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02)
마존현세강림기-803화(801/2125)
마존현세강림기 33권 (7화)
2장 위로받다 (2)
“벌써 자야 돼?”
“자야지.”
“좀 더 놀면 안 돼?”
“안 돼.”
“왜?”
강진호는 말문이 막혔다.
말주변이 없는 편이기는 하지만, 논리로 누군가에게 뒤진다고 생각하 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허 를 찔러오는 물음은 그를 당황시키 기에 충분했다.
“그래야 일찍 일어나니까.”
“왜 일찍 일어나야 돼?”
“그래야 시간 맞춰 준비하고 밥 먹잖아.”
“밥 안 먹으면 안 돼?”
이마에 땀이 차오른다.
“그래야 키가 쑥쑥 크거든. 그래 야 건강해 져.”
“난 키 큰 거 별로 안 좋은데.”
“••••••그래?”
강진호가 간절한 눈으로 옆을 돌 아보았다. 아이들을 재우던 보육 교 사가 어찌할 수 없는 웃음을 감추며 다가와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의 앞에서 멀어져 가는 작은 악마를 보며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 쉬었다.
‘차라리 싸우는 게 편하지.’
물리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대상 을 상대할 때, 강진호는 한없이 약 해진다.
“이제 저희가 볼게요.”
“아뇨. 제가……
“놀 사람이 있으니 애들이 안 자 네요.”
“아
강진호가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 다. 이불을 덮고 있는 녀석들이 하 나같이 눈을 반짝이며 강진호를 보 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한 시간이 지나도 잘 것 같지 않다.
“으음, 그럼……
강진호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 나자 이불을 덮고 있던 아이 하나가 이불을 젖히며 벌떡 일어났다.
“오빠!”
“응‘?”
“오빠, 집에 가?”
M
99
강진호의 얼굴이 어색해졌다.
‘더 놀고 싶은 게 아니었구나.’
강진호와 더 놀고 싶어서 자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 니었다. 이 아이들은 지금 잠이 든 사이에 강진호가 가버릴까 봐 걱정 이 되는 것이다.
강진호가 일어난 아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니. 오늘 여기서 잘 거야.”
“ 진짜?”
“그래. 내일도 있을 거야.”
요 O ”
흐.
고개를 끄덕인 아이가 말하지 않 아도 알아서 자리에 다시 눕더니 이 불을 잡아끌었다.
“그럼 빨리 자야지. 자자!”
유 O ”
흐.
아이들도 다들 안심했는지 눈을 감는다. 강진호가 헛웃음을 흘리고 는 밖으로 나갔다.
탁.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온 강진호 가 새삼스러운 얼굴로 뒤를 돌아보
았다. 닫힌 방문 안에서 이제 아이 들은 잠에 들 것이다.
‘예전과는 조금 다르네.’
예전에 강진호는 아이들을 조금 쉽게 다뤘다. 그에게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가 아니다. 무뚝뚝하고 은연 중에 사람을 짓누르는 기운을 내뿜 는 강진호이다 보니 아이들이 그의 말을 잘 따랐다.
무서우니까.
보고 울음을 터뜨릴 정도는 아니 지만, 아이들은 강진호를 조금 껄끄 러워했다. 입마개를 한 맹견이 사람 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도 그 옆으로 다가가기는 조금 찝찝한 것과 비슷한 심리다.
아이들은 기에 민감하기에 더욱 강진호가 껄끄러웠을 것이다. 덕분 에 강진호는 아이들을 쉽게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죽겠다.’
아이를 안으면 얼굴을 잡아당기 고, 뒤에서 엉덩이를 머리로 들이받 고,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고, 빼 액빼액 울어 댄다.
사방에서 백만대군이 동시에 소리 를 질러도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
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이들이 이제 강진 호를 편하게 여긴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무엇이 옳은가는 명백하다.
강진호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 가 걸렸다.
예전처럼 아이들이 그를 무서워했 다면 조금 편할 수는 있겠지만, 지 금 같은 기분을 느끼지는 못했을 것 이다. 잃은 것이 있는 만큼 얻는 것 도 있다. 그게 세상의 섭리다.
강진호가 천천히 보육원 밖으로 나왔다. 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벤치
에 앉은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하늘 을 바라보았다.
검은 하늘.
별이 보이지 않은 하늘이 부드러 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제는 그리워할 필요가 없는 하 늘을 보면서도 강진호는 항상 그리 움을 느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백여 년 가까이 저 하늘을 그 리워했고, 이제 저 하늘을 마주한 지 십 년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 리움이 사라지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니까.
찰칵.
담배를 빼어 문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폐 속 깊숙이 밀어 넣 었다.
입에서 흘러나온 담배 연기가 바 람을 타고 천천히 세상으로 퍼져 나 간다.
답을 찾은 것도 같다.
정확하게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 감은 서지 않지만, 보육원에 오기 전보다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게 느껴 진다.
‘고맙다라……
강진호는 말려 올라가는 입꼬리를
억지로 내렸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게 아니라, 그 런 말을 들었다고 좋은 티를 내버리 면 그 말을 듣고 싶어서 지금까지 보육원을 도운 사람이 되어버릴까 봐 무섭다.
아이들이 그에게 어떤 반응을 보 이더라도 그는 한결같아야 한다. 그 가 대가를 바란다는 느낌을 주는 순 간, 아이들은 그에게 무얼 해줘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비록 지금 주변에 아무도 없더라 도 스스로를 단속해야 한다. 감추는 것은 한계가 있다. 속이려면 자신까
지 철저히 속여야 한다.
강진호가 휴대폰을 들어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 고 있으려니, 이내 전화가 연결이 된다.
[웬일로 전화를 먼저 했냐는 말로 첫 인사를 하기에도 이제는 좀 빤하 네요.]
지금 하는 말 역시 전화를 받는 말로는 영 부적절해 보이는데…….
“안 잤어요?”
[전화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당연히 안 잤죠. 몰라요? 여배우의 삼대요소는 불면증, 신경 쇠약, 짜증이에요.]
“……그거 문제네요.”
[그래도 요즘 짜증을 덜 내려고 노력 중이에요.]“다행이네요.”
[다행이라고 할 게 아니라 칭찬을 해줘야죠.]“……칭찬드립니다.”
[노답일세.]전화기 너머로 최연하의 웃음소리 가 들려온다. 그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그래서, 무슨 일로 이리 꿍해 계 실까?]“네?”
[‘이젠 목소리만 들어도 알아요 ’……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그건 아니고…… 빤하잖아요. 강진호 씨 는 뭔가 일이 있지 않으면 나한테 먼저 전화 안 하니까.]강진호가 입을 꾹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최연하에게 전화할 때 마다 그에게는 항상 어떤 문제가 있 었다.
“ 그게••••••
[아아, 변명은 됐어요. 기분 나쁜거 아니니까. 저번에 이야기했다시 피 뭐, 그 정도는 내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생각을 해보니까, 이 게 꼭 나쁜 건 아니더라구요.]
“네?”
[사람이 힘들고 문제가 있을 때 찾는 사람이란 건 굉장한 거잖아요. 그건 거의 엄마급 아닌가? 강진호 씨가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 었을 줄이야. 감동, 감동.]어디까지 가는 건가.
아니, 어쩌면 저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강진호는 문제가 있
을 때, 어머니에게도 상의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상담을 해야 할 때, 그가 찾는 사람은 조규민과 박 유민, 그리고 최연하였다.
‘불효자네.’
그리 생각하자 죄책감이 슬그머니 밀려온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어 머니께 걱정을 끼쳐 드리기는 싫은 데.
“여하튼 미안한 일이네요.”
[쓸데없는 사과로 시간 잡아먹지 말자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 이에요. 자자, 걱정하지 말고 이 누 나한테 다 털어놔 봐.]누나라…….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어쩌면 최 연하는 정말 그리 생각하고 있을지 도 모른다.
“ 그게••••••
강진호가 지금의 상황을 천천히 털어놓았다.
[바본가?]강진호의 세상은 넓어졌다.
명성과 그를 아는 이의 수로 따 지자면 지금의 강진호는 과거의 강 진호에 미치지 못한다. 과거, 그가
적천마존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당 시, 그의 별호는 전 중원을 떨쳐 울 렸다.
황제는 몰라도 마존은 안다는 말 이 나올 정도였다. 세상이 미치는 영향력으로 따진다면 감히 그때에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강진호는 자신의 세상이 더 넓어졌다고 믿었다.
중요한 건 그를 아는 이가 얼마 나 많은가가 아니다. 그가 알고자 하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다.
일방적으로 전해지는 이름이나 명 성 따위는 가치가 없다. 서로가 서
로를 알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세상 의 넓이가 바뀌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강진호의 삶은 분명 넓어졌다. 수많은 이들이 그와 교류하고, 그와 대화하고 있으 니까. 말을 나누는 사람이 청마 하 나에 한정되던 과거에 비하면 세상 이 수십 배는 넓어졌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넓은 세상에서도 이런 말을 강진호에게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최연하 하나 뿐이었다.
[그걸 왜 강진호 씨가 고민해요?]“네?”
[다른 사람들이 고민해야지.]강진호는 최연하의 말을 잘 이해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문제를 왜 다 른 사람이 고민한단 말인가.
[잘 들어요, 강진호 씨.]“예.”
[나는 배우거든요.]“ 예?”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오지?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최연하는 강진호의 의문이 깊어지기 전에 말
을 이었다.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냥 연기를 하는 사람은 아 니에요. 배우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 이죠. 배우의 연기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거예요. 그렇죠?]
“예.”
[작품은 수많은 요소가 합쳐져야 좋은 게 나와요. 각본, 촬영, 감독의 능력, 심지어는 홍보까지. 그런데 여 기서 배우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 없어요. 내가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감독이 바보면 망작 이 나오고, 아무리 좋은 걸 만들어
내도 이게 제대로 홍보가 안 되면 홍행이 엎어지죠.]
u 으 ”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았다. 그 런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
[그럼 내가 작품을 흥행시키기 위 해서는 뭘 해야 할 것 같아요?]“아••••••
강진호가 입을 다물었다.
[네. 연기죠. 그거밖에 할 게 없어 요. 내가 어떻게든 성공하겠답시고 감독이 하는 일에 간섭해서 언성 높 이고, 촬영 각도가 마음에 안 든다 고 콘티 뜯어고치고, 홍보사에 쳐들어가서 돈 쓰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숨겨야 할 성격이 드러나나 요‘?”
[내 성격이 왜, 인마!]아, 이게 아닌가?
강진호가 어물어물 할 말을 찾을 때, 상기된 최연하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작품 나가리 되는 거예요. 망하 죠. 그렇게 나대다가 완전 망하고 찍혀서 사라진 배우들도 많아요. 그 런데 이게 꼭 그 인간의 성격이 더 러워서 벌어지는 일은 아니라는 말이에요. 간섭할 수 있는 건 모두 간 섭하고, 손댈 수 있는 일은 모조리 손대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 같 아서 거품을 물다 보니 그렇게 되는 거예요. 선의가 낳는 악행이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간다. 자신의 눈에 더 좋아질 방법이 보이면 상대의 영 역을 고려하지 않고 뛰어든다. 그러 면 결과가 나아질 것 같으니까. 그 간섭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다.
내가 연기를 더 잘하자. 감독이 등 신이면 내가 연기를 더 잘해서 사람 들이 연출에 신경을 쓸 틈을 주지 않으면 된다. 그러니까 그 연출에 간섭할 시간에 내 연기 한 번을 더 보자!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예.”
[강진호 씨.]“ 예?”
[당신, 사람이에요.]강진호의 눈이 살짝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