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95)
마존현세강림기-796화(794/2125)
마존현세강림기 32권 (25화)
5장 개혁하다 (5)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셨 습니까?”
“예.”
“의미심장한 말이네요.”
조규민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이 뻔뻔한 양반을 바라보았다.
‘뭐가 불만이실까?’
‘잘하고 있느냐’라…….
다른 사람이 이 말을 했다면 조 규민은 같이 고민을 해주었을 것이 다. 하지만 강진호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그의 현실감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은 어쩌라는 거지?’
물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공 의 기준은 모두 다르다. 누구보다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의 내부가 곪아 있는 경우는 생각 보다 흔하니까.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재벌 2
세나 연예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결국 그런 경우가 아닌 가.
하지만 강진호는 다르다.
강진호의 성공은 주어진 것이 아 니라 쟁취한 것이다. 그리고 조규민 이 아는 한, 그의 주변에서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이만한 성공을 이뤄 낸 사람은 강진호밖에 없었다.
그런데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 다고?
‘뭘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걸까?’
예, 그렇습니다?
좀 더 노력하세요?
결국 조규민은 한숨을 푹 내쉬고 말았다.
“강진호 씨.”
“예.”
“좀 정확하게 말씀을 해주시면 좋 을 것 같은데요. 정확하게 뭐가 문 제입니까?”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자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말로 표 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럴 수 있다면 해결책을 찾았을 것 이고, 굳이 조규민을 찾아오지도 않 았겠지.
“어렵네요.”
강진호가 고민하는 듯하자 조규민 이 말을 바꿨다.
“그럼 이렇게 해보죠.”
“ 예?”
“최근 강진호 씨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문제가 뭡니까?”
조금 더 명확해졌다.
“ 최근이라……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고는 대답했 다.
“예를 들면 그런 거죠.”
“네.”
“원칙이란 게 있습니다.”
강진호의 얼굴은 더없이 진지했
다.
“그런데 그 원칙을 지킨다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원래는 하지 않아 야 했던 일도 하게 되고, 그 선을 어디까지 지켜야 할지도 잘 모르겠 습니다.”
조규민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래서 좀 고민이 됩니다. 지금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
“강진호 씨.”
“예.”
“그거 쓸데없는 고민이에요.”
“ 예?”
강진호의 목소리에 황당함이 어렸 다. 아직 제대로 뭔가 말을 하지도 않았다. 지금 한 말이 제대로 전달 되었는지도 확실치 않은데, 무슨 이 런 파격적인 대답이 돌아온단 말인 가.
“쓸데없다구요?”
“예.”
조규민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고민이랄 것도 없습니다. 모두가 다 겪는 거니까요. 아니, 정 확하게 말하자면, 위로 올라가는 사 람은 모두가 겪는 일이에요.”
강진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찌푸렸다. 그러자 조규민 이 가볍게 말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봅시다.”
“예.”
“강진호 씨가 회사를 운영한다고 하자구요. 그런데 거기 신입 직원을 뽑았어요. 신입 직원은 딱히 대학을 다닌 적도 없고, 자격증도 없고, 스 펙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그런 사 람이 주 40시간 근무를 할 때, 어느 정도의 연봉이 적절할까요?”
“하는 일에 따라 다르겠죠.”
“하는 일이 뭔지를 생각해 보고 연봉을 책정해 보세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책정했습니다.”
“얼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자, 그럼 그 연봉이 합당하다고 생각하 세요?”
“예.”
“그 취직한 사람이 강은영 씨라 면?”
“••••••예?”
“동생이 거기에 취직했을 때, 그 연봉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세요?”
강진호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 다. 그가 책정한 연봉은 동일한 조
건이라면 업계 어디서도 받을 수 없 는 연봉이다. 하지만 강은영이 그 돈을 받고 일한다면?
‘부족하지.’
심정적으로 그 이상의 돈을 받아 야 할 것 같다.
“그런 겁니다. 사실 강은영 씨는 사무직으로서 어떤 능력도 갖추지 못했어요. 지금까지 그녀의 커리어 는 직장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됩 니다. 그러니 그에 걸맞은 연봉을 받아야죠. 그런데 지금 강진호 씨는 처음에 책정한 연봉이 적다고 생각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네요.”
“그게 역으로 가는 거죠.”
조규민이 진지한 눈으로 설명했 다.
“지금까지의 강진호 씨도 사람을 평가하고 다뤄왔습니다. 하지만 그 건 보정이 들어간 거예요. ‘내가 아 는 사람, 내가 친한 사람, 내가 좀 더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니까 이 정 도까지는 당연히 해줘야지’라는 인 식하에 모든 일들을 해온 겁니다. 그런데 위에 올라가면 그동안 생각 하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게 되죠. 바로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운명을
내가 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규민이 커피를 들어 목을 축였 다.
“말이 조금 빨랐네요.”
“아뇨. 그대로 하셔도 될 것 같아 요.”
조규민이 커피를 내려놓고는 강진 호를 바라봤다.
“강진호 씨, 존경받는 기업가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 예?”
“말 그대로요. 존경받는 기업가를 보신 적이 있느냐구요.”
강진호가 머릿속을 뒤졌다. 존경
받는 기업가…… 존경받는…….
“황정후 회장님?”
“……그분은 빼죠. 그 양반은 좀 특이 케이스라서. 그리고 생각하시 는 것처럼 황정후 회장님의 평가가 그리 높은 건 아닙니다.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존경받는 분이지 만, 사원들 사이에서는 사람 쥐어짜 는 걸로 악명이 높으셔서.”
조규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 래도 모시는 회장님의 악담을 하는 것 같아 영 불편한 모양이다.
“그분을 빼면 없는 것 같은데요?” 적어도 강진호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 가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 나는 이름이 있기는 하지만, 고인의 이름이거나 외국인의 이름이다.
“왜 그럴까요?”
“..예?”
조규민이 소파에 등을 기대면서 말했다.
“왜 기업가는 존경을 받지 못할까 요? 성공한 기업가들은 왜 하나같이 욕을 먹을까요?”
“제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입니 까?”
“생각해 보셔서 나쁠 것은 없죠.”
강진호가 살짝 고민한 끝에 답을 내놓았다.
“그런 사람들만 성공하니까.”
“반은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 히 피도 눈물도 없고, 자신의 이익 만 아는 사람들이 이 바닥에서 성공 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는 높겠죠. 하지만 저는 그게 전부 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조규민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노동자의 고혈을 빨아먹는,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란 평가를 받는 양반들이 실제로는 그리 악당
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는 좋은 가장이고, 주변인들에게는 호 인인 경우가 오히려 더 흔하죠. 그 럼에도 그 사람들은 인간의 정이 없 다고 평가를 받습니다. 왜냐면 지금 강진호 씨가 느끼는 것을 그들은 이 미 거쳤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끼는 것?”
“사람이 숫자로 보이죠.”
“아♦•••••
강진호가 입을 살짝 벌렸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조규민은 참 신기한 사람이다. 스스로도 알지 못 하는 강진호 자신의 문제점을 이 사
람은 마치 제 일처럼 알아맞힌다.
그래서 무언가 상의할 일이 있으 면 조규민을 찾게 되는 건지도 몰랐 다.
강진호의 일은 이제 이현수나 위 긴스가 더 잘 알고 있다. 바토르 역 시 강진호의 삶을 웬만큼은 이해하 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인계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르는 조규민이 강 진호의 가장 큰 이해자가 되어준다 는 사실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일이 었다.
“조금 전에 말한 것과 같은 겁니 다. 사람을 스펙으로 보았을 때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와 어 떤 관계가 있는지를 감안하고 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지연과 혈연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 리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 지만 그 이상으로 문제도 생기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끌어야 할 이들이 소수일 때는 그들 하나하나를 배려하고 신경 쓸 수 있습니다. 총회에 처음 들어갔을 때만 해도 강진호 씨는 소수의 몇몇 만 관리하면 됐을 겁니다. 그럼 그 들이 다른 이들을 관리했겠죠.”
조규민의 말 그대로였다.
처음 총회에 들어갔을 때, 강진호 가 신경 써야 할 사람은 방진훈, 하 나뿐이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아무 래도 좋았다. 그 수가 점점 늘어나 긴 했지만, 최근까지도 딱히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어느 순간, 강진호 씨가 책임을 지는 상황이 왔을 겁니다.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의 운 명을 강진호 씨가 결정하게 되는 거 죠. 서류상에 놓여 있는 스펙과 인 적 사항만을 가지고 말입니다.”
강진호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
다.
“사람을 숫자로 보게 되는 순간이 죠. 그 단계까지 와버리면 지금까지 의 방식으로는 해 나갈 수 없습니 다. 서류만으로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고 적절한 대우가 뭔지를 생 각해야 하죠.”
조규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려운 일이죠.”
“그러네요.”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보통 일이 아니네.’
바토르는 자신이 가르치던 아이들 에게 철혈군마공을 전수하자고 제안
했다.
바토르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제안이다. 고려할 만한 제 안인 것도 맞다.
하지만 강진호의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알지도 못하고, 한 번 말 조차 섞어보지 못한 이들을 마인으 로 만드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그 들의 인생은 그것으로 크게 뒤틀릴 텐데?
바토르가 들었다면 웃고 말았을 것이다. 그건 강진호의 책임이 아니 고 아이들의 선택이라며, 쓸데없는
것에 책임감을 가지지 말라고 힐난 했겠지. 하지만 강진호는 그리 쉽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는 게 옳을까요?”
“글쎄요. 이건 제가 대답을 드릴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조규민이 피식 웃었다.
“사람을 이끄는 이라면 한 번은 해야 하는 고민이죠. 결국 답을 찾 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방식을 버리 고 오로지 효율과 숫자만을 생각하 는 사람이 되든가, 아니면 효율을 버리더라도 사람 하나하나를 챙기는
사람이 되거나. 또 다른 방식을 택 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제 생 각에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예?”
조규민이 허리를 앞으로 쭉 내밀 었다.
“강진호 씨.”
“ 예?”
“중국에서 돌아와 하루라도 쉬셨 습니까?”
강진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 다.
“잘나가던 사람들이 몰락하는 이 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이유의 바탕에는 한 가 지가 공통적으로 스며들어 있죠. 바 로 스트레스 컨트롤이 안 된다는 겁 니다.”
욱신.
바늘로 옆구리를 쿡 찌르는 느낌 이다.
하지만 조규민은 인정사정이 없는 사람이다. 그 정도로 강진호를 놓아 줄 조규민이 아니었다.
“특히나 성공을 거듭하는 사람들 은 자신들이 스트레스에 내성이 있
다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스트레 스를 많이 받아도 자신은 괜찮다고 여기죠.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 이 정도는 버틸 만하다.”
뭔가 가시방석이다.
CCTV로 사람을 감시하지 않고서 야 이렇게 강진호의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나.
“아마 그게 사실일 겁니다. 내성 이 있죠. 그리고 버틸 만하죠.”
“예.”
“‘예’가 아닙니다. 버틸 만하지 않 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늦은 거예 요. 그 아슬아슬한 한계점에 도달해
서 쉰다고 해서 일시에 스트레스가 풀리지는 않는다구요. 스트레스는 평소에 관리하는 겁니다. 그게 안 되니까 머리가 흐려지고 판단이 안 서는 거죠. 아시겠습니까? 지금은 한계인 겁니다, 강진호 씨!”
조규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쉬세요.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일단 쉬고 나서 다시 생각하세요. 제가 이현수…… 아니, 현수 형에게 는 연락해 두겠습니다.”
“쉬라구요?”
강진호가 멍하게 조규민을 바라보
았다.
“네. 쉬시면 됩니다.”
“아니, 쉬는 건 좋은데••…
“문제라도 있습니까?”
“뭘 하면서 쉬어야 하죠?”
강진호의 얼굴이 진지하다.
농담이 아닌 것이다.
조규민이 손을 들어 눈가에 차오 르는 습기를 닦아냈다.
이제는 쉴 줄도 모르게 된 바보 가 눈앞에 있다. 마치 조규민 자신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