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24)
마존현세강림기-825화(823/2125)
마존현세강림기 34권 (4화)
1장 각성하다 ⑷
쿠우우웅!
귀로 들려오는 소음이 뇌를 흔든 다. 아니, 영혼이 흔들리는 것 같았 다.
가슴까지 차오른 물이 들썩이며 얼굴을 때린다.
조규민은 현실감이 멀어지는 느낌
을 받았다. 그가 처한 상황은 생생 하기 짝이 없다.
어둡고 답답한 실내에서 가슴까지 물이 차 있고, 그 물은 쉴 새 없이 들썩인다. 주변을 채운 사람들은 어 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아 등거리고 있고, 그 와중에 신이 땅 을 향해 망치를 휘두르는 듯한 굉음 과 진동이 들려온다.
중간중간 불이 들어왔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조명까지 조규민을 뒤흔들 고 있었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곳이겠지.’
무섭다. 두렵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조규민은 자신이 안아든 아이의 손이 어깨를 움켜잡는 감각에 전율 했다.
‘내 생각을 할 때가 아냐.’
그가 이리 무서운데, 아이들은 얼 마나 무섭겠는가? 그 생각을 하자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그리 남을 생각하며 살아온 인생 은 아니었다.
굳이 선인과 악인을 절반으로 나 누라 한다면 조규민은 양심상 선인 쪽에는 설 수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은 아이
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결국 사람이란 어디에 서는가에 따라 생 각하는 것도 달라지는 것이다.
누구라도 조규민과 같은 상황이라 면 아이들의 안위를 먼저 챙길 수밖 에 없을 것이다.
‘살려야 돼.’
조규민은 어둠 속에 가려진 아이 들의 얼굴을 몇 번이고 눈에 박아 넣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혹시나 방해가 될까 싶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그 얼굴을 말이다.
조규민이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 법을 찾아야 한다. 답이 없다고 포 기하는 건 시험에서나 가능한 일이 다. 이건 시험이 아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 한다.
그때 였다.
쿠우우우웅!
다시 한 번 커다란 진동이 건물 을 덮친다.
그와 동시에 차오른 물이 들썩이 며 사람들의 얼굴을 뒤덮기 시작했 다.
“우읍!”
얼굴로 물이 차오르는 공포는 이
제껏 느끼던 공포와는 차원이 달랐 다.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 기는 했지만, 그건 그저 느낌일 뿐 이었다. 실질적으로 물이 얼굴로 차 오르기 시작하자 몸이 먼저 반응한 다.
자신도 모르게 주변으로 손을 뻗 어 뭔가를 움켜쥐려 한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거라고는 사람뿐이지 않은가? 사람과 사람이 얽혀들며 마 지막으로 유지되고 있던 최소한의 질서마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비난할 수도, 탓할 수도 없는 문
제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얼굴로 물이 차오르는 사 람이 뭘 생각할 수 있겠는가? 일단 은 살아야 하니, 걸리는 것은 무작 정 잡아당길 수밖에 없다.
“시, 실장님! 푸웃! 실장님!”
조규민의 눈이 돌아갔다.
잡아당기는 힘에 이기지 못하고 아이가 끌려가고 있었다. 조규민은 억지로 몸을 움직여 아이의 팔을 잡 고 끌어당겼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으아아아앗!”
조규민이 악을 썼다.
어디선가 손이 뻗어와 그의 머리 채를 움켜잡는다. 가슴을 긁는 손과, 아래에서 허리를 움켜잡는 손 때문 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진정하라고! 진정! 빌어먹을. 일 단 진정해야 할 것 아냐!”
일시적으로 차오른 것뿐이다. 흔 들리며 파도가 쳐서 얼굴을 덮친 것 뿐, 수면이 상승하지는 않았다.
‘뭐가 이렇게 물이 차. 빌어먹을.’ 아마도 이곳의 지대가 낮은 모양
이었다. 설계할 당시부터 이런 상황 을 고려했다면 입구로 물이 모두 빠 져나갔을 텐데, 홀러들어오는 물이 빠져나가지를 않고 있었다.
‘빌어먹을, 앞쪽은 왜 안 나가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좀 빠져나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러다가는 정말 익사할 판이다. 조규민의 시선이 안쪽을 훑었다.
어두운 시야로도 물이 홀러들어오는 모습이 확실하게 보였다. 가슴팍까 지 찼던 물이 이제는 턱 끝까지 차
오르고 있었다.
‘ 애들은‘?’
아이들은 어찌어찌 자기들끼리 뭉 치며 버티고 있었다. 몸이 작은 아 이들은 키 큰 아이들의 어깨에 의지 하며 몸을 띄운다.
‘안 돼.’
미봉책일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조규민의 눈에 불이 들어왔다.
‘ 천장!’
그 순간, 조규민이 격하게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보이는 것은 천장.
‘매달린다!’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익사하지 않고 버틴다면 구조대가 올 것이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만 버틸 수 있다면 살아나갈 수 있다. 그전에 익사만 하지 않으면 된다.
“진성아!”
“예!”
“애들 위로 올려!”
“예‘?”
“천장 보이냐?”
한진성이 흙탕물에 젖은 얼굴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자재들이 떨어
져 나간 천장이 보인다.
“예!”
“울퉁불퉁한 곳 잡고 버티면 된 다. 자재가 떨어져 나간 부분들!”
“저, 저게 버틸까요?”
“못 버티지!”
조규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은 못 버티는데, 물이 차면 버틸 수 있어! 키 작은 애들 위로 올려서 천장에 매달리라고 해!”
“예!”
한진성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조규민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아이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 하자 조규민이 이를 악물고 위를 바 라보았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한번 무너져 흉한 몰골을 드러내 고 있는 자재들이다. 계속 버텨준다 는 보장이 없다. 미봉책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미봉책이라도 써야 한다. 키가 작은 아이들을 다 른 아이들이 밀어 올려주기 시작했 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울컥한다.
자기만 살겠다고 발악을 해도 이 상하지 않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 이다. 사람이 아무리 타인을 생각한 다고 해도 결국은 자기가 먼저일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생명이 걸린 일이라면 더 더욱.
내가 죽거나 남이 죽거나라는 딜 레마에 빠진다면 누가 자신의 죽음 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턱까지 물이 차 있음에도 자기만 살겠다고 기어 올라가지 않는다. 입 으로 들어오는 물을 뱉어내면서도
어떻게든 친구들을 살리겠다고 남을 돕고 있다.
‘제길.’
살아야 한다.
하나도 남김없이 살아야 한다.
그 순간이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웅 !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 란 진동이 울렸다. 정말 지진이라도 난 것 같다. 물이 격하게 흔들리며 그나마 버티고 있던 사람들이 거대 한 쉐이커 안에 들어간 것처럼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천장을 잡으러 올라가던 아이들도
균형을 잡지 못하고 다시 물 안으로 곤두박질쳤다.
첨벙대는 물소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음들이 귀를 찢어버릴 것 같 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망이 아닌 분노로 조규민이 고 함을 질러댔다.
왜!
왜 이런 일이 터지는가!
왜 하필 여기에!
재난이 사람을 가리는 게 아니라 지만, 이 아이들에게 재난까지 감당 하라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닌
가!
하지만 깊게 생각할 틈도 없었다.
흔들림을 이기지 못한 천장의 자 재들이 다시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다. 조규민은 업고 있던 아이를 아 이들에게 밀어주고는 아이들의 위로 뛰어들었다.
자재를 맞아도 그가 맞아야 한다. 애들이 머리를 다쳐 의식이라도 잃 는다면 여기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끄으윽!”
등으로 그리고 머리로 둔탁한 것 들이 쏟아져 내린다. 그 고통의 와
중에도 조규민은 의식을 잃지 않았 다. 기절하면 죽는다. 그 위기감이 그의 의식을 단단히 붙들어 맸다.
그 혼자의 목숨이 아니다. 그가 죽는다면 아이들의 생사도 장담할 수 없다.
그 와증에…….
‘저거?’
조규민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밀려온다.
물이 밀리고 또 밀려온다.
복도를 가득 채우듯 물이 파도를 만들어 내며 밀려오고 있었다.
‘죽는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하지 않으려 했던 생각이 순식간에 조규민의 머 리를 가득 채웠다.
저건 못 막는다.
저건…….
저 물이 일거에 밀려오면 이곳을 순식간에 가득 채워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죽음이 머리를 가득 채우는 순간, 조규민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었 다. 내민 손을 누군가 맞잡는다.
질끈 깨문 입술이 터져 나간다.
후회와 절망, 형언할 수 없는 온
갖 감정이 그를 휩쓴다.
“으아아아아아아! 이현수 이 개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폭음.
귀를 찢어버릴 것같은 폭음이 울려 퍼지더니 순간, 세상이 뒤집혔 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 챌 틈도 없이 몸이 뒤집히고 엎어지 고 다시 뒤집히기를 반복한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어‘?’
그런 조규민의 정신을 되돌려 준
것은 단 하나였다.
이곳에서는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 빛?”
입으로 물이 꾸역꾸역 밀려오는 상황에서도 조규민은 소리 높여 외 쳤다.
“빛!”
빛이다!
그제야 조규민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건물 외벽에 뚫린 거대한 구멍으 로 물이 과격하게 빠져나가고 있었 다.
사람들이 쓸려 나간다.
외벽 바깥에 선 몇몇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안아들고 다치 지 않도록 옆으로 빼낸다.
‘살았다!’
하나는 확실했다.
살았다.
내부를 채우고 있던 물이 일거에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자, 눈물이 왈 칵 쏟아져 나온다.
“이……
그제야 울음이 사방에서 터진다.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낀 순간, 모두가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 애들은?’
아이들을 봐야 한다.
혹시 이 와중에 누가 쓸려 나갔 을 수도 있으니까.
“진성아! 진성아!”
“……예!”
한진성의 목소리에도 울음이 섞여 있었다.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 었다.
“애들……. 애들 수 다 맞는지부 터 확인해 보자. 진성아, 힘들겠지만 아직 마음 놓을 때가 아냐.”
“예. 지금 확인하고 있어요, 지
금.”
조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진성이 목청 을 높였다.
“다들 괜찮아요! 다 무사합니다! 실장님! 다……
울음을 터뜨리는 한진성의 목소리 를 들으며 조규민이 고개를 끄덕였 다.
물이 무릎까지 내려간다. 조규민 은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았 다. 전신에 멀쩡한 곳이 하나도 없 다.
안심이라는 감정이 들자, 육체에
힘이 급격하게 빠져나가기 시작했 다. 조규민은 멍하니 건물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바라보았다.
빛. 그래, 빛이다.
저 빛이라는 게 사람을 얼마나 안심하게 하는가.
할 수 있다면 이곳에서 저 빛을 영원히 바라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
그때, 빛 사이로 한 사람의 그림 자가 보인다. 쏟아지는 햇살을 후광 처럼 받으며 한 사람이 천천히 안으 로 걸어 들어왔다.
철벅.
철벅.
빠져나가는 물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온다. 사내의 그림자가 점점 커 졌다. 이윽고 자신의 앞에 선 사내 를 바라보며 조규민이 헤 하고 입을 벌렸다.
“……아주 잘 들리더군.”
“개새끼이?”
“일어나, 새끼야. 내가 오늘 개가 뭔지 보여줄 테니까.”
악귀 같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이현수를 보며 조규민은 새삼
깨달았다.
그의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