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08)
마존현세강림기-809화(807/2125)
마존현세강림기 33권 (13화)
3장 응원하다 (3)
부우우우우웅!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최씨는 힘차게 액셀을 밟았다.
“주말에 쉬는데 이게 뭔……
투덜대는 입과는 다르게 그의 표 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그는 프리랜서다. 거창하게 말하면
프리랜서고, 속된말로 하자면 일당 바리 였다.
일당을 받고 일하는 사람에게 주 말이 있겠는가?
일이 있는 날은 일하는 날이고, 일이 없는 날은 쉬는 날이다.
특히나 최씨 같은 버스 운전기사 에게 주말은 본격적으로 일해야 하 는 날이었다. 아무래도 관광버스는 평일보다 주말에 수요가 많은 편이 니까.
일요일이면 산이며 들이며 바다로 놀러 가는 동호회와 동창회들로 예 약이 들어차 있어야 하지만, 이상하
게도 오늘은 일이 없었다.
공을 치는 날에 할 게 뭐 있겠는 가. 집에 드러누워 쉬어야지.
‘큰일 날 뻔했네.’
할 일도 없고, 날씨도 선선하 고…… 집에서 대낮부터 소주 한 병 을 까볼까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술을 마셨다면 지금 처럼 갑작스레 잡힌 일을 놓쳤을 것 아닌가. 음주운전을 할 수는 없으니 까.
그나마 가야 하는 곳이 집에서 멀지 않아 다행이었다. 시간을 맞추 겠다고 과속할 필요가 없으니까. 일
당 얼마 번다고, 과속 딱지 하나 떼 면 적자다.
‘그런데 여기서 왜 버스를 급하게 찾지?’
그가 지금 가고 있는 곳은 보육 원이었다.
보육원에서 버스를 대절하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보육원에서도 원생들의 사회 경험을 중요시 여기기 시작했고, 국가의 지 원을 받아 이곳저곳으로 체험 프로 그램을 자주 나가게 됐으니까.
최씨야 그런 경험이 없지만, 다른 기사들이 보육원에 가서 몇 번 애들
을 태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근데 왜 일요일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일반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은 토요 일이나 금요일에 잡는 게 일반적이 다. 일요일에는 교사들도 쉬어야 하 니까. 게다가 일요일에 계획이 있다 해도 이리 갑작스레 버스를 대절하 는 것은 이상하다. 보통은 며칠 전 에 미리 예약을 해두지 않겠는가.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최씨야 운전해 주고 돈만 받으면 그만이다. 공칠 뻔한 날에 이렇게라 도 일거리가 생기니 다행이지 뭐.
부우우웅.
조금은 경쾌하게 버스를 몰고 가 다 보니 저 멀리 커다란 건물이 보 였다.
‘저건가?’
최씨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분명 저곳인데, 아무래도 뭔가 좀 이상하 다.
‘깨끗한데?’
눈에 보이는 건물은 무척이나 깨 끗했다. 누가 봐도 신축 건물이 아 닌가. 한눈에 보아도 올리는 데 돈 좀 들었겠다 싶은 건물이다.
보육원의 건물이 신축이고 비싸 보인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보육원이라고 꼭 돈이 없어야 한다 는 법은 없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동안 최씨가 봐온 보육원들의 건물은 언 제나 낡았기 때문이다.
‘재단에 돈이 좀 있나?’
그럴 리가 없지.
돈 있는 사람이 뭐 하러 복지 재 단을 하겠는가. 아니, 돈 있는 사람 이 복지 재단을 하는 건 맞다. 하지 만 그런 사람은 그 돈을 아이들에게 쓰려고 하지 않는다.
끼이이익.
보육원을 얼마 앞두고 최씨가 차 를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앞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찰칵.
담배를 꺼내 입에 문 최씨가 불 을 붙였다.
요즘 세상은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 보육원 안이면 당 연히 금연일 테니, 미리미리 담배를 피워놔야 한다.
맛있게 담배 한 모금을 빨아들인 최씨가 조금 덤덤한 시선으로 보육 원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 도둑놈들.’
한때는 보육원을 운영하는 사람들 이 다 좋은 사람들이라고 믿고 산 적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좀 알게 된 이후부터는 눈앞에 씌워진 색안 경이 벗겨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한다는 감투를 쓰고 제 잇속만 차리는 인간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얼마 전에도 기부금을 운영하는 재단이 그 돈으로 직원들 성과급 잔치를 열고, 크루즈 여행을 다녔다는 기사마저 나지 않았는가.
좋은 마음으로 보탠 돈이 직원들 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아무도 원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월급을 주는 거야 이해한다. 하지만 그 돈으로 놀러 다니는 꼴을 누가 좋게 보겠는가.
“쯧쯧.”
최씨가 거칠게 연기를 빨아 당겼 다.
‘믿을 놈이 없는 세상이야.’
예전에는 서로 믿고 살았는데, 가 면 갈수록 서로를 의심하며 사는 세 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다면 세상이 각박해진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보육원의 비리는 분명 과거에 더
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걸 파내고 기사화하려 들지 않았으니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
언론이 떠들어 대고 서로가 감시 하는 눈이 많아지면서 세상은 조금 씩 깨끗해지고 있다. 그 와중에 불 신이 싹튼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내가 별생각을 다 하네.”
최씨가 담배를 끄고는 다시 버스 에 올랐다.
육중한 버스가 무게감 있게 움직 이며 보육원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정문 안으로 보이는 넓은 운동장
에는 이미 두 대의 버스가 도착해 있었다. 슬쩍 시계를 본 최씨는 자 신이 늦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먼저 와 있는 버스와 줄을 맞춰 차를 세운 최씨가 문을 열고 버스에 서 내렸다.
‘누구한테 이야기를 해야 하지?’ 최씨가 운동장에 나와 있는 이들 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
운동장에는 아이들과 몇몇 교사로 보이는 이들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보육원이라고 하지 않았나?’
최씨가 고개를 돌려 현관을 바라 보았다. 분명히 성심보육원이라는 다섯 글자가 양각되어 있다.
‘보육원 애들이 뭐 저렇게 잘 입 어?’
어쩌면 이것도 고정관념일지 모르 지만, 보육원 아이들을 일반적인 집 안에서 자라나는 아이들보다는 조금 없이 지낸다고 생각하기 마련 아닌 가.
하지만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은 딱히 꾀죄죄해 보이지도 않고, 낡아
보이지도 않았다. 거리를 지나면 보 이는 평범한 아이들과 아무런 차이 가 없다.
아니…… 오히려 좀 더 있어 보 인다고 할까?
‘이상하네.’
그 ‘있어 보임’을 가중시켜 주는 것은 아이들의 표정이었다. 정말 한 점 걱정이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려니,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병신이었네.’
최씨는 기분 좋게 웃었다.
부모가 없다고, 시설에서 자란다
고 아이들이 어둡지는 않다. 최씨는 지금 그 사실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저 조금 다르게 자랄 뿐이지, 그 나이대의 아이들과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누구와……
“언제까지 기다립니까? 예?” 최씨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뭐지?’
먼저 와 있던 기사 중 하나가 언 성을 높이고 있었다.
“30분이나 기다렸으면 이제 출발 해야지. 차도 다 왔는데, 왜 계속 기다립니까? 어차피 가는 곳도 다 다른데, 미리 출발하면 좀 좋아요?”
최씨가 눈을 찌푸렸다.
‘저 새끼가?’
운전기사는 서비스직이다.
택배 기사조차 서비스직으로 분류 되는 세상이다. 물건을 옮기는 사람 도 고객에게 봉사하는 세상인데, 사 람을 나르는 일은 당연히 서비스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은 절대로 저런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저 양 반도 분명히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리 격하게 나오 고 딴지를 건다는 것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심사가 틀림없었
다.
‘지랄 좀 할까?’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 있는 지 빤히 보인다.
보육원에서 자체적으로 버스를 대 절할 만큼 여유가 있을 리 없으니, 이 돈은 지자체나 다른 후원자가 낸 것이다. 그러니 이들에게는 좋게 보 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 중일 것이 다.
그게 아니라면 어차피 자기는 사 람이나 날라주고 돈만 받으면 된다 고 생각하는, 이 직종에 절대 있어 서는 안 되는 인간이든가. 어느 쪽
이든 그냥 좌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 다.
‘저런 병신 한둘 때문에 이미지가 개판된다고.’
승객을 살뜰히 모시는 기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대외적인 이 미지라는 건 저런 한둘의 또라이 때 문에 박살이 나고는 한다.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 각한 최씨가 막 나서려고 할 때였 다.
“좀만 더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 요? 안에 아직 준비가 덜 끝난 애 들이 있어서요.”
아이 중 하나가 공손히 말을 건 넸다.
‘아..’
공손하긴 하지만, 결코 비굴하거 나 겁을 먹은 것 같지는 않았다. 아 이의 당당한 대처에 최씨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글러먹은 인간은 그리 생 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그럴 거면 추가 요금을 내든가! 우리는 뭐 시간 날려가며 일하는 사람인 줄 알아? 너희 책임자 어디에 있어?”
“아니, 저런……
더 이상은 참지 못한 최씨가 막 성질을 부리려는 순간, 아이들이 웃 기 시작했다.
‘웃어?’
어른이 윽박지르고 있는 상황이 다. 그런데 아이들이 웃는다?
그냥 웃는 것도 아니었다. 저 미 묘한 감정은 뭐랄까, 비웃음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저기요.”
아이 중 하나가 손을 뻗어 한쪽 을 가리켰다.
‘응?’
아이의 손이 가리킨 곳에 한 사
람이 있었다. 보육원 담에 바짝 붙 어 쪼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 는 한 사람이.
‘뭐지, 쟤는?’
나이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 다. 이제 겨우 스물이나 되었을까?
최씨는 자신도 모르게 그 청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거지.’
까치집을 한 머리, 누가 봐도 낡 아 보이는 하늘색의 삼선 트레이닝 복, 그리고 화룡점정을 찍는 검은 슬리퍼.
‘나 동네 백수요’를 온몸으로 표
현하고 있는 남자가 이쪽으로 고개 를 슬 돌린다.
‘쟤는 진짜 보육원에 사는 애 같 네.’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 던 보육원 원생에 대한 이미지를 온 몸으로 구현하고 있는 남자였다. 살 짝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게 아쉽지 만, 저 정도면 100점 만점에 99점 은 줄 만하다.
“오빠!”
“••••••어?”
“오빠 찾는데?”
“어?”
“빨리 와봐!”
“어.”
사내가 영 기력 없는 목소리로 몇 번 대답을 하더니, ‘끙차’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슬리 퍼를 질질 끌며 터덜터덜 이쪽으로 걸어왔다.
“왜?”
“책임자 나오래.”
“••••••어?”
남자의 고개가 슬 돌아갔다.
움찔.
시비를 걸던 기사는 남자와 시선 이 마주치자 살짝 몸을 떨었다.
‘왜 저러지?’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눈이 마주친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 고.
‘하기야 좀 겁이 날 만하긴 하지.’ 누가 봐도 양아치가 아닌가. 요즘은 거리를 둘러봐도 이런 동 네 노는 형은 찾아보기 힘들다. 설 사 복장을 완벽하게 맞추더라도 저 표정과 몸짓에서 드러나는 귀찮음과 나른함은 표현할 수가 없다.
저런 놈들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 인생에 잃을 것이 없는 놈들 이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어, 언제 출발합니까?”
“그게 문제?”
남자가 태연하게 대답하자 기사가 자존심이 상했는지 언성을 높였다.
“거, 뭘 할 거면 빨리빨리하든가. 이리 미적대니 이따위로 살지. 넌 됐으니까 어른 나오라고 해, 어른!” 순간, 남자의 눈썹이 꿈틀댔다.
가만히 기사를 바라보던 남자의 입이 열렸다.
“이따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