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26)
마존현세강림기-827화(825/2125)
마존현세강림기 34권 (6화)
2장 정리하다 ⑴
“보고드립니다.”
이현수는 바로 앞으로 다가온 이 명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
“안쪽을 뒤져봤지만, 남은 부상자 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확실하게 뒤졌어?”
“예.”
“그렇단 말이지.”
이현수가 턱을 쓰다듬었다.
최대한 개입을 하지 않을 생각이 었지만, 죽어가는 사람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오번데, 이거.’
최소한의 인원으로 눈에 띄지 않 게 움직였다. 이곳으로 오면서 이미 관할서와 조사 기관에 대한 대처도 끝내놓았다. 윗선에서 대충 입막음 을 할 테니,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 도 될 것이다.
외부적으로는 차를 타고 지나가던
인부들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 고는 벽을 부숴 사람을 빼냈다고 발 표될 것이다. 안에서 목격한 이들이 본 것도 그리 다르지 않으니까.
이만한 두께의 벽을 해머로 부술 수 있느냐하는 문제가 남지만…….
‘부실 공사로 둘러 대면 되겠지.’
업주가 덤터기를 쓰겠지만 뭐 어 떤가? 실제로 부실공사가 이뤄졌던 게 사실인데.
아차 했으면 대형 참사다.
이현수가 위긴스를 붙들고 애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그전에 강진호가 수조를 막아주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다들 죽었을 게 뻔했다.
그만한 죄 하나가 더해진다고 티 도 나지 않는다.
‘억울할 것도 없지.’
되레 감사해야 할 것이다.
“알겠다. 혹시 모르니까 한 번만 더 둘러봐.”
“구조대가 도착해서 진입이 어렵 습니다.”
“숨어들어.”
이명환이 뚱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서 반항기를 읽은 이현수 가 인상을 썼다.
“뭐?”
“……최선을 다해 조사해 보겠습 니다.”
“좋은 자세다. 썩 꺼져라.”
이명환이 궁시렁대며 멀어지자 이 현수가 고개를 저었다.
‘요즘 여하튼 이놈이고, 저놈이고 반항이 늘었다니까.’
머리가 굵어져서 그런가.
예전에는 말 한마디 하면 토를 다는 놈이 없었는데, 이제는 다들
한 번씩은 찔러보고 움직이는 느낌 이다.
‘한 번 잡아야겠어.’
그래, 잡아야 한다.
확실하게.
특히 이놈은 말이다.
이현수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 다. 그곳에는 무릎을 꿇고 있는 조 규민이 있었다.
온 얼굴에 억울함과 불만을 가득 채운 조규민이 띠꺼운 눈으로 이현 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눈깔 뽑아버린다.”
시선이 슬그머니 내려간다.
“아주 기분 내셨지, 아주.”
이현수가 건들거리며 조규민에게 다가갔다.
“뭐? 개애새끼이이? 개새끼이이 이? 다시 한 번 말씀해 보시죠, 조 규민 씨. 이 개새끼가 잘 들어드리 겠습니다.”
“아니, 그게……
조규민의 입이 툭 나왔다.
“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잖 아요.”
“세상에 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 도 있나? 그리고 너 내가 손 들고
있으랬는데, 손은 왜 안 드냐?”
“에이, 형님.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저도 체면이 있지.”
남들이 다 보는 곳에서 당당하게 무릎은 꿇고 있는 조규민이었다.
“그리 체면 챙기는 놈이 사람 그 렇게 많은 데서 욕이란 욕은 다 하 고 있냐?”
“……워낙 급박해서.”
“이 새끼가?”
이현수가 눈을 희번덕거리자 조규 민이 무릎걸음으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아, 안 올 줄 알았죠.”
“안 와도 그렇지, 이 새끼야! 내 가 뭘 잘못했다고 나한테 욕을 치 냐!”
“……욕할 사람이 없으니까.”
“이거 큰일 날 놈이네, 이거!” 조규민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귀신 같은 인간이 그 와중에 그 건 어떻게 듣고.’
온갖 소음이 다 터지는 상황에서 그를 욕하는 말만 쏙쏙 골라서 들었 다는 걸 신기하게 여겨야 할지, 섬 뜩하게 여겨야 할지. 그것도 벽 뒤 에서 말이다.
할 말은 많았지만, 할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현수가 제때 도착해 주었기에 그가 그리고 아이들이 살 아날 수 있었다. 이현수가 5분만 늦 었다면 지금쯤 조규민은 싸늘한 시 체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고맙다.
무척이나 고맙다. 그런데……. 이현수가 고개를 획 돌렸다.
“뭐하냐, 새끼들아! 애들 빨리 안 챙기냐?”
이현수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사 람들의 발이 바빠졌다. 이현수가 이 끌고 온 총회 회원들은 아이들을 담 요로 감싸고, 핫 팩을 주고, 따뜻한
물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회주님이 아끼는 애들이다. 애들 중 감기 걸리는 애만 나와 봐. 너희 모가지 다 따버릴 테니까.”
굉장히 다정한 이야기를 매우 무 섭게 하고 있는 이현수였다.
“불 피우라고! 불! 옷 말려야 할 것 아냐? 아니면 간의 탈의실이라도 가지고 올래?”
“지금 당장 피우겠습니다.”
서울 시내 한 복판에 불 피우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 여기 건 물이 정상이 아닌데, 거기에 불을 피우면 안 됩니다.
할 말은 너무 많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었다.
‘알아서 하겠지, 뭐.’
애초에 법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 들 아닌가.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아니었다.
‘나도 좀 저리 챙기지!’
강진호가 애들만 아끼나? 조규민 도 아낀다.
그런데 왜 조규민만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푸헤에에엣취!”
크게 재채기를 한 조규민이 코를
쓱 닦으며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이 현수의 시선도 이쪽으로 돌았다.
“그리 재촉 안 해도 느긋하게 패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패요? 팬다구요? 제가 맞을 짓 까지는 안 한 것 같은데.”
“쯧.”
이현수가 눈을 찌푸렸다.
“썩을 놈 같으니.”
성질 같아서는 들어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조규민이 큰 공을 세운 것도 사실이다.
조규민이 제때 전화를 하지 않았 더라면 지금쯤 여기는 사망자가 넘
쳐 났을 것이다.
물론 이현수는 그런 걸 신경 쓰 는 사람은 아니다. 관계없는 사람이 얼마나 죽어나가든 그게 이현수와 무슨 상관인가.
그가 실수를 하거나 죄를 지어서 사람이 죽는 게 아니다. 타인과 타 인이 얽혀서 죽는 것에 신경을 쓸 만큼 이현수는 다정한 사람이 아니 었다.
그럼에도 득달같이 이곳으로 달려 온 이유는 하나다.
강진호.
만약 이곳에서 조규민과 아이들이
죽었다면, 강진호가 어떻게 나왔을 까?
‘상상도 하기 싫다.’
모르긴 몰라도 총회가 뒤집어졌을 확률이 높았다. 주변인들을 제 살처 럼 아끼는 양반이다. 그런데 하나둘 도 아니고, 단체로 목숨을 잃는다?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짐작 도 할 수 없었다.
조규민 덕분에 그런 사태를 막아 내었으니, 조규민 역시 이현수에게 는 나름 은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얄미울까?
‘턱주가리 한 번만 날렸으면 소원
이 없겠네.’
평소에도 깝죽대더니 이번에는 깝 죽이 도를 넘었다. 그렇다고 방금 저 난리에서 빠져나온 놈을 두드려 팰 수도 없고.
“후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이현수가 뚱하게 말했다.
“너도 저거 타고 병원 가서 진료 받아봐.”
“병 주고 약 줍니까?”
투둑.
이현수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사람이 걱정을 해주면 있는 그대
로 좀 받으면 안 되나? 꼭 이렇게 대거리질을 해야 속이 풀리나?
“확실히 그 말을 들으니 알 것 같 다.”
“ 뭘요?”
“내가 병을 덜 준 것 같은데, 이 왕 이렇게 된 거 병을 제대로 주고 시작하자.”
“••••••네?”
“이리와, 새끼야.”
이현수가 조규민에게 달려들어 그 의 코를 비틀고 잡아당기기 시작했 다.
“아아! 다리! 다리! 아, 다리 삐었
다고! 다리!”
“확 그냥!”
“저, 저기! 형, 저기, 저기!”
“안 속아, 인마
“저기 강진호 씨 나오신다니까!”
이현수가 조규민의 코를 놓고 자 리에서 일어났다.
앞쪽 입구로 강진호와 위긴스가 나오고 있었다. 구조대들이 그들에 게 다가가 무언가를 물어보고 있었 다. 다친 곳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강진호가 손사래를 치며 몇 마디 를 하고 나자 구조대원들이 그들을
힐끔거리다가 이내 관심을 접고 멀 어 졌다.
두리번거리던 강진호가 이현수를 보고 다가왔다.
이현수가 강진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으 «
강진호가 말없이 이현수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현수 역시 씨익 웃는 것으로 강진호의 치사에 답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그리고 스승……. 스승님?”
이현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위긴스의 눈이 퉁퉁 부어 있다.
그 얼굴을 본 이현수가 걱정스레 물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꼭 어디 한 대 맞은 것 같은데. 안 에 적이 있었을 리는 없고, 상황이 많이 급박했던 모양이지요?”
“사부님?”
위긴스가 조용히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댔다.
손동작은 조용하라는 의미였지만,
그 표정과 분위기는 명백히 ‘닥쳐 라’를 외치고 있었다. 대충 돌아간 상황을 짐작한 이현수가 말없이 고 개를 끄덕였다.
‘맞았구만.’
언제 한번 그럴 일이 있을 거라 고 생각했다.
겉으로 보면 나이든 사람을 어린 놈이 두들겨 팬 패륜이지만, 강진호 는 실제 나이가 위긴스보다 훨씬 많 지 않은가?
‘그러게 적당히 하시지.’
슬쩍슬쩍 긁어 대는 꼴이, 언제 한번은 사달이 날 줄 알았다. 그게
하필 오늘이었던 것일 뿐.
“춥!”
이현수는 입을 틀어막았다.
웃음이 터지는 순간, 위긴스가 그 를 뒤로 접으려 들 것이다. 아직 앞 길이 창창한데,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날카로운 위긴스의 눈빛을 외면하 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강진호가 물어왔다.
“어떻게 알고 왔지?”
“저놈이 전화를 하더군요.”
이현수가 턱짓으로 조규민을 가리 켰다.
그러자 강진호도 조규민을 바라보 았다. 무릎을 꿇고 있는 조규민을 본 강진호가 흠칫했다.
“왜 저러고 있어?”
“하도 건방져서……
이현수의 대답을 들은 강진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표정을 본 이 현수가 살짝 고개를 숙였고, 조규민 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강진호 를 보았다.
“강진호 씨!”
강진호가 슬쩍 이현수를 돌아보고 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면이 좀 있기는 해.”
살짝 정적이 감돌았다. 강진호는 그 정적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아이들은?”
“저쪽에 있습니다. 모두 무사합니 다. 혹시 체온이 떨어졌을까 싶어 옷을 말리고 담요를 덮어주었습니 다.”
이현수가 가리킨 곳을 본 강진호 가 미소를 지었다.
어디선가 가져온 드럼통 안에 목 재를 채우고 불을 피워두었다. 그
주변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 다.
“병원 진료는 받아야겠지만, 별문 제는 없을 겁니다.”
“수고했어.”
강진호가 휘파람을 불며 아이들 쪽으로 향하자 조규민이 강진호의 등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어?”
그렇게 가면 안 되는데?
어? 이게 아닌데?
뭔가 외치려는 순간, 시커먼 그림 자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현수가 씨익 웃으며 검지를 들
어 입술에 가져다 댔다.
“조용해야지, 규민아.”
그 악마 같은 얼굴을 보는 순간, 더는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강진 호는 멀고 이현수는 가깝다.
“많이 아프지? 여기저기 다친 데 가 많으니까.”
“……예.”
“너 요즘 참 피곤해 보이던데.” 이현수가 양 어깨를 풀며 조규민 에게 다가왔다.
“형이 편히 쉬게 만들어줄게. 누 가 봐도 쉬어도 될 정도로 말이야.”
의형의 우정을 온몸으로 듬뿍 느 끼게 된 조규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