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12)
마존현세강림기-813화(811/2125)
마존현세강림기 33권 (17화)
4장 틀어막다 (2)
“아쿠아리움‘?”
[예.]“거참, 이상한 취미가 있으시네. 애들도 아니고, 아쿠아리움이라니.”
이현수가 헛웃음을 홀렸다.
강진호는 휴식에 들어갔다. 하지 만 이현수는 강진호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다. 강진 호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기라도 하 면 총회는 박살이 날 것이다.
‘그전에 내가 살아 있으면 말이 지.’
강진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일단 장민이 마기를 풀풀 날 리며 이현수에게 날아올 것이다. 말 그대로 날아오겠지. 그와 동시에 바 토르가 벽을 부수고 난입할 게 빤했 다.
혼이나마 온전히 남아 저승으로 갈 수 있으면 이득인 부분이다.
“피 곤죽이 되겠지.”
불합리하다.
총회에 능력을 갖춘 이들이 얼마 나 많은가. 그렇게 강진호가 걱정이 된다면 자신들이 호위로 따라붙으면 될 것을 왜 그 모든 일을 이현수에 게 일임하고 잘 하라고 닦달만 한단 말인가!
그럴 거면 센 놈들이라도 좀 지 원해 주든가.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이지, 호 위? 호위이?’
누가 누굴 호위하나.
호위라는 게 뭔가. 사람을 따라다 니며 옆에서 보호하고 지키는 것을
호위라고 한다.
적어도 호위라는 모양새를 갖추려 면 귀여운 강아지 옆에 날카로운 이 를 가진 늑대들이 붙는 경우는 되어 야 한다. 거꾸로 호랑이 한 마리를 애완견 여러 마리가 따라붙는 건 호 위라고 하지 않는다. 도시락이라고 하지.
‘누가 누굴 지켜?’
강진호를 호위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있다는 건가.
물론 일류 격투기 선수들에게도 호위는 따라붙는다. 아무리 강한 사 람이라도 하더라도 칼이나 총에는
무력하니까. 그런 이들을 지키는 것 도 호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강진호는?
어차피 강진호가 못 막는 건 총 회도 못 막는다. 그런데 뭘 지키고 호위하란 말인가.
이현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거기 사람이 많지 않나?”
[바글바글한데?]“그 바글바글한 데 굳이 회주님을 데리고 가야겠어?”
[본인이 간다는데 뭘 어쩌겠어.]뭐, 좋다. 본인이 간다니까. 본인 이 간다고 했으면 어쩔 수가 없지. 강진호가 마음먹은 것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은 이현수도 수많은 경 험 속에서 실감하지 않았던가.
거슬리는 건 그게 아니었다.
“그런데 너, 말이 좀 짧다?”
[제가요?]“전화 받는 사람이 두 명이 아니 면 너겠지.”
[에이, 제가 언제요. 이상한 소리 하시네.]이현수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내가 다음부터는 녹음한다, 이
새끼.’
지금 그와 전화를 하고 있는 사 람은 물론 조규민이었다. 일전에 의 기투합하여 의형제를 맺기로 한 두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이현수는 제 대로 된 형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 었다.
‘이런 새끼일 줄이야.’
굉장히 진중하고 신사적인 놈이라 고 생각했는데, 동생으로 받아들이 자 사람이 좀 달라졌다. 뭐랄까…….
[그래서 뭐 어떻게 할까요?]‘더럽게 깝죽대네, 진짜!’
옆에 있으면 패버리고 싶다. 구석
으로 끌고 가서 명치에 정권 한 방 만 날리면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갈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현수는 자리를 비울 수 없고, 조규민은 너무도 멀리 있 었다.
“이쪽에서 사람 좀 파견해야 할 것 같은데.”
[싫어하실 텐데?]“그렇겠지. 아니, 그러니까 그런 일이 있으면 미리미리 연락을 좀 해 주면 좋잖아. 그럼 미리 파견해서 주변 정리했지. 왜 일처리를 이렇게 하냐?”
[제가 보고를 드려야 돼요?]할 말이 없다.
아니지. 보고할 필요는 없지.
사실 조규민이 예의상 이쪽으로 연락을 준 것뿐이다. 이현수는 조규 민의 상급자가 아니다. 조규민과 강 진호가 하는 일을 보고받을 권한은 없다.
“아니, 보고를 해야 한다는 게 아 니라 그냥 언질을……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나와서 일 하는데 위로는 못해줄망정 화를 내 시네. 좀 너무하시네, 진짜.]“나는 집이냐? 나는 드러 처 누 워서 전화 받고 있냐? 나는?”
[그건 형님 사정이죠.]“야, 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이현수가 훅훅 심호흡을 했다.
‘진정하자, 진정.’
여기서 화를 냈다가 조규민이 전 화 안 한다고 해버리면 이현수만 새 된다.
“그래. 일단 그건 우리 쪽에서 알 아서 할 테니까, 혹시라도 문제 있 으면 나한테 연락 좀 해줘. 부탁한 다. 진짜 부탁이다, 이거.”
[맨입에?] 아니지.맨입 아니지. 다음에 얼굴 보는 그날, 니 입안이 피로 물들 테니까.
“……밥 살게.”
[밥‘?]“술도 살게.”
[얼마?]“비싼걸로……
[완벽하게 처리하겠습니다, 형님. 걱정하지 마시죠. 저 조규민입니다.]“알지.”
자~알 알지.
조규민.
이현수는 뇌리 속에 조규민이라는 세 글자를 아로새겼다.
내가 저 새끼를 처단하지 않으면 성을 간다.
[끊습니다. 들어가 봐야 해서.]“그래.”
전화를 끊은 이현수가 멍하니 천 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나?’
총회에서 귀신 취급을 받는 그이 지만, 가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진다 는 느낌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 자면, 입지가 좁아지는 게 아니라 가면 갈수록 주변이 미친놈으로 둘
러싸이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영남회에 있을 때도 물론 미친놈 은 있었다. 김석일은 이들과는 다른 의미로 맛이 간 사람이었다. 비유상 의 미친놈■이 아니라 정말 정신병원 을 가봐야 할 사람이 김석일이다.
하지만 그때는 적어도 김석일만 신경쓰면 됐다. 그놈 하나만 어떻게 해놓으면 다른 스트레스 요인은 거 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가 명령을 내리면 어떻게든 그걸 이행하려 하 던 충성스러운 놈들을 주변에 두르 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직속 상사라는 사람은 매번 엉뚱 한 짓을 저지른다. 그것도 스케일이 남다르다. 이사라는 사람들은 덩치 는 소 같은데, 꼬리 밟힌 고양이처 럼 잔소리를 해 댄다. 그리고 그나 마 믿을 만한 동생 놈 하나 얻었다 고 생각했더니…….
‘내가 미쳤지.’
이마가 뜨끈뜨끈하다.
달아오른 열을 식힌 이현수가 고 개를 휘휘 내저었다. 지금은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타이밍이 아니다.
‘아쿠아리움이라……
관광지에서 딱히 별문제야 없겠지 만, 그래도 해야 할 것은 해야 한 다. 위긴스가 말한 대로 위에서 시 킨 일만 하는 것은 제대로 된 충성 이 아니니까.
“간단히 넘길 일은 아닌데.”
이현수가 담배를 입에 물고는 한 숨을 쉬었다.
강진호가 보육원과 얽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단순한 취미라고 생각했기에 그동안은 관련된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강진호에게 있 어 보육원이 그리 단순한 의미가 아
닌 것 같다.
좋은 일이다, 좋은 일이지.
돈과 명성, 그리고 능력을 갖추고 도 그것들을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이다. 부 자와 악당이 동의어로 통하는 세상 에서 저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은 분명 박수를 쳐줘야 할 일이다.
다만…….
“발목을 잡지는 않아야 할 텐데.”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담배 에 불을 붙였다.
거인을 무너뜨리는 법은 둘 중 하나다. 발목을 잘라 버리든가, 아니
면 거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무너뜨려 거인의 평정을 흔들어 버 리던가.
이러한 귀계를 수도 없이 꾸며본 이현수에게는 보인다. 저 보육원이 라는 곳에 강진호가 쏟고 있는 정성 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고 보육원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었다.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하냐의 문 제지.’
강진호는 지금 재경과 함께 복지 재단을 만들고 있다. 조규민의 말대 로라면 이미 거의 준비는 끝났고,
발족만 하면 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보육원은 늘어난다. 강진호가 지켜야 할 부분도 늘어난 다.
강진호가 어디까지를 자신의 영역 으로 설정하고, 어디까지를 지키려 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늘어난단 말이지.”
이현수가 얼굴을 문질렀다. 하지 만 동작과는 다르게 그의 얼굴에는 슬쩍 미소가 드러나 있었다.
“골치 아프네, 진짜.”
냉정하게 이현수의 역할을 생각한 다면 지금 강진호에게 슬슬 보육원
과는 거리를 두고, 총회에 집중하라 조언하는 게 맞았다. 지켜야 할 것 이 늘어나면 집중할 수 없고, 집중 할 수 없으면 틈이 생긴다.
하지만 이현수는 그 말을 할 생 각이 없었다.
강진호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 아서?
아니.
‘지금 모습이 좋으니까.’
그만한 힘을 가지고도 아이들에게 쩔쩔매는 모습이라든가, 마음만 먹 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 람이 아이들을 데리고 수족관에 가
는 모습이라든가.
평소의 강진호와는 조금 다른 이 런 갭이 이현수는 좋았다. 그가 그 동안 보아온 무인계의 사람들에게서 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니까.
‘회주님도 인간이지.’
그래.
인간이니 따를 마음이 생기는 것 이다. 회주라는 직함에 함몰되지 않 은 인간이니까.
인간이기에 이성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기에 틈이 생긴다.
“끄응.”
이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틈을 메우는 것이 이현수가 해야 할 일이다. 강진호를 변화시키 는 게 아니라 지금의 강진호를 그대 로 받아들이고 채워야 할 부분을 채 우기 위해 이현수가 있는 것 아닌 가.
“사고만 적당히 쳐주셨으면 좋으 련만.”
이현수가 인터폰을 눌렀다.
“이명환이 들어오라고 해.”
[예.]인터폰을 끊은 이현수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재밌으시려나?”
나도 가고 싶다, 아쿠아리움.
그러고 보면 그동안 쉰 날이 며 칠이나 되더라?
슬슬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도 일 을 놓고 쉴 때가 되기는 했는데, 아 쿠아리움이라면 기분 전환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물속에서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 습을 보면 마음도 안정이 되겠지.
“이 부장한테 같이 가자고…… 말을 하던 이현수가 입을 꾹 다 물었다.
‘미쳤어.’
여기서 이현주가 왜 나오는가.
요즘 과로했나? 뇌가 맛이 간 것 같은데?
이현주의 얼굴을 떠올린 이현수가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독신주의자야.’
결혼이나 연애 같은 건 꿈도 꾼 적 없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혹여 시간이 많이 남는다고 하더라도 굳이 연애 같은 비생산적 인 일에 시간을 할애할 생각은 추호 도 없었다.
그리고 혹시 그런 경우가 생긴다 고 하더라도 이현주는 아니다.
‘나는 현모양처가 좋다고.’
그가 생각하는 이상형에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이 이현주가 아닌가.
그 폭력성과 앙칼짐을 떠올린 이 현수가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세 상에 수많은 여자가 있는데 하필이 면 이현주라니! 아니, 그 이전에 자 신은 연애를 할 생각이 없단 말이 다!
“정신 차려야지!”
이현수가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찰싹찰싹 때렸다.
뺨에서 고통이 느껴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벌컥.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이명환 이 멍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 다. 볼을 후려치고 있던 이현수가 아차 하는 눈으로 이명환을 바라본 다.
이명환의 표정이 뭔가 떨떠름하게 변해간다.
“혹시 뭐 이상한 취미라도 있으십 니까?”
오해가 깊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