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10)
마존현세강림기-811화(809/2125)
마존현세강림기 33권 (15화)
3장 응원하다 (5)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가시는 중에 목마르실까 봐 이
최씨가 어벙벙한 눈으로 아이가 내미는 음료수를 받아 들었다.
“어어…… 감사합니다.”
존댓말을 하는 게 맞나?
저쪽에서 너무 깍듯하게 대하니 이쪽도 쉽게 나갈 수가 없다.
‘아이들이 참 바르네.’
인사를 하는 모습 하나, 웃는 모 습 하나가 평소의 태도에서 우러났 다는 인상을 준다.
‘우리 애에 비하면 진짜 천사 같 지.’
애비가 집에 들어와도 슬쩍 고개 한 번 숙이고는 하루 종일 컴퓨터에 붙어서 게임을 하는 자식 놈을 생각 하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도 이리 바르
게 자라는데, 그놈은 뭐가 부족한 게 있다고 그리 삐뚤어진단 말인가.
‘다 내 잘못이지.’
최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탓하려면 자신을 탓하는 게 맞았 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도 저리 교 육을 잘 받았는데, 그는 명색이 부 모이면서도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아직 안 늦었어.’
이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스스로 를 반성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집 에 있는 아들과 대화를 늘리고 이 상황을 바로잡아야겠다.
“다 탔어?”
“응, 형.”
“이쪽은 다 탔어.”
강진호가 버스 안으로 올라와서 인원을 점검했다.
‘동네 양아치 같은데, 진짜.’
사실 동네 양아치치고는 좀 잘생 기긴 했다. 저 낡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는데도 인물이 저리 산다는 건, 제대로 차려입으면 눈이 돌아간 다는 뜻이다.
저 깍듯한 아이들이 이 청년에게 는 풀어진 모습을 보인다. 이 청년 이 그만큼이나 아이들에게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그럴수록 이 청년의 정체가 궁금 해졌다.
최씨가 슬쩍 고개를 돌려 버스에 오르지 않고 있는 검은 정장의 사내 를 바라보았다.
‘엄청 높은 사람 같던데.’
아까 들은 통화 내용대로라면 업 체와의 계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이다.
‘어딜까?’
사실 버스 중개업이라는 곳은 이 곳저곳에 동시에 계약을 하는 경우
가 많다.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셔 틀을 제공한다든가 하는 방식이 아 니라면,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배 차를 하고 물량을 공급한다.
한 곳에 물량이 떨어지면 다른 곳에라도 밀어 넣어야 노는 차가 생 기지 않는다. 그러니 그 대화만으로 어느 쪽에 소속된 사람인지를 알 수 는 없다.
하지만 그 말투와 어감을 감안한 다면, 보통 회사는 아닐 것이다. 그 런데…….
‘그런 사람이 왜 이런……
최씨가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
라보았다.
부스럭.
“아, 형! 좀 사 먹어!”
강진호가 앞에 앉은 아이의 과자 를 뺏어 먹고 있었다. 아이가 이리 저리 과자 봉지를 돌렸지만, 집요하 게 따라가 결국에는 몇 개의 과자를 탯어 입안으로 털어 넣는다.
“이 형, 요즘 이상한 버릇이 생겼 어. 돈도 많으면서.”
“뺐어 먹는 게 맛있어.”
“아으, 진짜!”
아무리 봐도 한심한데…….
물론 세상에는 런닝과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지만, 타는 차는 외제차인 인간들이 존재 한다. 부모를 잘 만난 금수저라면 딱히 본인의 능력이 없어도 다른 사 람들의 공경을 받을 수 있다.
‘근데 저게 무슨 금수저야?’
옷이 저리 낡았는데. 좀 있으면 구멍 뚫릴 기세건만.
내추럴 본 금수저들은 아낄 줄을 모른다. 설사 돈을 아끼는 버릇이 들어 있는 금수저라고 해도 얼마 하 지도 않는 운동복을 저리 아껴 입지 는 않을 것이다.
설사 본인은 아껴 쓰고 싶다고
해도, 부모가 저런 모습을 방치하지 않는다.
‘그럼 뭐지?’
수많은 의문이 연쇄적으로 떠오를 때, 강진호가 최씨에게 슬그머니 다 가와 고개를 숙였다.
“출발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 예.”
“잘 부탁드립니다.”
허리를 숙이는 강진호를 보며 최 씨도 앉은 자리에서 숙일 수 있는 최대한 허리를 마주 숙였다.
‘부담되네, 이거.’
영 찝찝한 운행이 그렇게 시작되
었다.
“다른 쪽은 문제없대?”
한진성이 강진호의 옆에 앉아 톡 을 보냈다. 보내자마자 빠르게 답장 이 돌아온다. 여기저기서 보고를 받 은 한진성이 강진호를 향해 거수경 례를 하며 대답했다.
“타 차량 전원 탑승 완료되었습니 다. 문제없습니다.”
“그래?”
“어, 형. 선생님들도 다 타셨대.”
“그런데 너도 가냐?”
한진성이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 잡았다.
“나, 나도 놀고 싶다, 나도……
“놀고 싶은 거야 인지상정이지만, 너는 놀면 안 되는 시기 아닌가?”
“끄윽.”
보육원에 몇 없는 고3 중 하나인 한진성이다. 그리고 고3 중에서도 실업계로 진로를 정한 아이들은 수 능에 매달릴 필요가 없고, 한진성처 럼 대학을 가겠다고 결심한 아이들 만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 다.
“나 주말도 없이 공부해, 형.”
“그래?”
“오, 오늘 한 번만.”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놀 때는 놀아야지.”
“역시 형이 뭔가를 안 다니까.”
“너는 계속 놀아서 문제지만.”
한진성이 입을 꾹 다물었다. 창밖 으로 고개를 돌린 강진호의 입가가 살짝 말려 올라가 있다.
‘이 형, 요즘 입이 트였어.’
처음 보았을 때, 한진성은 강진호 가 벙어리인 줄 알았다.
하는 말이라고는 ‘음’ 같은 감탄
사밖에 없고, 대부분의 의사 표현은 고개를 젓거나 끄덕이는 걸로 해결 했다. 괜히 불편한 상황을 만들기 싫어서 말을 걸지 않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기억한다.
그 과묵하던 사람이 날이 갈수록 뭔가 몇 마디씩 던지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아주 그냥 입에 모터를 달았 다.
‘그것도 사람 골려 먹는 쪽으로만 발전하고 있다니까.’
그게 대체 누구의 영향인지는 모 르겠지만, 사람을 아주 제대로 망치 고 있었다.
‘망친다긴 좀 그렇지.’
예전의 강진호와 지금의 강진호 중에 누가 더 좋은가는 생각할 거리 도 없는 일이다. 지금의 강진호가 백배는 낫다. 물론 과거의 말없던 강진호는 지금보다 멋졌지만, 지금 의 강진호는 훨씬 편하고 재밌다.
‘여자애들은 조금 아쉬울 수도 있 겠는데?’
예전의 과묵한 강진호에게 환상을 갖고 있던 아이들도 많았으니까. 하 기야 저 얼굴로 과묵하기까지 하면 지켜보기에는 딱 좋지.
한진성이 알기로는 보육원 내에서
도 강진호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좀 있다.
물론 그녀들의 꿈은 이뤄질 수가 없다. 강진호에게는 최연하가 있으 니까. 나름 어쩌면 잘될지도 모른다 는 희망을 품던 여자아이들도 최연 하가 보육원에 등장한 그날부터 현 실을 깨닫고는 꿈을 쓰레기통에 처 박아 버렸다.
솔직히 이건 체급이 안 맞는다.
연애나 매력이라는 측면에서 최연 하와 싸우라는 것은 숟가락을 들고 드래곤에게 돌진하라는 말과 별다르 지 않았다. 그러니 뭘 어쩌겠는가.
‘꿈은 마음대로 꿔라.’
꿈이야 누가 말리겠는가. 그리고 여자아이들도 자기가 강진호를 어떻 게 해보겠다고 좋아하는 게 아니다. 아이돌 덕질하는 사람들이 아이돌과 연애하겠다고 덕질을 하는 게 아닌 것처럼.
그냥 눈에 보이는 사람이 좋으니 좋아하는 것이다.
한진성의 시선이 슬쩍 뒤로 돌아 갔다. 그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조 미혜가 보인다.
“뭘 봐?”
“……아니.”
한진성의 고개가 슬그머니 제자리 로 돌아왔다. 무서워라.
“형.”
“응?”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뭐?”
“이건 형이라면 알 것 같아서 물 어보는 건데, 쟤가 요즘 저를 엄청 함부로 대하거든요?”
“ 누구?”
“미혜요.”
강진호가 슬쩍 뒤를 보고는 고개 를 끄덕였다.
“그래서?”
“주도권을 좀 잡아보고 싶은데, 제가 무시당하지 않고 막 대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 O ”
강진호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차창 밖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우수 에 잠겨 있다.
“진성아.”
“예, 형!”
“생각을 해봤는데……
“예.”
“내가 그걸 대답할 주제가 못 되 는 것 같다.”
두 남자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슬픔에 잠긴 두 남자를 싣고 버 스는 하염없이 나아갔다.
“여기야?”
“내려, 내려!”
“어디 가지 말고 내려서 거기 있 어.”
목적지에 도착한 아이들이 버스에 서 하차했다. 강진호는 최씨에게 꾸 벅 고개를 숙였다.
“다시 탈 때 전화드리겠습니다. 몇 시간 걸릴 것 같으니, 쉬고 계시 면 될 거예요.”
“예. 걱정 마십시오. 멀리 안 가 고 버스 대놓고 있겠습니다.”
“예, 그럼.”
강진호까지 차에서 내리자 최씨가 한숨을 쉬며 버스 문을 닫았다.
‘식겁했네.’
살면서 이리 긴장된 운행은 처음 해보는 것 같았다. 최씨가 고개를 내저으며 버스를 몰아 주차장으로 향했다.
“다른 데는 다 도착했나?”
“그런 것 같은데.”
한진성이 휴대폰을 확인하며 고개 를 끄덕였다.
처음 계획은 모든 아이들이 다 같이 한 곳으로 놀러 가는 것이었지 만 보육 교사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 딪혔다.
“폭탄은 쪼개야 터져도 문제가 없 어요.”
“이 인원을 다 데리고 번화가로 가자구요? 사막이나 바다도 아니 고‘? 에이, 장난이시죠?”
더는 주장할 수 없었다.
강진호야 심심하면 한 번씩 들러 서 기분 내면 그만이지만, 이 사람
들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 이다. 의견이 충돌된다면 그쪽을 따 라주는 게 맞다.
그래서 아이들이 3등분 되었다. 작은 아이들, 조금 덜 작은 아이들, 그리고…….
“노답들 줄서라.”
노답…… 아니, 조금 큰 아이들. 한진성이 아이들을 불러모으자 살 짝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게 무슨 수학여행도 아니고, 쪽팔리게 줄까지 서야 돼?”
“길 잃어버린다.”
“길 잃는다고 집도 못 찾아갈까
봐? 다 형 같은 바보는 아니야.”
“뒈진다?”
한진성이 주먹을 들어 올리자 아 이들이 강진호의 뒤로 숨었다.
“형! 형! 진성이 형이 때리려고 해요.”
“고소해.”
아이들이 멍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법을 이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 라. 법은 써먹으라고 있는 거다.”
“아, 네.”
“그럴게.”
아이들이 구석에서 저 형 좀 이 상해졌다고 수군댔다. 강진호는 그 런 반응을 무시하고는 양 떼를 모는 개처럼 아이들을 몰아갔다.
“들어가자.”
아이들이 우르르 이동하기 시작했 다.
“야, 줄 서라니까, 줄!”
“형이나 서!”
한진성이 발악을 하며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아이들은 한진 성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안으 로 달려 들어갔다.
“형, 저거 내버려 둬도 돼?”
“괜찮아.”
“그래도 잘못하면 애들 길 잃는
데.”
“내가 찾으면 돼.”
할 말이 없어진 한진성이 어깨를 늘어뜨리고는 조용히 걸었다.
‘에이, 모르겠다. 나도 놀러 나온 건데, 애들 신경 쓰지 말고 즐겨야 지.’
한진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커다란 간판이 보였다. 씨 파라다이스 아쿠아리움이란 이
름이 화려하게 쓰여 있다.
5일 전에 개장한 국내 최대 크기 의 아쿠아리움.
오늘의 놀이터다.
“상어 있으려나, 상어?”
“고래도 있나, 고래?”
흥분하여 소리치는 아이들을 보며 한진성이 혀를 찼다.
“아니, 애도 아니고, 뭘 그렇
“여기 상어도 있어?”
한진성의 고개가 살짝 돌아갔다.
상어란 말에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들떠 있
었다.
뭐…….
동심을 간직하고 있는 건 좋은
거지.
좋은 거겠지.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