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828)
마존현세강림기-829화(827/2125)
마존현세강림기 34권 (8화)
2장 정리하다 (3)
[현장에서는 참상이 이어지고 있 습니다.]와그작, 와그작.
소파에 누워 과자를 흡입하고 있 는 강은영의 눈•이 커졌다.
“엄마! 엄마!”
주방에서 나오던 백현정이 두 눈 에 쌍심지를 켰다.
“그만 좀 먹어, 이년아! 그러다가 스캔들 터지겠다!”
“스캔들? 웬 스캔들?”
“ 임신했다고!”
강은영이 슬쩍 고개를 내려 자신 의 배를 바라보았다. 아랫배가 볼록 한 것이, 뭔가 납득이 간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남 자 친구도 없는데 무슨 놈의 스캔들 이야?”
강은영의 표정이 급우울해졌다.
연예인이라고 연애를 못하는 건 아니다. 감시의 눈이 많기는 하지만 전쟁터에서도 꽃은 피는 법. 소속사 의 살벌한 감시와 기자들의 스토킹 속에서도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고 숨어숨어 연애를 하는 애들이 얼마 나 많은가.
하지만 강은영에게는 그것마저 허 락되지 않았다.
다른 소속사들은 연예인을 감시하 기는 하지만, 정말 목숨 걸고 감시 하지는 않는다. 아니, 못한다. 연습 생이나 아직 신인이라면 그게 가능 하겠지만, 어느 정도 급이 올라온
연예인의 사생활은 구속이 힘들다.
계약은 기간이 한정되어 있고, 감 시에 열 받은 연예인이 계약이 끝나 는 순간에 이적해 버리는 경우가 빈 번하기 때문이다.
기껏 목돈을 들여 키워놓고 이제 돈 좀 회수해 보겠다 싶을 때 연예 인이 이적을 해버리면, 원 소속사는 말 그대로 새 된다. 그러니 울며 겨 자 먹기로 타협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정도는 풀어줄 테니, 너도 나 중에 꼭 우리랑 계약해 줘.
이게 어느 정도 급이 있는 연예 인을 대하는 소속사의 태도다.
하지만 강은영은 그런 부류에 속 하지 않았다.
급?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친다. 현 가요계에서 여자 솔로 가수 중 강은 영의 인지도와 인기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집에서는 무시받고 잔 소리 듣는 한심한 딸내미지만, 회사 에서는 나름 카리스마가 있다.
거기에 연기자로서도 잘 풀려가고 있으니 급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 다.
그럼 왜 속하지 않느냐고?
강은영은 소속사가 발굴한 연예인
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강은영 은 재경 소속이고, 관리만 지금의 소속사가 대신 해주는 것에 가깝다.
꽤나 특이한 케이스다. 원래 이런 경우라면 오히려 현 소속사의 감시 가 느슨해져야 하지만……•
‘오라비, 진짜.’
재경에 지시를 내리는 것은 강진 호였고, 강진호는 강은영이 일을 하 는 와중에 남자를 만나는 걸 별로 원하지 않았다. 일을 할 때는 일을 하고, 연예를 할 때는 연예를 하라 는 게 강진호의 지론이다.
덕분에 소속사는 재계약 걱정 없
이 강은영의 사생활을 관리할 수 있 다. 지금도 혹여 집 밖으로 나가서 스캔들을 터뜨리지 않을까 매니저를 집 앞에 배치해 놨을 것이다.
뭐, 좋다. 다 좋다. 무척이나 좋은 데…….
문제는 그게 다 쓸모없는 짓이라 는 점이다.
“ 엄마.”
“왜.”
“오빠는 내가 히키코모리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아.”
백현정이 이게 뭔 소리인가 하는
눈으로 강은영을 바라보았다.
“은둔형 외톨인가 뭔가 하는 그거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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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니가 왜 히키코모리야! 니가!”
“엄마, 현실을 인정해야 돼.”
강은영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 다.
“생각해 봐, 엄마. 내가 스케줄 없을 때, 다른 데 가서 노는 거 본 적 있어?”
“ 어‘?”
백현정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놈의 기집애가 밖 에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스 케줄 때문에 워낙 바쁘게 돌아다녀 서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강은영 이 집 밖에 나갈 때는 일이 있을 때뿐이다.
“치, 친구라도 좀 만나고……
“나 친구 없어.”
“……왜 없어?”
“엄마도 참.”
강은영이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 다.
“내가 중학교 때부터 연습생 한다 고 학교 빼먹고 사무실 나갔는데 무
슨 친구가 있어.”
“……그러네.”
친구라는 건 마음이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 누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 냈는가도 중요하다.
제대로 학교 생활을 하지 않은 강은영에게 아직까지 연락을 하는 친구가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같은 연습생 애들은? 너 같은 팀 하려던 애들 말고도 친구들 있었 잖아.”
“에이, 엄마. 소속사 폭파될 때, 연락 다 끊겼잖아. 언제 적 이야기
를 해.”
백현정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게 뭔 소린가.
내 딸이 아싸라니!
밖에 나가서 노래 부르고, 춤추 고…… 누가 봐도 인싼데!
강은영이 볼록해진 배를 주물럭대 며 피식피식 웃었다.
“감시는 왜 하는 건지 모르겠어. 감시가 싫은 게 아니라, 저건 노동 력 낭비잖아. 편의점 가는 것 말고 는 집에서 나갈 일도 없는데 왜 저 리 고생을 하는지 몰라.”
“아니, 생각해 보면 이제 저 사람 들도 내가 밖에 안 나가는 거 알았 으니 피서 오는 기분 아닐까? 회사 에 있는 것보다는 대충 차 대놓고 그 안에서 낮잠 자면서 월급 받아가 는 게 낫지. 크으, 내가 이렇게 주 변에 유용한 인간이야, 엄마.”
“자랑이다, 이년아!”
백현정의 머릿속에서 현실 파악이 끝났다. 차근차근 따져 보니, 강은영 의 말 중 틀린 게 없다.
자신의 딸이 심각한 집순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불안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돌이켜 보니, 아 귀가 딱 맞아떨어진다. 요 몇 년간 그녀가 본 강은영의 모습은 스케줄 을 소화하거나 소파에 늘어져 있거 나 둘 중 하나였다.
굳이 다른 모습을 찾으라면 스케 줄 없는 날 침대에 널브러져 20시 간을 퍼 자는 모습 정도?
‘쟤, 시집은 갈 수 있을까?’
처음 들었던 말이 확 와닿는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남자는커 녕 사람도 안 만나는데 무슨 수로 연애를 한단 말인가.
“딸, 거기 앉아봐.”
“……그냥 나 누워 있으면 안 돼?”
“확!”
“일어납니다, 어마마마. 지금 일어 납니다아.”
강은영이 투덜대며 몸을 일으켰 다. 뭔가 힘겨워하는 게 보인다.
‘명색이 댄스 가순데……
이 모습을 보고 누가 이 여자가 강세아라고 할 것인가.
“너, 솔직하게 말해.”
“응.”
“엄마가 화 안 낼 테니까, 솔직하 게 말해야 한다. 진짜.”
“알았어. 나는 원래 엄마한테 숨 기는 것 없어. 얼마든지 물어봐. 하 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왔지!”
뭔 이벤트가 있어야 부끄러울 일 이 있지.
“너, 솔직하게 진짜 지금까지 한 번도 연애해 본 적 없어?”
“없어.”
“..진짜?”
“응.”
이걸 흐뭇해해야 하는가, 안타까 워해야 하는가.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 덮어놓고
흐뭇해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무 작정 흐뭇해할 수가 없다.
내 딸이 모쏠이라니!
대체 어디가 부족해서!
“소, 손도 잡아본 적 없어?”
“에이, 엄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렇지?”
너무 나갔나? 그럼 그렇지, 내 딸 내미가…….
“안무를 하는데 어떻게 손을 안 잡아. 끌어안기까지 하는데.”
“그건 춤이잖아, 이 기집애야!”
“춤이든 뭐든 잡은 건 잡은 거
지.”
답이 없다.
백현정의 얼굴이 심각해지기 시작 했다.
“밖에 좀 나가! 나가서 남자 좀 만나!”
“엄마는. 다른 집 애들은 엄마가 사생활 관리한다는데, 딸내미를 왜 밖으로 돌리려고 해!”
“관리를 할 게 있어야 관리를 하 지!”
백현정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 다.
“집에서 누워 과자나 퍼먹고, 살
만 뒤룩뒤룩 찌는데 내가 뭘 관리 해!”
“집 나가면 고생이야.”
“나가고 나서 말해! 나가고!”
“엄마, 저거 좀 보라니까. 지금 난리 났잖아.”
강은영이 TV를 가리켰다.
슬쩍 시선을 주고 다시 구박을 하려던 백현정의 시선이 TV에서 돌 아오지 못했다.
“저게 무슨 일이야?”
화면에는 부서진 건물과 담요에 둘러싸여 앰뷸런스로 옮겨지는 사람 들이 나오고 있었다. 흔들리는 화면
이 급박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쿠아리움에서 어항? 뭐라고 하 지? 여하튼 그게 터졌데.”
“ 수조?”
“응. 수존가? 여하튼.”
“그게 왜 터져?”
“대한민국에서는 무슨 일도 벌어 질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던 건물 이 내려앉는 나란데 뭔들 안 벌어지 겠어. 저 봐. 난리가 났잖아.”
“사람 많이 다쳤대?”
“아직 죽은 사람은 없는 모양인 데, 부상자가 많은 모양이더라고.
봐, 엄마. 일요일이라고 저런 데 놀 러 가고 하면 잘못해서 사고 나는 거야. 집이 제일 안전하다니까.” 안구에 습기가 찬다.
40대 아저씨가 주말 외출을 요구 하는 마누라에게 할 변명 같은 말이 이제 갓 스물을 넘은 강은영의 입에 서 나오고 있었다.
‘애가 어쩌다가 이리 애늙은이가 됐지?’
철이 일찍 들었다고 생각했다.
하기야 남들은 부모 품에서 자랄 시기에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했고, 학교생활 대신 사회생활을 했으니
철이 들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철이 든 게 아 니라…… 그냥 아저씨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니까. 이런 날 괜히 밖에 나가봐야 돈 쓰지, 다 리 아프지, 체력 빠지지. 아, 싫다, 싫어.”
회사에서 야근이라도 하고 왔나? 이대로는 안 된다고 느낀 백현정 이 강은영의 손을 잡아끌었다.
“일어나. 엄마랑 쇼핑 가자.”
“쇼핑?”
“그래. 빨리 일어나! 뭐라도 사
게.”
“엄마, 나 살 거 없는데?”
“왜 살 게 없어! 니 나이에 왜 살 게 없어! 다른 애들은 옷이고뭐고 못 사서 안달인데!”
“나야 뭐, 어차피 의상 입는데 뭐. 협찬도 들어오고. 딱히 살 거 없어.”
“저번에 오라비랑 백화점 갔을 때 는 뭐 못 사서 안달이더니!”
“그거야 오빠가 당황하는 모습이 재밌어서 그랬지. 막상 산 건 없잖 아.”
그러네?
“엄마, 그냥 나 냅 둬. 나는 그냥 활동 잘하고, 돈 모아서 나중에 건 물이나 하나 사서 먹고살라니까.”
아니다.
창창한 이십 대 초반의 처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뭔가 특 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 낀 백현정이 막 입을 열 찰나, 강은 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헐? 저거 뭐야?”
“웅?”
그 격한 반응에 백현정의 시선도 강은영을 쫓았다.
“뭔데 그러는……. 뭐야? 쟤가 왜 저기에 있어?”
화면에 익숙한 뒤통수가 보였다.
그저 뒷모습뿐이지만, 확실히 알 아볼 수 있었다. 뒤통수만 보이면 의혹 수준이겠지만, 트레이닝복을 보니 확신범이다.
“네 오빠 맞지?”
“뒤통수도 잘생긴 걸 보면 오빠가 확실해.”
강은영이 벌떡 일어났다.
“아니!”
얌전하던 강은영이 포효하기 시작 했다.
“이 인간이 아쿠아리움에 놀러 갈 거면 나를 데리고 갔어야지! 치사하 게 지 혼자 가?”
“엄마, 뭐 해! 빨리 전화해 보자. 혹시 어디 다쳤을지도 모르잖아. 아 니, 오빠가 다쳤을 리가 없나? 다쳤 으면 지금 실려 가고 있었겠지. 그 냥 빤히 서 있는 거 보면 멀쩡한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까 전화해 볼까? 그러게 왜 나를 두고 가서 저런 일에 휘말리냐고! 할 짓 없으면 집에 와서 과자나 먹 지!”
걱정과 분노를 반복하는 강은영을 보며 백현정은 고개를 내젓고 말았 다.
애가 갈수록 상태가 안 좋아진다. 갈수록.
다급하게 강진호에게 전화를 거는 강은영을 보며 백현정이 TV로 시선 을 돌렸다.
‘다치지는 않았겠지.’
마음이 떨려오는 백현정이었다.