아무리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 기 시작한 시대라고는 하지만, 제 역할을 벗어난 인공지능은 폐기 처 분만이 답이다.
이현주는 지금 이현수가 설정해
놓은 역할을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이건 이현수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절대 이현주가 깝쳐서 짜증이 난 다든가, 이현수의 마음대로 예산집 행을 하지 않아서 귀찮다는 이유로 이러는 게 아니다.
‘사심과는 다르다! 사심과는!’
이현수가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회 주실까지 올라갔다. 회주실의 굳게 닫힌 문을 본 이현수가 문고리를 잡 고는 벌컥 열어젖혔다.
“회주님, 드릴 말씀이…… 히익?”
문을 열고 들어간 이현수의 몸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크으으으..”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그가 생각 한 것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머릿속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창 백해진다.
괴물, 아니, 악귀?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괴이한 것이 그 안에 있었다. 천장에 닿을 것 같은 거대한 육체, 거무튀튀한 육체에 흐르는 붉은 기운은 마치 강 철로 만든 거대한 조각상을 연상시 키게 했다. 그 조각상 같은 육체의 주변으로 검은 마기가 마치 검은 피
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심약한 사람은 심장마비로 급사할 만큼 공포스러운 데…….
“끄으으윽.”
일그러진 얼굴, 핏발이 선 눈꼬리 가 찢어져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 다. 약동하는 근육도 곳곳이 갈라져 피를 흘리기 시작한다.
악인들을 잡아 벌한다는 지옥의 형리가 이런 모습일까?
사찰의 천왕문을 지키는 사천왕들 도 눈을 내리깔 것 같다. 그 양반들 도 살아야지. 저 인간…… 아니, 과
연 저걸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이현수가 멈췄던 숨을 힘겹게 내 쉬었다.
강진호와 함께하면서 심장 쫄리는 일을 수도 없이 겪은 게 도움이 되 었다. 그 경험이 아니었다면 진짜 심근경색으로 실려 갔을 수도 있다.
눈앞에 보이는 지옥의 형리는 물 론 바토르였다. 저 모습이 환상이 아니고 실재인 이상 바토르일 수밖 에 없었다.
‘이건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이 바닥에 살면서 무서운 광경은 수도 없이 봤다. 얼마나 괴기스러운
일을 많이 겪었는지, 무섭다고 소문 난 공포 영화를 보다가 지루해 졸았 을 정도다.
그런 이현수에게도 지금 눈앞에 있는 바토르의 모습은 그야말로 코 즈믹 호러였다.
“후우우욱!”
바토르가 깊은 숨을 내쉰다. 그의 몸 밖으로 흘러나오던 마기가 빠르 게 그의 몸으로 다시 흡수되었다. 일그러진 얼굴과 검은 마기가 제거 되고 나자, 피를 흘리고 있는 평범 한 바토르의 모습이 되었다.
그것도 무섭긴 마찬가지이지만.
바토르가 손을 들어 얼굴을 훔쳤 다. 진득한 핏물이 손을 따라 옆으 로 주욱 그어진다.
‘제대로 닦으란 말입니다!’
핏물을 손으로 쭉 그은 것에 불 과하다. 그러자 마치 영화에 나오는 식인종이 피로 얼굴을 위장한 것 같 은 몰골이 되었다. 저 덩치와 저런 위장은 조합되어서는 안 된다. 보는 사람을 전부 심장마비로 죽일 생각 이 아니면 저런 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으음, 역시나 보통 일은 아니로 군.”
바토르가 낮게 입을 열었다.
“몸이 버티질 못해.”
바토르의 시선이 안쪽에 앉아 있 는 강진호에게로 향했다. 강진호는 바토르의 몸 상태를 살피더니 고개 를 끄덕였다.
“생각보다는 잘 버텼군.”
“몸이 터지는 줄 알았다.”
“다른 기운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것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운용해 보지 않은, 가장 과격한 기운에 적 응하는 일이지. 쉽게 될 거라고 생 각했다면 오산이다.”
“그 역시 맞는 말이다, 주인. 하
지만 내 몸이라면 좀 더 버텨낼 수 있을 줄 알았다.
“내부와 외부의 차이다. 같은 기 운이 몸 밖에서 덮쳤다면 수월하게 막아낼 수 있었겠지. 하지만 외공은 내부의 공격에 약하다.”
“그렇군. 생각하지 못했어.”
바토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하지만 이거 정말…… 굉장하군.’ 마라혈염 기.
그는 이제 마라혈염기의 초입에 서 있을 뿐이다. 강진호의 도움을 받아 마공의 운용을 배우고, 마라혈
염기의 구결에 따라 기운을 돌리는, 아주 기초적인 과정을 진행하고 있 었다.
하지만 구결을 통해 마기를 끌어 올릴 때의 이 말도 안 되는 충족감 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열기가 끓어오르고, 그 무엇이라 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넘친다.
‘마공이 라……
이래서 이 무학을 마공이라 칭하 는 거겠지. 마치 육체를 활성화시키 는 마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이
성의 통제를 순식간에 벗어나 버렸 다.
정신만 평소 이상 업되는 것이면 어떻게 통제를 해볼 텐데, 육체에 넘치는 마기는 그 마지막 끈마저 잘 라 버린다. 왜 마공이 인간의 인성 을 파괴하는 무학인지 바토르는 절 절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걸 통제할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난다.
일반적으로 마공을 익히는 이들은 자신의 무위가 높지 않을 때 마공에 적응한다. 그러니 그 와중에 폭주를 하더라도 제어해 줄 사람이 있다.
하지만 만약 바토르가 폭주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만만히 볼 일이 아니군.’
마공이라는 게 어떤 무학인지 알 고 나자 새삼 강진호가 대단하게 느 껴 졌다.
‘이걸 저 수준까지 익혔다는 건 가?’
그럼 그 충동과 욕망을 어떻게 자제하고 있다는 건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 니까.’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바토르의 눈에 열려 있는 문과 그 문 앞에
굳어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뭐냐?”
바토르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네놈은 안의 상황도 살피지 않고 들어오는 거냐?”
“어•••••• 음, 그게••••••
이현수가 바짝 얼어붙었다.
그럴 만하다.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칠 척의 거인이 건물이 부서질 듯 우렁우렁 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는데 그 앞 에서 침착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죄, 죄송합니다. 바토르 님께서
여기서 무공을 익힐 거라고는 제가 생각을 하지 못해서.”
“ 뭐?”
바토르의 눈썹이 꿈틀댔다.
“그럼 내가 여기에 없었으면 네 마음대로 회주실에 들어와도 된다는 뜻이냐?”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이현수는 변명의 여지를 찾아내지 못하고 입만 달싹였다.
‘왜 여기서 수련을 하냐고!’
바토르가 이 안에 있다는 것은 예상외의 일이었다. 이현수가 조금 만 덜 흥분했더라면 회주실 안에서
다른 인기척을 느꼈겠지만, 워낙 흥 분해서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이놈이!”
바토르가 눈을 희번덕거렸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그 말도 안 되는 비주얼에 비하면 조금은 인간 적이지만, 조금 전과는 다르게 바토 르의 분노는 지금 확실히 이현수에 게 집중되어 있었다.
다리가 풀리고 오금이 저린다.
실장? 강진호의 총애?
그런 게 먹힐 상대가 아니다. 바 토르의 앞에서는 강진호를 제외한
총회의 모두가 평등하다. 너도 한 방이고, 나도 한 방이다.
그런 바토르가 뿌득뿌득 이를 간 다.
“총회를 개혁하니 어쩌니 하더니! 실제로 개혁해야 할 것은 따로 있었 구나! 이 건방진 놈들! 내가 오늘 네놈의 썩은 정신머리를 고쳐 주겠 다!”
바토르가 그 솥뚜껑 같은 손을 뻗어 이현수의 뒷목을 움켜잡았다. 그러고는 이현수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바토르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현수가 슬픈 눈으로 강진호를 돌 아보았다.
“회, 회주님.”
하지만 강진호는 여유롭게 커피를 마셨다. 조금 전, 위긴스에게 배운 여유다.
“이현수.”
“예, 회주님! 예!”
살려주십시오.
제가 충성을 다 바쳐서…….
“잘 다녀와. 그러고 나서 이야기 하지.”
강진호가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
다. 그 광경을 보는 이현수의 눈가 에 습막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바토르가 코웃음을 쳤다.
주인의 기세를 믿고 아무나 보고 달려들던 강아지가 애견 훈련사를 만난 꼴이다. 목줄을 단단히 움켜쥔 바토르가 이현수를 가볍게 한 번 흔 들었다.
“가자.”
바토르가 이현수를 잡고 휘적휘적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트에서 나오 는 남자의 손에 들린 커다란 쓰레기 봉투처럼, 바토르의 손에 매달린 이
현수가 원망과 슬픔을 반쯤 담아 절 규했다.
“회주니 이이이이임!”
쿵.
하지만 문은 매정하게 닫혔다.
주제를 모르고 날뛰던 이현수의 난은 채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진압 되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 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