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796)
마존현세강림기-797화(795/2125)
마존현세강림기 33권 (1화)
1장 약동하다 ⑴
“창왕계는?”
“잦아들었습니다.”
“정확하게.”
“산발적으로 발생하던 교전이 멈 췄습니다.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던 도발도 사라졌습니다. 일단은 내부 를 정비하는 모양새입니다.”
“개같은 놈들.”
차이커창이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 다.
차라리 화끈하게 달려들었다면 이 쪽도 제대로 맞붙을 수 있었을 것이 다. 하지만 저놈들은 그럴 생각이 없다.
홍왕계가 한국의 총회와 협정을 맺고 전방으로 전력을 집중할 수 있 게 되자, 언제 도발을 했냐는 듯이 발을 빼고 있었다.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홍왕계와는 맞붙어봐야 얻을 것이 없다는 계산일 것이다.
지금 홍왕계와 창왕계가 정면 승
부를 벌인다면, 승산은 창왕계에 있 다. 홍왕이 전면에 나설 수 없는 홍 왕계는 창왕을 막을 수 없으니까.
부상 중인 홍왕이 나선다 하더라 도 결국에는 패하게 될 확률이 높았 다.
그럼에도 창왕계가 잠잠해진 이 유?
간단하다. 흑왕이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까.
창왕계는 홍왕계를 압도할 수는 있지만, 전력의 누수 없이 홍왕계를 제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전쟁에 휘말리지 않은
흑왕계가 상처투성이가 된 창왕계를 정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 다.
‘전력이 분산된 우리라면 집어삼 키고 나서도 혹왕계와 싸워볼 수 있 다는 계산이었겠지.’
그렇게 본다면 총회와 협정을 맺 은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하지만 차이커창은 스스로를 자찬할 수 없 었다.
“후우.”
선후가 잘못됐다. 총회와 얽히지 않았으면 창왕이 저리 도발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쓸데없이 전력을 낭
비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홍왕계는 창왕계를 앞서는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잃은 것이 많지 않을지는 모르지 만, 더 얻을 것을 얻어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손해가 크다.
“어쨌든 진정됐다니 다행이지.” 급한 불은 껐다.
적당히 버릴 물이 없어서 비싼 생수로 물을 끈 격이지만, 불이 번 져 집이 모두 타버리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다른 정리를 시작해야 할 때다.
“불러오라고 한 놈은 불러왔나?”
“예. 대기 중입니다.”
“들여보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걸어 들어 온 사내가 차이커창의 앞에 엎드렸 다.
“인사드립니다.”
“ 됐고.”
차이커창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당을 찔러보라고 한 건 어찌 됐 지‘?”
“작업 중입니다. 하지만 이놈들이
워낙에 완고해서……
“목에 철갑이라도 둘렀나?”
섬뜩한 차이커창의 목소리에 사내 의 전신이 땀으로 젖어들기 시작했 다.
“우리가 지금까지 너희에게 사료 를 처먹여 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 지? 자선사업에 관심이 있어서? 박 애주의자라서?”
“……아, 아닙니다.”
“필요할 때 써먹기 위해서다. 그 래서 그 많은 돈을 들여 너희를 지 원했고, 중앙 정계에 진출시켰다. 너
희가 그 호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던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 나?”
“모두가 홍왕의 드높은 은혜 때문 입니다.”
“잘 아는군.”
찰칵.
차이커창이 새 담배를 입에 물었 다. 작은 밀실이 금세 뿌연 연기로 가득 찼다.
“후우우.”
깊게 연기를 뿜어낸 차이커창이 날카로운 눈으로 사내를 보면서 말 했다.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못한다면 너희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회수될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 하지 마라. 우리는 이자를 톡톡히 받아낸다.”
“하, 하나…… 이건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의 문제라면 어떻게 든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건 국제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성급 하게 들이밀었다가는 계파 자체가 숙청될 확률도 있습니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군.”
차이커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벅저벅.
차이커창이 부복해 있는 이의 앞 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어이.”
“……예.”
“사람이란 건 말이야, 사람처럼 생겼다고 다 사람이 아니야. 머리를 써야 사람이지, 머리를.”
차이커창이 검지로 사내의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웬야오입니다.”
“그래, 웬야오. 머리가 있으면 머 리를 써야지. 잘 생각해 봐. 너희가 무리수를 둬서 계파가 숙청될 확률
과 내가 시키는 일을 하지 않아서 모조리 죽을 확률 중 어느 확률이 더 높지?”
웬야오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 다.
“숙청될 수도 있다? 그래, 될 수 도 있지. 하지만 그건 그저 가능성 일 뿐이지. 하지만 나는 아냐. 내가 원하는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나는 너희 돼지 새끼들에게 그동안 먹여 준 사료 값을 반드시 받아낼 거야. 알겠어?”
“……예.”
“나는 인내심이 그리 깊은 사람이 아냐. 다음에 볼 때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가지고 오지 못한다면, 너는 네 간이 얼마나 큰지 네 눈으로 직 접 확인하게 될 거야. 그럴 담량이 있다면 네 마음대로 해봐.”
차이커창이 웬야오의 배를 손가락 으로 쭉 내리그었다. 다음에는 이곳 을 갈라 버리겠다는 듯 말이다. 웬 야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바, 반드시 결과를 가져오겠습니 다.”
“그래야겠지. 나가봐.”
“예!”
웬야오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뛰듯이 나갔 다. 그 모습을 보며 차이커창이 눈 을 찌푸렸다.
“돼지 새끼들.”
정치인이라는 것들은 돼지와 다를 바가 없다.
길바닥에서 굶어 죽을 것들을 먹 여줘서 살을 불려놓아도 고마운 줄 을 모른다.
고마운 줄 모르면 고마움을 알게 해줘야지. 그 몸뚱아리에 칼이 박히 는 순간, 저들은 그동안 홍왕계가 얼마나 많은 자비를 베풀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한국에 선을 대라고 한 일은 어 찌 됐나?”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이커창의 눈빛을 받은 이가 식 은땀을 홀리며 대답했다.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워낙 총회의 입김이 강한 곳입니다. 영향력이 있는 이들 중 총회와 선을 대지 않은 곳이 없 습니다.”
“강진호가 그 정도인가? 그런 쪽 으로는 문외한으로 보이던데?”
“강진호의 힘이라기보다는 선대 회주의 힘입니다. 선대 회주 이중걸 은 무척이나 간악한 자입니다. 그는 미리부터 정치권에 손을 뻗었습니 다. 현재 한국에서 이름 있다는 정 치인 중 총회를 건드릴 이는 없을 겁니다.”
“••••••이봐.”
“예!”
“목 위에 있는 건 장식으로 달고 있나?”
차이커창이 한숨을 쉬었다.
“빤한 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나
는 그 틈을 찌르라고 말하는 거야. 돈만 처먹이면 알아서 길 놈들을 모 아오라는 게 아니라.”
차이커창의 얼굴이 차가워지자 분 위기가 급격하게 식어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 협박 할 수 있으면 협박하고, 잡아끌 수 있으면 잡아끌어. 약점을 조사하고, 자식을 납치해서라도 반드시 이쪽에 협조할 놈들을 만들어내란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예!”
“흔적만 남기지 않으면 돼. 연변 놈들을 쓰면 되겠지. 무슨 수를 써
서라도 포섭해. 그래야 놈들을 압박 할 수 있다.”
“명심하겠습니다.”
“후……
차이커창이 짧게 숨을 내뿜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찰칵.
불이 붙은 담배가 다시 매캐한 연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속 편하게 돌아가는 일이 없구 만.’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 다.
협정은 맺었다지만, 그렇다고 총
회를 저대로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 다. 총회의 성장은 홍왕계의 확실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까지는 그저 가능성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가능 성이 아니다. 명백히 실존하는 위협 이었다.
‘ 강진호.’
그 괴물 같은 놈이 총회를 이끄 는 이상, 언젠가 총회는 홍왕계의 가장 위협적인 적이 될 것이다. 차 이커창은 그리 생각했다.
창왕과 흑왕이 현 시점에서 가장 큰 적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하지 만 창왕계와 흑왕계의 성장은 이미
한계에 달해 있고, 정체되어 있다. 짧은 시간 내에 그들의 전력이 급성 장해서 더 큰 위협으로 변하지는 않 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총회는 다르다. 강진호는 총회를 짧은 시간 만에 위협적인 전 력으로 키워냈다. 앞으로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그들이 얼마나 강해질지 누가 예상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는 않아.’
강진호는 모른다.
전쟁은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는 사실을.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공격의 형태가 있는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쫓는 그놈들 은 보이지 않는 것에 발목을 잡히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공격을 멈 추겠다는 뜻은 아니지.’
“그놈 들여보내.”
“예.”
차이커창이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그러고는 문으로 시선을 고정 했다.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안으 로 걸어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사내가 주위를 둘 러보고는 차이커창에게 시선을 고정
했다.
“홍왕은 어디에 있지?”
“미친놈.”
차이커창이 헛웃음을 흘렸다.
“버러지 놈이 주제를 모르고 감히 누구를 입에 담는 거지? 정 그분을 뵙고 싶다면 뵙게 해줄 수 있지. 네 대가리를 떼어낸다면 내가 친히 네 목을 홍왕께 바쳐 주마.”
“농담을 모르는군. 이래서 중국 놈들이란.”
“주둥아리 조심하는 게 좋을 텐 데‘?”
사내가 끅끅대며 웃었다.
‘쯧.’
사내가 웃을 때 홀러나오는 마기 가 차이커창을 거슬리게 하고 있었 다. 강진호에게서 느낀 그 폭발적인 마기는 아니지만, 은은하게 흘러나 오는 마기도 거슬리기는 마찬가지였 다.
“한 번만 더 마기를 홀리면 심장 을 뽑아내 주지.”
“미안하군. 이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나는 그 인간과는 다르게 저급한 마인이라서 이 정도로 억제하는 게 최선이거 든.”
그 인간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 지는 빤했다.
“지나치게 목이 뻣뻣하군.”
“거래를 하러 왔다. 알현을 하러 온 게 아니야.”
“너 따위가 거래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착각하지 마라. 너는 그저 전달 자일 뿐이야. 너희는 우리가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말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주제 파악을 하는 게 좋아.”
“명심하지.”
자존심을 긁어봤지만 발끈하지 않 는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든다. 자존 심을 내버릴 만큼 짙은 원한으로 움 직이고 있다는 뜻이니까.
“가서 전해라. 지원은 이쪽에서 해주겠다. 그러니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움직이라고 해. 대가로 이쪽에 서 잡은 포로들은 모두 풀어주겠 다.”
“포로도 포로이지만, 실질적인 지 원이 필요하다. 총회의 전력이 예전 과는 비할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아 는 사실 아닌가.”
“요청해.”
차이커창이 깔끔하게 말했다.
“필요한 지원은 모두 해준다. 원 하는 것의 목록을 작성해 보내라.”
“통이 크시군.”
“대신••••••
차이커창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제대로 일처리를 하지 못했을 시 에는 너희 역시 그만한 대가를 치러 야 할 것이다. 이건 단순한 협박이 아니야.”
“알아 모시지.”
사내가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는 고개를 돌렸다.
사내가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차
이커창이 나직하게 사내를 불렀다.
“이봐.”
사내가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렸다.
“개인적으로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편하실 대로.”
차이커창이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 다.
“조국을 팔아먹는 기분이 어떻지? 나는 매국노의 입장에는 서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차이커창의 말을 들은 사내.
이성휘의 얼굴이 악마처럼 일그러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