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94)
마존현세강림기-795화(793/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24화)
5장 개혁하다 (4)
“죽이진 않았겠지?”
“물론이다, 주인. 내가 그렇게 생 각이 없지는 않다.”
“••••••그럼?”
“반만 죽였다.”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다 른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다면 농담
으로 들어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바 토르는 정말 이 말을 실천할 수 있 는 사람이었다.
“살아는 있다는 뜻인가?”
강진호의 엉덩이가 살짝 들썩인 다. 그 모습을 본 바토르가 피식 웃 었다.
“걱정할 것 없다. 내가 그리 생각 이 없지 않으니까. 주인이 그 녀석 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그놈을 다치게 할 리가 있겠나. 그냥 정신이 번쩍 들 만큼 만 혼내줬다.”
안심하라고 한 말이겠지만, 강진
호는 영 안심이 되지 않았다. 바토 르가 말하는 ‘정신이 번쩍’이라는 것이 대체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후••••••
강진호가 짧게 한숨을 내쉬자, 바 토르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 걱정이 되면 말리지그랬 나.”
“그럴 수는 없지.”
그건 이현수를 위한 것이 아니었 다. 그리고 바토르를 위한 일도 아 니다.
강진호는 바토르가 왜 최근 이곳
저곳을 뒤집어놓고 다니는지 알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모든 인간은 지속적으 로 나아갈 수가 없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든 간에 일정 이상의 시간 이 흐르면 목표는 흐려지고, 발은 둔해지기 마련이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 간은 원래 그런 면이 있다. 그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분위기 를 환기하고 다잡아주어야 한다.
과거에는 강진호가 그 역할을 했 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총회를 뒤
집고 강제로 그들을 끌고 나갔다. 하지만 강진호의 존재가 익숙해지 자, 다시금 얼이 빠지는 이들이 나 타나기 시작했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다시 다잡아 야 한다.
하지만 그걸 강진호가 직접 한다 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과거와 는 다르게 지금의 강진호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리고 그 많은 인원 들을 회주가 직접 나서서 관리한다 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바토르가 대신 나서고 있 는 것이다.
“악역을 맡게 만들었군.”
“신경 쓸 것 없다, 주인. 사실 이 중에서 내가 제일 한가하다는 건 나 도 알고 있는 일이니까. 노는 놈이 한 번 더 움직이는 게 당연한 거다. 그리고……
바토르가 씨익 웃었다.
“나는 이런 게 성미에 맞다. 내가 바빠 죽었어도 결국에는 이리 됐을 거다. 방종은 지켜봐 줄 수 없으니 까.”
U 흐 w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일이지?”
“주인,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말 이다.”
“음?”
바토르가 조금은 어색한 듯이 말 했다.
“그…… 주인이 내게 원래 익히게 하려 했던 마공. 그 철혈? 그 뭐였 더라?”
“철혈군마공.”
“그래, 그것 말이다.”
“왜? 지금에 와서 미련이 생기는 건가? 이미 마라혈염기를 익힌 네가 철혈군마공을 다시 익힌다는 것은 어렵다.”
“아니. 나는 미련이 없다. 한 번 내뱉은 말을 그리 쉽게 뒤집을 만큼 멍청하지도 않다. 다만, 그 마공을 내 아이들에게 가르쳐 보는 건 어떨 까 싶어서 말이다.”
“네 아이들?”
“내가 가르치고 있는 녀석들. 제 자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여튼 그 녀석들 말이다.”
“흠.”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마공은 위험하다.”
“알고 있다, 주인.”
“나는 과거에도 마공을 많은 이들
에게 전파하려 했다.”
바토르가 말없이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 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성급한 일이었지. 그리고 멍청한 일이기도 했다. 모두에게 기회를 주면 더 나 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 기회 속에서 위험이 생긴 다는 것을 간과했어. 죽어도 할 말 없는 짓이었지.”
강진호가 살짝 뜸을 들이고는 말 을 이었다.
“마공을 전파하는 게 아까운 게
아니다. 마공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 는 무학이다. 어설프게 전파를 잘못 했다가는 크게 다치는 이들이 나온 다. 이미 경험하지 않았나?”
바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 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마공을 받 아들이면서 그 스스로 위험성을 충 분히 실감한 바토르였다. 위험하다 는 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주인.”
바토르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 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주인의 말 에 반쯤 동의한다. 하지만 그게 전
부가 아니잖은가.”
바토르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어려 있었다.
“잡아줄 이가 없다면 어렵겠지. 하지만 내가 옆에서 지켜보겠다. 그 리고 주인도 도와줄 수 있지 않은 가.”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고민이 필요한 일이지만, 바토르 는 그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 다.
“주인!”
“으 ”
“S’.
“서두르지 않겠다. 급하게 처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 지만 고려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 다. 마공은 위험하다. 하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도 하다. 일정 이상의 문제는 감수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주인도 알고 있지 않은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토르의 말이 맞다.
이미 다른 이들을 믿고 공격적으 로 나가기로 한 이상, 고민은 의미 가 없다.
“고려해 보지.”
“그럼••••••
“다만, 이대로는 안 돼.”
강진호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스 타일상 맞지 않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시도해야만 하는 일이다.
“철혈군마공을 이대로 전수한다는 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밖에 는 안 된다. 위력을 낮추는 한이 있 더라도 조금 더 안정적으로 바꿔야 해.”
“내게 전수하려 할 때는 원본을 사용하지 않았는가?”
“너와는 달라.”
바토르의 능력을 믿은 것도 있지 만, 바토르는 어쨌거나 위력을 추구
하는 이다. 안정성을 높이는 대신 위력을 낮췄다고 하면 화부터 냈을 사람이 바토르 아닌가.
“어느 정도 타협을 해야겠지. 항 상 최선을 바랄 수는 없으니까.”
“뭔가 주인답지 않군.”
“그런가……
강진호가 살짝 한숨을 쉬고는 자 리에서 일어났다.
“생각을 좀 해보고 다시 말하지.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까.”
“어디 들를 데라도 있나?”
“아아.”
강진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
다.
“만날 사람이 있다.”
米 米 *
차가운 커피 잔에 이슬이 맺혔다.
강진호는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 보았다. 평소 커피를 아이스로 즐기 지 않는 강진호다. 그는 시원함과 뜨거움을 딱히 구분할 필요가 없으 니.
해가 사람을 태워 버릴 듯 내리 쬐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도 더위를 느끼지 못하니, 굳이 찬 음료를 찾
을 필요가 없다.
온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면 커 피는 따뜻한 편이 좋다. 아무래도 아이스커피보다는 그냥 커피가 향이 조금 더 살아 있으니까.
그럼에도 아이스커피를 시켰다는 것은 지금 강진호가 조금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
‘모르지.’
그저 변덕일지도.
그때, 짤랑거리는 차임벨 소리가 들려왔다.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문 을 열고 들어오는 사내를 바라봤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가 주변을 훑다
가 강진호를 발견하더니 환희 웃었 다.
강진호도 그 모습을 보고 마주 웃었다.
자신을 본 사람이 가식 없이 환 희 웃는다는 건 좋은 일이다. 절로 사람을 들뜨게 해주니까.
사내가 걸어오며 손을 흔들었다.
“조금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저도 지금 왔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아니, 실제로 꽤나 오랜만 아닙니까, 이 거?”
너스레를 떨면서 앉는 사내를 보
며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 았다.
‘ 편하군.’
최근에는 크게 느껴보지 못한 감 정이다.
“중국에 갔던 일을 잘되셨습니 까?”
“이현수에게 들으셨을 것 같은데 요.”
“딱히 그쪽은 언급을 꺼리더군 요.”
사내, 조규민이 미묘한 미소를 지 었다.
“사람이 영 좋지 않습니다. 이쪽
정보는 쏙쏙 빼먹으려고 하면서 자 기 정보는 영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니까요. 협조하자고 하더니, 자기 잇 속만 챙기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영 좋지 않은 양반이죠. 바가지 썼습니 다.”
“하하.”
이현수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다 동일한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커피부터 시키시죠.”
“그래야죠. 죄송합니다. 요즘 워낙 바쁘게 살다 보니.”
“언제는 안 그랬구요?”
“……한 방 먹었네요.”
조규민이 쓴웃음을 짓고는 카운터 로 가 커피를 주문했다. 강진호는 가만히 조규민이 커피를 가져오기를 기다렸다. 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커 피가 나오기를 기다린 조규민이 자 신의 커피를 받아 다시 강진호의 건 너편에 앉았다.
“얼굴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 군요.”
“바빠서 그렇습니다.”
“바쁜 건 좋은 거죠. 일이 없어 빈둥대는 것보다는 바쁜 게 나은 겁 니다.”
“진심으로?”
“……그놈의 돈이 뭔지.”
조규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한 이 년 전 부터 일주일만 아무 생각 안 하고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중입니 다.”
“휴가 일주일도 어려울 만큼 바쁘 세요?”
“아뇨. 휴가를 일주일 내보기는 했는데, 일에서 벗어날 수가 없더라 구요.”
조규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이란 건 참 이상한 것 같습 니다. 일에 시달릴 때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거든요. 시간이 부족해서 예전에 즐기던 것들을 못 하게 되니까, 나중에 휴가를 내서 이걸 다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런 데 막상 휴가를 받아 그걸 하면 재 미가 없더라구요. 일 생각만 나고.”
“……천성이네요.”
“ 인정합니다.”
이제는 일에 중독되다 못해 일과 혼연일체가 되어 살아가는 조규민이 었다.
“총회에 오시면 재밌겠네요. 비슷
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좀비 떼와 같이 사는 게 뭐가 재 밌습니까. 저는 사양하렵니다.”
원조 좀비가 다른 좀비들을 비난 하고 있었다.
“그보다……
조규민이 강진호를 빤히 보며 말 했다.
“필요가 없으면 찾지 않으시는 분 이 일부러 저를 찾으신 걸 보면 무 슨 일이 있어도 있는 것 같은데요?”
강진호가 쓰게 웃었다.
필요가 없으면 찾지 않는다니…… 반박하고 싶지만, 그게 사실이니 할
말이 없다.
의도가 그렇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으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결국 세상일은 행동과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다.
“정신이 없었습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탓하려는 것 아니니까 그렇게 당황하지 마세 요. 원래 그런 분 아니시면서.”
조규민이 가볍게 웃었다.
“그냥 정말 무슨 용무인지 궁금해 서 그렇습니다. 회사 일이라면 찾아 오셨을 텐데, 굳이 밖에서 만나자는 것도 이상하구요. 저한테 개인적인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예.”
“……정말요?”
“그럼 안 됩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조규민이 강진호를 빤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굉장히 궁금해지네요. 강진호 씨 가 저한테 개인적인 용무라……. 시 간 끌 것 없죠. 말씀해 보세요.”
강진호가 살짝 심호흡을 했다.
조금 고민하는 듯 조규민을 빤히 바라보던 강진호가 가만히 입을 열 었다.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 니다.”
그 말에 조규민의 얼굴이 살짝 심각해졌다.
오 O ”
손에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내려 놓은 조규민이 깍지 낀 손으로 무릎 을 당겼다.
“조금 심각한 이야기가 될 것 같 네요.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해보 죠.”
부드러운 그의 미소를 보고 있으 려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강 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