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2)
마존현세강림기-82화(82/2125)
마존현세강림기 4권 (7화)
2장 — 훈련하다 (1)
“별일은 없었어?”
“별일 있을게 뭐 있니. 나야 방 학인데 그냥 뒹굴대면서 사는 거지. 토익 시험 공부나 하고 있어. 너는? 너는 이제가을 시즌 시작 아니야? 안 바빠?”
“아직은 시간이 좀 나.”
“이제 조금만 지나면 얼굴도 보기 힘들단 말이네. 맞지?”
“으응.”
“ 에휴.”
한세연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진호는 군대가고, 너는 바쁘 고…… 나는 혼자서 할 짓이 없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친구들이랑 좀 친해질 걸 그랬나 봐.”
“미안하게 왜 그러냐?”
“너무 급작스럽게 여러 일이 터져 서 그런가 봐. 멘탈이 정리가 잘 안 되네.”
박유민은 건너편에 앉아 있는 한
세연을 보며 조금은 안타까운 얼굴 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불과 2주 사이에 한세연은 얼굴 이 많이 상해 있었다. 피부는 푸석 푸석하고, 항상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던 헤어는 이리저리 잔머리가 삐 져나와 있었다.
다른 것은 다 그렇다 치더라도 얼 굴에 생기가 빠져나간 것이 결정타 였다.
“술 먹었니?”
“미쳤어?”
한세연이 어이없다는 듯 박유민을 향해 주먹을 흔들었다.
“야, 날 뭘로 보고 하는 말이야?”
“얼굴이 워낙 상해서 그러지.”
“너 보러 온다고 화장 안 해서 그런 거야.”
“……화장빨이었냐?”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 한 화장으로 민낯을 감추고 살아왔 다는 말인가!
“미묘하게 그런 면이 있지.야, 화장도 원판이 어느 정도 되어야 먹 히는 거야. 못생긴 애들이 화장한다 고 이뻐질 것 같아?”
“그건 그렇다만……
그래도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풀
이 완전히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진호는 잘 들어갔어?”
“응.”
“너 따라갔었지?”
“응. 넌 왜 안 왔어?”
“진호 어머니, 아버지 다 오시는데 내가 거기가서 뭔 말을 하라 고? 여자 친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러면 되지.”
한세연이 피식 웃었다.
“사실이 아닌데 어떻게 그러냐.”
“사귀는 거 아니었어?”
“어정쩡하게 끝났어. 진호가 뭐 이렇다 저렇다 확실하게 대답을 안
하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무심한 놈
박유민은 머리를 꽉 움켜잡았다.
군대를가는 상황에서까지 확답을 주지 않으면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애가 탈 만도 했다.
“유학이나 갈까 하고 있어.”
“ 유학?”
“응. 이대로 진호 복학할 때까지 그냥 학교 다녀 버리면 진호 돌아오 고 나서 2년 만에 나는 졸업할텐데, 그러면 또 사회인과 학생이 갈 리게 되고, 여러모로 문제가 많을 것 같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
“군대에서 군화 거꾸로 신는 놈도 많다. 그리고 2년 내내 기다렸더니 갔다 오자마자 헤어졌다는 이야기도 많고 해서 나도 걱정이 많다.”
“진호는 그럴 위인도 못 돼.”
“그래?”
“바람도 부지런한 사람이나 여자 한테 관심이 있는 사람이 피우는 거야. 진호가 어디 귀찮아서 다른 여 자 만날의욕이나 있겠어?”
“그건 그렇다.”
한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못생겼다 소리는 단 한번
도 들어본 적 없는 그녀가 그만큼이 나 들이댔는데도 태연함을 유지하던 목석같은 놈이 어디서 다른 여자에게 살랑거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었다.
“근데 걔는 여자가 알아서 붙잖 아.”
“그래도 지가 귀찮아서 안 받아주니까 상관없지.”
한세연이 뚱한 눈으로 박유민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는 나보다 진호를 더 믿는 거 같다? 둘이 사귀세요?”
“말을 해도!”
“질투 나서 그럽니다. 조강지처가 여기 계셨는데, 제가 주제도 모르고 날뛰었네요.”
“끄응.”
투덜대는 말투 속에 강진호에 대 한 걱정이 묻어나고 있다는 것을 모 르지는 않지만, 그렇다 해도 한세연의 태도가 조금 이상한 것은 사실이 었다.
“왜 그리 화가 났어?”
“그냥 혼자 있으니 새삼 그런 생각이 들어서.”
“무슨 생각?”
한세연은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 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턱을 괴 고는 박유민을 빤히 바라보았다.
“유민아.”
“응‘?”
“진호한테 나는 무슨의미일까?”
“갑자기 왜 그래?”
“갑자기가 아니라……
한세연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표정이 더없이 어두운 것을 본 박 유민은 아무런 위로조차 하지 못한 채 그녀가 할 말을 말없이 기다렸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진호
는 나한테 딱히 뭔가를 약속한 적도 없고, 바란 적도 없거든. 근데 나 혼자 애가 타서 진호 좋다고 달려들 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고 진호가 싫다며 밀어내는 건 아니잖아.”
“으음, 오해하는구나.”
“응?”
한세연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지금 진호가 나를 좋아해 주거나 표현을 해주지 않아서 섭섭 하다는게 아냐. 되레 반대지.”
박유민은 한세연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통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
개를 갸웃했다.
“그게 뭔 소리야?”
“진호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
“응‘?”
“네가 그랬잖아, 진호가 나를 밀 어낸 적은 없다고.”
“그랬지.”
“근데 진호 성격에 내가 아니라 다른 여자애가 좋다고 달려든다고 해서 그걸 밀어내겠어?”
“어……”
박유민은 순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렇지?”
“그렇네.”
“얼마 전까지는 그 무심한 놈이 사람한테 참 관심이 없구나, 내가 이만큼이나 좋아하는데 참 몰라주는 구나 했는데, 진호가 2주 동안 없으니까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게 되더 라고. 그리고 어느 순간 그런 생각 이 들더라. ‘아, 어쩌면 진호는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 다’라는 생각.”
박유민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런 이야기는 쥐약이었다.
연애를 하는 것들이 연애 경험도
없는 그에게 자꾸 이런 걸 상담해 오면 어쩌란 말인가.
“……진호가 널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좋아는 하겠지, 친구로서.”
한세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지금 진호가 나를 대하는 것은 친한 친구로서의 감정이지, 그 이상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야. 그런데 내가 걔를 잡고 있어도 될까?”
박유민이 뚱한 눈으로 한세연을 바라보았다.
“뭘 말하고 싶은 건데?”
“딱히 말하고 싶은게 아냐. 그냥
털어놓고 싶은 거지. 지금 같은 관 계가 유지된다면 진호도 결국 나를 거부하지는 않을 거야. 걔는 그런 애니까. 그런데 어느 날 진호에게 정말 좋아하는 여자가 나타난다 면…… 나도, 진호도 불행해지겠지.”
“나는 지금니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핑계를 찾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핑계?”
한세연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유민아.”
“응, 듣고 있어.”
“내가 아무리 막나가는 여자라고
해도 좋아하던 남자가 군대에 갔는데 2주 만에 딴마음을 품지는 않 아.”
“미안하다. 내가 과했다.”
“나도 이런 말 하는게 굉장히 자 존심 상하거든. 내가 그만큼이나 티를 내며 좋다고 했는데, 결국 걔는 나한테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거니까. 그런데 그게 사실인 걸 뭘 어쩌겠 어.”
“진호가 그쪽으로는 워낙 숙맥이 라 그런거잖아.”
“진짜 그렇게 생각해?”
박유민은 얼굴을 문질렀다.
‘긁어 부스럼이라더니.’
지금까지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가만히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박유민 역시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둔한 놈, 무심한 놈’ 하고 욕을 해왔지만. 실제로 강진호가 그렇게 둔하지도. 무심하지도 않다는 것을 박유민이가장 잘 알고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보육원 이 전과 동생들의 생활을 꾸준히 지원
해 주고, 박유민이 자리를 비웠을 때는 귀신같이 알고 찾아가 잡일을 처리해 줄 만큼 세심한 면이 있는 강진호였다.
박유민의 표정만 보고도 무슨 일 이 있을거라 짐작하고 나서서 해결을 해주던 사람도 강진호였다.
박유민을 대하고 다른 이들을 대 하는 강진호와 한세연을 대하는 강진호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면, 둘은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났다.
‘그러고 보니 진호가 세연이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있었나?’
강진호가 박유민을 먼저 찾은 적
은 여러 번 있지만, 한세연을 찾은 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런 강진호를 다그치고은근슬쩍 한세연에게 떠민 것이 박유민이었다.
박유민의 표정도 덩달아 심각해지 자 한세연이 그것 보라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니가 생각해도 그렇지?”
“아, 아냐.”
“아니긴 뭘 아냐.”
한세연은 뚱한 얼굴로 박유민의 당황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러니 내 속이 정상이겠냐.”
“……그래서 어쩌려고?”
“뭘 어쩌겠어, 이대로 조금 있어 봐야지.”
한세연은 자기도 답답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지금이야 이렇게 답답한 듯 이 이야기하지만, 진호 얼굴을 또 보거나 진호가 조금이라도 좋다는 티를 내주면 헬렐레해서 다시 달라 붙을게 빤한 걸 나도 아니까 뭔 말을 못하겠다.”
박유민은 뭐라 한세연을 위로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자존감이 너무 떨어져 있는 모양이야. 진호랑 어울리는 여 자가 되려면 내가 좀 더 잘나져야 한다는 것도 아는데, 무작정 진호가 봐주기만 기다리고 있었으니 잘될 리가 없지. 그러니 나도 나름 노력을 해보려고.”
“노력이라……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없는 거 고, 끝까지 안 되는 걸 붙잡고 있으 면 나도, 진호도 볼행해질 거야. 나 그렇게 멍청한 여자는 아니잖아. 안 그래?”
“으음……”
진지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한세연을 보며 박유민은 테이블에 놓인 아 메리카노를 들어 홀짝였다.
“그놈 하나 때문에 여러 사람 고 생하네.”
“……그러게.”
박유민은 애꿋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세연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가자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이 괴로웠다.
‘잘하고 있으려나?’
새삼 강진호가 걱정이 되었다.
“너는 여자친구 안 사귀어?”
“나?”
“응. 넌 그런데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아서.”
한유민의 얼굴이 급격하게 일그러 졌다.
“연애는 나 혼자 하냐?”
“……미안하다. 내가 괜한 말을 했구나.”
“그런 말은 소개라도 좀 시켜주고 하든가!”
“……나도 친구 없잖아.”
“끄응.”
예전에는 주변에 구름 같은 여자 추종자들을 몰고 다니던 한세연이었
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너랑 진호랑 같이 있을 때는 겨우 셋이 놀고 다녀도 심심하거나 외 롭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진호 군대 간 지 2주 만에 삶에 회의가 든다.”
“그만큼 우리가 진호한테의지하 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그렇겠지?”
겨우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강진호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어쨌든 잘 지내고 있어야지. 세
달만 있으면 휴가 나올텐데, 그때 다 죽어가는 모습 보이고 있으면 진 호가 기분이 안 좋을 거 아냐.”
“그래, 그래야지.”
대답을 하는 한세연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박유민은 그런 한세연을 보며 불 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어쩌면 이것이 뒤틀림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져 왔다.
‘얼른 나와라, 진호야.’
강진호가 없는 세상은 아직 박유 민에게는 벅차기만 했다.
적어도 박유민에게는 강진호가 세 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의지처였 던 것이다.
‘사고는 안 쳤겠지?’
열심히 군생활을 하고 있을 강진호를 생각하자 새삼 알 수 없는 불 안감이 밀려왔다. 박유민은 제발 강진호가 군생활을 연장하지 않고 제 때에 전역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