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06)
마존현세강림기-807화(805/2125)
마존현세강림기 33권 (11화)
3장 응원하다 (1)
“꼴이 영 좋지 않아 보이는군.” 이성휘의 입가에 비웃음이 어렸 다.
“……웃고 싶겠지. 그리고 비웃음 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처지이기도 하고.”
비웃음을 받은 자가 스산한 눈으
로 이성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말을 네가 하는 건 조 금 웃기는 일이지. 내 꼴은 우습지 만, 너만큼 우습지는 않거든.”
으득.
이성휘가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핏발이 선 눈으로 상대 를 노려보았다.
“주둥아리 조심하는 게 좋을 거 다, 김석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니까.”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일인 것처럼 말할 건 없어. 지금의 나를 죽이는 건 세 살짜리도
가능한 일이니까. 아니, 아니야. 대 단한 일처럼 말해도 괜찮을 것 같 군. 네 수준에는 딱 맞는 자랑거리 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김석일이 이 죽거 렸다.
팔다리를 쓸 수 없는 폐인이 되 었음에도 김석일은 조금도 기가 죽 지 않았다.
이성휘는 그런 김석일을 가만히 노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질은 안 죽었군.”
“죽을 일이 없지. 사람이 성질을 죽이는 이유는 무섭기 때문이야. 내
가 내 성질대로 설쳐 댔다가 피해가 올까 봐 하고 싶은 일을 참고, 원하 는 것을 자제하지. 하지만 나는
김석일이 이를 드러냈다.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거든. 그러니 참을 필요도 없지.”
섬뜩한 목소리였다.
이성휘는 지금 김석일의 말이 허 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인이 폐인이 된다는 것은 일반인 이 폐인이 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상실감을 어찌 말로 표현하겠는가.
더구나 김석일은 한국의 정점을 달리던 무인이었다. 그런 이가 폐인 이 되어 세상의 가장 밑바닥까지 곤 두박질쳤다. 이성휘 자신이라면 도 저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장담하건대, 김석일에게는 죽음이 삶보다 편하다. 목숨을 끊는 쪽이 살아서 미쳐 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 을 것이다.
그런 김석일을 지탱하는 것은 오 직 하나였다.
복수심.
강진호에 대해 결코 꺼지지 않는 복수심이 지금의 김석일을 힘겹게
유지하고 있었다.
‘나 역시 별다르지 않지.’
이성휘는 김석일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의 김석일은 거울이다. 이성휘를 비추는 거울. 그가 김석일 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김석일 역시 자신을 보며 느끼고 있을 것이다.
“준비는?”
“건방 떨지 마라, 이성휘. 너 따 위가 내게 감히 그런 질문을 해?”
이성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도 김석일은 대하기 어려운 자였다. 김석일이 그를 찾아왔을 때 받은 느낌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
고 있는 이성휘다.
이 몰골이 되고서도 김석일은 그 때의 날카로움을 잃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과거보다 더 날카롭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베일 것처럼 칼 날 같은 예기가 흘러나온다.
“저 머저리 새끼들을 홀리는 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일본 놈들이 그리 만만치는 않을 텐데?”
“힘이 센 것과 똑똑한 건 별개의 문제이지. 그리고 오히려 똑똑한 놈 들이 이용하기는 더 쉬워. 똑똑한 놈들은 절대 자신이 이용당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심지어 자신이 이 용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그 것 역시 자신이 고려한 바라고 정신 승리를 해버리지.”
“어째서?”
“이용을 당했다는 굴욕감을 감내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실의 손해 를 조금 감수하는 쪽이 싸게 먹히거 든. 그래서 자부심이 있는 놈들은 가지고 놀기 좋지.”
김석일의 나직한 웃음소리가 홀러 나왔다.
“그럼 준비는 다 끝났다는 건가?”
“시간은 필요하다.”
김석일이 딱 잘라 말했다.
“일본 놈들은 단합이라는 걸 모르 더군. 제멋대로 나뉘어진 조직들의 의견을 일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 다.”
“허세를 떨어 댄 것에 비하면 결 과가 영 신통치 않군.”
“……이성휘.”
김석일이 죽일 듯한 눈으로 이성 휘를 노려보았다.
“나를 너무 자극하지 마라. 제정 신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 분히 힘드니까. 여기서 나를 더 자 극한다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나도 모른다.”
“아아••••••
이성휘가 양손을 들고 뒤로 물러 났다.
“그리고 네놈도 아직은 내가 필요 할 테지.”
“당연한 소리. 그러니 내가 아직 너를 살려두는 거지. 나는 강진호를 가장 증오하지만, 그다음 순서로는 너를 올려두기에 거리낌이 없는 사 람이 거든.”
이성휘가 이를 갈았다.
“네가 나를 이 꼴로 만들었으니 까.”
“푸핫!”
김석일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 다.
“내가 너를 이리 만들었다고? 큭 큭큭큭, 최근에 들은 말 중에 가장 재미있는 말이로군. 이봐, 이성휘. 네가 마공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 각하는 모양인데,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너는 마공 때문에 강진호와 적 대하게 된 게 아냐. 오히려 마공이 있었으니까 적대라도 할 수 있는 거 다.”
김석일이 건수를 잡았다는 둣 집 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내가 네게 마공을 전수하지 않았 다면, 너는 지금쯤 무공도 없는 폐 인이 돼서 강진호에게 손도 대지 못 하는 신세가 되어 있었겠지. 그 꼴 이 더 좋다면 사과하지. 어떻게 사 과할까? 혀라도 잘라 바칠까? 하하 하하!”
김석일이 기침까지 해가며 크게 웃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성휘의 눈 에 핏발이 섰다.
엿같은 동반자.
당장에라도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을 만큼 증오하지만, 필요에 의해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관계. 서로가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관계.
그게 김석일과 이성휘의 관계였 다.
‘같이 썩어가는 거지.’
이성휘가 허탈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좋다. 그래서 시간만 있으면 결과는 낼 수 있다, 이건 가?”
“빤한 걸 묻는군. 결과를 낼 수 있느냐가 아니다. 결과는 반드시 내 야 하는 것이지. 그게 아니면 내가 이 질긴 명줄을 붙들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의지를 듣고 싶은 게 아냐. 현실 을 듣고 싶은 거다.”
“현실?”
김석일이 이죽였다.
“홍왕계가 제안한 조건이라면 받 아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차피 이 쪽발이 새끼들은 한국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지. 그들이 지금까지 참 은 이유는 내부 계파의 정리가 완전 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으로 발을 뻗었을 때, 홍왕계가 어찌 나올지를 몰랐기 때문이지.”
김석일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홍왕계에서 한국을 먹는 걸 인정해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지 원까지 해주겠다는 판인데, 이걸 물 지 않는다고? 그럼 애초에 일본 놈 들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머리에 뇌 대신 우동 사리만 차 있는 놈들 을 이용할 수는 없으니까.”
이성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하긴 했지 만, 김석일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저 꼴이 되었다는 하지만, 김석일의 머리는 아직 살아 있었다.
머리로만 따진다면 이성휘는 감히 김석일을 따라가지 못한다. 한국을 통틀어도 이현수 정도가 아니라면 김석일보다 머리 회전이 빠르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것 이다.
‘이런 분야에서는 말이지.’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고 괴롭히는 데 있어서는 악마적인 머리를 가지 고 있는 김석일이 아닌가.
“제대로 해야 할 거야.”
이성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 회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아. 이 기회마저도 살리지 못한다면, 사이좋게 손잡고 바다에 뛰어들어 뒈지는 게 나을 거다.”
“큭큭큭.”
김석일이 발작하듯 몸뚱아리를 뒤 틀었다.
“죽인다, 반드시. 강진호만은 죽인 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혼을 팔아서라도! 내 육체를 개먹이로 바 쳐서라도 반드시 그 개자식만은 죽 인다. 내 삶은 오로지 그걸 위해 존 재한다.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낸다.”
지독한 집념이었다.
이성휘마저 눈을 찌푸릴 정도다.
가만히 김석일을 바라보던 이성휘 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대로 됐으면 좋겠군.”
이성휘가 몸을 돌렸다
이 음울한 공간에는 한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다. 용건이 끝났으면 깔끔하게 헤어지는 것이 서로를 위 해서 좋았다. 그들은 함께해야 하지 만, 함께함으로써 서로를 괴롭히는 사이니까.
천천히 밖으로 빠져나가려던 이성 휘가 발을 멈췄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성휘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 다.
“한 가지 더 물을 게 있는데.”
김석일이 이죽거렸다.
“언제부터 그런 허락을 맡았지? 꽤나 예의가 발라졌는걸? 내가 특별 히 화장실은 내 허락을 맡지 않아도 갈 수 있게 해주지.”
“개소리 집어치워.”
이성휘가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렸 다. 그러고는 김석일을 똑바로 노려 보며 입을 열었다.
“일본 놈들이 한국으로 처들어가 강진호의 목을 딴다면, 결국 한국
무인계의 지배권은 일본으로 넘어가 게 되겠지.”
“호오, 똑똑한걸? 이제는 다섯 살 수준은 된다고 해주지. 손이 있다면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야.”
“그럼 한국 무인계는 어떻게 되 지?”
“몰라서 묻나?”
김석일이 비웃음을 홀렸다.
“그 머리로는 생각하기 힘든가? 그렇다면 말해주지. 모조리 죽어 나 가겠지. 예전에 우리가 당한 것처럼 말이야. 협력하는 놈들은 노예로라 도 살아남겠지만, 협력하지 않는 놈
들은 거름이 되겠지. 그래도 다행이 라면, 과거처럼 대놓고 수탈해 먹지 는 못한다는 것 정도? 하지만 뒷세 계를 장악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너도 알 텐데?”
이성휘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애국지사라도 되어보실 생각인가? 그건 좀 심하니까? 여기 서 멈추겠다고?”
“그럴 생각은 없어.”
이성휘가 다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깔끔하게 정리가 됐다. 그리고 확
연하게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에도 이성휘의 기분은 조금도 나아 지지 못했다. 옷 안에 끈적이는 뭔 가가 잔뜩 달라붙은 것처럼 기분 나 쁜 느낌이 가시지를 않는다.
차이커창이 날린 비웃음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았다.
‘ 빌어먹을.’
김석일의 말이 맞다.
그런 것 때문에 주저할 것이라면 처음부터 시작해서는 안 되는 일이 다.
이미 시작한 이상 되돌릴 길은 없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에
올라타 버린 이상, 눈을 부릅뜨고 앞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온 이성휘가 고개 를 들었다. 빼곡이 들어찬 건물들이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다. 화려하 고 눈부신 네온들이 이성휘의 눈을 찔러 들어온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이성휘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 다.
세상은 어쩌면 그를 다시없을 매 국노라 기억할지도 모른다. 이전에 나라를 팔아먹은 이들보다 더한 개
자식으로 역사에 남겠지.
이해를 구할 생각은 없다.
그의 가슴속에 타고 있는 이 활 화산 같은 증오를 다른 이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이 성휘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투욱!
거리를 가던 이가 이성휘와 어깨 를 부딪쳤다.
욕설이 날아온다. 알아들을 수 없 는 말로 욕설을 내뱉는 이를 보며 이성휘가 비릿하게 웃었다.
콰악!
내뱉는 욕이 더 이상 나오지 못 하게 목을 움켜잡고 비틀어 버린 이 성휘가 쓰레기처럼 사람을 던지고는 몸을 돌렸다.
‘내 앞에서는 감히 욕할 수 없게 해주지.’
쓰레기로 불려야 한다면 철저하게 쓰레기가 되어준다. 그게 이성휘가 택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