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18)
마존현세강림기-819화(817/2125)
마존현세강림기 33권 (23화)
5장 헤엄치다 (3)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죄 송합니다!”
조규민은 정신없이 사람을 밀쳐 냈다.
“아, 왜 이래요!”
“미쳤나 봐!”
사방에서 욕이 날아들었지만, 조
규민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앞으로 밀고 나갈 뿐이었다.
“진성아.”
“예, 실장님.”
“애들 안 뒤처졌지?”
“예.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래! 절대 놓치지 마!”
조규민이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았 다.
‘제길.’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데다 인파 도 나름 있다 보니 끝이 보이질 않 는다. 그의 뒤로 아이들이 제대로 따라오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
다.
그렇다고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 앞에서 길을 뚫지 않는다면 나아가는 속도가 훨씬 느 려질 테니까. 나름 험한 인상을 가 진 조규민이 길을 뚫고 있으니, 사 람들이 짜증을 내면서도 그나마 길 을 열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길을 뚫는다?
‘어림도 없지.’
어깨를 치고 들어오는 힘에 화가 울컥 솟는다. 피해주면서도 자꾸 딴 지를 걸어 댄다.
비켜줄 듯 어깨를 밀어 대는 움
직임에 조규민이 발끈했다.
‘ 진정하자.’
한소리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지금 여기서 트러블을 만들 수는 없었다. 시간이 조금이라 도 더 지체할 수 있는 요소는 철저 하게 배제해야 한다.
게다가 이들 입장에서는 화를 내 는 게 당연하다. 관람을 잘하고 있 는 와중에 등 뒤에서 누가 밀고 들 어오면 누구라도 짜증이 나지 않겠 는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급한 일 이라서. 조금만 양해해 주십시오. 죄
송합니다.”
조규민이 연신 사과를 하고 고개 를 숙이자 버티던 이들도 슬쩍슬쩍 길을 열어주었다.
‘빨리.’
마음이 다급하다.
솔직히 조규민은 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
하지만 굳이 알려 들지도 않았다. 강진호가 빠져나가라고 했으니, 그 말을 들으면 그만이다. 강진호는 사 서 일을 벌이는 타입이 아니다. 분 명 문제가 있으니 아이들을 빼내라 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짐작 가는 바는 분명히 있었다.
‘수조.’
한진성이 정말 그 소리를 들었고, 강진호가 한진성에게 동의했다면 무 슨 일이 벌어질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상황을 그려 본 조규민이 안색을 굳혔다.
‘빨리 나가야 돼.’
얼마나 큰일이 벌어질지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큰 피해가 발생할지, 아니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지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짐작할 수 없다는 게 대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 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리 빠져나갔는데 별일이 아니라면 다행인 것이고, 큰 일이 터진다면 더 다행스러운 일이 지.
다만 한 가지…
‘정말 이렇게 나가 버려도 되나?’
짜증을 부리며 길을 터주는 사람 들이 눈에 밟힌다.
이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 다.
이들을 그냥 이렇게 내버려 두고
나가도 되는 걸까? 지금이라도 상황 을 알리고 대피하라고 해야 하지 않 나?
‘빌어먹을.’
일단은 아이들이 먼저다.
조규민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일단은 아이들, 내가 아는 사람이 먼저다. 매정하다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다. 사람의 목숨은 다 같은 가 치를 가진다. 하지만 개인이 느끼는 사람의 목숨의 가치가 같을 수는 없 다.
일단은 애들부터 피신시킨다. 그 러고 나서 시간이 남는다면 다른 사
람들을 피신시키는 데 동참할 수도 있겠지.
‘어차피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 어.’
뭐라고 말해야 이 사람들이 수족 관 밖으로 나갈 것인가.
수조가 곧 터질 테니, 빨리 도망 가라?
미친놈 취급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난동을 부리기도 전에 보 안 요원들에게 제지당하고 밖으로 끌려 나갈 것이다.
그러니 조규민이 할 수 있는 일 이라고는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
가는 것밖에 없다. 굳이 이곳에 있 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가지지 않 아도 된다.
하지만…….
굳은 얼굴의 조규민이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진성아!”
“예, 실장님!”
“미혜랑 계속 연락하면서 애들 빠 지지 않는지 확인해 줘.”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예!”
조규민이 굳은 얼굴로 한진성과
시선을 맞추고는 전화를 걸었다.
“빌어먹을, 왜 안 받아!”
신호음이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 는다. 그 와중에 사람을 헤치고 뒤 를 확인하면서 조규민이 이를 갈았 다.
“빌어먹을, 필요할 때는 왜 전화 를 안 받아! 이 새끼야!”
[이 새끼?]와, 하필 거기서 연결이 되네?
[너 어디냐? 내가 생각을 해봤는 데, 아무리 바빠도 면담할 시간 정 도는 있는 것 같다. 거기 어디냐?]“몰라서 묻습니까? 아쿠아리움이
잖아요!”
[왜 화를 내, 인마! 왜!]물론 전화를 받은 사람은 이현수 였다.
“형님!”
[왜?]“지금 여기로 사람 몇이나 보내줄 수 있습니까?”
[지금이 어느 정도의 시간인데?]“10분 내!”
[정확하게 말해. 무슨 문제야?]이현수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 다. 그 반응을 보며 조규민은 이현 수에게 전화를 한 것이 옳은 선택이
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잠시만요! 잠시만 지나가겠습니 다. 잠시만요! 아, 감사합니다.”
전화를 하는 와중에도 열심히 길 을 뚫던 조규민이 다급하게 말했다.
“확실하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문 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강진호 씨 반응을 봐서는 수조가 터질 것 같아 요.”
[수조? 중앙 대형 수조 말하는 건 가?]“예! 그 수조요.”
[애들은?]“지금 제가 대피시키고 있습니
다.”
[애들이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황 인가?]“아니요. 애들은 제가 어떻게든 데리고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지금 여기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럼 지금 일반인들을 구해야 하 니까 우리 애들을 보내 달라는 거 냐?]“예! 바로 올 수 있는 사람들만 요!”
[조규민.]“예!”
[애들이 다치면 회주님 빡 돌 테 니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애들은 안 다치게 모두 밖으로 빼.]“예. 그럼 지원은 언제쯤?”
“••••••예?”
조규민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열심히 뒤따라오던 한진성이 조규민 의 등에 부딪쳤다.
“지원이 없다구요?”
[그래.]“아니, 형님. 지금 여기 상황을 모르시는 것 같은데, 여기가 지금 어떤 상황이냐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마찬 가지야. 일반인들을 구하기 위해서 우리 쪽 애들을 파견하는 일은 지금 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 야.]
“형님!”
조규민이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돌아오는 목소리는 침착하기 짝이 없었다.
[네가 이 바닥을 잘 모르니 내 말 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갈 거다. 그런데 이쪽에서 그런 일에 나서기 시작하면 경계가 무너진다. 바깥세 상에는 간섭하지 않는 게 이쪽의 원
칙이야. 네가 아니라 누가 부탁해도 그건 들어줄 수 없어.]
“아니, 빌어먹을, 그걸!”
[더 할 말 없다. 끊어.]전화가 뚝 끊겼다.
“야, 이 씨발!”
조규민은 자신도 모르게 욕을 내 뱉고 말았다.
“바깥세상은 빌어먹을! 지들은 사 람 아니냐고_!”
사람이 죽어 나가게 생겼는데, 원 칙은 무슨 얼어 죽을 원칙이란 말인 가.
조규민이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 지?’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이 사람들을 모두 무시하고 밖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 이다. 남은 사람들이 죽든 말든 그 건 차후에 생각할 문제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사지에 두고 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애들을 따로 보낼 수도 없고.’
평소라면 한진성에게 통솔을 맡겼 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평
소가 아니다. 이만큼 긴박한 상황에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은 아이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이건 한진성의 대한 신뢰 이전의 문제였다. 성인의 의무다.
“어떻게……
“실장님!”
한진성이 격하게 조규민을 불렀 다.
“어?”
“저거요! 저거!”
“웅‘?”
조규민의 시선이 한진성의 손을 쫓았다.
벽면.
한진성이 가리킨 벽에 빨간 무언 가가 보인다.
‘소화전!’
조규민이 눈을 빛냈다.
‘얼마나 남았지?’
머리가 팽팽 회전한다.
소화전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 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소화전을 누 를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비상경 보를 울렸을 때, 사람들이 격하게 반웅한다면 이 안은 아비규환이 된 다.
그 상황에서 아이들을 전부 안전
하게 밖으로 빼낼 자신이 없다. 적 어도 아이들이 빠져나간 뒤에, 그게 아니라면 아이들이 거의 밖으로 나 갔을 때, 소화전을 울려야 한다.
‘ 팸플릿!’
조규민이 입장할 때 받아서 주머 니에 쑤셔 넣어놓은 팸플릿을 서둘 러 꺼냈다.
지도를 확인한 조규민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애매해!’
거의 다 왔다. 하지만 아쿠아리움 내부가 워낙에 넓다 보니 이 정도면 괜찮다고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
니었다. 앞으로 남은 거리는 대략 7〜800m. 구불구불한 관람 통로를 그만큼이나 더 지나야 한다.
한 사람이 빠져나갈 때는 어렵지 않지만, 서른이 넘는 아이들이 빠져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득 히 멀게 느껴지는 거리였다.
‘눌러야 하나?’
아니면 일단은 이대로 가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때, 한진성 의 그의 옆구리를 잡아당겼다.
“뭐 하세요, 실장님!”
“어?”
“빨리 눌러야죠!”
조규민이 멍하게 한진성을 바라보 았다.
“그래야 사람들이 대피할 것 아니 에요!”
“……그렇지.”
뭔가 울컥한다.
한진성도 바보가 아니다. 마냥 어 리지도 않다. 지금 사람들이 입구로 몰려든다면 자신들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모를 아이가 아니었다.
그걸 다 알면서도 한진성은 빨리 경보를 울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 다. 조금 전까지 고민을 하던 자신 이 너무 약삭빠르게 느껴진다.
‘빌어먹을, 내가 지금 무슨 고민 을 하고 있던 거야?’
애들도 아는 것을 어른이 몰랐다 니. 부끄럽다.
결심을 굳힌 조규민이 단호한 눈 으로 한진성을 보며 말했다.
“진성아.”
“예!”
“좀 힘들더라도 앞으로 밀고 들어 가라.”
“예!”
“내가 뒤쪽으로 따라붙어서 애들 낙오 안 하게 할 테니까. 무슨 말인 지 알았지?”
“예! 걱정하지 마세요!”
한진성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 자, 조규민이 한진성의 어깨를 꾹 잡았다. 조금 아플 정도로 한진성의 어깨를 움켜쥔 조규민이 한진성의 등을 떠밀었다.
“그래. 가! 빨리!”
“예!”
한진성이 인파를 헤치며 앞으로 달리기 시작하자, 조규민은 뒤도 돌 아보지 않고 소화전으로 달렸다.
바로 앞까지 다가가 소화전을 살 핀 조규민이 인상을 썼다.
‘빌어먹을,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소방 교육을 받을 때 신경 써서 들어둘 것을. 내게 이런 일이 닥칠 줄 알았 나.
‘그냥 이걸 누르면 되나?’
거칠던 숨이 잦아들고 시선에 초 점이 맺히기 시작하자 투명한 아크 릴 판 위에 ‘화재 시 강하게 누르시 오’라는 글자가 보였다.
‘여기다!’
조규민이 막 버튼을 누르려는 순 간!
콰아아아아아앙!
무언가 무너지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아쿠아리움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떨렸다.
“야, 이 씨! 타이밍 빌어먹을!”
조규민은 두말없이 버튼을 강하게 눌렀다. 그와 동시에 스피커에서 사 이렌이 울리기 시작한다.
평화로운 아쿠아리움 안이 순식간 에 비명과 공포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