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17)
마존현세강림기-818화(816/2125)
마존현세강림기 33권 (22화)
5장 헤엄치다 (2)
‘뭐야? 저기 왜 저래?’
유성필은 꽤나 특이한 직업을 가 지고 있었다.
세상에 수많은 직업이 있는 만큼 특이한 직업도 많다. 하지만 유성필 의 직업은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그를 만난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의 직업을 듣는 순간, ‘오?’라는 감탄을 내뱉는다.
그 반웅이 당연할 만큼 유성필은 희소성이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 었다.
우선 유성필의 직업은 다이버로 분류된다.
다이 버.
평범한 이들은 다이버라는 직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보이기 마 련이다. 하지만 유성필의 직업은 거 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는 아쿠아리움 다이버였다.
아쿠아리움은 시설의 특성상 다이
버들을 필요로 했다. 수조 안에 문 제가 있거나 청소를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물을 빼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번 거대 수조에 물이 차면 아 쿠아리움이 폐쇄되는 그 순간까지 물이 완전히 빠지는 일은 없다고 봐 야 한다. 하루에 일정 이상의 물을 교체하며 수질 관리를 하는 게 최선 이다.
그러다 보니 내부 정화 장치를 점검한다든가, 물고기의 사체를 치 운다거나 하는 일은 모두 다이버들 의 몫이었다.
그리고 유성필의 직업은 그 아쿠 아리움 다이버들 중에서도 희소성이 있다. 왜냐면 그는 쇼를 하는 다이 버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형 수조에서 대기하다가 관람객들이 들어차면 안으로 들어가 쇼를 한다. 손에 물고기들의 먹이를 들고 있다가 아크릴 앞에서 풀어놓 아 물고기들을 모으기도 하고, 돌고 래들이 손에서 생선을 낚아채는 모 습을 바로 앞에서 보여주기도 한다.
베테랑 다이버인 그에게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몰려드는 관람객에 맞 춰 시간시간마다 물 안으로 들어가
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개장 이후, 사람들이 미친 듯이 몰려들고, 그 덕택에 눈코 뜰 새 없 이 바쁘다. 하지만 예전부터 하고 싶어 한 일을 한다는 만족감이 있었 다.
나름 페이도 쏠쏠하고.
이번 타임도 마찬가지다. 물 안에 서 대기하고 있다가 안내원이 이쪽 을 가리키면 쇼를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뭐 하는 거야?’
아무리 기다려도 쇼를 시작할 기 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성필은 의아한 눈으로 밖을 바 라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이들은 선명하게 물 안을 바라볼 수 있지 만, 안에서 밖을 보는 시선은 생각 보다 맑지 못했다. 아크릴과 물, 수 경을 뚫고 보는 시선이 선명할 리가 없다.
게다가 이상한 것이, 저 아크릴 벽은 양쪽이 완벽하게 투명하지가 않다. 밖에서 안을 볼 때는 선명한 데, 안에서 밖을 볼 때는 살짝 불투 명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외부에서 무 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는 건 쉽 지 않은 일이었다. 한 사람이 앞으 로 나와 있고, 안전 요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만 겨우 파악할 수 있었다.
‘어느 미친놈이 또 사고를 치는 거야?’
서비스 업종의 비애였다.
유성필도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세상에 미친놈이 그렇게 많은지 몰 랐다. 세상은 다이내믹한 사이코들 로 가득 차 있다.
아쿠아리움에 와서 처음 보는 물
고기를 보면 신기해하는 선에서 끝 내야지, 그걸 굳이 만져 보겠다고 출입 금지선 안으로 들어가 어항 안 에 손을 넣어보는 사람이 있다.
뿐만 아니라 몰래 비닐봉투에 물 을 담아 들어와 작은 물고기를 훔쳐 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비싼 관상어 를 돈 주고 사기는 싫으니 홈쳐 가 자신의 어항에 넣으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양반이었다.
‘그 미친놈에 비하면 말이야.’
입구 쪽에는 어류가 아닌 조개류 도 전시가 되어 있다. 그쪽 전시관 은 자연친화적으로 만든다고 개방을
해뒀다. 그랬더니 어떤 미친놈이 거 기에 달려 있는 전복을 훔쳐 갔다.
전복을 키우려는 의도는 아닐 테 니, 분명 먹으려는 것이다.
마트만 가도 전복이 넘쳐나는 세상인데, 굳이 그 전복을 가져가서 먹으려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노골적으로 안내원들을 성추행하 려는 놈들도 있고, 어항에 침을 뱉 는 꼬마들도 있고, 두드리지 말라는 어항을 발로 걷어차고 말리면 욕을 내뱉는 정신이상자도 있다.
서비스업의 월급은 진상을 상대하
는 대가로 나온다는 말이 딱 들어맞 는다.
‘저 미친놈이.’
그리고 상황은 정확하게 모르겠지 만,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놈도 보 통 진상은 아닌 게 분명했다. 일반 적으로는 안전 요원들이 저렇게까지 달려들지는 않는다.
한 사람에 한 명씩.
무슨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여러 명의 안전 요원이 달려들게 되면, 다른 관람객의 눈에도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정해진 원칙이었다.
관람객이 폭력을 쓰거나 흉기를 소지하는, 그야말로 급박한 사태가 아닌 이상에는 일대일이 원칙이다. 그런데 그의 눈에 보이는 것만 벌써 세 명이 달라붙어 있었다.
‘사람도 아니겠네, 저거.’
개장 이래…… 아니, 개장이라고 해봐야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여하 튼 개장 이래 한 명에게 세 명의 안전 요원이 달라붙은 것은 처음이 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저 진상의 진상 등급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유성필은 저 불쌍한 안전 요원들
에게 애도를 표했다. 지금쯤 얼마 나…….
‘어?’
순간, 유성필의 눈이 커졌다.
안전 요원들 사이로 보이는 한 사람은 안전 요원이 아니다.
‘박 부장님?’
시설 관리부의 부장인 박부장이 다.
‘저 양반이 왜 저기에?’
진상을 상대하는 게 부장의 일은 아닐 텐데, 왜 저기에 박 부장이 있 단 말인가.
게다가 자세히 보니 박 부장이
진상을 상대하고, 다른 이들은 살짝 물러서서 관망하는 형식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이곳에서는 상황을 알 수가 없었 다. 답답한 마음에 유성필이 위아래 로 오르내렸다. 마음 같아서는 물 밖으로 나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 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러 다가 쇼가 시작될 타이밍을 놓칠까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 이다.
‘나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실 하게 들어야겠어.’
그렇게 다짐한 유성필이 허리춤에 찬 떡밥들이 잘 있는지 점검했다. 진상은 진상이고, 쇼는 완벽하게 해 내야 한다.
그리고 그때였다.
떨린다.
유성필이 고개를 획 들었다.
‘뭐지?’
방금 둔중한 충격음이 들린 것 같은데?
그리고 몸이 방금 부르르 떨렸는 데?
아니,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몸이 떨린 게
아니다. 물이 떨렸다.
‘지진이라도 났나?’
밖에서 지진이 났다면 물도 떨리 겠지.
고개를 들어보니 물고기들도 이리 저리 격하게 유영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타이거 샤크가 격렬하게 꼬리를 떠는 모습을 보니, 유성필의 뒷골도 오싹해졌다.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는 있지만, 영 저 모습이 익숙해지 지 않는다. 아마 이건 본능의 영역 일 것이다.
‘움직임이 이상한데.’
다른 이들이 본다면 평화로운 수 조 안의 모습이겠지만, 유성필의 눈 에는 이상함이 한눈에 보였다. 평소 에는 나름의 거리를 유지하던 어종 들끼리 뒤섞여 움직이고, 방향도 평 소와는 뭔가 다르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유성필은 보았다.
눈앞에 보이는 아크릴에 거대한 균열이 생긴 것을.
처음에는 잘못 봤나 싶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에는 일단 손을 들어 수경을 닦아보았다.
그럼에도 저 균열이 사라지지 않 는다.
그제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한 유성필이 격렬하게 입에 물고 있던 호수를 뿜어냈다.
“으어어어!”
입안으로 들어차는 물 때문에 말 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순간, 패 닉에 빠진 유성필이 다급하게 손을 뻗어 튕겨 나간 호수를 잡아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 의 속도로 위쪽으로 상승하기 시작 했다. 다이빙을 할 때, 급격한 상승
은 절대 금기되는 사항이었지만, 지 금 그런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었 다.
“푸핫!”
물 밖으로 올라온 유성필이 있는 힘껏 비명을 질렀다.
“수조에 금 갔어! 빨리 사람 불 러! 빨리!”
격한 그의 목소리에 모두가 사색 이 되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저, 저거…… 괜찮은가?”
날카로운 비명이 터지고 난 후의 홀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비명과 혼란, 그리고 침착.
갖가지 감정들이 이 안에 공존하 고 있었다. 동일한 것을 눈으로 보 았음에도 사람들이 표출하는 감정은 다 달랐다.
그럴 수밖에.
눈앞에 화재가 났을 때, 사람들의 대웅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눈앞 에서 큰 개가 달려들어도 대부분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아니까.
예상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들이 맞닥뜨린 상 황은 살아가며 단 한 번도 겪어보거 나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다.
거대한 수조에 금이 간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 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저 금이 퍼지면서 수조가 터질지, 아니면 저 금이 유지될지.
별일인지, 별일이 아닌지.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반응도 다 다르다. 저 수조가 곧 터질 거라 생각한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떨었고, 금이 더 퍼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 사람들
은 마른침을 삼키며 침착하려 애를 썼다.
아이들은 신기해했고, 안전 요원 들은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아, 안 돼……:
박 부장은 패닉에 빠져 있었다.
금이 갔다.
아크릴 벽에 금이 갔다.
멀쩡한 상태에서도 버틸 수 있을 까를 걱정하던 벽에 금이 갔다. 그 럼 저 금이 간 벽이 안에 들어찬 수천 톤의 물이 밀어붙이는 압력을 버텨야 한다는 뜻이다.
‘아, 안 돼.’
못 버틴다.
절대 못 버틴다. 그렇기에 박 부 장이 사장에게 폐쇄를 그렇게 윽박 질렀던 것 아닌가. 절대로 피하고 싶던 상황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었 다.
아니다.
기적적으로 버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여 터진다면?
‘다 죽어.’
수천 톤의 물이 일거에 쏟아져 나온다.
숨을 참고 어쩌고?
웃기는 소리.
물이 뿜어져 나오는 압력에 휘말 린 사람은 제대로 뭘 해보지도 못하 고 죽는다. 급류에 휘말린 사람이 왜 죽는지를 생각해 보라.
이건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대형 사고였다.
“아•…” 아아••••••
박 부장이 패닉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을 때, 그의 귀에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합니까.”
“••••••예?”
“대피시켜요.”
“아!”
강진호.
조금 전까지 그와 대치하던 강진 호가 담담하게 말을 남기고는 수조 쪽으로 걸어갔다.
수조로 향하는 강진호가 신경 쓰 였지만, 지금은 그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다.
“대, 대피! 비상경보 울려! 빨리!”
“예?”
“경보 울리라고, 이 새끼야! 화재 경보기고 뭐고 다 울려서 안에 있는 사람들 빨리 대피시켜! 빨리!”
그 말이 기폭제가 되었다.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의 머릿속에 비상사태라 는 네 글자가 박혔다. 그리고 그 비 상사태라는 네 글자는 다시 죽음이 라는 두 글자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좁은 입구에 서 서로 얽힌 사람들이 연신 고함을 지르고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저, 저기! 저기 봐!”
재앙은 이제 시작이었다.
쩌적, 쩌저적, 쩌적.
마치 단단하게 달라붙은 테이프를 떼어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수조가 점점 더 크게 금이 간다.
투둑, 투둑, 하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균열이 lm씩은 전진하는 느 낌이 었다.
이윽고…….
콰아아아아아앙!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 께 아크릴 벽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렸다.
대형 참사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