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
마존현세강림기-8화(8/2125)
마존현세강림기 1권(8화)
2장 – 학교가다(1)
“어디 갔다 왔어!”
“음?”
병실로 들어온 강진호는 자신을 바라보고 소리를 지르는 여자를 보 며 고개를 갸웃했다.
나이는 한 열대여섯?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귀여운 얼굴을 한 소녀였다.
“ 누구?”
강진호의 물음에 여자는 고개를 까딱까딱거리며 강진호에게 다가왔다.
“미쳤어?”
“……?”
“이젠 동생도 못 알아보나? 진짜 맛이 갔구나.”
“동생?”
강진호의 고개가 살짝 갸웃거려졌다.
동생?
분명 그에게는 여동생이 있었다.
그런 기억이야 아직까지 남아 있지 만…….
‘이런 얼굴이었던가?’
얼굴이 그가 기억하는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물론 나이가 더 들었을 테니 당연 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기억과는 뭔가 괴리가 느껴졌다.
“ 얼굴이……
“화장 좀 했다고 동생을 못 알아 봐?”
그러고 보니 얼굴에 뭔가가 덕지 덕지 발라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군.”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이 처자가 그의 동생이라는 것이다.
과거 연예인이 되겠다고 기획사를 들락거리던 그녀는 채 꿈을 피워보 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 했다.
‘계속했으면 될 수 있었을까?’
그녀가 죽을 때쯤에는 강진호 집안의가세가 기울기 시작한 이후였다.
그녀가 죽지 않았다 하더라도 연 예인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녀의 꿈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으니까. 과거의 강진호가가
지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돈이었다.
“웬일이야?”
“진짜 미쳤나?”
“……”
“하나밖에 없는 오빠가 사고 당했 다는데 안 와볼까? 엄마는 그냥 미 리 말해주면 되지 왜 말을 안 해 서.”
“집에 없었어?”
“일본 투어가는데 견학하라고 해 서 따라갔다 왔어. 말이 견학이지,가니까 완전 스텝이더라니까. 돈 안 주고 써먹겠다는 거지.”
“그래.”
“에휴, 내가 속상해서. 돌아와 보니 오빠라는 사람은 교통사고를 당 했다고 하지를 않나, 놀라서 달려오니까 사람이 자리에 없지를 않나.”
강진호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잔소리는 유전인 모양이었다.
“ 학교는?”
“꿈이 중요하지, 학교가 중요해?”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학교는가야 돼.”
“이야기 끝났잖아. 왜 그래?”
“그래도가라.”
“……”
강진호의 동생.
강은영은 이상하다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자신올 못 알아본 것도 이상하고, 다 끝난 이야기를 이제 와 다시 하는 것도 이상했다.
하지만 더 이상한 것은 그의 말투 였다.
원래부터 말이 많던 사람은 아니 지만, 사고를 당하고 났더니 말투가 이상해져 있었다.
“오빠, 진짜 많이 아파?”
“나중에 후회한다.”
강진호의 어투가 강해졌다.
“꿈이든 뭐든 다른 이들과 다른 길을가면 잃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꿈을 찾는 건 네 일이지만, 할 수 있다면 둘 다 놓치지 마.”
“으응……”
강은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의 말두에는 뭔가 반항할 수 없는 무거움이 깔려 있었다.
‘ 이상해……
엄마 말이 기억이 혼란스럽다고 하더니, 사실인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은영이 왔니?”
문이 열리고 강진호의 어머니가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 왔어?”
“그래.”
“엄마, 오빠가 좀 이상해!”
“너는 말을 왜 그렇게 하니!”
“아니, 엄마!”
“조용히 안 해?”
엄마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자 강은영은 입올 다물었다.
경험상 여기서 더 뭔가 따지려 들 었다가는 불벼락이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진호야, 별일 없었지?”
“ 예.”
“그런데……
어머니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너 손이 왜 그러니?”
“조금 다쳤어요.”
“어쩌다가?”
“음……”
강진호는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예전이라면 사실을 말하는데 주 저함이 없었겠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사실도 필요에 따라서는 숨겨야 한다는 것을 되살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강진호를도와주는 이가 있었다.
문이 열리고 새하얀가운을 입은의사와 간호사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 선생님!”
“예, 안녕하십니까?”
외과 과장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더니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진호 학생, 손을 다쳤다고 들었는데요?”
“ 예.”
“응급실에서 처치를 했다고는 하 던데, 제가 확인을 해봐도 될까요?”
“예, 그러세요.”
상처를 살펴본 과장은 미소를 지 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참 장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 못 들으셨습니까? 사실
의사의 설명을 들은 어머니의 눈 이 호랑이처럼 치켜 올라갔다.
“ 진호야.”
“ 예.”
“너, 생각이 있는 애니?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는 거니? 그러 다가니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거야? 별일 없었으니 천만다행이 지, 만약 그러다가니가 크게 다쳐 서 죽기라도 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아니, 그게 아니지. 벌써 다쳤 구나! 내가 그만큼 이야기를 했는데도 너는……
강진호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어머니는 정말 화가 났는지 손찌 검이라도 할 기세로 강진호를 들들 볶기 시작했다.
“ 하하……”
그 광경을 지켜본 외과 과장은 멋 쩍은 웃음을 지으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제가 괜한……
“선생님도 그래요! 애가 그런 일을 했으면 어른으로서 따끔하게야 단을 쳐주셔야지, 그걸 무슨 장한 짓이라고 장한 아들을 두었다고
“예, 죄송합니다. 예, 제가 그럴의도로는……. 예, 아니…… 그게……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가 괜히 욕 만 바가지로 먹은 외과 과장은 어색 한 웃음을 홀리며 병실 밖으로 달아 났다.
“엄마 말 무슨 뜻인지 알겠니?”
“ 예.”
“ 대답만?”
“정말 알겠습니다.”
“ 진짜로?”
“……예.”
강진호는 알아들었다는 것을 증명 하기 위해서 불에 뛰어들라고 해도 그럴 자신이 있었다. 제발 이 상황 만 벗어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켜볼 거야. 그리고은영이, 너는 따라 나와.”
“나는 왜……
“잔말이 많어!”
“아냐! 엄마, 나갈게!”
강은영은 강진호를 살짝 노려보더니, 어머니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강진호는 진심을 담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번만 더 이런 잔소리를 들었다가는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너무 젖었군.’
마교에서는 잔소리랄게 없었다. 임무가 내려졌을 시 성공하면 상을 받는 것이고, 실패하면 벌을 받는다. 구구절절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일이 없었기에 이런 잔소리가 잉 면역이
없었다. 과거에는 자주 들었을텐데도 말이다.
문밖으로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려 왔다. 병실 안까지는 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이야기를 하고는 있는 둣 한데, 안타깝게도 강진호의 청력은 그들의 예상 이상으로 민감했다.
“너 오빠한테 말조심해.”
“ 왜?’’
“오빠가 지금 혼란스러워하고 있 어. 그런데 네가 이상하다느니 하는 말을 하면 더 힘들 것 아냐!”
“왜 혼란스러워?”
“선생님 말로는 기억이 드문드문
이어졌대. 별일 아니라 곧 괜찮아진 다고 했으니까.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러니까 오빠한테 이상한 소 리 하지 마. 알았어?”
“응, 엄마.”
강진호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기억상실인가?’
과거의 강진호와 현재의 강진호의 갭이 그런 식으로 설명된 모양이었다.의학적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해 석하는 것이가장 타당하기는 했다.
차라리 상실이면 좋겠지만, 지금 강진호는 그사이에 너무 많은 기억 이 들어오면서 과거의 기억이 흐려
진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보다 크게 나아지지도 않올 것이다.
적응을 해 나갈 수는 있지만, 잊 어버린 것을 되살리는 것은 강진호도 무리였으니까.
잠시 후, 어머니와 강은영이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강진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다행히 강진호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수군수군.
강진호는 인상을 살짝 썼다.
이상하게도 며칠 전부터 그가 지 나가면 등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겼다.
병원에 일하는 간호사와 조무사들은 대부분이 여자.
소문의 전파로는 어떤 곳에도 뒤 지지 않는 것이다. 강진호가 연쇄살 인범과 싸웠다는 사실은 단 반나절 만에 병원 전체로 퍼져 나갔다.
덕분에 강진호는 병원을 돌아다닐 때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들을 애써 외면해야 했다.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호기심에 보는 것이니 뭐라고 따져 묻기도 힘들
었다.
퇴원은 내일로 결정되었다.
수술한 부위는 거의 나았고, 손의 상처는 입원을 하고 있어야 할 정도 로 위중한 것은 아니었으니, 입원을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다.
“외계인 오빠!”
강진호의 고개가 돌아갔다.
지은이가 그를 향해 쪼르르 달려 오고 있었다.
“오빠!”
“응?”
“아, 어떻게 하지? 나 콜라 안 사 왔는데.”
“ 괜찮다.”
지은이에게 강진호는 콜라를 연료 로 작동하는 기계 정도로 취급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 다행이다. 오빠 봤네.”
“무슨 말이지?”
“나 내일 병원 옮기기로 했거든.”
“다른 병원으로 간대. 난가기 싫은데……
지은이는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병원을 옮기는 것이 마음 에 들지 않는 모양이있다. 어린 나 이에 새로운 간호사나의사와 적응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터였다.
“안가면 되는 것 아냐?”
“안 된대. 울다가 엄마한테 맞았 어.”
“ 그래.”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란 존재는 어디나 비슷비슷 한 모양이었다.
“오빠는 퇴원 안 해?”
“내일.”
“그래‘? 내일 나도가는데, 다행이다. 그래도 오빠만 남아 있는데 내가가면 좀 그렇잖아. 오빠도 쓸쓸
할 거고.”
뭔가 크게 착각올 하고 있는 모양 이지만, 강진호는 굳이 그 착각을 정정해 주지는 않았다.
“오……”
말을 하려던 지은이가 갑자기 자 신의가슴을 움켜잡았다.
강진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 아파?”
“……아니, 괜찮아.”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괜찮은 얼굴이 아니었다. 이건 문제가 있었다.
“어디 봐.”
“어딜 봐!”
“……”
환자복을 들추려던 강진호는 날카 로운 지은의 목소리에 움찔하여 물 러섰다.
“ 변태!”
“오해다.”
“됐어. 괜찮아.가끔 이러니까. 요 즘 들어 예전보다 자주 그러긴 하지 만.”
강진호는 지은이의 몸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분명가슴 쪽에서 기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손을 대본
다면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쓸데없이 시선올 끌 수는 없었다.
“그럼 오빠, 나 그만 올라가 볼게.”
“ 그래.”
“자리 오래 비우면 선생님이 화내 시거든……. 예전보다 더 심해져서 이제 병실 밖에만 나가도 자꾸 뭐라 고 그래.”
“알았어.”
“그럼 오빠, 안녕.”
“음……”
강진호가 걸어가는 지은이를 불렀다.
“잠깐만.”
“응?”
“……병이 낫게 되면 뭘 하고 싶 어?”
지은이는 꺄르르 웃었다.
“당연한 걸 묻고 그래. 남들처럼 평범하게 학교도 다니고 싶고, 놀러도가고 싶지.”
“ 그래.”
“그럼 오빠, 나 간다.”
강진호는 멀어져가는 지은의 뒷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하게……
평범하게 살 수 없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그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결심을 굳힌 강진호가 몸을 돌리 려다 고개를 들어 멀어지는 지은의 뒷모습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그런데 존댓말은?”
모르는 사이에 친구가 되어버린 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