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14)
마존현세강림기-815화(813/2125)
마존현세강림기 33권 (19화)
4장 틀어막다 (4)
“사람 더럽게 많네.”
조규민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검은 슈트를 입고 검은 선글 라스까지 낀 그가 인상을 쓰자 주변 사람들이 슬쩍 그에게서 멀어졌다.
“아, 죄, 죄송합니다. 저 그런 사 람 아닙니다.”
조규민이 어색하게 주변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날 아드는 눈빛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마치 폭력배를 보는 듯한 눈빛에 조규민이 황급하게 선글라스를 벗어 앞주머니에 끼웠다. 그러자 날아드 는 눈빛들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
‘죽겠네.’
조규민은 사람이 많은 곳이 불편 한 사람이었다.
대인기피증 같은 병세를 논할 정 도는 아니지만, 주변에 자신과 마주 치는 시선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불 편함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깊게 숨을 토한 조규민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구석에 설치된 흡연 부스를 발견한 조규민이 종종걸음으 로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죽겠네.’
쏟아지는 시선에서 도피한 것까지 는 좋은 일이지만, 흡연 부스 안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인파를 감당하지 못한 흡연 부스는 매캐한 담배 연기가 가득 차 있었 다.
이 안에 들어와 있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다들 홉연자일 텐데, 모두가 연기가 부담스럽다는 얼굴로 인상을
쓴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서글픈 현실이지.’
폐를 태워가며 세금을 내고 있는 데, 흡연 부스조차 넉넉하게 설치되 지 않는 이 현실이 가슴 아픈 조규 민이다.
하지만 뭘 어쩌겠는가, 억울하면 끊어야지.
그걸 못하니 이 너구리 굴에 들 어와 오늘도 수명을 줄이고 있는 것 이다. 조규민은 자신의 의지력에 절 망하며 기어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자 좀 진정
이 되는 느낌이었다.
‘못살겠다니까, 진짜.’
좋은 일 한다는데 딴지를 걸 수 도 없잖은가.
명색이 복지 재단의 설립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다. 주말이든 밤이든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하겠다 는데, 싫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곳이 비록 조규민이 가장 기피 하는 사람이 넘쳐 나는 곳이라 해도 말이다.
서둘러 담배를 피우고 재떨이에 꽁초를 던져 넣은 조규민이 재빨리 홉연 부스 밖으로 나왔다. 코와 입
으로 흡•입하는 연기야 얼마든지 감 수할 수 있지만, 옷에 냄새가 배는 것은 사절이다.
이제부터 애들을 만나야 하는데, 담배 냄새가 나면 아이들이 좋아하 지 않는다.
미리 준비한 휴대용 탈취제를 뿌 려 적당히 담배 연기를 지운 조규민 이 심호홉을 하며 입구를 바라보았 다.
입구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느 낌이 었다.
하지만 후퇴는 없다.
밖에서 적당히 시간을 죽이다가 강진호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다음 스케줄을 진행해도 된다. 하지만 그 건 조규민의 원칙과 어긋났다.
처음 한 걸음을 물러나는 것은 쉽다.
적성에 안 맞고, 하고 싶지 않은 작은 일 하나를 아래로 내리는 것은 처음에만 어렵다. 한 번 하게 되면 두 번은 딱히 어렵지 않고, 세 번째 부터는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다.
‘대충 해도 되는 일이라는 건 없 어.’
시간과 일정, 그리고 인력의 한계
에 쫓겨 할 수 없는 일과, 조금의 노력을 더 들이기 싫어 하지 않는 일은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
당연히 이 일은 후자다.
크게 필요하지 않아 보이는 일이 라고 해서 그가 직접 확인하지 않아 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눈으 로 보는 것이 보지 않는 것보다 조 금이라도 나아질 여지가 있다면 고 민할 필요가 없다.
“ 간다.”
조규민은 입장권을 끊고 아쿠아리 움 안으로 들어갔다.
매표소의 직원이 자꾸 한 장이냐
고 되물어서 조금 움찔하긴 했지만, 혼밥 경력 10년의 조규민을 물러서 게 만들 수는 없었다. 영화도 혼자 보고, 밥도 혼자 먹고, 아쿠아리움도 혼자 간다.
이것이 솔로의 길 아니겠는가.
조규민은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꿋꿋하게 관철했다. 등 뒤로 조금 안타까운 시선이 꽂히는 것 같 았지만, 철저하게 앞을 바라보며 시 선들을 외면했다.
입구에 바글바글 모여 있는 사람 들이 조규민을 지치게 하고 있었다.
‘장사 정말 잘되네?’
개장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하더 니, 사람이 넘쳐 난다.
‘이게 얼마지?’
빌어먹고 사는 직업이 그쪽이다 보니, 자연히 이 아쿠아리움의 매출 을 계산하게 되는 조규민이었다. 대 충 들어오는 이를 시간대로 나눠 예 상 매출을 뽑아본 조규민이 입을 쩌 억 벌렸다.
‘쩌는데?’
매출이 어마어마하다.
‘이래서 대기업들이 놀이공원이나 극장 같은 걸 운영하는구나.’
비슷한 규모의 대기업들은 오락
시설들을 몇 군데 돌리고 있다. 직 접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한 기 업들도 있다. 그에 반해 재경은 우 직하게 제조업에 올인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우직하고, 나쁘게 말 하면 올드하다. 세상이 달라지면 그 만큼 새로운 것이 필요하기 마련이 고, 새로운 것은 돈이 된다.
지금 눈에 보이는 아쿠아리움을 새로운 분야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재경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분야임에는 틀림없었다.
‘제안서를 한 번 넣어볼까?’
조규민은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걸음을 옮겼다.
입구는 바글바글하지만, 막상 안 으로 들어오니 생각만큼 사람이 많 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만큼 내 부가 넓다는 뜻이다.
‘보자, 입지가 여기면 땅값이 어 마어마하게 나갔을 테고, 그만한 땅 값을 감안하고 건설비까지 포함하 면……
다른 이들이 물고기를 감상하고 환상적인 인테리어에 넋을 놓을 때, 조규민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물고 기의 가격과 인테리어의 가격에 넋 을 놓았다.
물 안에 돈이 떠다니고, 천장에 돈이 박혀 있다.
‘이게 얼마야?’
이 시설을 만드는 데 들어갔을 돈을 생각하고, 다시 오늘 하루 벌 어들일 돈을 생각하니, 이마가 뜨끈 해지는 것 같다.
돈은 엄청나게 벌지만, 투자금 자 체가 어마어마해서 바닷물을 바가지 로 퍼내는 느낌이다. 이 기세로 20 년은 무리 없이 운영을 해야 투자금 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중에 땅과 시설이야 적당한 값 에 팔아넘길 수 있으니 20년까지야
안 걸리겠지만, 오픈발 빠지고 유지 비에 인건비 생각하면……
조규민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물론 그래도 돈이 되니까 여기저 기 우후죽순 격으로 이런 곳이 생기 는 거겠지만, 재경의 스타일과는 맞 지 않았다. 재경은 큰 투자를 꺼리 는 곳이 아니지만, 장기적인 운영으 로 투자금을 지속적으로 회수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좀 아쉽기는 하지만.’
조규민이 입맛을 쩝, 다셨다.
이익이 나는가, 나지 않는가는 그 렇게까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세
인들은 기업이란 곳은 돈이 되는 곳 이면 지옥이라도 간다고 생각하겠지 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정유 회사가 돈이 된다고 요식업 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모토, 육성 분야와 관 련이 있는가가 일차적으로 고려된 다.
귀찮아서가 아니라, 한 분야의 사 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인력과 부서의 재배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경이 본격적으로 위락 시설과 엔터테인먼트에 진출하기로 마음먹
고 대대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모를 까, 이만한 이득을 먹기 위해 부서 를 만든다는 것은 인력의 낭비다.
‘이만한 이득이라고 할 부분까지 는 아니지만.’
잘 만들었다.
이런 쪽에 관심이 전혀 없는 조 규민이 보기에도 ‘우와!’ 소리가 절 로 나올 만큼 잘 만들어진 수족관이 다.
‘그런데 여기…… 대기업이 하는 게 아닌 걸로 아는데?’
이만한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투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이건 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이 아니다. 개인이 이만한 돈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이런 아쿠아리움을 만 들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강남에 빌딩 두어 채만 사놔도 평생 걱정이 없을 텐데, 뭐 하러 리스크가 있는 일에 뛰어들겠 는가.
‘투자가 엄청 붙었겠군.’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실제 이 수족관의 운영 주체는 따로 있을 것이다. 아마 바지사장 하나를 내세우고 적당한 법인을 설 립한 다음, 투자금을 쏟아부었겠지.
여기서 나오는 돈은 대부분 그 투자 가의 배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사장이 골치깨나 썩겠군.’
이런 식으로 투명하지 못하게 운 영되는 회사는 반드시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제 돈을 투자하지 못하니 설립을 하는 과정에서도 트러블이 생긴다. 대부분의 시설 공사라는 것은 처음 잡은 공사 대금을 초과하여 진행된 다.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람이 하는 일에는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설립 당시부터 대부분은 그 변수를 감안하여 공사 대금을 책
정하지만, 현장의 욕심과 의욕, 그리 고 변수가 만나면 예상치 못한 추가 지출이 뒤따른다.
아파트 공사 같은 것이야 수많은 경험이 있으니 그런 일이 적지만, 이런 특수 공사의 경우에는 생각 이 상의 금액이 소모되는 경우가 허다 하다.
기업이 직접 출자하는 경우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자본을 투입 하겠지만, 투자를 받아 바지사장이 진행하는 경우에는 말이 달라진다. 투자자는 추가 투자를 원치 않고, 사장 입장에서도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가며 애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다.
그러다 보면…….
‘부실인데.’
조규민이 예리하게 주변을 돌아보 았다.
인테리어 자재 하나하나가 고급으 로 들어가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 다.
한참 동안 주변을 살피던 조규민 이 피식 웃었다.
‘직업병은 어쩔 수 없다니까.’
재경맨으로 살아온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이제는 아쿠아리움에 와서 도 경영상의 문제는 없는지를 점검 하고 있지 않은가.
뼛속까지 회사 사람이 되어버린 자신을 실감하며 조규민이 고개를 저었다.
이곳이 적자를 보든, 부실 공사를 했든 그게 조규민과 무슨 상관인가. 그가 운영을 해야 하는 곳도 아닌 데.
조규민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 다.
남들은 놀러 오는 곳에 실사를 하러 나온 기분이다. 머리를 흔들어
쓸데없는 상념을 날려 버린 조규민 이 눈을 꾹 감았다 떴다. 그러고 나 니 돈으로 보이던 것들이 이제야 물 고기로 보인다.
“신기하긴 하네.”
커다란 어항 속에서 물고기들이 부드럽게 유영하는 모습은 다른 곳 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이었다. 중 간중간 물고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커다란 괴물 같은 것들도 있다.
근처에 산다면 기분 전환할 겸 한 번씩 들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입장료가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데이트 코스로는 괜찮을 것 같 네.’
조규민은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이다.
그 사실을 실감한 조규민은 어쩐 지 서글퍼졌다.
그때 였다.
웅성웅성.
앞쪽이 조금 소란스럽다.
‘무슨 쇼라도 하나?’
아쿠아리움은 그저 관상만을 하는 곳이 아니다. 여러 가지 쇼로 볼거 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 웅성거림 은 그런 즐거움이 담긴 소리 같지는
않았다.
좁은 통로로 통하는 앞쪽에 사람 들이 모여 있다. 조규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 로 다가갔다. 호기심이 생기면 바로 풀어야 하는 체질이다.
“ 무슨••••••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려는 찰 나, 그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 려왔다.
“괜찮은 거예요?”
‘진성이?’
한진성의 높은 목소리가 들리자 조규민이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긴
장한 얼굴의 조규민이 귀를 기울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